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국세와 지방세 50:50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현재 약 80 대 20의 비율로 되어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국세와 지방세비율은 50 대 50으로 배분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방분권에 의한 지역발전을 위한 재정확보를 위하여 지방세의 비율을 높여 그 지역실정에 맞는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변화가 있어야 될 것으로 본다. 지방세의 재원조달을 위하여 국세와 지방세의 세원에 대하여 조세체계를 다시한번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32개 조세항목에 대한 국세와 지방세에 대한 내용을 재 검토하여 조세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최근 종합부동산세(가칭)에 대한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 되어 있어 만약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지방세인 부동산거래세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결국 지방세 세원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방정부는 현재의 지방세 세원이 줄어들지 않도록 노력할 뿐만 아니라 지방소비세와 같은 지방세를 신설하고, 지방재정확보를 위해 지방세가 체납되지 않고 조세저항없이 잘 징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를 다해 세입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될 것이다. 국세의 비중을 줄이고 선진국같이 지방세 비중을 높여 세금을 많이 부담한 주민이 세금의 혜택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중국 상해시(上海市)는 포동지구를 개발할 때 막대한 필요투자재원을 확보하면서 외국의 자본뿐만 아니라 상해시 국세부분의 상당부분을 지방세로 전환하여 SOC투자재원을 확보하여 투자함으로써 큰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우리 경기도는 지금 투자해야 될 SOC분야가 많다. 2005년도에는 금년보다 세입재원축소가 예상되어 긴축재정의 예산편성이 이루어질 것 같다. SOC투자가 계속될 수 있도록 세원발굴과 더불어 지방세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50 대 50 으로 세제체계의 변화 기대되며, 아울러 확보된 재정이 투명하고 효율적이고 건전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성과중심예산편성과 회계감사시스템의 메커니즘이 철저히 재고되어야 될 것으로 사료된다. /이해문 경기도의회 의원

천자춘추/度外視와 問題視

‘도외시(度外視)’라는 말은 후한의 시조 광무제가 천하를 평정함에 있어서 중원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지역을 차지하고 단지 두 곳만을 남겨 놓았을 때 중신들이 이 두 곳의 토벌에 대해 “이미 중원은 평정(平定)되었으니 이제 그들은 ‘문제시할 것 없소’(度外視)”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우리는 흔히 ‘그 일은 도외시 합시다’라는 말을 곧잘 한다.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을 처리하거나, 그 일의 대부분을 해결했을 경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가욋것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렀다. 꽤 많은 사람이 찾는 식당이라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려 안내를 받아 테이블을 배정받아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동석했던 분과 함께 눈에 띄는 메뉴를 주문하고 나서 한참 동안 대화가 오갔다. 어느 쯤엔가 우리보다 늦게 주문한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중 일부는 벌써 식사를 끝나가는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30분이 지났다. 혹시나 해서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주문이 누락되었다는 것. 처음 주문을 받았던 종업원이 바로 뛰어 나오더니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신속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에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식사를 하는 중에 주문 실수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주스를 서비스한다며 깍듯이 절하고 거듭 사과하는 것이었다. 이왕 사과하는 바에야 눈에 띈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몇가지 충고했다. 곧이어 정장을 한 관리자가 나오더니 책임자로서 사과하고 시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계속해 관심을 보였다. 그것을 보면서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종업원들이 잘못을 즉시 인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며 손님의 말을 귀담아 듣고 책임자가 나서서 이를 성의껏 응대하는 모습이 매우 진지했다. 이는 상당히 훈련된 영업수완이고 시스템이라고 여겨졌다. 비록 손님의 지적이 사소한 것일지 모르나 이를 도외시하게 된다면 이 음식점은 다시 찾지 않게 될 것이고 종업원의 태도가 누적되어 그 음식점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고객중심경영이 강조되는 현재 기업의 경영환경에서 이러한 고객의 지적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비록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음식점과 같은 곳에서도 경영자와 근로자의 소중한 가치라고 여겨졌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바로 문제시될 것을 도외시하다가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르는 경우이다. 비록 종업원의 실수가 있었지만 그 음식점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성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오 완 석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천자춘추/질(質) 보다 양(量)?

나이 오십을 바라다보는 오랜 친구들끼리의 장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한 친구가 요즘 들어 부쩍 흰머리가 많이 나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핀잔을 주면서 하는 말 “그래도 너는 나보다 훨씬 낫다. 나는 요즘 머리카락이 너무 빠져서 고민이야. 아무리 질을 따진다 해도 일단은 어느 정도 양이 채워진 다음에 할 수 있는 소리 아니야? ”하는 소리에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수원지역의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과 함께 다른 지역에 있는 특수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함께 간 상당수 부모들이 초등학교 과정의 자녀를 두고있는 사람들이기에 상급학교 진학을 결정할 때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참석한 부모들 대부분의 관심과 질문은 자녀들의 고등학교 졸업후 진로에 대한 부분에 모여 있었고, 학교현장에서 우리 자녀들의 진로를 담당하는 선생님을 통하여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일반직장은 거의 불가능하고 복지관이나 보호작업 시설에서 직업활동을 하거나, 아니면 다시 집에서만 생활하는 상황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수원의 경우만 해도 매년 50~60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다. 하지만 이들이 일할 수 있는 복지관이나 보호작업장 등의 수가 워낙 모자라다보니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하든지, 복지관 등에서 일을 하더라도 그 다음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후배를 위하여 1~2년, 길어야 3년 후에는 그나마 일하던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결과 상대적으로 오랜 훈련기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한 가지 일에 대해서도 숙련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장애인들은 고등학교 과정이상을 졸업한 후에는 그동안의 교육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만 보호작업장 등에서 일을 하는 장애인의 경우 일한 결과에 대한 보답으로 월 2만~3만원이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 반면 보호작업장 등에 매월 출퇴근 비용, 점심값 등을 포함해 매월 20만원 정도를 납부해야하는 실정이고 보면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면 장애인을 자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씁쓸한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런 저런 걸 가릴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일단은 이런 작업시설이라도 많았으면 싶다. 질은 그 다음 문제다. /노석원 (사)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보호관찰소가 교통대학?

바야흐로 가을 단풍철이라 주말마다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넘치고 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건설교통부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차량등록대수가 지난 8월말 현재로 1천400만대이고 승용차만도 1천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인구 3명당 한 대 꼴로 자동차가 보급되어 1가구 1차량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다. 이렇듯 자동차의 양적인 증가는 선진국 수준에 진입한 것 같으나 자동차 문화와 교통의식은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모든 국민이 교통문화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될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수원보호관찰소에서는 각종 교통사범들에 대하여 준법운전강의 수강명령을 집행하고 있는데, 올해 집행인원만 벌써 800명에 이를 정도로 그 대상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 수강명령 대상자중 80% 이상이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교통사고, 뺑소니 등으로 인한 준법운전 수강명령대상자이고 또 그중 70% 이상이 음주운전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이러한 대상자들에게 교통문화의 향상과 준법운전의식 고취, 음주운전의 심각성 등에 중점을 두고 5일 동안 40시간과정의 수강명령을 집행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준법운전과 관련하여 이렇게 40시간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곳은 보호관찰소가 유일하다. 가히 교통대학(?)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수강명령을 집행하면서 유감스러운 것은 가끔 음주무면허운전으로 인하여 수강명령을 받은 사람이 보호관찰소에 교육을 받으러 오면서까지 무면허로 운전을 하고 온다는 사실이다. 적발이 되면 당연히 집행유예가 취소되어 형을 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배짱좋게 보호관찰소 앞마당까지 무면허로 운전을 하여 구속되는 사례를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까. 아무리 좋은 내용의 교육을 하여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교통의식의 변화를 수용하려는 자세가 되어있지 않으면 교통대학(?)이라 한들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변화와 개혁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변화란 단순히 과거의 습관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습관대신에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생각을 바꾸어 남을 배려하고 양보운전을 하면 교통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외과의사와 곡예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가 된다. 전문의사가 되려면 인턴수련 후 전문 과목을 선택하여 4년간 전공의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이때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은 내과를 할 지, 외과를 할 지, 병리학 등 지원과목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선배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각과 의사의 한계를 나타낸 말이 있다. “내과의사는 아는 것은 좀 있는데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외과의사는 아는 것은 없는데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좀 있다. 병리의사는 모든 것을 알지만 이미 늦었다.” 외과의사가 외과를 선택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수술을 통하여 환자에게 무엇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선택하였을 것이며 나도 그러하다.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서커스의 인기가 매우 좋았다. 그 동안 인기가 시들하더니 남북교류의 일환으로 북한의 기예단이 방문하고는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다. 기억나는 여러 묘기 중에도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공중그네타기로 천장에 매달린 그네를 잡고 공중에서 몇 번 회전하여 반대쪽 그네에 있는 동료의 팔에 매달렸다가 다시 자신의 그네에 매달려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한치의 오차만 있어도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그런 아슬아슬함이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고, 성공하여 손을 흔드는 곡예사에게 힘찬 박수 갈채를 보내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화려한 의상과 조명과 박수갈채 뒤에는, 뼈를 깎는 연습이 있었으며, 공연중에 실수하는 경우에는 추락하여 밑의 그물에 매달려 관객의 조소와 야유를 받는 경우도 있으며, 그물 밖으로 떨어지는 경우 불구가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성형외과의사는 진료실에서 수술전에 환자와 가족을 만날 때에, 그들에게 자신이 기형 및 추형에서 구해줄 의사로서, 인간 이상의 존재로 비쳐지게 된다. 수술실에서는 마취되어 소독되어 있는 환자에게 다가갈 때 전공의, 소독간호사 모두 인사를 하고 수술등이 켜진다. 긴 수련의 기간을 거치고 준비를 아무리 완벽에 가깝도록 하여도, 모든 수술에서 만족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수술의 결과가 좋을 때에는 환자, 보호자에게서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네에서 떨어진 곡예사와 같이 비참한 심정이 되는 것이다. 내가 서커스 구경을 가게 되면 혹시 실수하여 그네에서 떨어진 곡예사에게 야유 대신 격려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가 다시 그네에 올라 마침내 성공하면 더 큰 환호와 박수를 보낼 것이다. /황건 인하대병원 성형외과교수

천자춘추/경기분도론에 대하여

그 동안 전국을 논쟁의 장으로 달구었던 행정수도이전 문제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수면하에 침잠케 되었다지만, 지역내 불만과 지역간 갈등 등 일단의 불씨는 아직도 소멸되지 않고 있다. 대선 공약으로 물꼬를 튼 행정수도이전 문제는 주민여론의 기반하에서 먼저 이와같은 욕구를 분출시켰다기 보다는 정치권에서 역여론 결집용 발상에서 기인하였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얼마전 전국 요식업자들이 ‘솥단지’를 내던지며 “제발 먹고살게 하는 데 나라가 도와 주었으면” 하는 절규에 가까운 부르짓음이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더구나 내수 경기의 대표적 지표인 서비스업생산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였고 나라의 빚이 올해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서고 2008년에는 최고 30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암울한 미래를 보며 무엇을 생각해야 되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시행착오와 위기를 통하여 새로운 교훈과 각오를 다지기는 커녕, 수백년간 하나의 뿌리로서 역사적 실체성을 간직하고 있는 경기도를 쪼개자는 경기분도론을 다시금 들고 나오는 일부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서 분노에 앞서 서글픔이 교차하고 있는 것은 왜 일까. 행정수도이전으로 불거진 지역간 대립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제는 경기도민들간의 지역간 싸움을 부채질하려고 하는가. 어려운 나라의 살림살이와 한푼이라도 아껴쓰고자 아등바등하는 선하고 침묵하는 많은 경기도민들에게 이번에는 또 무슨 상처를 안겨 주고자 아까운 시간과 머리를 싸매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바야흐로 지금 세계는 대규모화되고 광역화되는 지역블록화를 무기로 국가경쟁력을 키우는데 골몰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창출을 위해서 ‘산업의 클러스터’와 ‘정보 및 자원의 네트워킹’체제가 강조되고 있고, 규모의 경제원리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최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역혁신전략은 대도시권간의 경쟁이 국가발전을 좌우하는 21세기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도의 분리 움직임은 현실을 망각한 무책임한 주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주민의 아픔과 애환을 함께 할 수 있으며 지역발전과 국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진정한 지향점을 찾아가는데 함께 에너지 모으기를 다시한번 촉구한다.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천자춘추/컴퓨터를 싸게 사는 법

예전에는 아는 사람들로부터 컴퓨터 구입에 대한 문의를 받는 일이 많았다. 대부분은 컴퓨터를 싸게 사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는데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가격을 깎는 것 보다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컴퓨터를 더 싸게 사는 방법이라고 일러주곤 했다. 아무리 싸게 사도 컴퓨터로 게임만 한다면 비싼 게임기요, 글만 쓴다면 비싼 타자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한 작가가 덜컥 예산의 두 배에 가까운 컴퓨터를 구매하고 말았다. 공연히 부추겼다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컴퓨터 값을 다 뽑았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나 내가 오히려 놀랐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자료 수집에 품과 시간이 많이 들었었는데 씨디롬에서 찾은 자료를 대형화면에 여럿 열어놓고 집필을 하니 손쉬울 뿐 아니라 글도 훨씬 풍성해 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 덕분에 컴퓨터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책상 위의 비싼 컴퓨터가 제 값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왕 산 컴퓨터, 본전을 몇 배로 찾는 법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가 권하는 것은 공공도서관의 전자책서비스이다. 세계에서 제일 싼 편이라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책값도 꽤 부담스러워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또 일부러 도서관에 가는 일도 마음 같지 않다. 그런 분들에게 딱 맞는 게 전자책이다. 우리 경기도의 공공도서관들은 대부분 활발하게 전자책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종이책을 다 전자책으로 만들지도 않고 비디오처럼 출판된 후 조금은 지나야 전자책으로 만들기 때문에 최근 신문에 소개된 책을 전자책으로 보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종이책 중에서 엄선하기 때문에 전자책은 대부분 양서(良書)라고 할 수 있고 의외의 책도 많이 있다. 잠시 틈을 내 여러분의 시, 군 도서관 홈페이지를 찾아보시기 바란다. 아직 전자책 서비스를 하지 않는 도서관도 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경기도 사이버중앙도서관은 경기도 공공도서관의 회원이면 누구나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책에서 얻는 지식과 기쁨은 컴퓨터 값 정도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이번 주에는 전자책으로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흥미로운 체험을 해보시기 바란다. /표신중 경기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천자춘추/내장산의 신비

산세 수려한 내장산 국립공원의 내장사를 문화유적답사차 다녀왔다. 어머니 치마폭 속 같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봉우리들이 탐스런 여인의 젖가슴처럼 역동감 넘치는데 감나무가 가지마다 감을 잔뜩 달고 윤기 흐르는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는 모습이 고향 뜰 유년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산 안에 감추어진 것이 무궁무진 하다해서 붙여진 내장산을 여러차례 방문했는데 이번엔 문화유적의 진수를 만끽했다. 고승들의 사리와 유해들을 모신 부도전은 16좌의 부도와 6기의 탑비가 세월의 상흔을 보듬은 채 침묵하고 있었다. 또한 임진왜란때 태조 영정과 왕조실록을 강화도에서 내장산에 있는 용굴암이란 곳에 피난시켜 보전해 기념비를 세운 곳이 이곳에 있었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때 영은대사가 50여동의 대가람을 세우고 영은사라 했다가 여러차례 불이나 주지 다천이 중건하고 내장사라 칭했으며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사찰을 복원했다. 속세를 잊고 깨달음의 일념으로 들어선다는 내장사 일주문을 지나니 경내에는 대웅전, 명부전, 극락전이 부처님 사리를 모신 3층탑의 조화로움에 어울려 순례자들의 합장예불을 받고 있었다. 절 주위엔 12폭 동양화 병풍이 펼쳐진 것처럼 산세가 무척이나 아름답고, 기암괴석들이 절을 내려다보며 중생들에게 겸손을 배우라고 침묵으로 얘기하는 듯 했다. 해우소라는 푯말을 따라 나와 보니 원적골 계곡 물소리가 길손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백팔번뇌 상징으로 심었다는 백팔그루의 단풍터널에 매료돼 추억을 담는 모습은 너무나 정겨웠고, 영상관에서 내장산의 사계를 보며 빼어난 절경에 가슴이 두근거리며 번뇌가 사라지는 듯 했다. 푸르른 신록과 여름 계곡 따라 명주실 풀어놓은 듯 아름다운 폭포수들, 초록에 지쳐 붉게 탄 산등성이 그리고 빼어난 설경 등 계절마다 절경을 자랑했다. 잘 정돈된 전시관의 민가는 조상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생동감 있게 재현돼 어린 자녀들에게 견학시키면 시청각 학습자료로 훌륭하겠다 생각했다. 내장산의 식물자원은 760종인데 15%가 비자나무로 1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구암사에 있는 은행나무는 높이 30m, 둘레 5m로 광복절과 6·25전후 1개월간 벌이 우는 소리로 울었다 한다. 구암사는 병화로 소실이 많았지만 신비의 은행나무는 지금까지 건재해 그 역사를 말해준다.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다녀온 내장산과 그 안의 문화유적답사는 가을날 자연에 대한 감사와 행복감을 맛보게 했다. /지현숙 대한어머니회 경기지회장

천자춘추/나누는 사랑이 내일의 희망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 해 동안 먹고 버리는 음식물쓰레기가 하루에 1만 2천t, 1년에 410만t이 넘어간다고 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15조원에 달한다. 이러한 음식물쓰레기가 넘쳐나는 이면에는 하루하루의 끼니를 걱정하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월드비전에서는 국내외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되는 전쟁, 가뭄, 홍수 등으로 굶주림과 영양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금캠페인을 통해 그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전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유치원생, 초·중·고등학생, 일반인, 기업체 등 다양한 계층에서 참여하고 있다. 그중 가장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은 바로 어린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전해주는 사랑의 손길이다.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의 정성어린 마음에서 배고프고 아픈 친구들을 위해서 써달라고 성금과 편지를 보내올 때면 다시 한 번 모아진 사랑나눔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 또한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한학급 한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통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한학급에서 한 달에 2만원을 모아 에티오피아 등 최빈국의 아동들이 학교교육을 받고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5월말 실시한 성남시자원봉사박람회에서 오산의 모 정보고등학교 학생의 사례발표가 있었는데 취업으로 인해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캠페인에 한동안 참여할 수 없었던 학생은 몇 달후 학교졸업여행을 떠나는 날 그동안 내지 못했던 에티오피아에 있는 동생의 생활비라고 하면서 동전이 가득 든 저금통을 담임선생님께 전달하였고,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잊지 않고 뒤늦게나마 성금을 전달해준 학생이 너무도 대견해서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사랑을 나누는 것은 값비싼 선물이나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그 친구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가까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실천은 전세계 모든 국가를 파트너로 여기는 지구촌 시민의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서로가 책임을 다하고 협조할때 시티즌십이 발휘되는 것이고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나누는 사랑이 내일의 희망이며 국가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것이다./이상구 월드비전 경기지부장

천자춘추/2005년도 성과중심 예산제도 도입

2004년도 벌써 11월에 접어들어 이제 금년도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2005년도를 준비하는 예산담당 부서에서는 요즘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기업은 기업회계기준에 의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효율적인 예산관리를 위해 관리회계측면에서 사업예산편성을 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방재정법에 근거하여 예산회계제도에 의해 단체장에게 부여된 예산편성권을 통하여 사업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경기도는 그동안 준비해온 성과중심 예산제도를 도입하여 2005년도 예산편성지침으로 성과중심예산을 편성하고 있어 재정효율성과 건전성이 기대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보다 긴축된 재정자원으로 사업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나 성과를 중심으로한 예산을 편성하고 결산하는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더욱 짜임새 있고 효율적인 예산집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2006년부터 실시되는 발생주의에 의한 복식회계제도 도입으로 준비중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회계기준 공개초안이 2004년 5월 발표되었으며 1차시범운영기관으로 서울 강남구와 부천시가 선정되어 시범운영중에 있으며 금년 2차 시범운영기관으로 선정된 대전광역시와 전라북도가 광역단체 시범운영기관으로 운영중에 있으며 기초단체 5곳(전주시, 정읍시, 대전서구, 무주시, 순창군)도 시범운영기관으로 운영중에 있다. 2006년부터 전면 실시예정인 발생주의·복식 부기회계제도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요망된다. 특히 경기도의회가 그동안 주장해온 성과중심예산제도가 2005년 예산편성부터 경기도가 실시하기로 하고 지금 그에 따른 예산편성지침을 마련하여 예산편성 작업중에 있다. 따라서 경기도 의회도 달라진 성과중심예산심의와 결산기법 등을 더욱 연구해야 될 것이다. 아울러 경기도가 출자·출연한 기관들에 대한 재무회계 시스템도 점검하여 성과중심예산회계제도가 도입되어 재무효율성과 건전화로 경영성과를 기대해본다. /이해문 경기도의회 의원

천자춘추/상생(相生)과 공생(共生)

얼마전 현대 해체주의 철학의 거목 자크 데리다 교수가 운명을 달리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며 애도의 뜻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00여년 전통의 서양 철학을 해체하자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즉 지금까지의 서유럽 전통적 형이상학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그 사상의 축이 되었던 것을 모두 상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사상을 구축하려 하였다. 이러한 절대적 근간의 상대화는 역지사지의 사고 방식과 그 맥을 같이 하여, 자타(自他)를 구분하는 서양식 이분법으로는 삶을 규명할 수 없다고 하면서 동양식 상생을 강조하게 된다. 상생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오행설(五行說)에서 金은 水를, 水는 木을, 木은 火를, 火는 土를, 土는 金을 낳게 하는 것, 또는 그 관계를 뜻한다. 의역하면 함께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것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생은 생물학적 공생의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치아청소와 먹이해결이라는 이익을 교환하는 악어와 악어새나, 피신처 확보와 먹이 유인이라는 이익을 교환하는 흰동가리와 말미잘의 경우처럼 서로의 이익을 교환하며 살아가는 것을 공생이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상생은 공생의 이러한 산술적인 이익계산의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 공생이 상호간의 직접적·단기적인 이익이 전제되어야 하는 관계라면, 상생의 이익은 장기적·거시적·고차원적이다. 예로 협동, 자립, 자유, 평등, 분권, 비폭력 등은 인류 행복이란 상생의 이익을 위해 지켜야 할 덕목이다. 상생의 원리는 관용, 양보, 포용의 미덕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자타의 철저한 구분은 상생의 이익을 구현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데리다 교수의 상생 철학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단기적·직접적인 이익에 치우쳐 편가르기가 심각한 상극(相剋)현상이 빚기 때문이다. 편가르기의 종류도 지역간, 빈부간, 세대간, 보혁(保革)간 등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수한 우리 국민이 파충류나 어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생의 이익에 집착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선조들이 피로써 지켜낸 이 땅의 자유와 독립, 우리들이 지켜낸 이 땅의 민주, 전통을 기반으로 한 지금 우리의 문화…. 이 모든 것들이 한국 사회에 녹아 있다. 어느 편이든 서로의 주장이 국가적 이익에 근거를 둔다고 하면 그 이익은 한국 사회라는 시스템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돌려줄 것으로 믿는다.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밥을 남겨놓는 상생의 미덕이 아쉬울 따름이다. /오완석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천자춘추/사랑과 전문성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들에게 가장 기뻤던 시기를 들라면 그 중에는 아마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취학통지서를 받았을 때라는 대답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기뻐야할 시기에 남모를 고민에 빠지는 부모들이 바로 특수교육대상 학생, 즉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일 것이다. 그 때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조기교실, 어린이집, 유치원과정을 거쳐 온 경우라 할지라도 제 나이에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을 경우 많이 약해 보인다든지, 아니면 1년만 더 조기특수교육을 시키면 초등학교에 가서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입학을 1년 유예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년 유예기간을 거쳐 더는 초등학교 입학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돼서도 자녀를 특수학교에 입학시켜야 할지, 특수학급이 설치된 일반학교에 입학시켜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자녀들을 학교에 입학 시켰을 때 이들을 맞이해주시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특수교육을 전공하신 선생님인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보다 효율적인 특수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이들 일선 교사들을 지도해주시는 지역교육청 장학사의 경우 경기도교육청 관할 약 25곳 지역교육청 가운데 불과 3~4개 지역교육청에만 특수교육을 전공하신 분이 배치되어 있다. 나머지 지역은 대개 60시간 정도의 특수교육연수를 받으신 초등교육전공자들로 배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고등학교특수학급과 특수학교를 직접 관할하고 있는 도교육청의 경우 역시 고등학교과정과 특수학교의 성격상 직업교육이 주를 이루어야하는 상황에서 초등교육과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하신 장학관, 장학사에 의해 특수교육업무가 이루어짐에 따라 효율적인 장학지도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장애학생을 교육 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이 교육대상자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비록 장애를 가진 학생일지라도, 아니 장애를 가진 학생이니만큼 더욱 특별한 교육적 필요를 가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해 이들을 위한 교육을 특수교육이라고 명명한 만큼 이제는 사랑과 더불어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각급 교육청에 배치가 되어 일선학교의 특수교육을 전공하신 교사들에게 효율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시간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 /노석원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회한의 눈물

‘소’와 ‘사자’가 있었다. 둘은 죽도록 사랑하여 마침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둘은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소가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풀을 날마다 사자에 대접했고, 사자는 싫었지만 참았다. 사자도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살코기를 날마다 소에 대접했고, 소도 괴로웠지만 참았다. 그러나 참을성은 한계가 있었다. 소와 사자는 다투기 시작하였고 끝내 헤어지고 말았다.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한 말, “난 최선을 다했어”였다. 세상에는 소와 사자처럼 사는 부부들이 많다.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하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급기야는 심한 폭언과 폭력행위까지 하게 되고, 결국 법의 처벌을 받아 가정폭력사범으로 수강명령을 받고서 보호관찰소에 오게 되는 이들이 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사범들이 수강명령 프로그램 집행 초기에는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배우자(피해자)를 원망하고, 자신은 잘못이 결코 없는데 억울하게 처벌받고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강한 저항감을 갖고서 출발한다. 그러나 교육 중반기로 접어들게 되면서 자신들의 폭력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특히 사이코드라마를 통하여 자신들의 폭력행동에 대하여 깊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흘리는 눈물과 독백 속에는 배우자를 향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진심어린 반성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자신에게서 가장 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술’이라고 하면서, 만취상태에서 배우자에게 거친 폭력을 행사하였고 그로 인하여 가정이 병들고 깨지게 되었노라고 이후 어떤 상황에서도 단주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또 아내의 임종을 5분 앞둔 가상의 상황에서 아내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는 연출자의 말에 “여보, 정말 죽을 죄를 졌어. 용서해 줘”라고 목놓아 우는 대상자를 보면서 아직 늦지 않았음을, 이제라도 이들의 부부관계가 새로 시작될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소’가 ‘소’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사자’가 ‘사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 그들의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니라 혼자 사는 무인도가 될 것이다. 즉 소의 세상, 사자의 세상일 뿐이다. 나 위주로 생각하는 최선, 상대를 못 보는 최선, 그 최선은 최선일수록 최악을 낳고 말 것이다. 조금이라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최선이 진정한 ‘最善’이 아닐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점점 삭막해져 가는 세상속에서도 우리가정을 지키는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누구든지 바라는 일이다. 요즈음 들어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음식에도, 집에도 이른바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이 따라붙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음식을 통하여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는데, 먹는 음식이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지방(fat)이 많이 함유된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혈압, 심장병 등의 이환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건강 식품이 인기가 있고, 무공해 건강식품은 일반 식품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더 잘 팔린다고 한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 중에 건강식품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좋은 물(水)이다. 음식은 별로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어도 별 문제가 없으나 물은 가려 먹어야 한다. 오염된 물은 건강에 해롭다.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산 좋고 물 좋은 금수강산으로 아직도 맑은 물을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깨끗한 물보다 건강에 더 필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맑은 공기(空氣)이다. 물은 정수 시켜서 마실 수 있으나, 공기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유독가스에 오염된 공기는 각종 병을 일으킨다. 서울에는 오존 농도를 표시하는 표지판이 등장한 지 오래다. 이러한 점에서 백담사 아래 용대리나 지리산 밑에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제까지 건강에는 음식보다 물이, 물보다 공기가 중요하다고 하였으나, 공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이것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인데 그것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이다.(平和) 무공해 음식을 먹고 생수만 마시고 깨끗한 공기로만 숨쉬더라도 마음의 평화가 없으면 병에 걸리기 쉽고 일찍 죽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기독교에서는 하나님께 ‘참 평화’를 주시기를 갈망하고 기도한다. 불교에서는 과욕을 버리고 사소한 일에 노여워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필자는 우리가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내 속 편하게 사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이라 하겠다. /황건 인하대병원 교수

천자춘추/수도권이 사는 길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일단락되었다. 국가의 기본질서로서 헌법적 성격을 갖는 수도이전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에 공감을 한다. 사실 수도이전 문제를 경기도가 반대해 온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여당이 수도권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마치 중앙정부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면 수도권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도시권은 심각한 도시문제를 안고 있다. 중앙정부가 있는 동경권이나 중앙정부가 없는 뉴욕권이나 교통, 환경 등 도시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어떠한 도시정책을 펴면 도시문제가 완화될 수 있느냐이다. 외국의 경우도 공히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대도시권을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프랑스의 파리권, 영국의 런던권, 일본의 동경권도 우리에 못지 않는 대도시권 억제정책을 펴 왔다. 결과는 실패였다. 도시의 성장이나 인구의 유입은 억제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교통, 환경 등 도시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갔다. 특히 80년대 부터는 국제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억제정책을 펴 왔던 대도시권들의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쇠퇴해 갔다. 그래서 정책의 방향을 선회하였다. 종전의 성장 ‘억제’ 정책에서 성장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말이다. 거스를 수 없는 막강한 市場의 힘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 보다는 이것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도권은 어떠했는가? 지난 30년간 지속적인 ‘억제’정책을 펼쳐 왔지만 인구와 산업의 집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제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단순한 억제정책을 포기하고 적극적인 ‘관리’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통, 환경, 교육, 산업 등 제반 도시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다.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규제’로 이어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계획’으로 이어진다.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규제’보다 ‘계획’이 더욱 효과적이다.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를 드는 것 보다 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천자춘추/도서관에 가자

지난 10월 14일부터 3일 동안 부산에서 ‘지방분권과 자율의 시대를 선도하는 도서관’이란 주제로 도서관대회가 열렸다. 금년에는 규모도 커졌을 뿐 아니라 세미나장마다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내용도 알차서 도서관이 전과 다르게 활성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 관계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의 불명예를 벗어나기에는 아직 그 발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 수는 471개로 도서관 당 인구 10만 3천명, 일인당 장서 0.7권인데 비해 도서관 수가 800개인 덴마크는 도서관 당 인구는 7천명, 일인당 장서 6.12권으로 아예 비교 대상이 되지 않고, 일본은 공공도서관 수 2천681개에 도서관 당 인구 4만7천명이고 일인당 장서는 약 2.4권에 달한다. 우리나라 도서관의 역사가 일본 식민지 하에서 시작되었다는 점, 한국전쟁으로 나날의 생활이 힘들만큼 나라가 피폐해졌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오늘 도서관이 다른 부문에 비해 낙후되었다고 할 만큼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선진국이 경제적 성장을 이룬 후에 도서관을 지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제에 선행하는 투자로 여기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지식인 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발전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우리 스스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 도서관의 처지는 사실상 우리 사회 교양의 수준을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지금 우리 국민은 몹시도 책을 읽지 않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사회지도층도 책을 도외시하기는 마찬가지다. 180만권의 장서와 첨단시설을 자랑하는 국회도서관을 이용하는 국회의원은 하루 평균 8명 정도라고 한다. 행정부처의 행정자료실도 이용률이 낮기는 마찬가지이다.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해 본 사람이 적으니 도서관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도서관 정책에 관심 또한 낮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도서관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글을 통해 읽는 것 보다는 일단 도서관에 가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통계를 보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인들은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기대를 넘는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책 읽는 기쁨을 누리면서 보다 나은 도서관을 위해 힘을 모으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경기도사이버중앙도서관의 도메인은 www.golibrary.go.kr이다. /표신중 기전문화대학 미디어팀장

천자춘추/국정원에서의 하루

경기여협 회장단 40명이 국가정보원 경기지부를 방문했다. 방문하기 전에는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곳, 일반 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금단의 문으로 생각했으나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친절하게 환대해주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경직된 마음들이 용해되는 포근함을 느꼈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같이 인자한 모습의 국정원장의 환영사, “세인들은 우리를 뿔 달리고 험상궂은 인상을 지닌 사람으로 취급하는데 어떠세요 괜찮죠” 하는 유머에 우리는 긍정적인 화답의 박수를 보냈다. 평생을 대공 업무에 몸 바쳤다는 말씀과 조리있게 국정원의 하는 일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 저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안심하고 편안히 살 수 있었구나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국정원은 과거엔 닫힌 문이었으나 참여정부 출범후 변화와 개혁의 차원에서 많은 단체들이 방문해 안보와 테러 예방교육을 받고 간다고 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안보상황과 무한경제의 국제환경 속에서 국정원이 하는 일은 실로 다양했다. 군사·외교 관련 정보수집, 국제범죄와 테러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수집, 능동적인 해외정보활동과 고급 경제정보 수집, 국내산업 기밀보호활동 등 모든 정책 수반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속의 전문 정보기관으로 손색이 없구나 생각했다. 국가를 번영으로 이끄는 힘은 정확한 정보에서 나온다고 한다. 자고나면 수 많은 사건과 사고, 테러와 전쟁의 위기 속에 살고있는 우리의 현실 속에 국민의 사회갈등과 반목을 미연에 방지해 화합과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한 흔적들을 곳곳에서 인지할 수 있었다. 특히 테러 방지 VTR을 보면서 2001년 9월11일 알카에다조직이 항공기를 납치해 미국 세계무역센터를 폭파한 테러사건은 아프칸전과 이라크 전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도 이라크에 재건사단과 자이툰 부대를 파견한 나라로 테러경고 위협을 받고있는 시점에서 언제 어떤 형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사전 예방하는 일이 최선책이다. 예방수칙을 보면 방문, 체류지역에 대한 테러발생 가능성 확인과 행동과 복장 등이 유별나지 않도록 할 것 등이다. 몇 가지 수칙을 알고 실천한다면 테러에서 자유롭고 우리 모두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청자빛 하늘이 고운 청명한 가을날에 유익한 정보를 가득 얻고, 지인들과 이웃들에게 다같이 예방하고 잘 살길을 전달하리라는 생각에 가슴 뿌듯한 하루였다./지현숙 대한어머니회 경기지회장

천자춘추/웰빙으로 아름다운 결실을

웰빙(Well being)의 사전적인 의미는 ‘안녕, 복지, 복리, 행복’이다. 그러나 웰빙의 의미를 단순히 나 또는 우리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이기적인 이해와 그들만이 더 나은 문화생활을 하는 것으로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사회문화적 왜곡현상들이 심하고 계층간의 갈등 또한 우려된다. 웰빙의 참 의미는 나 혼자, 우리 가족만을 위한 행복, 복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롯해 우리주변의 이웃들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민 모두가 잘 사는 사회복지의 최종적 목적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사회복지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웰빙의 참 뜻을 실현할 수 있으며 삶의 질 자체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사회복지에의 참여를 모르거나 매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복지참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다양한 경로의 참여경로가 있고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고 일컫는다. 또한 자원봉사의 계절이기도 하다. 각 신문사, 지방자치단체, 자원봉사센터 등에서는 푸짐한 상품을 내걸고 자원봉사활동 응모를 하고 그 내용을 신문, 방송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기도 한다. 물론 많은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독려하고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 스스로 대가없이 자원봉사활동에 임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기준은 단순한 국민소득 뿐 아니라 시민들의 자원봉사활동 참여, 후원금 납부, 시민들의 행복만족도 등 다양한 항목이 있다. 가족이 함께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해 우리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을 위해 노력하고, 기업이 나서서 지역사회를 위해 힘쓰고, 정부에서는 시민들의 사회복지에의 참여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되게 적극 지원해야 한다. 참여정부란 특정 공무원, 소수계층만의 참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시민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항상 열린 정부, 투명한 정부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봉사활동으로, 후원자(기부자)로, 시민단체 회원으로서 등 다양한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웰빙이고 들판의 곡식이 익어가는 이 가을날에 아름답고 풍성한 결실을 거두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상구 월드비전 경기지부장

천자춘추/기업투자 활성화

경제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중에서도 기업은 생산중심의 경제주체라고 할 수 있으며 경제객체인 재화(Goods)와 용역(services)의 생산과 판매에 있어 기업투자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돕기 위해 감사원이 투자에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번 해외순방중 기업투자에 관해 관심을 갖고 기업들의 투자애로 사항을 적극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기업들이 요구한 각종 투자활성화에 따른 건의사항들이 신속하게 잘 처리되길 바라면서 기업투자환경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업이 투자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과 비용을 예측하고 이익(Profit) 실현을 하기 위하여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 집단(Interest Group)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할 책임이 경영자와 기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투자환경조성은 기업내적 면도 있지만 기업외적 환경조성도 오늘날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기업투자에 애로사항이 무엇인가를 파악하여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치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기업을 성실히 잘 하는 사람은 국가적으로 애국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외국인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유치를 위해 도지사를 비롯한 관계공무원들이 전심전력하여 금년에도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손학규 도지사의 해외투자유치활동은 우리 경기도의 큰 비전을 주고 있다. 평택외국인전용단지조성을 비롯한 해외투자공장유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파주 LG필립스 LCD공장건립은 현재 계획대로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도 SOC관련투자확대를 위한 계획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확정하여 국가 전체적인 종합적 마스터 플랜을 작성해 투자할 계획으로 있어 큰 기대가 되고 있다. 기업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이해문 경기도의원

천자춘추/제도와 일하는 사람

우리 민족의 설화 중 홍수는 악덕응징으로 등장한다. 한 스님이 부처님 공양을 위해 동냥하는데 부잣집 주인이 쪽박을 깨고 말똥을 부어 내쫓은 횡포가 있은 후 난데없이 홍수가 나 기와집이 소(沼)가 된다. 또한 조선 태종때 큰 비바람으로 나무뿌리가 뽑히는 등 천재지변이 발생하자 백성의 원한인지 혹은 대신의 잘못인지, 임금의 실덕인지를 밤새워 가려 자성하고 겸허하게 대처하곤 했다. 이렇듯 우리조상은 천재지변과 인사의 상관관계를 중요시 하였으며 이런 자연관 때문인지 큰일을 당하고 나면 악정이나 실정요인이 사라지고 민원이 해소되곤 했다. 그러나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개발(開發)이라는 단어가 생긴이후 자연 앞에 선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돈과 지위와 권위를 더 가지려는 소유욕구(To have)와 맞물려 이기주의가 되고 말았다. 물론 어느 철학자가 역설하듯이 인생을 보다 즐기고 보람과 뜻을 추구하는 존재욕구(To be)를 주장하면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를 살아가는 이로서 얼빠진 놈이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을게 뻔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국가라는 큰 틀 안에서 지켜야 할 제도가 있다. 그 제도는 우리들이 만들어낸 준수해야 할 필수사항이고 우리가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이고 자연이다. 또한 그 제도를 꾸준히 유지·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제도를 실행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제도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호되어야 하고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작금의 실태는 심각한 개인 또는 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제도가 무시당하고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협박당하고 매도당하고 있다. 우리민족은 선한 자연관과 더불어 이웃과의 사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옛말에 먼 데 사는 형제는 팔촌이요, 가까이 사는 이웃은 사촌이란 말이 있다. 또한 이웃을 가르는 우리의 담은 그것을 존중하는 심리적 경계에 불과했을 뿐, 오고갈 것은 모두 오갔던 담이었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집값은 백냥이고, 이웃 값은 천냥’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사는 조그마한 지역에서 지역간 도로연결 저지나 인근 건축물의 건축 방해, 나아가 환경 등 공익관련시설의 설치조차 방해하는 각박한 현실을 볼 때, 오고 갈 것은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값진 이웃사이가 되고 제도 안에서 큰 것을 인정하고 작은 것은 관용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분위기가 아쉬운 현실이다. /오완석 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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