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화두로 떠오른 챗GPT 등 ‘AI’의 실용적 활용법 담은 책 두 권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가 이슈다. 시대 화두로 떠오른 생성형 AI가 내놓는 결과물에 감탄하며 많은 이들이 AI의 활용법에 주목하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AI. 그러나 아직은 생소한 이들을 위해 AI의 실용적 활용법을 담은 책 두 권을 모아봤다. ■ AI 이후의 세계 (윌북 刊) ‘인사 담당 AI가 승진에서 나를 탈락시켰다면 수용할 수 있을까?’ ‘안보 전문 AI가 적국을 타격하라고 한다면 대통령은 따라야 할까?’ 이 책은 AI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현실을 일깨우며, 답을 제시한다. 정치·경제·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 3명이 4년간 AI를 탐구했다. 미국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밋, MIT 슈워츠먼컴퓨팅대학의 초대 학장 대니얼 허튼로커가 AI를 주제로 논의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AI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질문을 몇 가지 제시하고 답을 찾아간다. 다만 AI시대에도 ‘인간성’은 무의미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중요한 정책이나 법을 집행할 때는 ‘인간’이 결정하고 감독할 때만 그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설명한다. 책은 인공지능을 어디까지 믿고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를 짚는다. ■ 챗GPT 거대한 전환 (알에이치코리아 刊) 챗GPT는 어떻게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을까? 이 책은 챗GPT와 그 배경 기술인 생성형 AI에 대한 개념서로 일컬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에 열광하는 이유를 사례로 제시하며 알려준다. 특히 이 책은 생성형 AI를 둘러싼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을 비롯해 새롭게 등장한 유니콘 기업 등 50개의 AI 서비스를 전격 분석했다. AI 분야의 현직 전문가인 김수민, 백선환 두 저자는 생성형 AI를 두고 벌어지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쟁 구도를와 이를 통해 AI가 바꿔 나갈 산업과 시장의 미래를 분석했다. 이들은 구글 검색이 정복하지 못한 시장으로 한국, 중국, 러시아 등 3개국을 꼽았다. 저자는 한국 AI 기업들에 오징어게임, BTS로 대변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생성형 AI 서비스를 접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손남태 시집 ‘끊임없이 사랑하라 마음의 별이 지기 전에’ 출간

남다른 고향 사랑을 읊은 손남태 시인의 시집 ‘끊임없이 사랑하라 마음의 별이 지기 전에’가 출간됐다. 안성에서 자라 농협 안성시지부장을 역임한 그는 그동안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그대에게 무엇을 주고 싶다’, ‘숨겨든 그리움이 너를 사랑하는 이유가 된다’ 등 6권의 시집을 통해 안성지역에 대한 자연, 고향애 등을 노래해왔다. 이번 시집 역시 시인의 남다른 지역 사랑으로 마주한 사물들을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게 음미했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삶의 이면을 노래한 1부 ‘수줍은 사랑’과 2부 ‘뜨거운 열정’에서는 애써 기뻐하고 힘들여 웃다 보면 지친 삶도 미소가 된다는 시인의 온기 가득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3부 ‘조용한 사색’에서는 알밤·단풍·억새·갈대 등 자연의 변화와 계절의 흐름을 담았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시인의 감수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4부 ‘아쉬운 마음’에는 중년의 시인이 느끼는 인생의 정과 한을 다정한 언어로 표현했다. 5부 ‘개미의 향수’는 고향 연작시로, 안성의 역사와 문화·호수·대표 농축산물 등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땅위를 줄지어 가는 / 개미떼나 / 비행기 여행 다니는 / 사람들이나 / 해지면 / 돌아갈 곳은 / 하늘땅 아래 / 작은 집 (개미) 개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에필로그 형식의 자화상 연작시 ‘개미’도 마지막까지 독자들이 시집에서 손을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 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소박한 태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편안한 시집이다. 시편마다 깔리 이 같은 서정성은 시인의 삶의 궤적과도 맞닿아 있다. 손 시인은 농협에 입사해 농민신문 기자 등을 지낸 뒤 현재 농협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 PEN클럽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인생 후반전’ 노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제시하는 책 두 권

‘100세시대’, ‘뉴노멀 중년’. 저출생 고령화 사회로 급변하면서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건강하고 활기찬 100세 시대를 위해 인생 후반전을 재설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선 재무설계·대인관계 뿐 아니라 노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도 필요하다. 노년기를 ‘성장’과 ‘발달’이 존재하는 시기로 정의한 책 두 권을 모아봤다. ■ 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한스미디어 刊 ) “나이 든다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 아닌 성장한다는 것” 이 책의 저자인 미국 노인정신의학 전문의 마크 아그로닌 박사는 노년을 이같이 정의한다. 우리 몸과 뇌는 나이가 들면 기능이 약해지고 퇴보하지만, 전체적인 기능은 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체의 어떤 부분은 오히려 개선된다는 것이다. 아그로닌 박사는 노년에 생기는 장점으로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을 꼽는다. 저자는 인간의 두뇌가 비축분을 만들면서 새로운 능력인 ‘지혜’를 키우고, 젊을 때보다 충동적인 감정을 잘 다스리고 스트레스에 노련하게 대처하면서 ‘회복탄력성’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전에 없던 통찰력이 생겨 ‘창의성’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한 환자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해답을 찾게끔 만든다.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메이븐 刊 )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재미있게 살아라” 30년간 의사,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 치열하게 살아가던 저자가 어느날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정신 분석 전문의로 일해 온 김혜남 작가는 의무와 책임감에 치여 모든 역할을 잘해내려 애쓰다가 즐거움들을 놓쳐 버렸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대학병원에 남지 못했을 때, 병원을 개원한지 1년이 채 안돼 병에 걸렸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책을 쓰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한다. ‘마음에 지진이 일어나는 마흔’에 세월에 맞서기보다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등을 이야기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일러준다. 

박상천 시인…아내 위해 쓴 시집 ‘그녀를 그리다’ 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

아내와 함께한 30년, 그 이후 딸과 함께 지낸 10년이 모인 40년의 기록이 한 권의 시집이 됐다. 세상을 떠난 아내는 어느 시인의 곁에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했지만, 흔적으로만 느껴지는 아내는 그에게 상실감 뒤에 찾아오는 짙은 어둠을 안겨줬다. 그는 아내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시를 썼고, 그의 마음은 아내뿐 아니라 세상에도 전달됐다. 지난 11일 편운문학상운영위원회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시인과 시집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의 정채원 시인을 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편운문학상은 한국 현대시의 거목인 편운 조병화 시인이 1990년 제정한 상으로 1991년부터 올해까지 33회에 걸쳐 한국 시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시인과 평론가에게 수여해왔다. 아내를 떠올리며 쓴 시집 ‘그녀를 그리다’를 통해 이번 상을 받게 된 박상천 시인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담긴 시집이 많은 이들의 마음과 공명할 수 있어 벅차오른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 시인은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로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 등 많은 업무로 인해 시집을 많이 출간할 수 없던 환경이 이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년 이후 시간이 확보되자 처음으로 낸 시집이 바로 아내를 생각하면서 쓴 ‘그녀를 그리다’였다”면서 “많은 분들이 이 시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하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상까지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시집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집 속에 ‘슬프다’, ‘외롭다’와 같이 감정이 직접 발화되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 시로서 자리매김하려면 이런 자세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슬프다고 해서 슬프다고 쓰면 그건 시가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의 시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서 건져 올린 추억과의 접점을 응시하는 과정 속에서 담백하고 절제된 묘사로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의 굴곡을 만들어낸다. 박상천 시인은 “아내가 가 있는 그곳은 편지를 부칠 수도 없고 전화 통화도 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이 시들 만큼은 아내에게 가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싸우며 10년, 친구로 20년을 함께 지내면서 항상 내게 관대했던 아내에게 이번 수상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제33회 편운문학상 시상식은 20일 오전 11시 안성시 양성면 조병화문학관(관장 조진형)에서 개최된다.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스승들의 이야기 담은 책 두 권

언젠가 삶의 막다른 골목에 직면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그 때마다 눈앞에 조건 없이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있었다. 인생의 나침반을 자처한 그들을 우리는 ‘스승’이라고 부른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누군가의 험난한 인생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교육자들의 노고가 담긴 책을 골라 봤다.  ■ 딸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마음…청소년 시집 ‘핑크는 여기서 시작된다’ 교편을 잡은 현직 교사이자 두 딸의 엄마는 자신의 품을 거쳐갔던 아이들을 향해 진솔한 내면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었다. 2015년 ‘현대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최설 시인의 첫 시집 ‘핑크는 여기서 시작된다’가 지난달 14일 발간됐다. 서울 휘경여자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최 시인이 그간 자신과 소통했던 수천명의 여자 학생들과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지은 시집이다. 최 시인은 학생들과 한발짝 더 가까워지기 위해 혼돈의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행간 구석구석 녹여냈다. 시집 속을 들여다 보면 아이들을 향한 저자의 따스하고 애정어린 마음이 엿보인다. 청소년들이 주로 쓰는 언어들이나 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을 시집 속으로 끌고 온 저자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표현을 빚어냈다는 점에서 소통의 가교가 된다. 이 책을 집어 들게 될 청소년뿐 아니라 중학생 딸을 둔 부모와 교육자들 역시 책을 통해 공감과 오해로 얽혀 있는 관계의 딜레마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아이도 스승도 함께 마음을 내어주는’…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 “세상은 우리를 교사라고 부르지 않을 지 몰라도, 우리도 선생님입니다.” 지난 1월 출간된 ‘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돌봄과 교육 사이’에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따스한 품을 기꺼이 내어주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돌봄 공동체를 찾는 아이들의 시험 점수를 올려주는 교육이 아닌, 인생살이의 교훈을 가슴 속에 스며들게 도와주는 삶의 동반자들이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이곳에선 모두가 평등하게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유일한 공동육아협동조합 ‘도토리마을방과후’. 이곳에 모여든 아이들은 학교에서 만날 수 없는 또다른 ‘선생님’과 함께 호흡한다. 책은 육아와 돌봄 사이, 학교와 학원 사이, 교사와 양육자 사이 그 어딘가의 중간 지대를 맴돌 수밖에 없는 마을 방과후 교사 박민영, 손요한, 한은혜, 박상민씨의 진솔한 고백록이다. 이들은 학교 바깥의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지내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정성스럽게 담아낸다.  책에 깃든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그들을 면밀히 따라간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공동 연출한 박홍열·황다은 감독 역시  이곳에 아이들을 맡겼던 경험을 살려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박 감독은 “영화 속엔 선생님들의 속내를 일부러 담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돌봄이라는 개념을 넘어, 함께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든 책”이라고 말했다.

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오늘의 세리머니 [신간소개]

■ 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북인어박스 刊) 밤 하늘은 왜 어두울까. 빛과 어둠을 둘러싼 우주에서 가장 우아하고 지적인 논쟁이 담겼다. 저자 아메데오 발비는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며 우주의 구조가 평면임을 확인한 이탈리아 최고의 천체물리학자다.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둘러싼 신비와 논쟁을 추적해 책에 담았다. ‘우주는 대부분 비어있고 어둡다. 우리 인간종은, 중간 크기의 별 주위를 도는 작고 습한 암석으로 적절한 환경적 조건을 갖춘 흔치 않은 섬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본문 ‘확장된 시선’ 중). 등 우주와 인간의 섭리를 아름답게 풀어낸 저자의 지적인 문장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해 국내에 출간된 저자의 ‘마지막 지평선’은 우주를 둘러싼 현대 물리학 최전선에서 오가는 흥미로운 공방을 담아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오늘의 세리머니(위즈덤하우스 刊) 여성과 퀴어의 삶을 그려온 조우리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은 도시 하주시에서 일하는 벽장 레즈비언 공무원 도선미와 신규 레즈비언 공무원 이가경. 이들은 정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한다. 이후 어쩌다 보니 혼인신고를 마친 레즈비언은 101쌍에 이르고, 하주시는 단숨에 주목받는 도시가 된다.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선보이는 작은 승리를 위한 상상력을 담은 책이다. 대한민국도 지난해 가족관계등록 전산 시스템이 바뀌면서 동성 부부 간에도 혼인신고가 가능하다. 이후 절차에서 불수리 처리되지만, 이 기록은 10년 간 남는다. 이들이 꿈 꾸는 작은 승리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까. 

'야생의 땅', '김호연의 작업실' [신간소개]

■ 존 뮤어 '야생의 땅' 미국 자연보호운동가 존 뮤어(John Muir, 1838~1914)의 수필집 ‘야생의 땅’(디자인이음 刊)이 국내에 출간됐다. 존 뮤어는 스코틀랜드계 미국인으로 환경보호가이자 수필가이다. 세계적 규모의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의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존 뮤어의 삶의 목적은 대자연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경이로운 자연을 보호하는 운동에 뛰어들었고 빙하와 강, 깊은 숲과 새로운 땅을 탐험하며 섬세하고 예리한 묘사가 돋보이는 글을 남겼다. 책에는 그의 자연에 대한 광활한 여정과 생생한 자연의 생명력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 김호연 ‘김호연의 작업실’ 지난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 김호연이 낱낱이 공개한 자신의 소설 작업기다. 에세이로 풀어낸 ‘김호연의 작업실’(서랍의 날씨 刊)은 ‘김호연의 사적인 소설 작업 일지’란 부제처럼 장편소설 여섯 편을 쓴 경험을 공유한다. 밀리어셀러 작가가 밝히는 창작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창작을 하려면 집필 모드로 전환되는 작업실, 글을 쓰는 일상의 규칙인 루틴, 작품 구상에 도움이 되는 산책, 글쓰기 근력을 키워주는 독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작품 아이템과 제목을 찾고 플롯과 캐릭터를 만드는 노하우, 집필 과정의 태도와 마음가짐까지 사적인 소설일지가 세밀하게 쓰여있다. “소설을 쓰는 당신을 상상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루틴과 자세, 공간과 시간에 대한 내 모든 노하우를 모아보았다”라는 에필로그에서 알 수 있듯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김호연의 생각과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왜, 지금 중국을 바로 응시해야 하는가?’…신냉전 구도에 휘말려든 한국 위한 지침서 두 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 한국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향후 벌어질 신냉전 구도에 한국이 어떤 지위로 휘말리게 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등 국빈 방문 일정을 위해 미국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다. 중국은 해당 일정 가운데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진행했던 미의회 연설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은 전근대 이전 한국과 가장 많은 교류를 주고받던 국가였지만, 산업혁명 이후 세계를 휘어잡던 유럽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패권국에 올라선 미국 등 세계질서의 재편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오랜 기간 이어왔던 관계에 균열이 간 상황이다. 오랜 협력 관계였던 미국과의 관계를 곱씹어보는 것만큼 중요한 건, 좋든 싫든 언제나 한국과 긴밀한 관계였던 중국을 다시 분석하고 뜯어보는 작업이다. 혼돈의 시대 속 중국을 바라보는 두 권의 책을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해보자.  먼저 지난달 발간된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에서 저자 위엔위엔 앙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중국 사회로 침투한 부패한 단면들이 어떻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었는지 분석하면서 중국을 직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 속엔 중국이 개혁 개방 이후 어떻게 초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 녹아 있다. 저자는 책에서 중국의 발전 과정을 19세기 말 미국의 환경과 비교해 불평등, 재력가와 결탁한 부패 정치 세력 등의 요소를 짚어보면서 중국이라는 국가의 작동 원리를 구현해내고자 한다. 특히 이 책은 중국의 과거를 거쳐 현재를 지나 미래까지 내다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생각의 단초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8월 출간됐던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도 최근 한중 관계를 둘러싼 기류 변화에 힘입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저자 한청훤 작가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중국이 왜 저렇게 결정하고 행동하는지,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이 하는 행동과 발언의 배경과 원인에 어떤 요소가 반영됐는지 파악하는 일이 오늘의 중국을 바라보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작가는 시진핑을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짚어가며 중국의 리스크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전제로 책을 구성했다. 그는 현재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중국 관련 도서와 비교했을 때 이 책이 두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첫째, 중국을 다루는 데 있어 최대한 다각도로, 총체적으로 다루려는 시선이 녹아있다는 점이다. 책은 가장 첨예하게 부각되는 정치와 외교뿐 아니라,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 시점 한·중간 충돌하는 지점들을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과거의 역사 맥락을 짚어내면서 현 상황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에도 힘썼다. 둘째로 중국을 바라보는 데 있어 객관적이고 편향을 배제한 시선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진보와 보수, 중국위기론과 중국대망론 등으로 갈라진 논점처럼 어느 한쪽만 다루지 않았다. 한 작가는 “지난 세월 동안 중국과 한국이 잘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이 힘을 키우기 위해 자신들의 의지를 억누르고 미국이 만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이제는 그런 시기가 지나고 중국이 예전 중국의 위상과 존재감을 되찾으려고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한다. 많은 국제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향후 5년을 동아시아 정세에 매우 위험한 시기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 문제를 매몰되는 이슈로만 대응할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조가 무예로 펼친 새 세상…'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사도세자라는 정치적 약점이 있었던 정조는 무예로 새로운 조선을 꿈꿨다. 무술을 연마하고, 단단히 해 백성들을 지키려는 자세에서 백성을 위한 군주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무사이자 무예인문학자인 최형국이 최근 펴낸 ‘무예로 조선을 꿈꾸다’(인물과 사상사 刊)는 무예로 ‘새로운 조선’을 꿈꿨던 정치 철학과 리더십, 무예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24기를 29년간 수련한 인물이다. 정조가 남긴 조선 최후의 모예서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무예도보통지’를 공부의 중심에 새겼다. 또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지식과 움직임을 몸 철학으로 풀어냈다. 무예를 수련하면서 생겨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역사를 공부했다. 2015년부터 수원시립공연단에서 상임연출을 맡으며 무예24기 시범상설 공연 등을 보여왔다. 2021년부터는 후대가 더 쉽게 무예에 다가서고, 일반 시민과 함께 나누고자 무예24기 전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무예가 기술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당대 사람들의 몸의 문학, 몸을 통해 보는 인문학적 가치를 현대인들에게 알리고자 무예 인문학 강의 등도 진행 중이다.  그는 열네 번째 저서인 ‘무예로 조선을 꿈꾸다’를 통해 정조가 무예를 통해 강인한 조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검선처럼 간결하게 풀어냈다.  이전에는 전문가 등을 위한 학술적인 서적을 썼다면, 이번엔 대중들이 무예와 정조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 그 안에 담은 콘텐츠도 방대하다. 1장 정조의 정치 읽기, 2장 무예도보통지를 만든 사람들 , 3장 무예도보통지 속 무예 이야기로 주제를 나눠 무예24기에 숨겨진 내용뿐만 아니라 정조의 정치 철학, 당대 생활 등을 전문적이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저자는 끊임없이 정조 시대를 불러 내고, 현대인에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가 무예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조는 아버지가 사도세자라는 출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자신만의 정치 철학을 구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그 중 무예는 가장 중요한 국정 철학이자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조 시대가 맞닥뜨렸던 극심한 가뭄과 외세의 침탈, 전쟁, 이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품었던 강조했던 철학이 무예였던 것이다.  저자는 “무예24기에 담은 그 내용이 ‘실학’의 본질”이라고도 밝혔다. “국방력 강화와 무예의 우수성을 정리해 무예24기에 담아낸 그 내용이 그 내용 자체가 백성을 지키기 위한 위민의 철학, 즉 조선후기 실학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어 “현대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세계 각국서 수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도 치른 상황이다. 세계가 대립하고 그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본질을 잃는 경우가 많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고 지나가는 것들이 무엇인지, 당시 정조의 철학을 통해 지금을 살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무예에 깃든 철학과 정신수양은 물론 무사 백동수 등 당시 무예인들의 이야기와 책에 삽입된 관련 사진과 그림 등이 글의 흥미를 더한다. 

단순하고 직설적인 표현...김어진 시집 ‘그러니까 너야’ [신간소개]

단순하고 직설적인 표현. 자신의 솔직함을 무기로 시 작업을 하는 김어진 시인의 시집 ‘그러니까 너야’(리토피아포에이지 刊)가 지난달 30일 출간됐다. 김어진 시인은 ‘달 보드레 나르샤’, ‘옳지, 봄’, ‘붉은 수염의 침대에서 자다’ 등의 작품 활동을 해왔으며, 아라작품상, 리토피아문학상을 수상했다. 5부로 나뉜 ‘그러니까 너야’ 시집에서는 김 시인만의 직설적이고 단순함으로 시가 되는 지평을 엿볼 수 있다. “제 핸드폰에 연결음을 길게 보냈는데 받지 않는다고요//잠시 머뭇거리다가 또 보냈는데도 수락이 안 떨어지면,/봄꽃 치마 입은 님 만나 손잡고 봄나들이 간 줄 아세요.”(봄바람 中) 라며 고졸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시인은 간결한 방식을 구사하면서 내용을 꼬거나 해체하고 비틀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보인다. “동물들은 눈두덩에 두 개의 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엽록소 더디게 생산하는 가을이 접어들자 눈치챈 습도가, 누구의 청으로 사라졌는지 안구 건조한 손님을 맞이한다.”(안구건조증 中) 이처럼 생생한 경험을 단순하게 담아내면서 약간의 재미도 느끼게 된다. 손현숙 시인은 “봄이면 봄의 모습을 단순한 방법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겨울이면 겨울의 모습 그대로, 슬픔과 기쁨의 모습도 직정적인 듯하면서도 단순한 깊이로 언어를 부린다”며 “독자들에게 오늘의 현실 그리고 당신의 오늘을 생각하게 하는 여지를 남겨두는 입체를 허용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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