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해체로 다시 선명해지는 가족의 의미…‘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영화리뷰]

저마다의 사연으로 집과 터전을 잃었거나 홀로 남겨진 우주 떠돌이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 지난 3일 세 번째 챕터가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지탱하는 힘은 가족 서사에서 출발한다. 공교롭게도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가정의 달 5월에 관객과 만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우주의 부랑자들이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게 된 과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던 1편, 가족 내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가족 구성원 사이의 유대감을 들여다봤던 2편에 이어 찾아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는 시리즈의 마무리에 걸맞게 피할 수 없는 가족의 해체와 종말을 담아낸다. 피터 퀼(스타로드), 드랙스, 가모라와 맨티스 등 시리즈를 함께해온 이들은 각자 꾸려나갈 삶의 남은 페이지를 위해 홀로서기를 택한다. 떠날 이는 떠나고, 남은 이는 또 다른 이들과 연대한다. ‘가오갤’은 분명 가족의 끝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들에게 끝은 없다. 종착지가 없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하다. 마음을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한 존재들은 서로 의지하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지만, 집단이 해체된 이후엔 어디로 향할 수 있을까. 과연 무엇을 가족이라고 부르고, 누구를 가족 구성원으로 여겨야 하며, 가족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 가족이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피기보다 가족이 없을 때를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영화 속에서 피터가 목숨을 걸고 회수해온 마이크로소프트의 MP3플레이어 준(Zune)에 담긴 음악을 떠올려 본다. 로켓은 피터가 지구에서 가져온 음악을 듣는다. 관객도 그 음악을 함께 듣는다. 피터는 지구에서 자신을 길러준 할아버지를 만나러 로켓의 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이 남았다. 보이지 않아도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환기할 수만 있다면,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곁에 있지 않을 때 오히려 선명해지는 게 가족이다. 가족은 구구절절 표현을 더해가며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각자 온몸으로 느껴야만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가오갤 시리즈가 3부작으로 빚어낸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 이 서사가 오히려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액션 ‘끝판왕’은 누구? ‘범죄도시 3’ vs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액션 영화 대전이 예고됐다. 지난 17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의 열 번째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이하 ‘분노의 질주 10’)에 이어 오는 31일엔 확장과 변주를 거듭하는 마동석 유니버스의 최신작 ‘범죄도시 3’가 극장가를 찾는다. 먼저 개봉 이후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분노의 질주 10’이 액션의 스케일과 무게감을 강조하면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2001년 길거리 레이서들의 우정과 사랑, 낭만 가득한 자동차 경주를 담아내면서 시작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4편을 기점으로 액션이 강조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러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됐다. 갈수록 시리즈를 대변하게 된 또 하나의 테마는 ‘가족’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도미닉 토레토의 아들뿐 아니라 그간 아홉 편의 영화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쳤거나 스쳤던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마동석의 매력을 물씬 품은 ‘범죄도시’ 시리즈도 어느덧 세 번째 챕터로 찾아온다. 지난해 개봉했던 2편의 베트남 사건 이후 7년 뒤,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서울 광수대로 보직을 옮겨 여러 배후가 얽힌 신종 마약 사건을 담당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담겼다. 배우의 신체적인 특성을 한껏 살린 마동석표 액션으로 호평 받았던 지난 작품들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점차 견고하게 확장을 거듭하는 마석도 유니버스의 매력 또한 볼거리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오복서점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수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잠도 아니라는 기쁨이여!”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생전에 자신의 묘비명을 이렇게 썼다. 타오르는 장미는 벌써 봄을 전송한다. 이즈음 나는 어반스케치 수강생들과 향교로를 걸으며 카페 시인과 농부까지 산책을 한다. 그냥 눈산책이고 종점 시농에서 스케치를 하는 나들이 코스다. 오랜만에 수강생들과 오복서점에 들렀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조각가 류인전을 보러 갔던 인사동의 모란미술관처럼 긴장감이 있다. 그런데 계단 벽에 ‘5월31일 오복서점은 문을 닫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자주 이용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내적 쉼터를 잃은 것 같은 허전함이 몰려왔다. 1990년 문을 열었다니 33년째다. 행궁 앞 여민각 건너편에서 시작했는데 광장 조성으로 수용되자 19년 전 지금의 장소로 옮겨온 것이라고 안정철 사장님은 지그시 얘기한다. 아날로그적 책의 유산이 한 시대를 마감하는 느낌이다. 나는 이곳에서 희귀한 시집들을 발견하고 흐뭇한 적이 많았다. 오늘 획득한 누렇게 무르익은 시집 두 권은 이 서점의 마지막 유물이 될 것 같다. 1988년판 김남주의 ‘나의 칼 나의 피’, 고정희의 ‘이 시대의 아벨’ 1984년판이다. 아, 나의 소박한 황금빛 이삭줍기는 봄날의 꿈처럼 지나가는구나.

20년 넘게 가슴으로 품은 딸 키워낸 윤미자씨 [인터뷰]

지난 22일은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가정위탁의 날’이었다. 흔들리는 가정, 갈 곳 잃은 아이들, 한순간에 남이 되는 가족.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희미해진 지금, 가정의 달 5월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들여다보는 기간이다. 몸으로 낳은 자식도 연을 끊고 남남이 되는 시대가 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아도, 서류상 ‘동거인’으로 남아 있어도 끈끈한 가족이 된 사람들이 있다. 팔순이 넘은 윤미자씨(82·부천시 소사본동)의 곁을 지키는 건, 남편도 아니고 친구들도 아니다. 그가 가슴으로 낳은 20대 딸 A씨가 든든한 버팀목처럼 윤씨의 곁을 지킨다. 처음엔 부모가 될 생각은 없었다. 부모의 형편이 괜찮아져 다시 데려가겠다고 찾아오면 주저하지 않고 요청을 수락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부모는 A씨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 그렇게 윤씨 모녀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엄마와 딸이 됐다. 1988년 부천에서 놀이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윤씨는 1992년부터 어린이집 원장으로 지역 내 보살핌이 간절한 아이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자식들은 장성해 결혼한 뒤 독립했고, 남편은 이미 곁을 떠났다. 그때마다 윤씨의 곁을 지킨 건 역설적이게도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이었다. 1995년 무렵부터는 버려지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당시 경찰은 아이들을 구청 사회복지과로 인계했고, 구청 직원들은 인근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2, 3일만 아이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윤씨는 차마 그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A씨를 만난 건 2002년이었다. 20대 초반의 미혼모가 어린이집에 맡긴 5개월된 아기. 지금은 둘도 없는 동반자인 딸과의 만남은 그때부터다. 여전히 공문서는 A씨를 그의 친모와 가족으로 묶어 뒀다. 윤씨와 딸은 서류상으로는 그저 ‘동거인’ 관계일 뿐이다. 가정위탁은 입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씨는 “입양이니 위탁이니 그런 걸 언제 다 따져서 키우겠냐. 난 그저 딸이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만 있었다”며 “내가 공식적으로 부모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내 아이라고 여기고 키웠을 뿐이고, 앞으로도 내 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윤씨의 마음을 딸도 알아줬기 때문일까. A씨는 아픈 곳 하나 없이 멀쩡하게 자라 성인이 됐고, 공부뿐만 아니라 각종 예체능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면모를 뽐낸 덕에 윤씨의 얼굴에서는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A씨는 이제 엄마 보고 걱정하지 말라면서 내가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손을 꼭 잡는 의젓한 딸이다. 초등학생 때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던 노모의 눈엔 20년이 넘는 긴 세월이 응축된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언젠가 딸한테 ‘나를 엄마라고 부를래? 할머니라고 부를래?’라고 물었는데, 딸이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네 마음이 원하는 대로 부르라’고 그냥 웃었죠. 그렇게 저는 딸을 마음으로 낳은 엄마가 됐습니다.” 윤씨는 “가족의 의미는 외부에서 정해주는 게 아니다. 가족을 이룰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며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가정위탁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따스한 가족의 품이 있어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웃어 보였다.

예술극부터 가족친화공연까지… '의정부음악극축제' 6월10일 개막

국내 대표 공연예술축제인 제22회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오는 6월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의정부 시내 곳곳을 달군다.  매해 상징적인 주제로 공연예술계의 화두를 제시해왔던 의정부음악극축제의 올해 주제는 ‘함께 존재하기(co-Exist)’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예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양성 존중과 자연과 인간, 예술과 일상 등 다양한 공존을 그리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축제는 거리로 나온 음악극 콘셉트의 야외 거리 공연과 실내 공연,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풍성하고 다채로운 작품들로 구성됐다. 의정부 시청 앞 잔디 광장을 5곳으로 나눠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색깔의 공연예술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특히 의정부 시 승격 60주년을 맞아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개막일인 6월10일엔 의정부 민락동 천보로 거리 약 1km 구간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개막 행사 ‘개막 퍼레이드 : 공존’이 이어진다.  ‘개막 퍼레이드 : 공존’은 시민 동호회, 동아리 등 사전 참여자들과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로 이뤄진다. 시민 플래시몹, K-POP 댄스 공연팀, 마칭밴드, 풍물연합회, 대형 애드벌룬 캐릭터 등 다양한 볼거리가 공연예술을 통한 흥겨운 일탈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하천변(중랑천), 역전근린공원, 음악도서관 등 이색적인 야외공간으로 찾아가는 다양한 장르의 야외공연 프로그램과 의정부아트캠프에서 선보이는 전통무용과 기악의 콜라보, 동방박사의 ‘환영’과 창작19다의 ‘누구의 갤러리’ 등 수준 높은 실내 음악극도 마련된다.  예술무대 산의 어린이 상상놀이 체험극 ‘꼬물꼬물!무엇이될까?’ 등 가족친화형 참여 프로그램도 볼 수 있다.  의정부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는 공존을 화두로 선보이는 거리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운드 마임 퍼포먼스 ‘활력청소부’와 에어리얼 공중곡예 ‘통제’, 관객참여형 넌버벌 코미디 ‘바가앤본드’와 서커스 퍼포먼스 ‘돌아버리겠네’ 등의 작품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색다른 시각으로 돌아보게 한다.  기타리스트 정선호의 ‘어메이징 핑거스타일’, 음악당 달다의 관객참여형 음악극 ‘랄랄락으로 클리닉’, 백솽팩토리의 전통 퍼펫 음악극 ‘놀음’ 등 음악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음악 특화 작품도 야외에서 만날 수 있다.  박희성 의정부문화재단 대표는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화된 공연예술 향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보탬이 되길 바라며,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시민분들이 축제의 즐거움과 상상력을 통해 일상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외서 즐기는 거리예술 ‘2023 수원연극축제’…임수택 수원연극축제 예술감독 [인터뷰]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가 경기상상캠퍼스 일원에서 20일부터 21일까지 수원 시민들과 호흡한다. 2017년까지 수원화성 인근에서 치뤄진 축제가 2018년부터 경기상상캠퍼스로 옮겨 진행된 지도 네 번째다. 코로나19로 지난 2020~2021년 취소된 데 이어 지난해엔 국내공연 만으로 진행된 만큼, 올해는 달라진 모습으로 시민들과 함께한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팬데믹 여파로 초청하지 못했던 해외 공연팀을 4년 만에 다시 섭외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작품의 양 대신 질에 집중했다. 176개의 출품작 가운데 선정된 7편과 초청작 5편을 포함한 12편의 작품을 양일간 두 차례씩 선보인다. 2018년부터 축제를 맡고 있는 임수택 수원연극축제 예술감독을 만나 이번 축제의 준비 과정과 예술감독으로서 그가 어떤 생각으로 행보를 이어왔는지 들어봤다. 이번 축제는 공간 특성에 맞게 거리극, 서커스, 공중 퍼포먼스라는 세 갈래 장르를 통해 야외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시민들 역시 시간과 기호에 따라 넓은 공연장을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임 감독은 실내공연이 사라진 자리를 거리예술로 채우는 방식에 대해 “사실 실내공연장에 가서 즐기는 관객이 그렇게 많지 않다. 다수의 시민들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거리예술은 시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로, 시민들의 주거공간과 접근성을 고려해서 공연하는 데 목적을 두기 때문에 꼭 활성화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연출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 1차 창작이 아닌 2차 창작의 영역에서 총괄을 맡아 왔다. 작품 연출을 내려놓은 지 오래됐기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은 안 서지만 지금도 기회만 된다면 작품을 직접 무대 위로 올리고 싶다는 임 감독은 “작품을 선별할 때 과거 연출자로 오랜 기간 몸 담았던 경험이 예술감독직을 수행할 때도 큰 보탬이 된다”며 “공간에 맞게 작품을 변형하고, 순서에 따라 배치하는 작업 모두 그 때 경험이 도움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창작자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스타일로 축제를 기획한다. 매번 자신이 생각하는 축제의 이미지, 이상적인 틀이 있지만 웬만해서는 창작 주체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공연을 위한 장소를 고를 때 역시 후보지를 염두에 뒀을지라도 중요한 건 창작자의 의견을 가장 먼저 듣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이다. 끝으로 임 감독은 항상 지역 예술문화 발전에 어떤 게 도움이 될지 고민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에서 좋은 작품이 생산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지역에서 좋은 문화 소비가 촉진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1989년 5월 정명훈 지휘자가 파리 국립바스티유오페라단 음악 총감독으로 취임했던 때를 떠올려 보고 싶다. 이건 한국 국민들한테 좋은 건가 아니면 파리 시민들한테 좋은 건가? 당연히 후자”라면서 “높은 수준의 공연을 소비하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힘써야 문화가 발전한다. 그래야 그 문화를 소비하는 주체인 시민 중심의 예술문화를 꾸려나갈 수 있다. 이번 연극 축제 역시 그런 점에 최대한 집중했다.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축제 때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나눔의 가치 빛내는 1%] 강원우 시흥 환경자문연구소 대표

“제 형편과 능력이 닿는 데까지 아이들을 도와서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강원우 환경자문연구소 대표(64)가 경기지역 아홉 번째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리더클럽에 위촉됐다. 강 대표는 1994년부터 20년 넘게 공직 사회에서 환경에 대한 현안을 다뤄왔다. 강 대표는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수도권대기환경청을 거치며 대기, 수질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해온 공적을 높이 평가 받아 국방부장관상, 대통령표창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공직에서 은퇴한 뒤 현재 경기 시흥시에서 기업 등에 환경 관련 자문을 해주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이 주요 화두가 된 이 시대에, 환경 보호와 연결되는 강 대표의 궤적은 자연스레 미래 환경에서 자라날 아이들 세대로 향했다. 강 대표는 30년가량 유니세프 후원을 통해 아이들과 관계를 맺어왔는데 그러다가 사업 차 알게 된 한 기업인을 통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인연이 닿았다. 그때부터 두 명의 아이들을 2년 넘게 후원하고 있다. 비록 그들과 만나진 못했지만 강 대표의 마음속엔 환하게 웃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늘 맴돌고 있다. 강 대표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소한 나눔일 뿐이라며 시종 겸손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사실 집사람이나 자식들도 모두 각자 개인 후원을 이어가고 있는데, 저보다 훨씬 지역 사회에 온기를 퍼뜨리는 데 관심이 많아 항상 보고 배우고 있다”면서 “제가 대단한 일을 한 게 전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민망하다. 그저 제 형편에 맞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행복이라는 게 나만 누릴 수 없고 항상 같이 누려야 하는 게 아니겠나. 나 혼자 잘 사는 건 의미가 없다. 함께 더불어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어린이들이 그런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른 세대가 힘써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원활한 성장 환경에 놓이지 못한 아이들, 소외된 채 가족의 품을 벗어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그때서야 조금이나마 밝은 세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5-① 그림 같은 산 미겔 데 아옌데 '아르칸젤 교회'

어제 둘러본 광산 도시 과나후아토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지만, 오늘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찾아 동화 속 중세마을 산 미겔 데 아옌데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에서 프리메라 플러스 버스를 탄다. 차에 오르려 하자, 승무원이 승객에게 초콜릿 샌드와 소프트 쿠키에 곁들여 물 한 병을 나눠준다. 버스가 과나후아토 시가지를 벗어나자, 산등성이 들판에는 멕시코의 상징인 기둥 선인장 ‘칵투스’가 이방인을 반긴다. 서부영화에서 본 광활한 멕시코 풍광이 눈앞에 펼친다. 이색적이고 목가적인 자연경관은 끝없이 이어지고, 시골길 같은 한적한 산길을 1시간 반 정도 달려 터미널에 도착한다. 산 미겔 데 아옌데는 기후가 서늘한 고지에 1542년 건설됐고, 에스파냐 문화와 메소아메리카 인디오 문화가 조화를 이룬 도시이다. 구시가지에는 바둑판처럼 생긴 자갈길에 콜로니얼시대 상흔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안뜰 정원이 있는 중세 건물은 당시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으며, 한 폭의 그림 같은 교회와 잘 가꿔진 공원의 매력에 푹 빠진다. 그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공예가와 장인의 공방을 보노라면 창작품이 여행객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빛으로 빚어낸 화려한 색채의 변화를 감상하노라면 그들의 영감과 혼을 느낀다. 구시가지는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주요 관광 명소는 대부분 역사 지구에 있다. 수 세기에 걸쳐 지은 바로크· 네오클래식· 네오고딕 양식이 융합된 건축물이 즐비한 이곳은 중세 콜로니얼시대로 여행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곳은 기후가 온화하고 물가가 저렴하여 미국이나 캐나다 은퇴자가 롱 스테이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레스토랑이나 공원에서 쉽게 그들을 만난다. 산 미겔 데 아옌데의 상징은 엘 하르딘 공원 앞에 있는 산 미겔 대천사 아르칸젤 교회다. 터미널에 도착해 택시 타고 구시가지로 가려 했으나 가격 흥정이 되지 않아 낡은 시내버스를 탄다. 배낭여행을 할 때 가끔 택시 요금이 부담되거나 현지인에게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으로 버스를 타는 것도 좋다. 물론 택시보다 다소 시간은 더 걸리지만, 현지인들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미 출근 시간이 지나 버스 안은 붐비지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초반 시내버스처럼 덜컹거리고, 어딘가 부딪쳐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은 왠지 낯설지 않으며, 오히려 추억의 소리처럼 정겹게 들린다. 박태수 수필가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 “창작시스템 갖춰 예술단 역량 키우는 데 집중”

“경기아트센터의 창작시스템을 새롭게 갖춰 예술단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지난 15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도민의 예술접촉 지점을 넓히기 위해 올해를 경기아트센터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1월31일 취임한 서 사장은 경기도만의 지속가능한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 사장은 오직 경기도에서만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로 ‘시나위’를 꼽았다. 서 사장은 “경기도만의 확실한 콘텐츠가 있을 때 서울 사람 등이 아트센터를 계속 찾아올 것”이라며 “시나위의 즉흥성 등을 살려 경기도만의 콘텐츠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 사장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를 포함한 4개 예술단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창작자와의 협업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지금껏 예술이 전문 예술가의 일방적인 보여주기 예술이었다면 이제는 아마추어 등으로 구성된 생활예술을 기반으로 한 양항뱡, 쌍방향적인 창작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경기도의 음악, 선율, 소리를 담기 위해 외부 창작자와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취임 직후 도민 소통을 위한 ‘문화기회팀·정책사업팀·예술누리팀’ 3개 부서를 만드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또 제도개선 TF팀을 운영, 128건의 직원 제안을 받은 뒤 장기 재직 휴가제도 신설 등 대대적인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서 사장은 “도민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무료 공연, 찾아가는 문화복지 사업 등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경기도 예술단이 잘 하는 음악으로 경기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정체성을 정립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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