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함 두 배’…미스터리·추리 소설 제대로 즐기기

오싹한 미스터리·추리소설은 역시 무더운 여름에 읽어야 제맛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따뜻한 이불 속에서 숨겨진 복선을 짚어보며 퍼즐을 풀 때 미스터리물의 오싹함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심리를 정교하게 묘사한 미스터리물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계절과 관계없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많아지고 있다. 서점가에 자리하고 있는 미스터리물을 모아봤다. ■ 나의 작은 무법자 영국 소설가 크리스 휘타커의 장편 소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지난 2021년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골드 대거상’을 받은 작품으로, 한 소녀가 숨진 비극적인 사건에서 시작되는 범죄소설이다. 1975년 미국 서부 해안의 평화로운 마을 ‘케이프 헤이븐’에서 열다섯 살 소년 소녀인 워크, 빈센트, 스타, 마사 등 네 사람은 즐거운 모임을 마친 뒤 헤어진다. 그러나 그날 밤 스타의 여동생인 일곱살 소녀 시시가 실종되고, 얼마 뒤 고속도로 근처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수사 결과 시시가 집에 오지 않는 언니를 찾아 도로를 헤매다 스타를 집에 데려다주고 귀가하던 빈센트의 자동차에 치여 죽고 말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빈센트는 30년간 복역하게 되고, 이는 그의 인생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나의 작은 무법자’는 시시의 죽음 이후 황폐해진 주변인들의 삶을 통해 한 사람의 사망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사건 이후 인물들의 변화된 심리와 복잡한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단순한 선악 구도로 해석되지 않는 깊이 있는 서사를 남긴다. 숨겨져 있던 사건의 전말이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 방식이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인다. ■ 이상한 집 2: 11개의 평면도 건축 평면도를 통해 ‘이상한 집’의 비밀을 밝혀내는 ‘이상한 집’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전작보다 평면도가 다양해지고, 비밀과 수수께끼가 더욱 교묘하고 섬뜩해졌다는 평을 받는다. ‘이상한 집’ 시리즈는 인기 호러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일본에서 주목받는 작가 우케쓰의 대표작이다. 시리즈는 조회수 2천400만뷰를 돌파한 유튜브 영상 ‘이상한 집’에서 시작됐다. 2021년 출간된 첫 번째 시리즈는 호러 미스터리 1위에 올랐고, 2023년 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초장기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이어가기도 했다. ‘11개의 평면도’라는 부제처럼 책에는 11채의 이상한 집이 등장한다. 전작에서 활약했던 오컬트 작가 ‘나(우케쓰)’와 건축 설계사 구리하라 콤비가 다시 등장해 11개의 평면도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파헤친다. 어디로도 통하지 않는 복도, 움직이는 벽, 갑자기 사라져 버린 방 등. 주인공은 얼핏 보기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11채의 집에서 기묘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주인공이 모은 자료를 본 구리하라는 이들 집에 소름 끼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짚어낸다. 11채의 이상한 집, 11개의 기묘한 평면도가 모여 하나의 끔찍한 비밀로 연결된다. 작가는 개성이 뚜렷한 인물, 분위기가 다른 사건들을 배치해 이야기의 다양성을 살렸다.

이상의 작가들…이승우 ‘고요한 읽기’, 최진영 ‘단 한 사람’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이 지난 17일 등단 4년 차인 예소연 작가의 작품 ‘그 개와 혁명’을 제48회 대상 수상작으로 발표하며 20‧30 새로운 세대와의 호흡을 예고했다.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1910~1937)을 기리며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김승옥 ‘서울의 달빛 0장’(제1회), 박완서 ‘엄마의 말뚝’(제5회),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제11회) 등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제29회)과 그의 아버지 한승원(제12회) 부녀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이상문학상 수상자들의 또 다른 작품을 통해 소설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 44회 수상자 이승우, ‘사유’와 깊은 동굴 “나는 나의 ‘세상의 끝’이다.” (이승우作 ‘고요한 읽기’ 중) 지난해 8월 출간한 ‘고요한 읽기’(문학동네)는 ‘마음의 부력’으로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승우 작가가 그의 43년의 작가 인생에서 얻은 깊은 사유를 담아낸 산문집이다. 22살에 등단해 40여 년간 30여 권의 소설을 써 내려간 작가는 ‘소설 쓰기’로 인생에 복무한다고 말한다. ‘고요한 읽기’는 그의 작품세계를 지탱하는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이라는 두 개의 기둥 위에 지은 집과 같다. 해당 작품에선 밀란 쿤데라, 카프카, 이청준부터 사르트르, 시몬 베유, 탈무드와 성경까지 문학과 철학, 종교를 오가는 그의 ‘고요한 읽기’ 목록에서 작가 자신과 타자, 세계에 관한 오랜 질문과 사유를 마주한다. 작가는 고요한 몰두를 통해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고, 잘 모르며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가장 두려운 사람이다”라고 털어놓는다. 서문 ‘감추어진 동굴’에서는 깊이 가라앉은 자기 안의 빛과 어둠을 탐색하는 과정을, 이어 ‘세상의 끝’을 시작으로 ‘작가라는 환영’, ‘비범함에 대한 유혹’, ‘대기만성’ 등 열두 편의 산문 속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공감의 지점을 찾을 수 있다. ■ 46회 수상자 최진영,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수백~수천 년을 살아가는 나무의 세계에서 인간은 잠시 스쳐 가는 찰나의 존재일 것이다. 최진영의 장편소설 ‘단 한 사람’은 지구의 오랜 시간을 지켜온 수천 년의 무성한 나무의 생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이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작가는 2020년 제35회 만해문학상에 이어 지난 2023년 ‘홈 스위트 홈’으로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 가운데 소설 ‘구의 증명’은 사랑하는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겪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에 되물으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 ‘단 한 사람’은 최진영식 사랑의 세계를 그려낸다. 3대에 걸친 ‘살리는 자’의 숙명을 안고 태어난 열여섯 살 목화. 목화는 꿈을 빌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수많은 죽음의 장면을 목격하고 그때 ‘네가 구하면 살아’라는 나무의 알 수 없는 소환으로 일상의 흔들림을 겪는다. 작가는 구원, 신념과 사랑 등 묵직한 주제를 ‘수명 중개’라는 판타지 요소로 소설 속 세상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조선 초상화에 얽힌 이야기…‘알고 보면 반할 초상’ 外 [신간소개]

■ 알고 보면 반할 초상(이성훈 지음, 태학사 刊) 조선시대 사람들은 초상화를 왜 그렸고, 어떤 용도로 사용했을까? 조선시대 초상화들에 얽혀 있는 다양한 이야기로 당시 정치, 사회, 문화상을 해설하는 책이 출간됐다. 미술사학자인 저자 이성훈은 조선시대 초상화 120점을 분석해 ‘알고 보면 반할 초상’을 펴냈다. 조선시대에 초상화 제작을 의뢰받은 화가는 누구라도 주인공을 단번에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닮게’ 표현했다. “터럭 하나라도 더 많으면 곧 다른 사람이 된다”고 인식해서다. 당시 초상화는 불만을 품은 이에게 도난당하거나 훼손당하는 등 주인공의 ‘대체물’로 인식됐다. 이후 초상화는 따뜻한 질감의 피부색을 표현하는 데 집중되거나, 주인공의 특징적인 면을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부각해 정신적인 면을 드러내는 흐름으로 바뀌어갔다. 저자는 먼저 죽은 벗을 떠올려 그린 윤두서의 역작 ‘심득경 초상’, 제자들이 화가를 시켜 몰래 그린 스승의 초상화 ‘윤증 초상’ 등 다양한 초상화에 얽힌 일화와 특징을 풀어냈다. 특히 책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초상화 14점을 책 끝에 부록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 성장지향성(존 마일스 지음, 오픈도어북스 刊) 성장은 성공의 전제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다. 시대가 변화하며 성공의 기준이 세분화되긴 했지만, 무엇을 실천해야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답은 여전히 확언하기 어렵다. 성장의 ‘지향점’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출간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대 기업의 임원 출신인 저자 존 마일스는 이 책이 단순히 성공에 초점을 맞춰 ‘마인드셋’을 내세운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책은 성장에 집중한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비롯해 성장의 원리를 망라한다. 오프라 윈프리, 드웨인 존슨,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유명 인사의 사례를 그러모아 성장의 비밀을 설명한다. 특히 인간관계의 생태계를 우호자형, 방해자형으로 나눠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주변 존재들에 대한 충고도 덧붙였다. 저자는 철저한 원칙 아래 생각과 행동이 조화를 이룰 때 성장과 성공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정표를 제시한다.

넥스트 AI 비즈니스, 최은수 대표가 자신한 "새로운 부 실용 지침서"

AI(인공지능) 기술이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경제 질서는 언제나 새로운 부 창출의 기회가 됐다. 도서 ‘넥스트 AI 비즈니스’(지은이 최은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AI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AI를 통해 새로운 부의 창출이 현실 되는지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 CES 2025 빅 트렌드와 국가 정책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기회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표한 ‘AI 성숙도 매트릭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 중국 · 영국 · 싱가포르 등이 포함된 AI 선도 국가 대열에는 끼지 못한다. AI 운영 환경 측면에서는 35위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으며, 인재와 GPU 확보 측면에서도 글로벌 비주류에 해당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에서 탈피하지 못한 채 AI 혁신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면서 파괴적 혁신의 고삐를 놓아버린 탓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격차를 좁혀나가야 한다. 미래 기술 전쟁의 패자가 되지 않으려면 개인과 기업 모두 AI 전사가 되어야 하며, 국가는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AI를 활용한 창조적 혁신의 기회를 찾을 다양한 방법과 분야별 투자 포인트까지 제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CES 2025 혁신상 심사위원인 저자가 꼽은 AI의 핵심 트렌드가 비즈니스 생태계 및 제품에 구현되어 가공할 만한 경쟁력이 된 사례를 설명한 부분이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산업 AI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의 핵심을 분석한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선도 프로젝트인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육성과 전력 인프라 확장 그리고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의 구현 및 활용에 관한 세부 과제도 공개했다. 해당 내용은 향후 정부가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으로 구체화할 내용으로, 해당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거나 투자를 원한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내용이다. ▲ AI 비즈니스의 미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지침서 AI 기술은 신생 회사에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직원 130여 명의 스타트업 ‘피겨 AI’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고객사에 인도하면서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쟁자가 되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드론의 완전 무인화가 가능한 차세대 드론 시스템으로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자율비행 드론 스타트업 ‘니어스랩’,《타임》선정 2024년 세계 최고 에듀테크 기업으로 선정된 ‘매스프레소’, 의료 영상 판독 AI 기업 ‘루닛’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넥스트 AI 비즈니스’에는 이같은 기업들의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낸 케이스 스터디북이다. 또한, AI가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시장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과 사회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까지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 제조업과 유통, 바이오와 의료, 우주와 로봇 등 산업별 맞춤형 케이스 스터디북 해당 도서에는 총 여섯 개의 장에 걸쳐 AI가 개인의 삶과 기업의 경영 그리고 국가 시스템의 진화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1장은 디지털 전환에 이은 AI로의 전환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지, 2장과 3장에서는 비즈니스 생태계의 혁신과 AI 신기술의 적용, AI를 통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 등이 담겼다. 이어 4장은 AI가 공교육 및 기업의 인재 발굴과 양성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5장은 국가 인프라 구축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마지막 6장은 AI가 그려낼 미래상 등을 설명한다. 지은이 최은수 대표는 MBN 보도국장‧본부장을 거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AI 석학교수를 역임했다. 국내 1호 데이터거래소인 KDX 한국데이터거래소의 창업자이자, 현재 AI 영상 분석 전문기업 인텔리빅스 대표이사로 활동하며, AI 기술을 활용한 안전 및 보안 모델 설계와 생성형 AI(VLM) 기반 영상 분석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재즈의 탄생부터 오늘날까지…‘나의 첫 재즈 수업’ [신간소개]

“재즈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음악입니다. ‘나의 첫 재즈 수업’이 당신을 재즈의 새로운 세계로 이끌겠습니다.” 재즈 보컬리스트 김유경 작가가 ‘나의 첫 재즈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 두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했던 재즈의 세계로 독자들을 친절히 안내한다. 26일 김 작가에 따르면 오는 3월11일 재즈의 탄생부터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 역사적인 재즈 가수들, 현대적인 해석까지 전 과정을 소개하는 ‘나의 첫 재즈 수업’을 출간한다. 김 작가가 재즈를 통해 나를 성찰하고 단단히 성장해갔듯이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황홀한 재즈의 세계를 선보인다. 총 8개의 챕터로 구성한 이 책은 재즈 역사의 탄생부터 오늘날의 재즈를 보여준다. 재즈의 탄생 과정부터 재즈의 선구자들,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또 재즈가 싹을 틔우고 재즈가 변화해 위대한 재즈 가수들이 쏟아지는 시기를 소개하며 마침내 재즈가 꽃을 피우는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재즈가 세계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잡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김 작가는 “재즈의 매력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살아 숨쉬는 자유로움”이라며 “나의 첫 재즈 수업이 당신이 재즈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걸음을 함께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즈의 역사를 살펴보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나’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작가는 재즈와 글, 교육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로 재즈씬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3년 ‘메타버스 : 혁신의 안식처’를 출간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며 음악과 교육 분야에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무형유산은 어떻게 현재에 존재하나…국립민속박물관 2종 도서 발간

무형유산은 손에 잡히지 않는 비물질적이고 ‘옛 것’으로 인식된다. 국제 무형유산 연구 사례를 통해 무형유산은 과거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현재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하는 책이 출간됐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무형유산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 무형유산 관련 해외 연구자를 대상으로 2023년 진행한 공모에서 선정된 원고를 엮어낸 책은 “무형 유산을 계속 살아있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형유산을 현대 창작 작업의 영감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캐나다 이민자인 아그니에슈카 파우워프스키-메인빌(Agnieszka Pawłowska-Mainville)이 쓴 ‘살아있는 유산의 문화경관: 캐나다·폴란드의 무형유산과 언어 가치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은 캐나다 이민자인 저자가 캐나다와 모국인 폴란드 자연 경관에 내재한 무형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와 온타리오주에 걸쳐 있는 광대한 자연 보호구역 ‘ 피마치오윈 아키’. 이곳엔 보레알 숲 등 자연유산 뿐 아니라, 아니시나베 원주민의 생활 방식과 신념 체계를 보여 주는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있어 2018년 최초의 복합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전까지 유형과 무형, 자연과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온 유네스코의 관행을 변화시킨 최초의 사례로 주목된다. 두 번째, 지트카 치르클로바·바츨라프 리슈카(Jitka Cirklová and Václav Liška)의 ‘시간을 잇는 전통, 빛나는 체코의 무형유산’은 체코의 무형유산이 현대 디자인, 사회운동, 디지털 기술과 만나면서 어떻게 전승되고 변화·발전하는지 연구했다. 유네스코는 2003년 무형유산보호협약에서 무형유산을 ‘세대를 거쳐 전승되고, 시간에 따라 진화하며, 공동체에 정체성과 연속성을 부여한다’고 정의한다. 저자는 체코의 무형유산이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대 체코 사회의 살아 있는 일부로 자리하며, 각 세대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재해석된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개발해 18세기 유럽으로 전파된 전통 직물 염색법인 블루프린트 기술이 2018년 체코 등 5개 유럽 국가가 공동 신청해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사례, 2011년 체코의 게임 회사 워호스 스튜디오(Warhorse Studios)가 개발한 RPG 게임 ‘킹덤 컴: 딜리버런스(Kingdom Come: Deliverance)’의 사례가 등장한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체코 포사자비(Posázaví) 지역의 경관과 마을을 탐색하며 전통 펜싱 기술을 체험하게 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펜싱 동작과 무기 등은 전통 검술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섬세하게 고증됐다. 저자는 게임과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와 전통이 젊은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으며, 게임 속 도시에 대한 관광을 증가시켜 경제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말한다. 두 권의 책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삶의 감각 깨우는 책 찾는 당신께'... 동네 책방지기의 감각적인 '큐레이션'

책과 나무는 닮은 구석이 많다. 나무는 책의 뿌리이자 시작이요, 책은 나무에서 비롯된 물성으로 그 위에 새겨진 이야기다. 나무 공방이자 책방인 ‘니어바이북스’는 나무가 자연의 이야기를 품듯 책을 통해 저자와 독자의 시간을 담는 공간이다. 삶의 관점이 반영된 공간 니어바이북스는 2년 전 나무 공방 ‘니어바이’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던 1층을 책방으로 단장하며 문을 열었다. 책방지기 지안씨는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며 책을 좋아하고, 책이 주는 위로와 깨달음을 경험했다. “언젠가 나만의 서점을 열고 싶다”는 작은 꿈이 최근에 이뤄진 셈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니어바이북스를 열었습니다. 디자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저의 관점이 반영된 공간이죠.” 지안씨는 나무 공방에서 책방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함께한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에디터 싱아, 인생을 굽듯 정성스럽게 빵을 굽는 가윤과 함께 책 큐레이션을 논의하고 책방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돼 주며 책을 중심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나누는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 양평에서 산 지 10년이 넘은 지안씨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며 컴퓨터로 하던 디자인을 나무로 옮겨 작업하고 있다. 배우자와 나무 공방을 준비하며 우연히 우드카빙을 경험했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우드카빙은 어느새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식이 됐고, 그 과정에서 손의 철학을 담은 책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습니다. 책은 나무 공방의 여정에 버팀목이자 디딤돌이 돼 줬습니다. 나무와 책은 공간에 따뜻함과 깊이를 더해 주고 사람들에게 치유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하는 특별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찾는 ‘나의 서점’ 니어바이북스의 서가는 세 명의 책방지기의 취향과 개성, 전문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학과 철학, 예술과 디자인, 자연, 음식, 환경, 그림책 등 다양하고 감각적인 책들을 큐레이션한다. “베스트셀러보다는 두고두고 볼 책들,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책들, 생각의 틀이 바뀌고 눈과 귀가 트이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니어바이북스가 제안하는 108권의 고전을 소개하기 위해 책방지기 셋이 머리를 맞대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니어바이북스는 서점을 운영하며 다양한 책 모임으로 지역 이웃들과의 연대와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계획된 ‘니어바이북스 고전 108’ 프로젝트 외에도 정기 모임 ‘책걸음’, 비정기 책 모임 ‘책한잔’, 청소년 북클럽 ‘B613’, 그림책 모임 ‘그림숲 산책’ 등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새로운 마을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서점이 있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양평의 작은 동네 책방이 누군가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나의 서점’이 될 수 있도록 니어바이북스가 더 깊고 풍성해지길 바랍니다.”

김명숙 시인, 첫 동시집 ‘국어 시간’ 출간…“순수한 동심 지키길” [신간소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린 ‘새싹’을 작사한 김명숙 시인(65)이 동시로 등단한 지 13년 만에 그의 첫 동시집 ‘국어 시간’을 출간했다. 전남 고흥 출신의 작가는 시인이자 아동문학가, 가곡과 동요 작사가 등 그동안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 왔다. 제1회 (사)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해 ‘그 여자의 바다’, 내 마음의 실루엣’의 시집 두 권을 선보였고 가곡 ‘달에 잠들다’ 외 47곡, 동요 ‘새싹’ 외 81곡과 현충일 추념곡인 ‘영웅의 노래’ 등을 작사했다. 김명숙 시인은 “아이들이 동시를 통해 함께하는 삶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를 인정해 주고 위로해 주며 응원과 칭찬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이번 동시집을 출간했다”고 말한다. 특히 18년가량 여러 학교에서 방과 후 강사로 활동하며 오랜 시간 동심과 함께한 작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가꿔나가고자 했다. ‘국어 시간’의 작품 세계는 자연의 모든 것을 새롭게 보며 창의적인 생각과 참신한 비유가 돋보인다. 또한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 가정에서 부모·형제와 함께하는 이야기를 동심의 눈높이로 다뤘다. 시집은 총 76편의 동시로 구성돼 1~4부에서 각각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5부엔 학교생활, 6부에선 가족과 가정생활에 관한 동시가 실렸다. 김명숙 시인은 “오랜 시간을 돌아와 다시 어린이들을 위한 문학을 펴낼 수 있어 기쁘다”며 “이 시집이 아이들의 마음을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독후 활동을 하기 위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동시집에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공감이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등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꿈을 가꾸면서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자랄 수 있는 학교와 건강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시인은 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도전한국인대상(문학부분), 제5회 오늘의 작가상, 방송대문학상 수상 외 다수가 있다. 올해엔 동요집과 음반, 가곡집 발매 등을 계획 중이다.

내면의 빛을 찾아가는 여정…감정 다스리는 법 다룬 ‘감정 서커스’ 外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 슬픔, 두려움, 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날 때 일상을 해치지 않기 위해 애써 외면하고 억누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마주하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감정의 소용돌이가 사그라든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혹은 케케묵은 부정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고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눈길을 끈다. ■ 감정 서커스 “내 안의 그림자와 즐겁게 춤출 준비 됐나요? 지금 바로 감정 서커스 문을 활짝 열어 보세요.” 그림책 ‘감정 호텔: 내 마음이 머무는 곳’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리디아 브란코비치 작가가 신작 ‘감정 서커스’를 출간했다. 전작 ‘감정 호텔’은 수많은 감정을 ‘호텔’에 찾아오는 손님에 빗대 섬세하게 조명하며 감정을 다루는 법을 이야기해 2023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전 세계 2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신간 ‘감정 서커스’는 내 안에 요동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주인공 ‘리카’는 부정적인 감정인 ‘그림자’를 외면해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그림자의 장난은 더 짓궂어진다. 그림자는 손의 방향을 살짝 다르게 하거나 고개를 까딱거리는 정도였지만, 이내 몸집을 점점 키우더니 급기야 리카를 그림자들이 가득한 서커스 천막으로 끌고 들어간다. 마침내 자신의 그림자를 똑바로 바라보게 된 리카는 막상 그림자가 무섭지도, 그리 못돼 보이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서서히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인다. 책은 부정적인 감정을 피해 달아나려고 하는 이들에게 제 그림자와 마주하고 즐겁게 춤추는 법을 알려준다. ■ 영원에 빚을 져서 특유의 서정으로 주목받는 예소연 소설가가 신작 ‘영원에 빚을 져서’를 출간해 ‘친구의 실종’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책은 나의 안위를 위해 타인의 슬픔을 외면한 적이 있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한 친구의 실종 소식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캄보디아 해외 봉사단으로 같이 떠났던 세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라진 친구 ‘석이’를 찾는 과정에서 ‘혜란’과 ‘동이’는 다른 이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즉 서로에게 빚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한다. 특히 자신을 속절없이 무너뜨린 상실의 경험과 슬픔을 외면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책은 ‘상실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극복돼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을 일깨운다. 내 일과 남의 일, 가까운 것과 먼 것, 현재와 과거의 관성적 구분을 흐리며 이것들이 결코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책에 대해 “사라진 사람의 흔적을 떠나 비로소 서로가 서로에게 연루된 존재임을 알게 되는 이야기”라며 “독자들이 잠시 잠깐이라도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 주셨으면 좋겠다. 마음 속으로 죽은 사람을 호명할 때 산 사람도 살고 죽은 사람도 산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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