천자춘추/터널과 꿈

터널은 항상 끝이 있다.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반드시 끝이 나오게 되어있다. 터널을 지날때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조명등을 켜고 주행한다. 그리고 일반도로 주행시보다는 더 긴장을 하고 전방을 주시하게 된다. 요즘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다. 심지어는 스테그플레이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 중소기업은 불확실한 전망과 대내외적인 여러 경제적인 요인으로 더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사태때는 그래도 이 고비만 넘기면 되겠구나 하고 이겨냈지만 요즘은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투자할 용기가 나지 않으며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막연하다고 한다. 이 긴 어둠의 터널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에 대한 명쾌하고도 확실한 해법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터널은 반드시 출구가 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들때일수록 우리는 환한 출구에 대한 꿈을 버리지 말아야겠다. 꿈마저 잃는다면 우리는 모두를 잃는 것이다. 분명하고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한걸음씩 한걸음씩 전진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요즘 우리 경제가 한밤중에 터널속에 정차되어 있는 차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온갖 걱정과 두려움이 있겠지만 인내하고 용기를 잃지 않으면 터널의 출구는 반드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 조직의 대표인 중소기업 사장들의 용기있는 지도력이 필요할 때다. 전방을 주시하고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은 전 종업원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며, 격려와 용기는 새로운 힘을 줄 것이다. 지금은 비록 손에 잡히는 것 없고, 귀에 들리는 것 없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지만 불퇴진의 꿈과 소망을 갖고 노력한다면 하늘도 무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망을 갖고 노력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는 것이다. 산업공단에 입주한 상당수의 기업들이 전통적인 공정과 설비로 오랫동안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노동력으로 버티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생산설비와 기술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기존 제품의 개선, 생산공정의 개선, 마케팅 전략의 혁신 등 경영전반에 걸친 경영혁신 및 생산현장 혁신활동이 산업공단 전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가 설계하고 개발하는 혁신의 노력이 없다면 성장의 추진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남과 차별화된 노력을 통해 지속적인 혁신노력을 전개한다면 남보다 빨리 터널의 출구에 다다를 것이다. /정영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천자춘추/화성(華城)과 정조(正祖)

8월 17일~28일까지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열린다. 정조가 백성을 위하여 위민정책(爲民政策)과 통합정책(統合政策)을 펼친 문예부흥의 군주라는 사실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특히 그가 어떤 사상의 소유자이며, 자신의 개혁 사상을 어떻게 관철하고자 하였는지 살펴보자. 21세기를 개척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찾아야 할 지금 정조의 위민정책과 통합정책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조의 위민정책은 크게 7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인사정책은 ‘의리의 탕평책(蕩平策)’이다. 붕당의 명분과 개인의 명예를 존중해 줄때 비로소 지식인계층의 국정참여가 가능해진다. 소수의 독점계층이 주요 권력기구를 장악하지 못하게 하였다. 둘째, 경제정책은 특권타파를 추구하여 난전 활성화정책(亂廛活性化政策)을 폈다. 비단·무명·명주·종이·모시·어물을 팔던 육주비전(六注比廛)의 상품이 아닌것도 자율화와 개방화를 허용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서로 통하게(通共)하여 백성들을 부유하게 만들려는 조치다. 셋째, 사법정책은 형률완화정책으로 흠휼전칙(欽恤典則)을 추진한다. 형벌의 남용을 막고 악형에 의한 백성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줄여주고자 한 것이다. 옥리에게 명하여 5일에 한번씩 감옥을 점검, 청소하고 형구를 세척하게 했다. 넷째, 종교정책은 포용정책을 펼친다. 정조가 살았던 18세기 후반은 다양한 정치세력이 형성되었다. 실학뿐만 아니라 양명학·도교·불교·서학 등 ‘이단적’ 사유체제에 대해 개방성을 보인다. 이는 실효성을 강조한 정치관에 뿌리를 둔다. 다섯째, 복지정책은 자휼전칙(字恤典則)에 근본한 아동구휼정책이다. 흉년을 당하여 10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버림받아 굶주리면 부모나 친척 등 의지할 곳을 찾을 때까지 구휼하였다. 여섯째, 인권정책으로 평등사상을 기본으로 하는 서얼허통정책(庶孼許通政策)과 노비제도개혁을 펼친다. 단지 서자와 노비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적·사회적 활동에 배척당하는 현실을 혁파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정책이다. 중국에서 최고의 문화대국이라고 생각해온 명나라가 오랑캐로 여기던 청나라에 의해 멸망당한 대격변기이다. 사상적·문화적으로 중국보다 건강한 성리학 체제를 건설하자는 조선중화주의를 제기하였다. 역사학자 E.H.카아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우리는 과연 정조의 위민정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송기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관장

천자춘추/가족기념방 갖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백년, 천년 살 것 같이 몸부림치지만 때가 되면 가야하는 것, 이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을 닮은 유일한 생명체이고 만물의 영장이며 세상만사의 주역(主役)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있으며 이는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노력한 결과 과학 문명을 발달시켰으며 물직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신적 빈곤은 도를 넘어 인간이 인간을 두려워하는 불신과 허무의 메마른 인간 사회로 전락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백행의 근원(孝者百行之源)이라고 하는 효(孝)가 제자리를 못찾고 세계 제2의 이혼율과 날로 늘어가는 깨지는 가정과 이로 인한 가정과 사회문제는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행복한 인간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정교육(家庭敎育)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가정은 피붙이로 이루어지는 가장 원초적인 집단이고 이것이 모여 사회를 이루기 때문에 가정보다 더 끈끈한 사랑과 공경이 실현될 수 있는 집단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최초로 들어가는 학교가 가정이고 최초로 만나는 스승이 부모라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부모는 자녀를 어려서부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며 무엇이 선(善)이고 무엇이 악(惡)인지를 솔선수범(率先垂範)하면서 가르쳐야 한다. 가족기념방을 갖도록 하자. 기념물의 많고 적음이나 공간의 크고 작음에 연연하지 말고 오늘의 나를 태어나게 해 준 조상들을 비롯한 피붙이들의 발자취를 볼 수 있는 공간을 갖자는 것이다. 그분들은 이 파란만장한 세상에 태어나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였으며 사회엔 어떤 봉사를 하였고 하는 그분들이 수고하고 남긴 흔적들을 정리하는 공간, 이 곳을 가문 교육의 도장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후손들은 겸허한 마음으로 그 흔적인 사진이나 유물이나 저서 등을 잘 보존, 관리하고 존경받는 큰 인물로 성장 발전하여, 보다 더 크고 멋진 발자취를 남기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 그리하여 자랑스런 후손으로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여 자신에게는 성공(成功)을, 가문에는 영광(榮光)을 돌리는 삶을 사는 인물이 되게 하는 산실(産室)로의 역할을 기대하는 방을 각 가정에 가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서일성 경민대학 효실천본부장

천자춘추/응급실

근간에 계속되는 사건과 소식들을 듣다보면 종합병원의 응급실이 생각난다. 물론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급박한 상황의 전개나 다양한 사연들로 항상 긴박감을 잃지않기 때문에 소설이나 ‘ER(응급실)’, ‘종합병원’ 등 TV극의 소재가 된다. 응급실(실제 응급실과 조금은 다르지만)을 상상해 보자. 한쪽에선 교통사고로 난리법석이 나고 또 한쪽은 응급수술실로 뛰어 들어가는 무리가 있고, 다른 한 구석에서는 사망자의 유가족들이 슬픔으로 펑펑 울고, 그 옆은 무사히 위기를 넘겨 함박웃음으로 기뻐하는 가운데 직원들과의 마찰이나 협조가 있고 환자와 의료인들 사이의 갈등도 있다. 때로는 그들 사이에 사랑도 피어나고…. 어쨌든 각양각색의 사건들로 점철되는 응급실 분위기와 우리나라의 현재 분위기는 일단 어수선하다는 것에서 흡사한 게 많다. 주가는 떨어지고 실업자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경기가 곤두박질하는 사이 행정수도를 옮기네 마네, 경기부양을 위해 세금을 깎아야 하네, 공공사업을 늘려야하네 야단이다. 또 여야는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고, 우리근로자가 납치돼 처형을 당했는데 우리 정보기관과 외교기관은 뭘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고, 세계 유수의 경제평가기관은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가운데 유가는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국민과 중소기업에 요긴한 자금을 지원해야할 금융기관이나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할 대기업은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부실 금융만 잔뜩 만들어 급기야는 쫄딱 망해 실업자나 대량 생산하고, 국민 상당수가 경기가 너무나 어려워 너도 나도 못살겠다 하는 판국에 이 나라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느 것부터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지, 차라리 아비규환에 가깝다. 그나마 ‘응급실’은 바쁜 와중에 나름대로의 체계와 질서가 있고 대체적으로 급한 질병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성질 급하기로 소문난 우리지만 차분히 정리를 해야 한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와 사회도 그 나름대로의 정리가 필요하다. 정부도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잘 보이려 하는 舊정부의 악습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솔한 노력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업이건 금융이건 혹은 일반인이건 간에 근원을 해결하지 않는 전시 행정의 결과로 지금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그 짓을 또다시 되풀이 할 수는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선현들의 말씀이 새삼 솔깃해지는 건 지금의 이 난국을 예견한 지혜로움이 아닐까. /김용 이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천자춘추/높고자하거든 먼저 낮추라

어느 때 교도님 한 분이 글씨가 새겨 있는 작은 나무판 하나를 가져와 필요하면 교당에 두고 보시라고 한다. 받아서 보니 추사 김정희 글씨를 탁본받아 새긴 것인데 처음에는 약간 초서 비슷한 흘림체로 써있어서 무슨 글씨인지를 쉽게 알아보지 못하였다. 글씨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에도 참으로 힘있고 잘 써진 글씨였다.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글씨다. 무슨 글일까? 화두가 생겨 궁구하다가 글의 연관성을 생각하여 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하 이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나서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니 다 공감한다. 거기에 써있는 글은 ‘欲尊先謙 過難成祥’이다. 새겨보니 높기를 원하거든 먼저 겸손하고 어려움이 지나면 상서로움이 이루어지나니라 하는 뜻인 듯하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평범한듯하나 여기에는 깊은 이치가 들어있다. 원불교에는 ‘恩生於害 害生於恩’이란 말이 있다. 은혜는 해에서 나오고 해독은 은혜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얼핏 들으면 모순되는 말인 것 같으나 실은 여기에 인생의 철학이 있다. 마치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낮이 지나면 밤이 오는 것이 이치며 추운 겨울이 가야 따뜻한 봄이 오고 더운 여름이 지나야 추운 겨울이 오는 것처럼 이 세상의 일도 먼저 나를 낮추어야 높아지는 이치가 있고 어려움을 잘 지내고 나면 상서로운 좋은 일이 오는 이치가 있다는 말이다. 성자 철인들은 이러한 이치에 통달하여 마음을 쓰기 때문에 어떠한 어려운 경계에서도 미래의 복락을 위하여 잘 감내하고 준비하는 생활을 하며 설사 세상의 배척을 받고 버림을 받는다 할지라도 거기에 원망을 두지 아니하고 세상을 받들기 때문에 결국 천하 대중이 다 숭배하는 가장 높은 인물이 되신 것이다. 요즈음도 한 번씩 그 글을 쳐다보며 마음을 챙겨본다. 높기를 원하거든 먼저 너 자신을 낮추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반드시 그 뒤에는 상서로움이 뒤따르는 것이니 그 좋은 일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잘 감내하라. /김주원.원불교 경인교구장

천자춘추/초선의원의 여름방학

4·15총선이 끝나고 거의 넉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뭘 했을까. 한 2주간 임시국회 치른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는 듯. 그래도 변변한 휴가도 안가고 매일같이 의원 사무실을 지키고 앉았었으니 뭔가는 했을 것 아닌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바뀐 고정관념 중에 하나는 국회의원은 월급이 아깝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하는 일 없이 국민 세금만 축 낸다는 국회의원. 그간 6월과 7월에 각각 5백여만원의 세비를 받았다. 물론 세금 떼고 뭐 뗀 금액이다. 일반적으로는 고액의 급료지만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액수다. 우리 당의 한 의원은 월급쟁이 생활을 해 왔는데 그때보다 영 적다고 시큰둥 한다. 나 역시 방송 생활보다는 턱없이 적다. 세비의 형식이지만 월급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감히 국회의원 월급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배짱 좋게 말하는 것은 국회의원 대부분은 자신의 급료 이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국회의원이 뭘 그렇게 했는데? 아니, 열심히 일 했는데 경제가 이꼴이야? 소릴 내 지르실지 모른다. 경제에 대해선 할 말 없다. 굳이 변명을 한다면 초선 의원 혼자 힘으로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라고나 할까. 나의 요즘으로 돌아가면 휴가도 못가고 매일 오전 9시까지 사무실에 출근을 한다. 일도 일이지만 나의 아내와 딸이 보기에 출근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의원이란게 역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직업은 아니구나하고 생각할까여서다. 9시에 출근해서는 오후 6시까지 꼬박 뭔가를 한다. 홈페이지 정리도 하고 정기국회 자료 정리도하고 회의도 하고 지역 민원도 챙기고 정부부처를 방문도 하고 또 의원 사무실에서 보고도 받고 요즘 인기 있는 싸이월드에 들어가 젊은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물론 밥도 먹고 아무튼 6시가 금방 된다. 이 더운 여름 월급 값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지역에선 요즘도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난리다. 아마도 내가 인기가 좋은가 보다. 주로 쓰는 표현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는 것이다. 아직도 등산 버스 출발 때 와서 인사해라, 일일 찻집, 바자회, 동창회 등등에 참석해라. 어느 지역 의원은 지역에서 자꾸 부르니까 “국회의원이 나라 일 하는 사람이지 지역 일 하는 사람이냐”고 말했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용기는 가상했으나 그것은 의원 입에서 나와선 안 되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의원회관 곳곳에는 방을 지키고 앉아 보좌관, 비서들을 들들 볶는 의원들이 많다. 이제 국회의원은 어깨에 힘주고 어영부영 대접만 받는 시절은 아닌 듯 싶다. 요즘 대부분의 의원들은 월급 값은 하며 산다. /한선교 국회의원(용인 을)

천자춘추/직업윤리

인간의 삶 속에서 먹고사는 것과 인간 상호 관계는 오늘날의 직업과 윤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직업을 “떳떳하게 맡아서 하는 계속적인 일” 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이를 크게 생업과 천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생업은 가족의 삶을 위한 일인 반면에, 천직은 사회에 대한 참여와 봉사를 강조한다. 또 직업에 대해서는 자아실현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직업이란 끝없이 반복되는 ‘시지푸스의 바위 끌어올리기’일 뿐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 그러나 실직으로 인해 개인이 사회적 역할마저 박탈되는 가공의 인물이 되어 분노·좌절·무력감을 갖게 될 때, 직업은 현대인의 생존을 의미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인간생존의 전략대상이 되어 직업 획득은 가히 투쟁적이 될 수밖에 없다. 본래 인류는 서로 모여 관계를 맺고 공존해 왔지만, 때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속에서 삶을 영위해 왔다. 이 같은 사회구조와 인간관계 속에서 직업인으로서 삶의 안정과 행복을 위하여 일정한 룰이 생겼는데, 이것이 바로 직업윤리이다. 우리가 직업에서 윤리를 논하는 이유는 직업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며, 직업윤리를 준수해야 할 이유 또한 인간이 직장생활 속에서 좀 더 안정되고 윤택한 균형 잡힌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현대사회에서 직장인의 바람직한 윤리적 삶이란 어떠한 것일까? 첫째, 항상 자기 직업에 감사하면서 일하고, 직장을 가정처럼 생각해야 한다. 둘째, 직업 속에 자아실현의 길이 있음을 깨닫고, 공동체 내에서 여러 갈등과 문제를 대화로써 풀어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직업의 가치는 보람지수에 있는 것이지 직종에 있는 것이 아니며, 직업은 생계수단도 되지만 사회에 대한 봉사에도 무게의 중심이 실려있음을 알아야 한다. 넷째, 직업은 있어야 하나, 일하기 싫다는 태도는 절대 금물이다. 다섯째, 직업을 가진 직장인은 직분의식, 책임의식, 장인정신, 명예심이 요청되며,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소명의식을 갖고 받아들이며, 자기 몫은 반드시 성취하려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직업은 한 사람의 생애를 결산할 때 그 성패 여부의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성공적 직장생활을 위한 직장인의 윤리적 삶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조휘각 한국국민윤리학회 회장.인천대 교수

천자춘추/목표가 있는 삶

학창시절에는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었을 지라도 세월이 지난 후의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 각자의 태어난 여러 환경의 차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삶에 대한 노력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인생에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시간이 지나 목표를 달성하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최근 병무청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국민의 의무와 권리에 대한 건강한 국가관과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기 위해 병무청으로 초청해 견학을 시켜주고, 학교를 찾아가 일일교사 수업을 하기도 했다. 필자는 초등학생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항상 인생의 목표를 세울 것을 당부했다. 개성에 따라 사업가, 공무원, 개그맨, 축구선수 등 다양한 각자의 목표를 갖는 것이야 말로 비가오나 눈이오나, 밤이나 낮이나 목표지점인 도착역을 향해 힘차게 달리는 기차와 같이 인생에 있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배는 힘들게 노를 저어 앞을 향해 가더라도 부두에 도착하지 못하고 좌초되는 것처럼, 목표없는 인생은 현실에 안주할 뿐 삶에 대한 애착도 열정도 없이 무기력해지기 쉽다. 목표를 세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세울 때는 되고 싶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을 깊이 생각해서 명확히 해야한다. 목표가 정해졌다면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확고부동한 결의를 가지고 계획대로 실천해야한다. 실패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령,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이런 저런 핑계로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획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목표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지나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목표했던 그 자리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리라 확신한다. 비록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다 해도 노력하는 과정만으로도 값진 삶을 사는 것이고, 처음에 목표했던 자리는 아니라도 분명히 더 발전한 자리에서 그 이상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삶이란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반드시 이루어야할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라 생각된다. /임낙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미술관학교

우리 아이들의 미술교육을 보면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그리기를 강요하는 교육을 하고있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그림 그리기는 그 아이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여주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그림 그리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취학전 어린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으레 미술학원을 다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도 아이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까지 거의 10년 이상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미술 교육의 목적이 그리는 능력을 키워 모든 아이들을 화가로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학자들도 모두 다 잘 알고있다. 우리는 국어 교육을 통해 시와 문학을 가르치는 목적이 무엇인가? 모든 아이들을 시인이나 소설가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시와 문학을 통해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우리의 정신과 국가적 정체성을 가르치고, 예술적 교양과 사회적 문화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 고전을 가르치고, 현대 문학과 시조와 시를 읽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로 된 문학작품이라고 글을 읽을 줄 안다고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린이들의 시각에 맞추어진 짧은 동화부터 읽기 시작해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문자가 아닌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한 장에 쓰여진 한편의 시가 장편 소설에서 표현될 내용을 담고 있듯이 그림 한 점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장편 소설을 통해 읽혀져야 할 내용을 갖고 있다. 때문에 미술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작품을 보고 이해하는 능력을 배워야 하며 물감으로 뒤덮인 미술 작품의 표면이 아닌 작품의 이면에 있는 내용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기나긴 미술 시간을 통해 갖추어야 할 것은 그리는 방법보다는 미술을 이해하는 안목과 예술작품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여 보다 풍성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듯이 한 점의 미술작품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지고 삶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는 것을 강요하는 두려운 미술시간을 전시장에서 그림을 보고 내용을 읽는 적극적인 교육으로 바꾸어가야 할 때이다. 미술관은 또 다른 의미의 학교다. /이승미 제비울미술관 실장

천자춘추/대한민국 현대사의 공통점

다음에 나오는 대한 민국 현대사의 공통점은? 82년 5월 이철희 장영자 거액어음 사기사건, 83년 8월 명성사건, 83년 10월 영동개발사건, 89년 5공비리 사건, 91년 2월 수서지구택지 특혜분양사건, 93년 율곡비리 사건, 94년 1월 제2차 장영자 어음 사기사건, 95년 3월 덕산그룹 사건, 95년 11월 노태우 비자금 사건, 97년 벽두부터 한보 사건, 90년대 후반 듣기조차 지겨운 IMF환란, 2000년대를 휩쓰는 스태그플레이션…. 어느 사건 하나 잊혀질 수 없는 위대한 대한민국 공화국의 화려한 사건들이다. 주인공은 40년간의 독재정권과 문민·국민·참여의 정부 전현직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 형제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또는 죽은 새도 다시 날려 보낸다는 명장(?)들도 다수 포함되고 국회의원, 검사장, 장관, 은행장, 청와대비서관 등의 쟁쟁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진실성의 결핍증과 양심불량증 환자들’ 아닐까? 어디 그들뿐인가. 작품명 ‘성수대교의 무너진 자존심’과 ‘사라진 고대도시 삼풍’ 등과 같은 대작과 시화호의 참상, 피할 수 없는 대도시의 공해와 오염, 무너진 지하철공사장, 날치기 입법과 수 십년간 우려먹은 위기논리와 공작정치, 뇌물, 특혜, 외압, 사기 등 끝도 없는 비리 등이 난무하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주로 힘 좀 쓴다는 일부요직에 있는 자들이 진실을 팔아먹고 양심을 팽개쳐야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어떤 사건이 또 일어난다 해도 더 이상 놀라거나 신기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누구나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경제력 향상의 환상도 아니고,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군사력도 아니다. 바로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잠재력인 도덕력의 회복이다. 그렇다고 오랜 역사에만 연연하여 전국민의 유교화 또는 명분론에만 얽매이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서 벗어나 ‘진실의 힘’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 진실이 무엇인가를 행할 수 있는 관리, 남의 피눈물로 자신의 배를 채우려 하지 않는 사업가, 자신이 땀 흘린 만큼 얻은 것으로 기뻐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이 땅을 서서히 채우기 전에는 단군 할아버지도 세종대왕도, 이순신 장군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정 도령까지 몽땅 돌아와도 이 나라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설사 국가의 명맥이 끊이지 않고 인류가 영원히 멸망치 않는다고 해서 무엇하겠는가? /김용 이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천자춘추/더위야 고맙구나

곡식을 찾아 이곳저곳 헤집고 다니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라. 봄에 밭갈고, 씨뿌리고 보살피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 여름과 겨울은 어떠한가? 한여름의 뙤약볕이 없다면 곡식은 영글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혹한의 대설주의보를 맞아야하는 인간의 모습은 상상치 못할 만큼 초라할 것이다. 세상의 주인은 자연이고 인간은 객에 불과하다. 기술과 문화가 제아무리 발전한다해도 뭘 먹어야 살 것 아닌가. 먹거리를 우리에게 주는 근본은 하늘이며 땅이다. 지금 하늘이 우리에게 먹거리를 주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풀무질을 고되게 하고 있다. 더위는 곡식을 영글게 하는 하늘의 노역이다. 이 더위가 어찌 감사하지 아니한가. 그러나, 참 덥다. 폭염과 열대야가 한창인 요즘 피서를 간 사람들도 있지만 도심속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짜증스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럴때 내 동네에서 더위를 식혀줄 작은 이벤트라도 있다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음악회라 하면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큰 공연장에서 무게를 잡는 엄숙한 분위기를 연상한다. 일렬로 놓여진 의자에 빼곡이 앉아 수동적으로 들려주는 음악을 듣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음악은 어디에서나 흘러나올 수 있고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경기도 문화의 전당 등에서 한여름밤의 열대야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8월의 저녁 뒷하늘로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있는 야외무대, 추억의 노래를 들려주는 작은 악단이 공연을 한다. 아이들은 뒤편에서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탄다. 10대들은 웃통벗고 농구코트를 누빈다. 부모들은 벤치에 앉아 노래를 듣는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풀밭 돗자리에서 손주의 잠자리를 돌본다. 미루나무에선 매미가 추임새를 넣는다. 구름은 이모양 저모양을 만든다. 이 모든 것들이 지난날의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는 자유스러움에 대해서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이런 작은 것에서 자연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살아있는 삶이 아니겠는가? 도심속에서 펼쳐지는 작은 음악회가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하나의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밤도 더위가 고맙다 /송기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관장

천자춘추/부모님께 효통장 만들어 드리기

‘눈물로써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人生)을 논(論)할 자격이 없다’라든지 ‘인생고해(人生苦海)’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 분명하다. 부모(父母)는 이러한 여건 속에서 자식을 낳아 기르고 학교보내고 결혼시켜서 한 인간으로 독립시킨다. 자식을 낳을 적에는 피와 살을 나누어주었고 근검 절약하여 먹여주고 입혀주고 학비를 마련해 주었다. 시골에 계신 부모 중에는 심지어 소 팔고 땅 팔아 자식을 공부시켰으며 도시에 사는 부모 중에는 광주리 장사, 노점상, 환경미화원까지 해서 자식을 공부시킨 분이 어찌 한두 분이겠는가? 빈부를 떠나서 부모가 자식에게 쏟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돈으로 계산한다면 그 얼마이겠으며 여기에 들인 정성까지 합하면 그 값어치는 실제로 계산키 어렵지 않겠는가? 자식이 나름대로 직업을 갖고 자립하게 되면 우선 부모님을 생각하고 수입의 10분의 1은 효(孝)통장을 만들어 매달 부모님에게 넣어드리도록 하자. 자식이 정상적으로 학교를 마치고 취업하여 수입이 있기까지는 평균 한 20년 내지 30년은 걸릴 것이고 부모님의 나이는 정년퇴직 할 나이 전후가 될 것이니 앞으로 사시면 몇 십년이나 더 사시겠는가? 매달 효(孝)통장에 들어오는 자식의 효심(孝心)은 부모를 흐뭇하게 할 것이다. 십계명 제5계명에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고 명하시었다. ‘누구든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 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치 아니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가 없느니라’(요한1서 4:20)라는 말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너를 낳아준 부모를 공경못하는 자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공경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매달 수입의 십일조를 정성들여 하나님께 드리고 있다. 부모공경은 하나님의 명령으로써 반드시 지켜야 하며 이 명령을 지키지 않을 시 하나님이 주시겠다는 벌은 목숨을 뺏는 그 이상이라고 경고하신다. ‘이 세상에 죄가 3천 가지인데 불효(不孝)보다 더 큰 죄는 없다’고도 한다. 죄에 대한 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골육(骨肉)을 나눈 부모(父母)와 자식(子息)간에 자연스런 사랑과 공경으로의 효(孝)통장이 각 가정에서 아름다운 선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일성 경민대학 효실천본부장

천자춘추/모두가 부처다

어느 해 여름 무더운 날씨를 피해 지리산 시원한 계곡을 찾은 교무가 있었다. 그 교무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한적한 마음을 즐기고 있다가 문득 이러한 좋은 시간을 무료히 보낼 것이 아니라 진리 연마나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어 생각하다가 진리가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의 근원이라 하니 그것이나 연마해볼까 하는 생각이 나서 연마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러면 어떻게 연마하는 것이 그 조목을 잘 연마하는 방법이 될까 생각하니 내 앞에 흐르고 있는 물의 근원을 알면 우주의 근원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재미삼아 물의 근원을 사실적으로 연마해보기로 했다. 먼저 내 앞에 흐르는 물이 어디서 왔나를 궁구하니 그 물은 어느 한 곳에서 툭 솟아 나온 것이 아니라 그 계곡의 옆에 있는 작은 물줄기들이 다 모여서 큰 계곡물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옆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어디서 왔을까? 그 물은 비가 내린 뒤 땅에 스며들었다가 흘러 나오는 물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 비는 어디서 왔을까? 그 비는 지리산 위에 있는 구름에서 떨어진 물방울이다. 그러면 그 구름은 어디서 왔을까? 구름을 생각하니 문득 이 구름은 지구의 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생각이 났다. 대서양물도 태평양물도 지중해물도 양자강물도 나일강물도 이 구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리산 계곡물은 단순한 지리산의 계곡물이 아니라 지구의 모든 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 물이 흘러서 채소도 키우고 물고기도 키우고 가축도 키우고 과일도 키울 것이고 또 그것은 돌고 돌아 사람 입속으로 또 동물의 입속으로도 드나들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물은 곧 우주의 역사다. 물만 그러한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또한 그러하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우주안의 모든 것은 그대로 우주의 역사요, 총체적인 작품이요, 진리의 발현이며 산 부처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시원하였다. 진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새소리, 물소리, 흘러가는 구름, 푸른 하늘, 짙푸른 산, 서로 다투고 떠드는 세상의 모든 것 까지도 그대로가 진리의 모습인 것을…. /김주원.원불교 경인교구장

천자춘추/복싱 vs 정치

70, 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복싱은 세계 챔피언 네댓 명을 동시에 보유한 복싱 강국이었다. 60연대 김기수를 시작으로 장정구, 유명우, 홍수환 등 세계적인 복서가 즐비했다. 우리나라 첫 세계챔피언인 김기수는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로부터 타이틀을 뺏던 날 시내 호텔에서 장충체육관까지 가는데 교차로 신호 여덟 개가 모두 파란불이었다고 한다 염동균이라는 선수도 있었다. 그에 대한 기억은 경기 모습보다는 승리의 인터뷰때 늘 빼놓지 않고 말하던 ‘모 야쿠르트 사장님께 감사드리고’이다. 팬들은 이번엔 까먹고 얘기하지 않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지만 그는 어김없이 말하곤 했다. 유명우는 우리나라 세계챔피언 중에는 가장 오랜동안 타이틀을 유지했던 선수다. 똑똑했다. 상대의 펀치에 맞아 눈이 퉁퉁 부었을 때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홍수환도 빼놓을 순 없다. 세계적인 두뇌 복서였고 근성의 복서였다. 소위 진정한 프로였다. 수년전 방송국에서 만났을 때 인사를 나누다 그의 주먹에 약간의 상처가 난 것을 보곤 물었다. “왜 상처가?” “까부는 친구가 있어서 그냥 한방…” 아직도 그는 에너지가 넘친다. 마치 4전5기를 이루곤 “짜식이 건방져서 이겼습니다.” 했듯이. 그런가하면 김사왕이란 선수도 있었다. 아시아권에선 무쇠 주먹으로 KO행진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아주 약한 상대를 맞아서 의외로 KO를 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유는 1라운드부터 마지막 라운드까지 시종일관 강펀치만 날린다. 상대는 그 강펀치를 맞을 준비를 하고 맞기에 충격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제 힘에 겨워 스스로 쓰러지는 날도 있었다. 복싱에서 느닷없지만 정치로 얘기를 옮겨 본다. 이제 1년반 정도된 참여정부는 어찌보면 자기 주먹만 믿고 계속해서 강타만 내던지는 복서를 연상케 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강온이 있고 템포가 있는 법인데 도대체 국민들에게 숨 쉴 겨를을 안 준다. 자칫 그러다 제 힘에 제가 넘어지면 어쩌나. 야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 자신이 야당이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것을 전제로 말한다. 정부 여당의 힘만 믿고 계속해서 밀어 붙이기만 한다면 야당은 맞을 준비를 하고 맞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내성이 생기고 야성은 갈수록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여당이 꼭 유념해야 할 점은 지난 3월에 있었던 탄핵의 교훈이다. 탄핵의 결과는 힘으로 밀어붙인 다수당인 야당에 대해 국민이 외면을 했다는 점이다. 뜬금없는 유신을 들먹이며 다수의 힘의 정치가 계속된다면 탄핵의 교훈은 여당 몫이 될 것이다. /한선교.국회의원(용인 을)

천자춘추/기업윤리와 윤리 창출

오늘날 기업은 윤리경영을 선언하고 실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이 윤리를 선언하고 실천할 때 그 결과는 이윤 창출로 연결된다. 한국의 기업들이 기업윤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외국기업의 90%는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실천에 노력하고 있었다. 최근 기업윤리가 경쟁력의 새로운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투명하고 다수 이익에 충실하면 신뢰를 얻어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존슨 앤 존슨사의 ‘우리신조’는 미국식 윤리강령이다. 이 기업은 자기 기업에 있어 치명적인 타이레놀 사건을 회사신조인 윤리강령에 따라 해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위기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이 기업은 회사정책을 결정할 때 ‘빨간 얼굴 테스트’라는 윤리과정을 두어 이를 통과하게 하였는데, 이것은 자신의 결정이 가족들 앞에서 얼굴을 붉히지 않을 정도로 윤리적이었는지 자문하는 과정이다. 미국내의 이 같은 기업의 윤리성은 1980년대에 추락하던 기업들을 1990년대 들어 급성장시켰는데, 이는 미국기업들이 투명성과 윤리성을 통하여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윤리적 경영은 기업의 이윤을 창출한다. 2001년 연세대 BK21사업보고에서는 95~98년 3년 간 304개 상장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들의 수익성과 경제성 지수의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한 바 있다. 조사결과, 불건전 기업들의 총 자산 대비 순이익률은 98년 1.54%로 95년의 4.57%보다 크게 악화되었다. 그 반면에 건전성 기업들은 95년의 불건전 기업보다 순이익률이 4.44%로 낮았으나, 경기 후퇴에도 98년 1.96%의 수익을 올려 상대적으로 좋은 경영실적을 올렸다. 또 기업활동의 공정성 면에서도 공정기업들이 95년 3.83%, 98년 1.80%의 순이익을 보였는데 반해, 불공정한 기업들은 95년 3.02%에서 98년 -1%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사회적 공헌도가 낮은 기업들은 95년 5.34%에서 98년1.28%로 순이익률이 떨어진 반면, 윤리적 기업들은 좋은 경영실적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높은 적응력을 보여 주었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최우선 목적은 이윤획득에 있지만, 그보다 먼저 기업은 윤리경영의 실천을 통하여 이윤을 창출해야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조휘각.한국국민윤리학회 회장

천자춘추/어머니와 중소기업

갓난아이들은 용케도 어머니의 젖무덤을 잘 찾는다. 눈을 뜨지도 않았는데도 이내 젖꼭지를 찾아 젖을 먹는다. 어머니의 목소리도 잘 구별한다. 울다가도 어머니의 발자국이나 목소리를 알아보고 울음을 그친다. 어머니는 갓난아이들을 언제나 옆에 두고 하루시간을 보낸다. 자기의 생명처럼, 누가 그처럼 돌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헌신적으로 돌본다. 무슨 일이 있어 잠깐 남에게 맡길 경우에도 마음은 늘 불안하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만큼 헌신적으로 그 아이를 돌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아이가 조금 자라 어린이가 되었을 때도 어머니의 돌보기는 계속된다. 유치원 준비물과 옷을 챙기고 세수를 시키는 등 온갖 준비를 다한 후에도 손을 꼭 잡고 길거리에 서서 유치원 학교차가 올때까지 줄을 서면서 다른 아이 어머니들과 이야기 하면서 기다린다. 어머니는 장남인 나를 너무나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인생을 사면서 3번 큰 기쁜 일이 있었는데 시집오셔서 장남인 나를 낳은 일, 내가 대학에 합격한 일 그리고 내가 회사에 취직했을 때라고 하셨다. 모두가 나에 대한 일이다. 과다 할 정도로 정열과 마음을 쏟으시면서 나를 돌보셨다. 젊은 시절은 어려운 형편으론 살림을 꾸려 나가는데 세월을 보내신 어머니는 연세가 드신 후에도 절약이 몸에 배어 무엇하나 제대로 사지도 못하시고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하시다 얼마전에 세상을 뜨셨다. 살아 계실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기만 하고 공허하기까지 하다. 자식에 있어서 어머니는 살아계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된다. 얼마전에 중소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에 몇 분이 모여 하신 이야기가 귀에 아직도 생생하다. “중소기업에 있어서 중소기업청은 어머니와 같은 곳입니다. 만일 중소기업청이 없다면 우리 중소기업은 어미 없이 버려진 자식과 같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의 역할이란 자식에 대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산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 중소기업청이 이 역할에 얼만큼 충실했는지 반성해 보았다. 정말 중소기업은 어린 아이와 같다. 자라는 아이를 늘 돌보아야 하지만 조금 자라면 그 나이에 맞는 또 다른 관심과 돌봄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신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지원은 생색내는 업무가 아니다. 중소기업인들의 마음과 애환을 현장에서 끝까지 들어주고 단 한가지라도 해결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이 있어야 한다. 어미없는 자식이 안 생기도록 우리 지방 중소기업청은 항상 중소기업인 곁에 서서 그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중소기업인 곁에 어머니와 같은 중소기업청이 있기에 우리 경기 중소기업인 모두가 더욱 힘찬 도약을 하길 기원해 본다. 경기중소기업인 여러분 파이팅! /정영태.경기중소기업청장

천자춘추/친절은 행복이다

‘남을 대하는 태도가 정성스럽고 정다움, 또는 그러한 태도’ 친절에 대한 사전적 의미이다. 생활에 여유로움을 느끼면서 같은 값이면 조금 더 나은 대접을 원하게 되었고, 이제는 물건을 살 때, 음식을 먹을 때, 서비스를 선택할 때도 가격보다는 친절을 최우선으로 여기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친절로 성공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북 안동에 있는 안동병원에는 수요일마다 제조업체는 물론 공공기관의 사람들이 경영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다. 설립초기 경영에 대한 경험부족, 적자와 자금난으로 도산위기에 처해있던 안동병원이 시민과 환자에게 사랑받고 주위사람들로부터 배움의 장이 된 것이다. 안동병원 강봉식 이사장은 도산위기의 병원을 살리기 위해 재일동포 유봉식 선생의 ‘MK의 기적’을 통해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였고 그 핵심은 친절서비스였다. 병무청은 지난 수년간 행정의 전산화, 병무직원의 의식개혁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병무행정을 이룩하였으나 친절서비스에는 다소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투명하고 공정한 병무행정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2004년을 ‘친절 병무청’ 원년으로 선포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받는 친절한 병무행정 서비스 공급을 통하여 건강한 병역문화의 조성과 국민과 함께 하는 병무행정을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친절은 구호나 일회성 행사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는 직원들에게 병무행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친절해도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이렇듯 친절은 기업의 성공과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친절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스스로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업무 속에서 친절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친절이 국가나 고객을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사고의 전환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해도 일어나면 출근할 직장이 있고 사랑스런 가정을 꾸려갈 소득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면 자연히 친절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인간은 사회적 욕구를 충족할 때 가장 행복하고 완성된 인격체로 존재한다고 했다. 친절하면 자신이 건강해지고 가정이 행복해지고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초석이라 생각된다. /임낙윤.인천 경기지방병무청

천자춘추/우리아이 어떻게 키워야 하나

자녀들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방학은 휴식을 해야하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학기 중보다 더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다. 특히 학기 중에 모자라는 공부를 보충 해야한다고 벼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 애가 그림을 잘 그리는데 어떻게 교육해야하죠?” 주변 지인들로부터 종종 듣는 질문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들의 경우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머리가 좋은 영리한 아이일 경우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 그 이유는 남보다 기억력이 뛰어나고 그런 아이일수록 나름대로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한 표현 욕구가 크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자연스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기억력과 상상력이 뛰어나므로 색에 대한 표현도 거침없고 그림 내용도 논리적이다. 둘째는 그림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경우이다. 이런 아이는 평소에는 좀 소극적이거나 조용한 편인데 유독 그림을 그릴 때만 적극적이다. 그리고 곧잘 혼자만의 독특한 상상을 그리곤 하는 편이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미술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화가로 특별히 잘 키워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기 때문에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문의를 하시는 것이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특히 이런 아이들일수록 아무런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예술가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흘러 넘치는 기운을 자연스레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다. 예술가가 되려는 아이를 못하게 막을 수도 없고 예술적 재능이 없는 아이가 예술가로서 살아갈 수도 없다. 영리하고 표현력이 뛰어난 아이도 어느 분야에서든 자기 몫을 다 할 것이고, 예술적 재능이 있는 아이는 내버려둬도 자연스레 자석에 끌리듯 그곳으로 가게된다. 심지어 아무런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 채, 40이 넘어서 시작한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반 고흐나 고갱 같은 화가를 예로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여성주의 작가로 탁월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윤석남선생도 어렸을 적에 그림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다만 그런 아이들일수록 미술관 박물관등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좋은 영화와 공연 음악 그리고 좋은 책을 많이 읽도록 해주라고 권하고 싶다. 좋은 화가일수록 그림 그리는 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므로 어릴때부터 예술의 깊이를 경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이다. /이승미 과천 제비울미술관 실장

천자춘추/연극-인간의 영원한 반성문

장대비가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부질없는 공상을 한다. 먼 훗날 기계문명이 끝없이 발전하면 로봇이 인간 앞에서 연극하는 날이 올까?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연극이란 원고지의 대사를 입력하여 똑같은 음색으로 되뇌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 개개인들이 감성의 세계를 산책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종합공연 예술이기 때문이다. 3년 전 일본 오키나와 대학구내 극장에서 의정부 극단 ‘허리’가 공연한 무언극을 관람한 일이 있다. ‘허리 잘린 한반도’를 주제로 한 극이었는데, 공연중 장내는 일시에 눈물바다가 되었다. 해설하는 사람조차 말을 잇지못해 객석의 한 중년부인이 마이크를 이어 받아 해설을 하여 무사히 공연이 끝났다. 뒤풀이를 위해 한 선술집에 모여 서로 얼큰해질 무렵, 그 중년부인이 신상발언을 시작했다. 자신은 현재 오키나와대학 교수지만, 일제시대 징용당한 한국인 2세이다. 우연히 연극을 관람하게 되었는데 한반도의 가슴 도려내는 서글픔에 자신도 깊은 감명을 받아 감히 동의 없이 해설을 하게 되었다는 해명이었다. 동석한 일행들은 몇 차례의 건배제의와 함께 밤이 깊도록 공연의 감동을 함께 나누었다. 그날의 연극공연은 비록 일본 땅이었지만, 우리가 한 핏줄임을 극적으로 보여 주었다. 제 아무리 IT산업이 발전한다하여도 설움에 복받쳐 입술을 깨물어야 하는 로봇은 없을 것이기에 연극은 역시 인간들의 자랑스러운 전유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근래 지역 연극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수원지역 연극은 경기도의 중심에서 한국연극의 한 축을 이루면서 지역문화 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특히, 80년대 ‘화홍소극장’, ‘수원예술극장’, ‘극단城 소극장’ 등을 통해 다양한 실험정신을 담은 작품들을 공연함으로써 지역 문화 생산의 원동력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90년대부터 소극장 문화가 극단의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하나 둘 문을 닫고 마침내 극단들이 해체되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정치·경제·문화적 자원이 철저히 서울 중심으로 편중되면서 지역 공연 현실은 더욱 더 열악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6년부터 시작된 ‘화성국제연극제’는 지역 연극인들의 연극에 대한 사랑과 지역예술에 대한 열정의 힘이 모아진 결과라 하겠다. 이제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고, 지역사회는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 욕구를 수용해 나가야 한다. 이 시점에 소극장의 문화가 다시 살아 움직여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데 한 몫 담당할 수 있다면 매우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송기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관장

천자춘추/생일수상(生日隨想)

내가 어머니의 몸으로부터 이 세상에 나온 날이 생일이다. 어머니는 수태(受胎)로부터 시작하여 열달 동안 누우나 앉으나 서나 그 받는 육체적 고통이 얼마나 컸겠는가! 뱃속에 있는 태아를 위하여 음식을 가려야 했고 아파도 혹시 태아에게 나쁜 영향이 있을세라 주사 한 대, 약 한 봉지를 제대로 맞지도 먹지도 못하셨다. 오로지 내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 훌륭한 사람이 되기만을 기원하며 기다리다가 필설(筆說)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해산의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생과 사를 헤매다가 나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한 날이 바로 생일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어머니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젖꼭지를 깨물면서 배를 채우고 어머니 가슴을 침대로 삼고 어머니의 무릎을 놀이터로 삼아 똥 싸고 오줌 싸며 끼친 수고가 그 얼마겠는가! 우리는 생일이 오면 으레 어머님이 미역국 끓여 주시는 날, 생일 케이크 자르고, 선물 받는 날로 기억한다. 또 어떤 이는 심지어 친구들까지 불러 모아 제 생일 잔칫상까지 차리게 하는 혹사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는 참으로 염치(廉恥)없는 행동으로 민망스러울 따름이다. 우리가 효자, 효녀를 논하지 않더라도 내가 이제 이 세상에 나온 내 생일날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 날은 어머니를 위로하는 날, 어머니께 조그마한 감사의 선물이라도 전하는 날, 어머니 좋아하시는 음식이라도 대접해 드리는 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오는 생일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생일관(生日觀)을 확립하여 어머님의 노고를 위로해 드리고 기쁘게 해드려, 만분의 일이나마 그 은혜를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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