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View] 고요한 저항 外

#1. 마음이 머무는 곳 시간이 가장 큰 재산임을, 늦게야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하지만 그 하루를 채우는 밀도와 방향은 삶이 품은 깊이만큼 달라진다. 시간은 흘러가고, 그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남기는 흔적도 달라진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마음이 머무는 방향’. #2. 고요한 저항 해는 낮의 껍질을 벗기며 존재의 이면을 드러낸다. 드러남은 언제나 소멸과 나란히 오며 우리가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은 무언가를 잃는 순간과 포개져 있다. 이 탈색의 경계에서 진실은 말이 아니라 침묵으로 존재한다. 삶이란 어쩌면 잊히는 것을 운명으로 부여받은 존재를 조용히 거부하는, 한낱 고요한 저항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저항처럼 어슴프레한 저녁의 바닷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3. 삶의 궤적 진흙을 머금은 땅 위, 서로 다른 발자국들이 겹쳐 앉아 한 겹의 이야기로 눌러 있다. 누군가는 이곳에 잠시 머물렀고, 누군가는 조용히 지나갔다. 그 순간의 무게가 부드러운 흙에 흔적을 남겼다. 발의 온기, 형태, 그리고 방향 그 모든 것이 말없이 ‘존재했음’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길 위를 걸으며 그 흔적들을 스쳐 지나왔을까. 삶은 보이지 않는 발자국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길 위에 자신만의 궤적을 조용히 얹고 가는 일.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국 앞에 멈춰 서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여기, 누가 다녀갔는가.” 홍채원 사진작가

[공감, View] 새해는 찬란하길... 外

#1. 새해는 찬란하길 신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새 마음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한 해를 기약하며 소망을 기원한다. 올 새해엔 태양을 보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설레던 아침을 저만큼 밀어냈다. 지난해 연말 마무리가 어수선한 달로 채워졌으니 아직 마음이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냉정하게, 올곧은 정신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마음의 평화와 이 땅의 평화를 명상과 기도로 조용히 기원한다. 어렵고 힘든 가운데 우리 서로 힘을 내 새로운 해 만물의 좋은 기운을 서로의 마음에 나누면 좋겠다. #2. 세상의 순리 인간도 자연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 길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서경(書經)에 하늘을 대신해 정치를 하는 관리가 도덕을 등지면 재앙은 맹화보다 더 맹렬하다 했다. 요즘 국민의 마음이 둑 터진 강물처럼 내달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3. 영웅의 주인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은 웅장하고 힘이 넘친다. 원래 작품명은 ‘보나파르트’로 베토벤이 각별히 아낀 곡이다. 이 곡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민중을 대변해 줄 거라 믿고 만든 곡이다.
하지만 황제로 즉위하자 독재와 야망만 채우는 것에 분노한 베토벤은 보나파르트 악보 표지를 찢어 버렸다. 진정한 영웅은 베토벤 자신과 국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1804년 베토벤의 통찰력에 내심 존경의 마음이 깃든다. 2025년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우리 국민들! 이번 주말은 ‘영웅’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길 권해 본다. #4. 새 옷 입고 새해가 되기 전 방문 창호지를 벗겨내고 새로 옷을 입히는 일은 연중행사였다. 손잡이 부분에 곱게 말린 잎들을 넣어 그럴싸하게 무늬 꽃을 만드는 지혜는 언제나 예술이다. 아침 햇살이 드리우면 창창해진 방문 창호지에 단풍잎이며 꽃잎들은 더욱 빛을 더한다. 아마 어릴 적 감성을 자극하던 단초가 아니었을까. 홍채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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