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움직이는 백과사전

필자가 운영하는 조암어린이집 원아들과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의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관을 찾았다. 우리나라 농업발전의 뿌리이자 기수인 농촌진흥청은 든든한 파수꾼으로 ‘농업은 생명산업’이라는 모토하에 다양한 일들을 펼치고 있다. 과학관의 전시 주제는 ‘농업과 인간’으로 식량의 안정적 확보 없이는 인류의 장래를 보장받을 수 없음을 일깨워 주었다. 역사관에 들어서니 청동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변천사가 잘 기록돼 있어 견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1906년 권업모범장이라는 명칭으로 설립되어 농민들에게 영농 기술보급과 우수작물연구보급 등 선진농업 육성발전에 힘써 오늘의 진흥청으로 발전하기까지 많은 격동기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1층에는 쌀에 대한 모든 정보들이 가득 들어 있어 눈길을 끌었고, 유리관속의 벼품종들이 실제와 같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은 ‘야! 신난다. 쌀 나무다’하며 일제히 함성을 지르는게 아닌가? 뇌의 70%가 형성되는 유아기의 교육필요성을 인지하는 순간이었다. 많은 교육기관에서 방문해 어린 꿈나무들에게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각인시키면 좋겠다. 농업 역사실에서 베를 짜는 여인과 디딜방아 찧는 한복 입은 여인들의 모습에서 선조들의 슬기를 배울 수 있었고, 재래 농기구는 잊혀져가는 조상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기계화에서 자동화로 살맛나는 세상인가 싶었더니, WTO의 쌀 수입 자유화로 농민들의 가슴에 풀리지 않는 화로 남아있어 생명공학이란 새 기술이 한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의학기술보다 미개척 분야로 기술경쟁이 낮아 이 분야 진출이 희망이 있음을 영상으로 보았다. 아무리 어려워도 땅은 팔지 말고 고부가 가치의 특수농업 기술전수로 경쟁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연구실에 불이 꺼지지 않는 한 낙심치 말고 소망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제 IT와 BT접목으로 전담연구조직과 농업생명공학 육성계획을 범국가적 목표로 도약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과거부터 현대까지 각 지방 농업기술원 연구사들의 기술보급이 없었다면 우리의 농토는 황폐해 고부가 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키 어려웠으리라. 철모르는 원아들은 움직이는 모형과 처음 접하는 농기계들에 질문이 많았다. 꼼꼼히 살펴보니 백 마디 말보다 현장체험의 교육적 가치가 높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농업분야의 살아았는 백과사전인 이곳을 많은 어린이들이 방문해 농업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현숙 대한어머니회 도연합회장

천자춘추/적대적 M&A와 우호적 M&A

M&A는 Merger And Acqisitions의 약자로 기업의 인수 및 합병이란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기업이 계속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갖고 계속 성장·발전하기 위하여 내적성장과 외적성장으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내적성장은 기업의 효율적인 자금조달과 투자의사결정으로 경영을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성장발전 할 수 있으며, 외적성장은 타 기업과 M&A를 통하여 기업을 더욱 성장발전 시켜나가는 방법이 있다. 특히 기업의 M&A를 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economics of scale), 시너지(synergy)효과, 시장경쟁력 강화 및 경영의 합리화, 제품의 다양화와 기업의 위험분산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우호적M&A를 통한 성공사례는 많이 볼 수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어오던 공정거래법개정이 지난12월9일 국회에서 통과 처리되었다. 주요핵심내용은 출자총액제한제도유지, 금융계열사 의결권15%로 축소, 계좌추적권 부활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그 동안 정부안에 대하여 투자의욕이 상실될 것 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여 왔다. 특히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위협에 대하여 국내우량기업들이 위험에 노출하게 되었다고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기업가들은 기업경영 뿐만 아니라 외국인 지분에 관심을 갖고 적대적 M&A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될 것이다. 국내우량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계속 높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지분율이 현재 약 23.4% 정도이나 자사주식을 제외한 실제 의결권을 행사 할 수 있는 지분율은 17.8% 정도에 불과하며, 금융계열사 의결권 한도가 점차 축소되면 더욱 심각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삼성전자는 2004년도 매출액규모가 약 60조원에 당기순이익도 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국내최우량 기업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공정거래법개정으로 국내우량기업들이 외국자본에 의해 쉽게 M&A당하지 않도록 경영권방어 차원에서도 특단의 대책안이 법시행령안에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해문 경기도의회 의원

천자춘추/사랑의 체감온도를 높이자

매년 이맘때가 되면 모든 TV, 신문, 라디오 등에서 사랑의 이웃돕기라는 이름으로 모금활동을 시작한다. 대부분 1월까지 진행되는 모금활동에 각 매체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 후원자의 이름과 금액을 유명정치인, 혹은 많은 금액의 후원자 순으로 발표를 한다. 수십 억원 혹은 그이상의 많은 후원금을 전달한 대기업의 후원금도 매우 중요하지만 후원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다수의 참여자는 우리 국민 일반일 것이고, 중산층 서민대중이라는 것과 진정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가운데 작은 금액을 전달하는 손길이 더욱 많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1일부터 서울시청앞 광장을 비롯해 전국에 ‘사랑의 체감온도탑’이 세워졌다. 올 연말 모금목표를 정해 모금목표가 달성이 될 경우 100℃가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전국 각 대기업에서 수십억원씩의 기부금이 답지하는 것으로 보아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피부경제는 불경기로 인해 예년에 비해 올해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한다. IMF때보다 더 많은 노숙자가 생겨나고 백화점에서는 1천만원 이상의 TV가 예약을 거쳐 판매되는가 하면 재래시장의 소점포들은 최저생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인해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하는 등 서민들의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때일수록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내가 가진 사랑의 체감온도를 높여 나보다 조금 더 힘들어 하는 우리 이웃을 위해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자신에게 한번 질문해 보았으면 한다. 지금 내 가슴속의 사랑의 체감온도는 몇도나 되는지. 올 한해동안 내 이웃의 아픔에 함께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남은 한해를 진정 보람있게 보낼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에서도 이웃사랑에 관해 매우 강조를 하고 있다. 이는 나와 우리가족에 대한 사랑과 함께 이웃을 사랑하고 실천을 하는 희생과 봉사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나눔을 통해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우리들 마음속에 사랑의 체감온도를 높이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상구 월드비전 경기지부장

천자춘추/성적과 자신감

미국사람들은 만나면 돈버는 이야기를 하고 한국사람들은 자녀교육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일전에 가까운 지인끼리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오고간 이야기다. 한 사람은 아들 학교에 갔다 왔는데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 아들이 고2 인데 이대로만 성적을 유지한다면 일류대학은 떼논 당상이니까 진학때까지 관리를 잘해달라고 오히려 선생님이 부탁을 하더라는 것이다. 하면서 아들 칭찬을 들은 부모의 심정이 이처럼 좋은 것인지 몰랐노라고 입이 다물어 지질않았다. 다른 한 사람은 딸이 고1 인데 이 친구도 그 날은 딸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기분이 상기되어 있었다. 평소 그 딸의 성적은 신통칠 않아서 자기도 별로 괘념치 않았다고 한다(속은 탔겠지만). 딸아이에게 어쩌다 성적이야기를 꺼내면 생긴대로 살테니 놔두세요라고 반항(?)까지 했던 아이였는데 중간시험을 앞두고 하루는 이런 제안을 했다. 이번 중간고사에서 자기가 10등을 하면 요즘 유행하는 비싼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하도 꿈같은 이야기라서 그러마고 덜컥 약속을 했다. 그러고는 며칠을 관심있게 지켜보니까 제법 열심히 하더라는 것이다. 드디어 시험을 보고 성적이 나왔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3등이었다. 요구하는 휴대전화 가격이 상당히 고가라서 좀 낮춰서 타협하고 휴대전화를 사주게 되었지만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치부하며 선생님을 만나 물어보니까 자기도 이렇게 단번에 치고 올라오는 경우는 교직 생활중 처음이고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란다.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고 그 딸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1등은 못해도 꾸준히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그런 점수와 성적을 한번 올리고는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후배의 딸이 우연치 않게 스스로 얻은 성적이지만 그것은 그 아이에게 일생 커다란 자극으로 작용할 것이다. 매사에 자신감이 있고 없고는 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성취한 사람의 자신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최근 입시철을 맞아 성적지상주의니 학벌지상주의니 말들이 많다. 그렇다고 회피할 수 있는 문제는 더욱 아니니 말이다. 그저 다그친다고 자녀들의 성적이 오를리 만무하다. 스스로 하고자하는 동기부여와 무엇보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골프황제 타이거우즈가 재미교포 골프신동 미셸위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한다. 프로에서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보다 쉬운 아마추어 무대에서 우승을 많이 해보라고 말이다. /오완석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천자춘추/아픈것도 허락 받아야 되는 엄마들

일전에 어느 대학교의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수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의 이야기라면서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부자나라라는 미국이라고 해서 모두가 잘사는 것은 아니어서 간혹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이동식 차량의 뒷부분을 떼어놓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4살짜리 정신지체장애아를 둔 어머니가 계셨는데, 당시 유학생이던 그 교수에게 부여된 숙제가 그 집 장애아이와 한나절을 놀아주는 것이어서 아이를 데리고 공원, 놀이동산 등을 데리고 다니면서 하루를 보내고 오후가 돼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자, 그 어머니가 하는 말씀이 출산 후 24시간 자녀를 돌보아야 하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반신목욕을 4년 만에 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더란 이야기였다. 얼마 전 수원에서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한 어머니가 암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입원해 있는 동안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서 입원을 미루고 있다가 결국은 인근 다른 도시에 있는 시설에 자녀를 입원기간동안 맡기기로 하고 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이렇듯 사람이 한 평생을 살다보면 사고나 질병으로 일정기간동안 병원에 입원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며칠씩 상가를 지켜야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런 경우 말고라도 어머니가 거의 24시간을 장애아에게 매달리다시피 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부부간의 문제나 부모와 비 장애형제, 자매와의 문제 등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 특히 어머니들에게는 일정기간 장애자녀와 떨어져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방법의 하나로 주·단기보호시설이란 제도가 있어 주간에 혹은 일정기간동안 장애인을 돌보아주는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숙박문제 때문에 대부분 주간보호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보호시설의 경우 항상 필요한 시설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시설이란 면에서 단기보호시설을 별도로 마련할 때 소요되는 예산, 운영비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기존에 있는 장애인생활시설에 방 하나 정도를 예비로 하거나, 시설정원에 예비인원을 두었다가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부모회장이랍시고 간혹 부모님들에게 되지도 않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만일 어디가 아프고 싶은 부모님들 계시면 부모회장의 허락을 받고 아프시라고. 결코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노석원 (사)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마음의 물구나무서기

나는 종종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혈액순환에 좋고 오장육부가 튼튼해진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자세를 보자. 두 다리는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고 단단한 두 팔은 온 힘을 다해 지구를 들고 있는 형상이다. 잠시동안이지만 나는 세상사람들과 정반대로 서있다. 내가 물구나무를 서는 진정한 이유는 어떠한 명제에도 구애받지 않고 나를 내 안에 가두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경계하고자 함이다. 균형감각! 일선에서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사람들이나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는 꼭 필요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보호관찰소에 오는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비행이 습성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어떤 부모는 자녀의 상습적인 가출과 절도행위를 견디다 못해 고아원에 위탁한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부모는 일상이 되어버린 빈곤에 허덕이며 자녀에 대한 양육의지를 아예 상실해 버리기도 한다. 학교 부적응으로 자퇴한 대상자를 복학 주선코자 보호관찰 직원이 학교에 방문하면 다른 학생들에게 미칠 악영향과 학부모들로부터의 거센 항의를 이유로 대상자의 복학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소년원과 교도소가 괜히 있는 것도 아닌데, 사회에 있어봤자 피해만 주는 사람들은 하루 빨리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고. 물론 소년원이나 교도소는 그 존재만으로도 범죄억제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유를 박탈당해본 후에야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가정에서 포기하고 학교에서 거부당하고 결국 수용시설에 보내진 청소년이 과연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까? 낙인이란 무섭다. 보이지 않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그들의 미래는 암담하다. 그들을 문제아로 낙인찍기 전, 단 한번이라도 마음의 물구나무를 서보자. 절망과 고독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그 청소년도 한때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를, 사랑받기를 원했으며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재범이라는 위험이 항상 따라다니는 그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기회를 주고 있는가? 오히려 문제 청소년이라는 편견과 낙인 속에 차가운 시선과 질책만을 주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모두가 마음의 물구나무서기가 필요한 때이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분모와 분자

얼마 전 두 번 외식을 하였다. 한 곳은 성형외과 영호남지역학회에 연사로 초청받은 어느 지방 도시의 한정식 집이었고, 또 한 곳은 제자들이 은사님을 모시고 간 서울의 한 호텔에서였다. 두 군데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음식이었다. 들어간 재료들을 눈여겨 보았는데 한 쪽은 그 지방의 특산물을 몇 종 선보였을 뿐 재료 자체가 비싼 것은 아니었다. 다른 쪽은 고급 생선회 등 내가 보기에도 좋은 품질의 재료를 사용하였다. 만들어 낸 음식이 똑같이 맛있다면 위의 두 식당의 요리사중 누가 더 유능한 요리사인지 생각하여 보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의 재료를 가지고 훌륭한 음식을 만든 요리사에게 더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우는 분수에서 ‘몫’은 ‘분모’를 ‘분자’로 나눈 것이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1은 1분의 1이다. 분자가 커지면 몫은 커지고, 반대로 분모가 커지면 몫은 작아지게 된다. 갑이라는 사람이 10억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10억원을 벌어 20억원이 되었다면 100%의 성장률을 보여 몫은 2가 된다 (2/1 = 2). 을이라는 이가 1억원을 가지고 10억원을 벌어 11억원이 되었다면 그의 (11/1 = 11) 몫은 11이 된다. 1000%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갑과 을중에서 누가 더 유능한 경영자인가? 둘 다 10억원을 벌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을이 훨씬 더 유능하다고 할 수 있다. 병이라는 사람은 좋은 집안에 태어나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정이라는 이는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고, 공부도 제대로 못하였다. 만약 병과 정이 사회에서, 공동체에서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 둘 중 누가 더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이가 50에 가까워지니 지나온 길도 돌아보게 되고 앞길도 생각하게 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교수가 되어 진료실에 앉아 환자를 맞고, 강단에 서서 후학을 가르치게 된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나에게 그러한 역할을 부여한 것이며 나는 나를 이렇게 만들어준 사회에 대하여 역할을 충실하게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미 분모가 충분히 커져 있는 나는 어떻게 하여야 나의 점수를 올릴 수 있을까? 분모가 큰 사람일수록 분자를 크게 올려야 점수가 유지된다. 진료실에서, 수술실에서, 연구실에서 시간을 아껴 쓰며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분자를 분모에 비례하여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본다. /황건 인하의대 성형외과

천자춘추/이미 중국에 졌다

2주전에 중국 산동성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경기도와 산동성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데 산동성 산하 사회과학원과 경기개발연구원도 자매결연을 맺어 공동과제를 연구하는 등 서로간의 협력관계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중국에 다녀 올 때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후진국으로 알았던 중국이었지만, 요즘은 양국간의 경제발전 게임에서 이미 우리가 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중국이 문화혁명을 뒤로하고 개혁개방에 나선지 불과 20년... 당시 흑묘백묘를 외치며 20년후 중국의 모습을 그린 경제발전계획의 내용을 보면서 나 역시 중국이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10년전 상해 푸동지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고층빌딩을 목격하고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후 광동성 심천을 보면서 북경의 왕푸징 거리를 보면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산동성 칭다오를 돌아보고는 이제 북경이나 상해뿐만 아니라 칭다오에도 졌구나 하는 좌절감을 안고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상해의 1인당 국민소득이 현재 5천불 수준, 북경이 3천500불 수준이란다. 딱 10년후인 2014년 상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금보다 다섯배가 늘어난 2만 5천불, 북경은 14년후인 2018년에 2만 5천불의 국민소득을 계획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10년후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얼마나 될까? 2만불을 넘을까 아니면 1만불에서 주저앉을까? 상해와 북경, 심천 등 중국의 주요도시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들 도시들과 유일하게 경쟁해 볼 수 있는 수도권은 무얼하고 있는 걸까. 국내적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며 행정수도를 이전하고 공공기관과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는 일에 몰두하며 수도권 규제는 지방이 발전하고 난 연후에 생각해 보자는 현 정부여당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진정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아는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칭다오에서 돌아오기 전 날, 피곤을 풀기위해 중국 사람들에게 발 마사지를 받았다. 이대로 가면 10년후엔 우리가 중국 사람들 발 마사지 해가며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천자춘추/분권화의 시작은 '신뢰'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 한토막. 친구는 90년대 중반,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면서 대형업체와의 경쟁을 피해 그들이 관심갖지 않는 중소기업용 전산화 프로그램을 개발, 조금씩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그런데 정부 산하기관에서 덜컥 중소기업용 전산화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소프트웨어란 것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저 한 번 개발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나 여건이 변화하기도 하고 혁신적인 기술이 생겨나는가 하면 경쟁회사가 보다 우수한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은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기관에서 용역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그런 기술개발이 더디게 마련이다. 지원용으로 보급되었던 그 소프트웨어는 얼마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도서관의 도서관리 프로그램도 비슷한 형편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한 업체에 맡겨 개발한 도서관전산화 프로그램 KOLAS II를 보급했는데 단 한차례의 성능개선이 있었을 뿐이고 각 도서관의 특수한 형편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확정된 계획은 없는 형편이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각 도서관이 개별적으로 개발업체와 유지보수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사실상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일개 업체의 독점시장을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사이버중앙도서관에서 개발한 도서관 전산화 프로그램은 훨씬 진보적 개념의 프로그램이지만 감사원 감사에서 중복투자로 지적을 받고 말았다. 결국 경쟁에 의해 보다 빠르게 우수한 성능의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진 것이다. 정부의 사업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원인이야 분명하다. 사업의 주체가 장기적인 안목 없이 당장의 성과만을 기대하기 때문이요,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역, 민간영역의 창조성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스스로 가치를 판단하고 시행하고 그에 따른 문제는 불가피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역과 민간영역의 창조적 가능성을 신뢰할 때만, 그것이 큰 정치적 사안 뿐 아니라 자그마한 사업 하나하나에 반영될 때까지 이르러야만 진정한 분권화가 가능해 지고 훨씬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표신중 기전문화대학 미디어팀장

천자춘추/김장은 내림솜씨로

올해는 배추 무가 풍년이란다. 김장철을 맞아 농산물 시장이 김장시장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늘상 친하게 지내는 교회 집사가 싱싱한 무를 준다고 해서 오솔길을 따라 가보니 바닷가 산자락에 파아란 카펫을 깔아놓은 듯 푸르름이 싱그럽다. 달덩이 같은 무들이 주인에게 고맙다고 야들야들한 잎새로 춤을 춘다. 잎새는 한겨울 된장국을 해먹으면 별미라 엮어달고 무는 싱건지를 담갔다. 해마다 김장때면 장독 가득 시어머니의 곱게 웃는 모습이 가득해 고인 되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음식 솜씨가 유난히 뛰어나신 시어머니는 고향이 이북이라 보쌈김치를 잘 담그셨다. 배추는 가죽이 얇고 속이 노란 것으로 골라 알맞게 절이고 속대만 3~4cm로 썰어 둔다. 무도 같은 길이로 썰어 새우젓, 굴, 생새우, 산낙지와 갖은 양념에 버무려 밥공기에 푸른 배추잎을 깔고 버무린 김치재료를 담아, 맨 위에 감, 석이버섯채, 잣, 실고추로 고명을 얹어 잎으로 잘싸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고 돌로 눌러둔다. 그리고 하나씩 식탁에 꺼내 놓으면 다른 반찬에 손이 가지않을 정도로 보기 좋고 먹기 좋은 영양만점이다. 김장김치는 한겨울의 반찬 고민, 영양부족 고민을 해결하고 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이라는 특별한 효소가 접목이 돼 추운 겨울철에도 맛과 정을 훈훈하게 나누어 준다. 장점으로는 첫째 강장 작용을 하는 향신료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키고, 둘째는 다양한 채소류와 향신채로 구성되어 있어 식이섬유질이 풍부해 변비를 예방한다. 셋째는 젖산발효를 거쳤기 때문에 살아있는 젖산균에 의한 정장 작용을 보장하며, 넷째는 풍부한 섬유질 변비예방 혈당조절 혈중지질조절과 각종 효소 및 비타민이 있어 체중조절과 미용효과가 뛰어나다. 다섯째는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각종 기능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 비만 고혈압 당뇨병 예방이 가능하고 항암성 물질이 풍부해 소화기계의 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이미 입증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의 김치는 과학적인 음식이다. 다른 해보다 김장거리가 풍성한 이 해에 소외돼 음지에 있는 이들에게 정성과 사랑을 접목한 솜씨를 전달하면 훈훈할 텐데…. 매년 각 시·군 여성단체협의회에서는 전경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 각 시설에 사랑의 손길을 전달하고 있어 보람이 크다. 어머니의 내림 김장솜씨를 익혀 자손들에게 전수함이 전통보전과 가족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지현숙 대한어머니회 도연합회장

천자춘추/연.기금 투자관리

연금과 기금의 여유자금에 대한 투자관리가 최근 회자되고 있다. 정부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총57개 연·기금의 여유자금 규모는 약 205조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00년 약 100조원이던 것이 2001년 120조, 2002년 150조, 2003년 190조원으로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연·기금의 내용을 보면 국민연금이 122조원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용보험기금도 8조5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금융상품은 국·공채 등 채권시장에 51%, 일반금융기관과 한국은행에 예치된 것이 각각 16%정도이며, 주식시장에는 겨우 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국민연금의 운용내용을 보면, 총128조원 중 90% 이상이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연·기금의 투자수익률은 낮을 수 밖에 없다. 투자(Investment)는 위험(Risk)과 수익률(Return)에 의해 결정된다. 대체로 위험이 적으면 수익률이 낮고, 위험이 크면 수익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위험을 다소 수반하더라도 고수익률을 원하고 있는 경향이 많다.(High Risk High Return) 연·기금 관리법상 주식투자가 가능한 것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한정되고 있다. 각 기금운용위원회는 투자손실에 따른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수익률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투자운영관리 규정을 만들어야 될 것이다. 연·기금의 투자관리 목표가 자산가치의 극대화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투자자산운용자는 자산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다소의 위험을 택해야 한다. 연·기금의 투자대상자산은 예금, 채권,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파생금융상품(선물, 옵션, 스왑) 등으로 까지 확대하여 투자대상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투자에 따른 수익성과 원금회수에 관한 안정성 그리고 사회 공익성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경기도의 경우, 기금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 최근에 통합기금관리조례를 제정하여, 여유자금의 수익성, 효율성 및 건전성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이해문 경기도의회 의원

천자춘추/사회의 주체가 되는 자원봉사 활동

우리에게 자원봉사라는 단어가 익숙해 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우리에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된 것은 지난 86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며 전국적으로 자원봉사자 모집에 대한 홍보를 TV, 라디오, 신문 등에 홍보를 하면서부터이다. 86아시안게임의 성공은 88서울올림픽으로 이어졌으며 그 절정은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이어져 전세계가 우리나라 자원봉사자의 활동상을 취재하기도 하였다. 특히 지난 1995년에 실시된 교육개혁에 의해 전국 중·고등학생의 자원봉사활동실시와 각 대학에서의 자원봉사활동 학점인정제 등으로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자원봉사는 국민들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실천적인 학문이며 일정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전국민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 의무이자 권리인 것이다. 지난달에는 서울역에서 장애로 인해 식사를 하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에게 직접 빵을 먹여주던 아가씨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천사라는 호칭을 써가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그 아가씨는 이러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모님께서 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되었다”고 한다. 자원봉사는 이렇게 주위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이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러한 자원봉사활동은 전세계적인 추세로 유엔총회에서는 2001년을 세계자원봉사자의 해로 정해 전세계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이러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자원봉사자의 부족을 항상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전국 각시도에 260개가 넘는 자원봉사센터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활성화가 되지 못하는 것은 전국적인 센터나 협의체를 구성하지 못해 자원봉사자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3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2004년도 자원봉사평가에서 대통령표창을 받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평가된다. 자원봉사 관련기관이나 단체와 자원봉사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좀 더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활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로 협력하고 고민할 때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고 정부 또한 2005년도부터 시행예정인 자원봉사활동에 관련된 법안을 제정함으로써 자원봉사활동에 물질적·정신적으로 큰 힘을 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은 모든 국민이 단순한 사회의 구성원이기보다는 사회의 주체가 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상구 월드비전 경기지부장

천자춘추/소중한 사람들을 위하여

“늘 우리가 먹다 남긴 찬밥을 배가 부를 때도 무리해서 모두 드셨으며 그런 후에는 오히려 소화가 안돼 신트림을 꺽꺽 하시곤 했었다.” “죽음이 어머니를 괴롭히듯 어머니는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다. 어머니는 비겁하게 자신의 죽음을 손바닥에 묻혀들고 전후 길거리에서 손에 흙칠을 하고 동냥을 조르던 양아치들처럼 우리를 겁주고 있는 것이다.” 최인호는 그의 소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통해 우리들 가슴속에 늘 함께 하는 그리움과 애틋함의 존재 ‘어머니’를 이렇게 그리고 있다. 발가벗은 어린아이를 씻기던 아련한 기억, 아이들이 남긴 찬밥을 배가 부르면서도 드시던 억척스런 모습,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모습까지 너무나 생생한 나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은 그리워서가 아니라 살아생전 어머니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슬픔에서였다고 작가가 얘기하듯이 어머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움, 애틋함으로만 함께 하시는 것이 아니라 늙어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육신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고통, 죽음이 주는 고통과 두려움을 함께 할 가족이 자신에게서 조금씩 멀어져 가면서 너무나도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가 된다. 그리고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늘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다수에 속할 수 없고 경제적 능력과 육신의 건강 그리고 문화적 차이 등으로 언제든지 소수가 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소중한 관계 속에서만 온전할 수 있는 잠재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어머니가 외로우셨음을 당신이 돌아가시고 십여 년이 지난 후에 자신이 외로운 존재가 되어서야 느낀 것과 같이 주위의 외로운 이웃과 동료들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삶에 쫓겨 넉넉함을 잃어버린 우리의 반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머니의 외로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느끼지 않고 애써 외면하고 있음에 대해. 정신적·육체적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수많은 외로운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였음에 대해. 2004년 갑신년도 저물어 간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이웃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는 따듯하고 넉넉한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 /오완석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천자춘추/판결전조사

근래 경기가 좋지 않아 생계형 범죄가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가 어려워 범죄를 하였다고 하면 일부 동정하는 마음에서 ‘경제가 어려운데 당연하지’ 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얼마나 일을 하기 싫으면 저런 범죄를 할까, 차라리 막노동이라도 해서 먹고 살지’ 등 여러 가지로 얘기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판단을 하는데는 자신의 경험적인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되며 범죄에 대하여 각자가 느끼는 정도와 판단 기준도 상이하다. 법원에서는 사람들이 범죄를 행하였을 때 죄질과 범행정도에 따라 엄격한 심리과정을 거쳐 법의 잣대로 각기 다른 판결을 한다. 그러나 갖가지 범죄행위에는 딱딱한 법적 잣대로 판단하기에는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사건의 진면목들이 많이 있다. 얼마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영철 사건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법원에서는 이례적으로 유영철의 재판 중 보호관찰소에 판결전조사를 의뢰하였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범죄사실만으로 알 수 없는 피고인의 또 다른 면을 파악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판결전조사란 피고인의 범죄사실 외에 성격, 성장과정 등 피고인을 둘러싼 각종 정보를 조사하여 판결에 활용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조사는 보호관찰의 집행현장에서도 개인의 조사자료를 활용하여 재범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범죄자가 건전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조력하고 사회를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보호관찰관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힘을 합칠때 가능할 것이다. 현재 판결전조사는 소년범에 한해 조사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최근에는 각 법원에서 성인범 위주로 조사를 의뢰하여 재판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는 입법적 불비로 현재의 추세를 감안하여 성인에 대해서도 법제화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혹자는 ‘법 집행 기관인 보호관찰소에서 조사를 행하고 있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 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의 모든 사항에 대하여 법집행기관에서 정확하게 조사하고 사회보호기능까지 완벽하게 대비하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판결전조사는 재판 과정에서 양형판단과 처우의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판결전조사 대상의 확대는 궁극적으로는 피고인의 인권신장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붕어빵 속에는 붕어가 없더라

지난 여름 한 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사회복지가 잘되어 있다는 캐나다를 방문하여 보름동안 사회복지관련 기관, 시설 등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연수출발에 앞서 서너 차례에 걸친 국내 사전연수를 통하여 캐나다에서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에 대해서 미리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을 통하여 복지선진국이라는 곳에 갈 경우 그 곳에서 규모가 크고 잘 꾸며진 시설을 기대하지 말라는 사전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 특히 그중 장애인복지 부문 같은 경우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시설을 별도로 하는 대신 지역사회 거의 모든 시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고,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한 시설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오히려 훨씬 잘되어 있다는 이야기였고 이러한 현상은 복지 후진국으로 갈수록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마다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복지관, 노인을 위한 노인복지관등이 별도로 설치되어 해당 지역 장애인이나 노인 등이 활용케 하고 있으며, 이러한 복지관설치 유무가 그 지역의 사회복지수준을 결정하는 척도로 까지 쓰여 지고 있다. 하지만 도시에 하나 내지 두개 있는, 그나마도 한정된 예산으로 여러 가지 욕구를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의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없이 땅값이 싼, 지역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복지관을 과연 그 지역의 얼마나 많은 장애인, 노인이 활용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는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 하겠다. 현재 수원지역에서는 장애인복지관이 아닌 청소년문화센터에 장애아동, 청소년을 위한 체육프로그램이나 수영강좌가 개설되어 많은 장애아동,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있고, 센터에서 운영하는 다른 프로그램에도 본인이 원할 경우 비용을 감면해주면서까지 이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해 주고 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이해하고 하나가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비장애인은 비장애인대로 각각의 장소가 아닌 각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우리 동네의 공동의 시설에서 각자 여건에 맞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로가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가 원하는 복지선진국의 모습이리라. 복지선진국이라는 캐나다에서 커다랗고 화려한 복지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었다. /노석원 (사)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생긴대로 살지 왜?

성형외과 의사인 내게 “생긴 대로 살지 왜 성형수술을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은 대부분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분들이다. 아프지도 않고, 기능적으로 지장이 없는 경우인데도 왜 성형수술을 할까? 동양적인 사고 방식으로 고증하여 본다. 맹자는 말하기를 “지금 가령 무명지가 구부러져 다시 펴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것이 아파서 일의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것을 펴지게 해주는 의사가 있다고 하면, 진(秦)이나 초(楚)같은 먼 나라라도 그 노고를 생각지 않고 찾아가 치료를 받을 것이다. 그것은 손가락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孟子曰, 今有無名之指 屈而不信. 非疾痛害也 如有能信之者. 則不遠泰楚之路. 爲指之不若人也) 손가락이 남과 다른 것은 싫어하면서도 마음이 남과 다른 것이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이야말로 대소경중의 비교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펴지지 않는 무명지’는 ‘방아쇠손가락’(trigger finger)으로 생각되며 2천여년전에 살던 사람들도 기능에는 별 장애가 없더라도 외형이 남과 다른 경우, 즉 정상 범주에 들지 않는 경우엔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서울 창신동에 살았는데 그때만 해도 골목길에는 입술갈림증(언청이, cleft lip)이 있는 아이들이 자주 눈에 띄었던 것이 기억난다. 요즘은 서울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수술을 하지 않고 입술이 갈라진 상태로 사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선천기형은 신생아 750명당 한명꼴로 발생하는 것이니 해마다 많은 수의 환자들이 새로 생기지만 생후 약 3개월에 입술성형술을 받고 그 뒤에도 입술의 흉터성형술 등을 받으니 이제 이런 환자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된 것이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때 생각해야 할 점은 생명을 구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것 이외에 환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높여주는 것이다. ‘삶의 질’에는 미용적인 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면도 포함된다. 특히 성형외과의사는 환자의 병이나 외모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헤아려야 한다. 외국에서는 성형외과의사를 ‘정신외과의사’(psychosurgeon)나 ‘수술하는 정신과의사’(psychiatrist with knief)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건 인하대병원 성형외과교수

천자춘추/600만명이 분당에 살수 있었는데

1989년 4월 27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서울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하여 분당과 일산에 500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일사철리로 그해 11월에 첫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고 5년도 안돼서 신도시가 완성되었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졸속행정, 졸속건설의 대표작이었다. 그런데, 10년전에 완성된 분당과 일산이 아직은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다. 경기도내 타지역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아파트 값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분당과 일산이 완성된 이후 10년. 그동안 경기도에 건설된 아파트가 몇 채나 될까? 자그만치 150만 채이다, 150만 채면, 분당에 아파트가 그렇게 많은 것 같아도 10만채에 불과하니, 그동안 경기도에 분당 15개의 아파트 물량이 공급되었다는 이야기다. 분당 15개가 어디있을까? 불행하게도 분당 15개는 용인, 남양주, 김포, 화성 등지의 산자락 논자락에 마구잡이로 퍼져 있다. 도로망, 철도망은 물론이고 학교 등 교육시설이나 변변한 직장, 그리고 문화적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아직도 난개발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만일 시계바늘을 10년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차피 늘어나는 주택수요에 맞춰 10년동안 경기도에 150만 채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면…. 왜 최소한 분당과 일산같은 도시, 아니 그보다 더 좋은 도시 15개를 만들지 못했을까? 나름대로 도로망과 철도망을 갖추고 널찍한 도시공원과 함께 학교도 잘 만들고 상업용, 업무용 빌딩도 많이 지어서 일자리도 만들고 호수공원이나 중앙공원과 같은 널찍한 시민들의 휴식처도 만들고…. 만일 그렇게만 했더라면 경기도민 1천만 명 중 600만 명이 분당보다 좋은 도시, 일산보다 좋은 도시에 살고 있을텐데. 어차피 할 걸, 왜 그렇게 못했을까? 두 가지 잘못된 생각이 있었다. 첫째로 대규모 신도시는 수도권을 과밀하게 만든다는 생각(수도권 과밀론자), 둘째로 대규모 신도시는 대규모 환경파괴라는 생각(환경론자) 때문이었다. 아파트는 지어야겠고, 이들 생각과 여론이 너무 거세다 보니 조그많게 토막 내어 분당 15개 분량의 아파트를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지은 것이다. 수도권의 과밀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행정수도 이전이나 공공기관 이전을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이 수도권 과밀론자와 환경론자들에 둘러싸여 수도권 난개발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10년후 다시는 이런 후회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텐데….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천자춘추/구색이 맞아야한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출근할 때, 밤샘 작업을 마치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세면을 하러 나오는 개발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에 예술가나 발명가와 같이 고도의 창의력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에 따라 컴퓨터가 3시간동안 처리해야 하던 일을 30분 만에 마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창의적인 발상, 알고리즘의 개발은 결코 상식적인 방법이나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에 골몰한 프로그래머들이 불규칙한 생활을 하거나 사소한 일상적인 측면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새로운 발상을 하는 것만으로 개발되지 않는다. 오히려 프로그램 상의 오류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래머의 사소한 오타(誤打), 착각으로 생기는 오류에서부터 사용자의 오작동까지를 예상해 바로잡는 이 과정은 지겨울 만큼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이다. 새로운 발상에 골몰하는 타입의 프로그래머들은 대개 이런 과정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이런 일에는 아이디어가 참신한 타입보다는 사려 깊고 참을성 있는 타입의 프로그래머들이 적합하다. 흔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들을 중시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것을 현실에서 가능하도록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하는 프로그래머들도 그 못지않게 소중하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항상 이 두 타입의 개발자들이 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조직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일에는 여러 요소가 있고 각각 그에 능한 사람들이 따로 있는 법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떤 면에서는 무능한 사람이 다른 면에는 매우 능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예전부터 어른들은 모든 일에 구색(具色)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요소가 조화로워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요 그를 위한 사람의 구성도 그러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표신중 경기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천자춘추/세계속의 우리 原電

경기시인협회 회장의 주선으로 늦가을의 새벽을 열고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발전소를 견학했다. 버스안에서 아름다운 경음악 선율에 회원들의 자작시 낭송으로 감미로움에 취해 있노라니 어느새 경주시 양남면에 도착, 발전소에 들어서니 그 규모가 놀라웠다. 대지 64만평에 1천900명 직원들이 연구활동에 몰입하는 발전소의 홍보전시관에 들르니 빨간 슈트를 입은 미인들이 상냥하면서도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1977년 5월 1호기 착공 후 월성 1, 2, 3, 4호기는 국내 유일 가압중수로형 발전소로 경수로보다 다기능 특징을 지녔음도 알았다. 연료는 천연 우라늄, 냉각재로는 증수를 사용하는데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설계하고 안전 설비를 갖췄다고 한다. 단 1시간이라도 없어서는 안될 필수 에너지이자 암을 치료하는 의학 방사능 문명의 으뜸인 전기가 생산되고 있는 현장을 체험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방사능하면 우리 생활에 위험요소로 착각했던 무지함을 깨우치고 공기나 물처럼 우리 생활의 필수 동반자임을 새롭게 인식했다. 우리 일행은 주 제어실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우주선의 조정실처럼 차마 근접하기 어려운 곳, 여기 근무하는 직원들은 조정 자격증 보유자로 24시간 교대 근무하는데 경수로 망은 4천500개중 16개를 매일 컴퓨터가 알아서 교환해 준다고 한다. 직원들의 마스크와 장갑, 소모품을 영구히 보관하는 폐기물 장소가 빨리 건립 되었으면 한다. 장소 선정도 과학자들이 안정성, 타당성을 조사해 선택 한다는데 여기 와보니 원전이 설치되는 마을은 도로포장 등 여러 가지 복지혜택을 많이 주고 있음을 알았다. 터빈실 원자로에서 연소되고 종료된 연료 저장소도 보고, 고기양식장을 견학했는데 대지 1천600평의 둥지 안에 광어, 넙치 등이 눈을 반짝이며 진한 비린내로 영역을 표시하고 있었다. 바닷물 끌어들여 쓰고 내보낸 물들에서 고기를 연도별로 기르는데 4년된 고기는 53㎝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세계 국민이 신뢰하는 최우수 원자력회사 창조라는 슬로건에 공감을 느끼면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를 사랑하고 절약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어느새 주황빛 일몰이 온 누리 가득 우리의 시야를 경이롭게 해줌에 시인들은 색 고운 가을 아름다운 언어들을 토함산에 띄웠다. /지현숙 대한어머니회 도연합회장

천자춘추/겨울을 준비하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에서 지난 100년간 전쟁이 없던 날이 단 14일밖에 없었다고 한다. 거의 1년 내내 지구촌 어디에선가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전쟁과 기근 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4초에 한 명, 하루에 2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어린이와는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가까운 우리 이웃에도 굶주림으로 인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매우 많다. 2004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식아동 숫자는 30만 5천명이라고 한다. 그중 1만 3천명이 절대빈곤가정의 아동으로 주위의 도움이 없을 경우 살아가기 어려운 상태라고 하며 경기도에도 끼니를 거르는 결식아동이 2천6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는 아동과 청소년을 흔히 ‘나라의 미래, 내일의 희망, 내일의 주인공’ 등 다양한 수식어를 사용해 표현한다.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고 주인공인 아동들이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외면한 채 내일의 희망과 미래를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세계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성경에는 반복해서 고아와 과부를 위한 보살핌은 의무이고 이 의무를 다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인 국제 NGO이며 구호단체이고 사회복지기관인 월드비전에서 실시하고 있는 많은 아동중심 사업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중 하나가 결식아동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 운영사업이다. 지난 2000년부터 성남시를 비롯한 전국 9개 지역의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에서 매일 1,700명 연 44만명의 결식아동들에게 저녁식사를 위해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학교를 통한 중식지원사업으로 점심식사는 대부분 해결되고 있으나 방과후 저녁시간은 거의 무방비상태이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아동들이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으나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도움의 손길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힘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겨울을 준비하며 긴긴밤 저녁을 거르고 힘없이 잠이드는 아이들을 찾아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상구 월드비전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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