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을 바라다보는 오랜 친구들끼리의 장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한 친구가 요즘 들어 부쩍 흰머리가 많이 나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핀잔을 주면서 하는 말 “그래도 너는 나보다 훨씬 낫다. 나는 요즘 머리카락이 너무 빠져서 고민이야. 아무리 질을 따진다 해도 일단은 어느 정도 양이 채워진 다음에 할 수 있는 소리 아니야? ”하는 소리에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수원지역의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과 함께 다른 지역에 있는 특수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함께 간 상당수 부모들이 초등학교 과정의 자녀를 두고있는 사람들이기에 상급학교 진학을 결정할 때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참석한 부모들 대부분의 관심과 질문은 자녀들의 고등학교 졸업후 진로에 대한 부분에 모여 있었고, 학교현장에서 우리 자녀들의 진로를 담당하는 선생님을 통하여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일반직장은 거의 불가능하고 복지관이나 보호작업 시설에서 직업활동을 하거나, 아니면 다시 집에서만 생활하는 상황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수원의 경우만 해도 매년 50~60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다. 하지만 이들이 일할 수 있는 복지관이나 보호작업장 등의 수가 워낙 모자라다보니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하든지, 복지관 등에서 일을 하더라도 그 다음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후배를 위하여 1~2년, 길어야 3년 후에는 그나마 일하던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결과 상대적으로 오랜 훈련기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한 가지 일에 대해서도 숙련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장애인들은 고등학교 과정이상을 졸업한 후에는 그동안의 교육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만 보호작업장 등에서 일을 하는 장애인의 경우 일한 결과에 대한 보답으로 월 2만~3만원이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 반면 보호작업장 등에 매월 출퇴근 비용, 점심값 등을 포함해 매월 20만원 정도를 납부해야하는 실정이고 보면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면 장애인을 자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씁쓸한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런 저런 걸 가릴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일단은 이런 작업시설이라도 많았으면 싶다. 질은 그 다음 문제다.
/노석원 (사)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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