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녹슨 총

특정한 형태의 무기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녹슨 총이다. 그래서 총은 마땅히 녹슬어야만 한다고 주창한다. 모순의 대반전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 대중가요가 있다. 프랑스 샹송 ‘녹슨 총’의 노랫말이 그렇다. 애수에 젖은 듯 부드럽고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가슴을 저민다. 알제리 출신 앙리코 마시아스가 불렀다. 그를 가수로 키운 건 ‘팔할(八割)’이 전쟁이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그렇다는 얘기다. 열여섯 살 때부터 조국은 포화에 휩싸였다.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투쟁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청년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했던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 와중에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다.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고 조국을 등졌다. 늦은 밤 프랑스로 향하는 연락선에 홀연히 몸을 실었다. 바다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고향을 눈물로 바라보면서 노래를 만들었다. 데뷔작인 ‘안녕, 내 나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 마흔이 훌쩍 넘어 발표한 곡이 ‘녹슨 총’이다. 1984년이었다. 당시는 영국 존 레넌의 ‘이매진’과 미국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등 강대국 출신 가수들의 반전가요가 우세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제3세계 국가 출신 가수의 절규가 돋보였다. 주제는 명쾌했다. 인종과 종교,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사랑과 평화였다. 유엔은 1977년 그를 평화대사로 임명했다. 1980년에는 평화의 가수라는 호칭도 수여됐다. 노래의 울림은 묵직하다. “녹슨 총보다 아름다운 건 아무것도 없어요/한 병사가 집이 있는 마을로 달려가기 위해 어두운 수풀 속 어디엔가 버리고 온 녹슨 총보다 말이에요/누가 사랑보다 전쟁을 더 좋아할까요/녹슨 총보다, 더는 쓸모 없는 녹슨 총보다 멋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의 읊조림은 그래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지대] 더 빛날 인천의 미래를 위해

브라질 축구의 강점은 모든 선수의 탁월한 개인 능력이다. 기본기에 충실한 볼 트래핑은 물론 화려한 개인기까지. 여기에 훌륭한 전략가가 감독으로 앉는다면 더 말할 것도 없는 최고의 강팀으로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것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조직원 모두가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서 조직의 바닥을 가득 채워주고, 그 개인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것을 막고 모든 능력치를 하나로 모아줄 ‘보스’가 있는 것. 가장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 중 하나다. 대다수 사람들은 보스에 집중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보스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는 것은 조직원의 개인 능력이다. 아무리 보스의 역량이 좋아도 개인의 능력이 떨어진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아무리 감독이 우수해도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낮아 전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즉, 개인의 능력은 필수 전제 조건인 셈이다. 인천은 최근 재외동포청 유치에 성공했다. 이 재외동포청 유치에 유정복 인천시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 사실 유 시장의 개인 능력으로 유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유 시장의 위치는 조직원이 아니라 보스다. 보스가 혼자 뛰어 재외동포청을 유치한 셈이다. 이제 인천시는 300만 시민에 750만 재외동포를 품에 안은 1천만 도시다. 이 큰 도시의 정책을 마련하는 인천시라는 조직이 잘 돌아가려면 조직원, 즉 공무원 모두가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 조직원들의 개인 능력은 실·국장 등을 거쳐 부시장, 그리고 보스인 시장의 전략을 통해 빛나야 한다. 지금이라도 모든 공무원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방법이 필요하다.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마인드 개선부터 실무 능력을 높일 체계적 논의를 해야 한다. 더 빛날 인천의 미래를 위해.

[지지대] 동양하루살이 유감

동양하루살이. 해마다 이맘때면 남한강 주변으로 날아오는 불청객이다. 올해는 때 이른 이상 고온으로 벌써부터 난리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불빛이 있는 곳을 무차별 습격한다. 파리채 같은 도구로 때리면 분비물도 나온다. 비위가 여간 상하는 게 아니다. 필자가 몇년 전 확인했던 녀석들의 폐해다. 밖에 주차한 차량들마다 하얗게 덕지덕지 붙는다. 어지간해선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점포 쇼윈도도 마찬가지다. 하루살이라고 꼭 하루만 사는 건 아니다. 보통 1년 또는 그 이상 생존한다. ‘하루’라는 접두어가 나타내는 시간은 성충이 된 뒤의 수명이다. 암컷은 짝짓기 후 알 2천~3천개를 낳은 뒤 죽는다. 이런 가운데 동양하루살이의 번식은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굳이 분류하면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라는 논리다. 생태계에든, 인체에든 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람을 물지 않고 전염병도 옮기지 않고, 2급수 이상 물에서 서식해 수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주장도 제시된다. 유충과 성체 모두 물고기와 새의 먹이여서 수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곤충이라는 의견도 곁들여진다. 수도권에 처음 나타난 건 2006년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였다. 2013년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도 모습을 드러내 한동안 ‘압구정벌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로 남양주와 양평 등 남한강 주변에서 출몰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여름이면 이 녀석들로 골머리를 앓는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워서다. 해충인지 익충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보기에 소름 끼친다는 점도 분명 피해다. 남양주시는 내년까지 매년 15%씩 줄인다는 목표까지 설정하고 방제사업에 나서고 있다. 양평군도 비슷한 플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의 묘안 수립이 시급하다.

[지지대] 경기도 인구 1천400만

고등학교 다닐 때 수원시 인구는 30만명이라고 했다. 지금 수원의 인구는 123만명 가까이 된다. 40여년 동안 수원시는 전국 시·군 중 인구 수가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가 됐다. 인구 100만이 넘어 특례시라는 명칭도 얻었다. 경기도 인구가 1천400만명을 돌파했다. 내·외국인을 합친 수치다. 4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1천360만7천919명, 등록외국인은 39만5천608명으로 총 1천400만3천527명이 경기도에 거주한다. 국내 총인구 5천264만5천711명의 26.6% 수준으로, 4분의 1 이상이다. 경기도 인구는 2002년 12월 1천만명을 처음 넘겼다. 경기도는 2003년 12월 말 1천36만1천638명을 기록하며 서울시 인구(1천27만6천968명)를 처음 추월했다. 지금은 서울 인구(967만명)의 1.4배가 넘는다. 서울에 있던 경기도청이 수원으로 이전한 1967년과 비교하면 1천100만명이 늘었다. 그때 경기 인구는 307만797명이었다. 도내 인구는 지역 간 격차가 크다. 남부에 1천38만4천604명(74.2.%), 북부에 361만8천923명(25.8%)이 살고 있다. 시·군별 인구 수는 수원시 122만6천735명, 용인시 109만2천738명, 고양시 108만9천934명 순으로 많다. 동탄 등 신도시 개발이 많은 화성시는 96만5천698명으로, 올 하반기 100만 도시가 된다. 반면 인구가 가장 적은 지자체는 연천군(4만2천769명), 가평군(6만3천5명), 과천시(7만9천133명) 순이다. 연천·가평군은 2021년 행안부가 정한 인구감소 지역이다. 경기도의 인구 증가는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개발에 따른 유입, 광역 교통망 확충,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가격 등이 이유다.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장래인구 추계(2020~2040년)에 따르면, 도내 인구는 2039년 1천479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기도 인구가 크게 늘었지만 인구 불균형이나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고려한 인구정책 수립과 함께 1천400만명에 맞는 주택·교통·교육·복지·환경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지지대] 韓 원폭 피해자들

일본 히로시마에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가 있다. 1945년 8월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달래는 추모시설이다. 위령비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주도로 1970년 4월 설립됐다. 높이 5m 위령비는 한국에서 제작해 히로시마에 옮겨 세웠다. 위령비에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인류 최대의 참극’으로 규정한 글이 새겨져 있다. 비문에는 명분없는 싸움에 명분없이 죽음의 마당으로 향해야 했던 동포 군인, 괭이와 낫을 들고 소와 말같이 부림을 받던 동포 징용자 등 한국인 5만명이 히로시마에 있었다고 써있다. 원폭 희생자들의 원한과 증오가 사라질 것을 기원한다는 내용과 한국과 일본이 가까운 이웃으로 화친하길 바란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히로시마 상징과 같은 건물인 ‘원폭 돔’이나 원폭 참상을 알리는 전시관인 평화기념자료관과 달리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는 참배객은 드물다. 재일동포 민단이 매달 한 차례 청소를 하고, 8월5일에는 제사를 지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한일 양국 정상의 공동 참배는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참배는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원폭 피해 동포들과 면담도 가졌다.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이후 78년간 잊힌거나 다름없이 살아온 한인 피해자의 존재가 한미일 당사국과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게 돼 의미가 크다.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한국인 원폭 사망자와 피해자는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5만여명은 원폭으로 현장에서 숨졌고, 5만여명은 심한 부상과 불구의 몸으로 돌아왔다. 살아남은 이들은 부상과 후유증, 피폭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원폭피해자 1세대는 2천여명이 생존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에 그칠 게 아니라 고령의 생존 피해자와 2·3세대 지원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후세대들도 부모의 피폭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 원인 모를 병과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정상 생활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지대] 안재홍 선생의 호를 딴 민세초교

호(號)라는 게 있었다. 시제를 굳이 과거완료형으로 쓴 까닭은 요즘은 거의 사라져서다. 물론 아직까지 일부 서예가나 문학인 등이 사용하고 있다. 본명 부르기를 피하는 풍속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선비가 학문을 익히고 가르친 곳을 자신의 호로 붙였다. 이황 선생의 ‘퇴계(退溪)’나 이이 선생의 ‘율곡(栗谷)’, 박지원 선생의 ‘연암(燕巖)’ 등이 그렇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은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어휘를 호로 붙였다. 주시경 선생의 ‘한힌샘’, 최현배 선생의 ‘외솔’ 등이 그렇게 등장했다. 안재홍 선생은 평택을 대표하는 우국지사다. 일제강점기 신간회운동, 조선어학회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렀다. 광복 이후에는 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미군정청 민정장관, 제2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으나 6·25전쟁 때 납북됐다. 1989년 3월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선생의 호는 ‘민세(民世)’다. 1911년 와세다대 정경학부 재학 당시 ‘민중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그렇게 지었다. 이런 가운데 내년 9월 평택 고덕국제화도시에 문을 여는 초등학교 이름이 안재홍 선생의 호를 딴 민세(民世)초등학교로 결정됐다. 학교명선정위원회가 안재홍 선생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가칭 고덕4초등학교 교명을 이처럼 선정했다. 앞서 교육당국은 지난해 5월 고덕3중학교 명칭도 민세중으로 결정한 바 있다. 평택교육지원청 측은 “주민과 지역 인사가 함께 교명 선정에 참여해 지역 정서와 특성, 역사와 전통을 반영한 교명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중국 등 외국에선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딴 교명이 더러 있다. 중국 혁명가 중산(中山) 쑨원의 고향인 광저우에 설립된 중산대학교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평택이 유일하다. 민세 선생을 배출한 민족의 도시답다. 늠름하고 자랑스럽다. 다른 도시들도 본받을 만한 사례여서 더욱 그렇다.

[지지대] 더 센 놈이 온다

3년4개월 동안 우리 사회를 지긋지긋하게 옭아맸던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조치가 해제됐다. 정부는 지난 11일 코로나19 비상사태의 종식을 알리고 완전한 일상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3년4개월 만에 사실상의 ‘엔데믹’을 알린 셈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7일)와 의원, 약국에 남아 있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진다. 특히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현재 2급에서 4급으로 낮아지는 오는 7월께부터는 코로나19도 일반의료체계로 편입돼 감기와 같이 관리된다. 공포의 대상이던 코로나19가 우리와 공생하는 바이러스가 되는 셈이다. 바이러스도 진화한다. 그동안 바이러스계의 맹주를 자처하던 감기는 코로나19에 밀려 찬밥(?) 신세가 돼 왔다. 그런 감기 바이러스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독해졌다.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의 비율이 최근 두 달간 연속 증가세인 것도 모자라 강력한 인후통과 몸살기를 동반하고 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간 환자들을 몸서리치게 한다. 여기에 감기 환자도 늘어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는 현재까지 지난해보다 8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필수 마스크 착용’이라는 방어막에 차단돼 노출되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이제 그 빈틈을 노려 더욱 강력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비단 바이러스만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사회도 진화한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나쁜 놈은 더 나쁘게, 사회 안전망의 빈틈을 노려 시스템을 붕괴시키거나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쪽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더 센 놈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통제하는 수단 중 가장 센 방법은 국민 모두가 방어기제로 작용할 때였다. 나쁜 쪽으로 더 센 놈을 색출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지지대] 돼지풀아재비의 경고

모양새는 함초롬하다. 꽃이 피는 차례는 조밀하다. 얼핏 보면 잘 모른다. 모든 생물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말이다. 돼지풀아재비의 이력서다. 잎은 어긋나기로 난다. 윤곽은 달걀을 닮았다. 줄기는 곧게 자란다. 키는 작게는 30㎝에서 크게는 90㎝ 남짓하다. 줄기 윗부분에서 갈라지고 털이 난다. 주로 황무지나 밭둑 등지에 수두룩하다. 남미가 친정이다. 국내서 처음 발견된 시기는 1995년이었다. 수도권에서도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차량이나 물, 바람 등을 타고 퍼져 나간다. 학계는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화학물질로 주변 식물 생장을 방해한다고 경고한다. 해당 식물과 접촉하면 피부염과 건초열 등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는 말썽꾸러기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로 연평균 기온이 2~3도 오르면 통제가 어렵다는 보고가 나왔다. 한국환경생물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 ‘생태계 교란식물인 돼지풀아재비의 발생 특성과 관리’를 통해서다. 15~25도가 최적의 발아 온도인데 지난해 연평균 기온이 12.9도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남미에선 한 개체가 종자를 2만개 이상 만들어내지만 국내에선 개체당 종자 생산량이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농업생명과학센터(CABI)도 온대지역에 정착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학계는 개체당 종자 생산량이 적어 초기에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완전 박멸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여러 변수는 있다. 환경당국은 확산 방지책으로 줄기 절단 등 물리적인 방법과 글리포세이트 같은 비선택성 제초제 살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 등지에선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도 연구 중이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온 산하가 순식간에 생태계 교란종의 침략으로 황무지로 전락할 수도 있어서다. 환경은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자산이다.

[지지대] 노시니어존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카페 출입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출입문에는 ‘노시니어존’이란 문구와 함께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 제한’이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카페는 한적한 주택가에 있고, 좌석이 많지 않은 소규모라고 했다. 사진을 올린 사람은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지나가다 보실까 봐 무섭다”고 했다.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에 이어 노인 출입을 제한하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이 등장했다. 온라인에선 논쟁이 벌어졌다. 한쪽에선 특정 연령대의 입장을 막는 것은 차별이라고 했다. ‘아이 혐오에 이어 노인까지 혐오하나’, ‘차별이 자연스러워져서 씁쓸하다’, ‘어버이날에 이런 사진이 올라오다니’ 등의 불편함을 드러냈다. 또 한쪽에선 ‘가게 사정도 들어봐야 한다’, ‘진상 부리는 사람이 많으면 저럴 수 있다’ 등의 옹호론도 있었다. 이후 해당 카페의 여성 점주가 남성 어르신들에게 성희롱을 당해 이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심정은 이해가 간다’는 공감을 사기도 했지만, 연령으로 출입을 금지한 것은 차별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노키즈존’에 대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시니어존이 등장한 이유는 시니어라고 불리는 중장년 손님들이 카페 주인에게 민폐를 끼치기 때문이란다. 특히 젊은 여성이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중장년 남성 손님들이 쓸데없는 질문을 하거나,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영업 종료 후 술 한잔 하자는 등의 추태를 부린다고 한다. 소위 ‘진상 손님’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엔 식당에서도 노인을 반기지 않는 느낌이다. 젊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눈치가 보인다는 노인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를 MZ세대 사이에서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정서가 누적돼 내면화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세대 갈등이 깊어지면서 노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추세다. 서로 이해와 배려를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더 삭막하고 세대 간 충돌도 커질 것이다. 어찌됐든, 노시니어존은 좀 씁쓸하다.

[지지대] 고립·은둔 청년 54만명

‘히키코모리(hikikomori)’는 ‘틀어박히다’는 뜻을 나타내는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이다.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이나 집 등 특정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거나 나가지 못하는 ‘은둔형 외톨이’를 일컫는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가 2005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최초로 소개했다. 사이토는 히키코모리를 장애나 질병이 아닌, 다양한 사회·개인적 요인들에 의한 상태로 봤다. 일본 후생성은 ‘가족들을 포함해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낮에 잠을 자고, 저녁에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에 몰두한다’ ‘자기 혐오, 상실감 등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 ‘부모에게 자주 신경질을 내고 심하면 폭력을 행사한다’ 등의 증상을 6개월 이상 보이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임감이 주어지는 청소년부터 젊은 성년의 시기에 히키코모리가 된 사람은 사회로 복귀 못한 채 중년이 되기도 한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가운데 고립 청년 비율은 2021년 기준 5.0%다. 100명 중 5명이 타인과의 의미있는 교류 없이 사실상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이라는 것이다. 2021년 전체 청년 인구(1천77만6천명)에 적용하면, 고립 청년 수는 53만8천명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 청년들은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률이 44%였다. 또 고립 청년의 절반 이상(53.1%)은 지난 일주일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청년층의 고립·은둔은 가정과 사회가 나를 부정한다는 생각에 회피하고 숨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무섭다’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방에 틀어박히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해 안정감을 갖게 지원해야 한다.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고립·은둔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지지대] 베이비 박스 찬반논란

주택가 골목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옆에는 출생일 등이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아기를 담은 ‘베이비 박스’였다. 종교단체 주도로 2009년 서울 관악구에서 비롯됐다. 베이비 박스가 올해로 설치된 지 15년째다. 누군가에게는 벼랑 끝의 마지막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종교단체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런저런 사정으로 맡겨진 아기가 2천2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군포에 설치된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144명까지 포함된 수다. 도대체 어떤 이들의 딱한 사정이 있었을까. 대부분은 미혼모들이다. 지난달까지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맡긴 미혼모 비율은 84.4%, 지난해는 68.9%였다. 베이비 박스를 운영 중인 종교단체의 분석이다. 이혼 가정이나 혼외 출생, 불법 체류 외국인 자녀 등도 포함됐다.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시원이나 화장실, 모텔 등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아이를 출산해 베이비 박스로 데리고 온 경우는 지난해 기준 1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 박스가 아기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베이비 박스가 아니었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보장시스템이나 미혼모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도움을 받았을 텐데, 베이비 박스 때문에 손쉬운 선택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베이비 박스 운영기관이 미혼모를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상담 등의 서비스는 이미 지자체도 시행 중이다. 긴급 지원이 필요한 산모가 발생하면 연계 기관들이 일률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2030세대가 육아비용 등을 이유로 아기 낳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태어난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숙제다. 베이비 박스가 미혼모와 아기를 살리는 수단일까, 아니면 영아 유기를 조장하고 아동인권을 침해하는 도구일까. 논란은 여전히 팽팽하다.

[지지대] 연꽃 기법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인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꿈을 실현하기 위해 활용했다는 ‘연꽃 기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마쓰무라 야스오 클로버 경영연구소장이 1979년 개발한 기법이다.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매핑같이 인간의 두뇌 활용을 극대화하는 사고·학습 기법의 일종이다. 연꽃 기법에 사용되는 차트는 불교의 만다라 형태와 유사하다 하여 ‘만다라트(Mandal-Art) 기법’이라고 불린다. 이 기법은 가로세로 세 칸씩으로 구성된 네모 상자 9개 중 가장 가운데 칸에 최종 핵심 목표를 적고 그 주변 8개의 네모 상자에 세부 목표를 기재한다. 기록한 8개 세부 목표 주변으로 8개의 구체적 과제를 기록하면 모두 64개의 실천 과제가 작성된다. 오타니는 자신의 고교 야구 코치에게 이 기법을 소개받아 ‘일본 8개 프로구단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핵심 목표로 실천과제를 설정했다. 몸 만들기와 제구, 구위, 구속 시속 160㎞, 변화구, 운(運), 인간성, 멘털을 8가지 세부 목표로 정하고 각각 8개의 실천 과제를 기재한 후 꿈을 향해 내달렸다. 연꽃 기법은 브레인스토밍을 확장해 하나의 주제에 대한 하위 주제를 설정하고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나 문제 해결의 대안을 다양한 측면에서 찾으려고 할 때, 기존 기술이나 제품을 응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할 때, 혹은 미래 시나리오를 가상으로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다. 풀리지 않은 과제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마음속에 연꽃을 그려보자.

[지지대] 요즘 가장들의 고민은?

우리만큼 가족외식문화가 정착된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 삶이 참 팍팍해졌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외식 경비가 껑충 뛰어서다. 4인 가족이 어지간한 식당에서 식사하려면 어림잡아 10만~15만원은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말하기가 꺼려진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식사하려면 더욱 그렇다. 모임 장소를 결정할 때 가격표부터 먼저 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최근 먹거리 물가 인상으로 가족끼리 외식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5월은 가정의 달이어서 가족 모임이 많은 만큼 외식물가 상승 체감도는 아무래도 더 높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삼겹살이나 삼계탕, 냉면 등 대표 외식품목 8개의 수도권 평균가격은 1년 전보다 7.5~16.3% 올랐다. 삼겹살(200g 환산 기준)은 평균 1만9천236원으로 1년 전보다 12.1% 뛰면서 2만원에 근접했다. 4인 가족이 음식점에서 삼겹살을 먹으면 고기 가격만 8만여원이고 식사류와 주류, 음료 등을 곁들이면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삼계탕 한 그릇 가격도 평균 1만6천346원으로 1년 전보다 12.7% 올랐다. 짜장면 한 그릇도 6천800원으로 16.3% 인상됐다. 삼겹살 소매가격은 지난달 27일 기준 ㎏당 평균 2만4천750원으로 한 달 전 2만2천560원보다 9.7% 비싸다. 닭고기는 ㎏당 6천246원으로 2.9% 뛰었다. 치킨과 햄버거, 피자 값 등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치킨업체는 소비자 권장가격을 최대 3천원 올렸다. 배달료(3천~5천원)를 고려하면 소비자가 치킨 한 마리를 먹을 때 3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내야 한다. 대표적인 햄버거 업체도 일부 메뉴의 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다른 업체들의 가격도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적인 물가 인상이니 어쩔 수 없겠다. 하지만 가정의 달을 챙겨야 하는 가장들에겐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요즘이다. 

[지지대] 한부모 가족

한부모 가족은 2세대로 이루어진 핵가족 중 부모가 1명인 가족이다. 예전엔 ‘편부모 가족’이라 했으나, ‘치우칠 편(偏)’이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해서 ‘한부모 가족’이라고 바꿨다. 한부모 가족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 각종 창작물에 종종 등장한다. 미혼 출산,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족은 평범한 가정보다는 뭔가 사연이 있어 얘깃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한부모 가족은 작품 속에서 좋은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는다. 편부모가 아닌 한부모라고 명칭을 바꿨지만, 우리사회의 편견은 여전하다. 이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부모 한 명이 고소득 직종이라 혼자 벌어도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경제적으로 힘들다. 생계와 아이 돌봄을 함께 해야 하는 생활이 버겁다. 사회적 편견과 따가운 시선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상처를 많이 받는다 통계청의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한부모 가구는 151만이다. 전체 일반가구 2천144만8천여 가구의 7% 수준이다. 학생 30명이 모인 반에서 2~3명은 한부모 가구일 정도로 높은 비율이다. 사실상 이혼이나 다름없는 별거까지 감안하면 한부모 가구는 더 많다. 정부가 싱글맘, 싱글대디 등 한부모 가구를 위한 돌봄과 가사지원 서비스를 하지만 공급이 적어 혜택을 받기 어렵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미혼부모·한부모 자립지원 서비스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원가족과 단절, 배우자 부재 등으로 자녀 돌봄 위기를 해소하기 쉽지 않은 미혼부모와 한부모에게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한부모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 조건이 까다로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불만도 있다. 올해 정부의 지원대상 소득요건은 중위소득의 60% 이하다. 월급 207만원 수준으로, 이보다 수입이 많으면 지원이 끊긴다. 재산요건에는 자동차도 포함된다. 생계용이더라도 2000cc 미만, 연식이 10년 이상이거나 자동차 가액이 5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한부모 가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편견보다는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절실하다. 이들 가정이 건강해야 우리 사회도 건강해진다.

[지지대] 코로나19 비상 해제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비상’이 아닌 ‘일상’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사실상 엔데믹’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WHO에 보고한 것은 2019년 12월31일이다. WHO는 한 달 뒤인 2020년 1월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 기간에 지구촌은 혹독한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 인류 감염병 역사에 기록될 코로나19 비상사태는 3년4개월 이어졌다. 그 사이 전 세계에서 700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는 7억4천616만9천431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5일 0시 기준 확진자 수가 3천125만1천203명, 누적 사망자 수는 3만4천518명이다. 비상사태는 해제됐지만 코로나19는 바이러스 변이를 거듭하며 여전히 확산 중이다. 다만 치명률이 크게 떨어져 코로나19를 더 이상 심각한 감염병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WHO의 이번 결정으로 완전한 일상회복을 향한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위기 단계는 현재 ‘심각’으로 가장 높다. 이를 ‘경계’로 낮추는 것을 포함한 하향 계획을 5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의 전염병 전문가들은 “엔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풍토화됐다는 것으로 상시적인 의료대응체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0년대 들어 2003년 사스(SARS) 유행 후 6년 뒤인 2009년 신종플루, 다시 6년 뒤인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신종 감염병 팬데믹 사태를 맞았다. 코로나19는 4년 뒤인 2019년 발생해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양상이다. 미국 전염병 전문가들은 2년 내 오미크론 바이러스와 같은 변이가 다시 창궐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엔데믹이라고 안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 팬데믹 가능성이 있는 미지의 신종 감염병, ‘질병 X’에 대비해야 한다.

[지지대] 전국소년체전에 거는 기대

1972년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라는 구호 아래 창설된 전국소년체육대회는 반세기를 이어오는 동안 대한민국 스포츠를 ‘세계 톱10’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올해로 52회째를 맞이하는 소년체전은 그동안 종합시상제의 도입과 폐지, 종목별 시상제 실시, 3년간의 전국대회 중단 등 부침을 겪어 왔지만 여전히 꿈나무 선수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1992년부터 종합시상제가 폐지됐고 2005년부터는 메달 집계도 사라져 개인시상만 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 시·도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최고 권위의 유소년 종합대회다. 시·도별로 여전히 자체 순위를 매긴다. 때로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경기도는 지난 1992년 4년 만에 부활된 이후 ‘영원한 맞수’ 서울시와 우승 경쟁을 해오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은 서울시에 모두 뒤져 2위에 머물렀다. 진보 교육감 시절 8년간 도교육감기와 시·군교육장배 대회 개최가 중단되면서 기초종목이 붕괴된 결과다. 이는 고교생들이 참가하는 전국체전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대표 선수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일체감을 조성하는 선수단복도 세 차례나 취소하고 팀 또는 개별 피복비로 지급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소년체전을 주관하는 도교육청과 이를 지원하는 도체육회, 도종목단체 간 공조도 무너지면서 타 시·도로부터 “경기도는 이제 끝났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 보수 성향 교육감의 취임 후 꿈나무 체육은 그동안 중단됐던 각종 대회의 부활과 전폭적인 지원으로 회생의 조짐이 일고 있다. 27일 시작되는 제52회 전국소년체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단복도 부활해 도대표 선수들의 사명감과 자긍심을 고취시킬 전망이다. 경기도 꿈나무 체육이 정상화된 소년체전을 통해 다시 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지대] 심상찮은 10대들의 극단 선택

한 젊은이가 파티에서 아가씨를 만나 한눈에 반했다. 공교롭게도 그녀에겐 약혼자가 있었다. 연정은 깊어 갔지만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은 멀어져 갔다. 결국 그가 선택한 건 권총을 사용한 삶의 마감이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얼개다. 작가의 자서전적인 작품이다. 1774년이 출간 시기다. 당시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선 권총을 이용해 이승과 헤어지는 게 유행병처럼 번졌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애달픈 서사가 300년을 훌쩍 뛰어넘어 한반도를 강습하고 있다. 10대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 심상찮아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이 같은 선택은 2021년 10만명당 2.7명으로 늘었다. 2000년대 들어 최고치다. 10만명당 1.2명이었던 2000년에 비해 갑절 이상 증가했다. 12~14세는 2000년 10만명당 1.1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급증했다. 15~17세도 같은 기간 10만명당 5.6명에서 9.5명이 됐다. 더욱 충격적인 건 청소년의 불합리한 선택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청소년 전부와 12~14세, 15~17세의 경우 모두 2009년까지 오름세를 보이다 내림세로 돌아서는데 2015~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바뀐다. 전체 인구의 이승과 헤어짐 비율이 줄어드는 점과 비교할 때 더욱 눈에 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3만2천392건이던 온라인 커뮤니티 극단 선택 관련 유해 정보는 2020년 9만772건으로 약 3배로 증가한 뒤 2021년 14만2천725건, 지난해 23만4천64건 등을 기록했다. 청소년의 건강한 삶이 나라의 성장엔진으로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 이들을 제2의 베르테르로 만들어선 안 되는 까닭이다. 우리의 미래가 그들에게 달렸다.

[지지대]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투자의 귀재로 평가받는다. 1956년 100달러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미국 최고의 갑부 위치에 올라선 바 있다. 뉴욕에서 2천㎞ 이상 떨어진 고향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를 거의 벗어나지 않지만 주식시장 흐름을 정확히 꿰뚫는다 해서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린다. 버핏은 가치 있는 주식을 발굴해 매입하고 이를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검소한 생활태도와 기부는 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워런 버핏과의 점심’이라는 이벤트를 해왔다. 자신과 뉴욕 맨해튼에서 점심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점심 값’을 경매에 부쳐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이다. 점심식사 자선경매는 엄청난 고가임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2000년 2만5천달러로 출발한 ‘버핏과의 오찬’ 경매는 지난해 역대 최고 낙찰가인 1천900만달러(약 246억원)에 낙찰되면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경매 수익금은 빈민구호단체인 글라이드 재단에 전액 기부했다. 2022년까지 누적 기부금은 5천320만달러(약 688억원)에 달한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은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이 마련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갓생 한끼’를 기획했다. 갓생 한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생활 루틴을 실천한다는 뜻의 MZ 유행어 ‘갓생(God生)’에서 따왔다. 첫 번째 타자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박재욱 쏘카 대표, 노홍철 ㈜노홍철천재 대표가 확정됐다. 이들은 ‘꿈을 위한 갓생(God生) 그리고 불굴’을 주제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눌 예정이다. 전경련은 25일 서울에서 MZ세대 30명을 초대해 행사를 개최한다. 참여자들은 돈(경매)이 아닌 사회를 위한 어떤 재능기부 계획을 세웠는지를 기준으로 선발한다.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 갓생 한끼가 본인의 롤모델일 수 있지만 평소 만나기 어려운 기업인을 만나 서로의 꿈에 대해 얘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지지대] ‘근로’와 ‘노동’의 차이

5월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연대 의식을 다지는 법정 기념일이다. 법정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주 재량이나 회사 사정에 따라 휴일 여부가 정해진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관공서는 정상 운영된다. 학교도 마찬가지로 교사와 교수도 정상 근무한다. 은행은 쉰다. 하지만 관공서 내 은행은 정상 영업을 한다. 증권사도 휴무라 이날 주식장이 열리지 않는다. 근로자의 날에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출근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출근 회사는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의 영세기업이 절반(59.1%) 이상이었다. 근로자의 날에 쉬지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공무원들 사이에 불만이 많다.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노동’과 ‘근로’ 단어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한국노총은 ‘언제까지 노동자를 노동자로 부르지 못하게 할 것인가’라는 성명에서 “각종 법률 용어 등에서 ‘근로’라는 단어를 없애고 ‘노동’으로 변경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근로라는 말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 노역 등을 미화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라며 “노동자의 자주성·주체성을 폄훼하고, 수동적·복종적 의미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일 각각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데, ‘노동절 대회’라는 표현을 쓴다. 고용노동부는 각종 자료에 ‘노동자’와 ‘근로자’를 혼용해 쓰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는 의미다.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을 뜻한다. 미국 등에선 근로자의 날을 ‘메이데이(May Day)’라 부른다. 올해로 133주년을 맞는다. 우리나라는 1958년부터 한국노총 전신인 대한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일인 3월10일을 ‘노동절’로 정했다. 1963년 노동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날’이라고 했고, 1994년에 5월1일로 날짜를 옮겼다. ‘근로’를 ‘노동’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법 개정 움직임으로 이어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의 날’ 또는 ‘노동절’로 바꾸는 내용과 공무원도 쉬게 하자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지지대] ‘마가’와의 전쟁

당황스러웠다. 몇년 전 ‘티엠아이(TMI)’란 표현을 듣고서다. 영어로 ‘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라는 사실을 안 건 한참 뒤였다. 개인 신상에 대해 좀 더 깊게 얘기하면 상대방에게서 추임새처럼 어김없이 이 표현이 나온다. 줄임말 유행이 이젠 한국을 넘어 지구촌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에서도 그렇다. 이런 가운데 요즘 공화당 측에서 자주 쓰는 단어 중 ‘마가(MAGA)’가 있다.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알파벳 첫 글자를 땄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뜻이다.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선 구호였다. 이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집권 시절에도 자주 사용됐다. 그때부터 정치적인 어휘가 됐다. 이 단어를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다. 하지만 이전에도 미국 정계에선 곧잘 오르내렸다. 딱히 좌우를 가리지도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연설에서 사용했다.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은 그를 마가라고 부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선을 공식 선언하면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마가’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부각했다. 얘기가 나온 김에 미국 대선을 더 거론하면 민주당에선 경쟁자가 없지만 올해 80세로 고령인 데다 인플레이션 등을 비롯한 경제 이슈로 험로가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한 3분 분량의 출마선언 동영상을 통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면서 벌어진 의회폭동 사태를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세력이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했던 상징적 장면으로 이 사태를 제시했다. 미국 대선은 앞으로 1년 이상 남았다.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게 언어다. 이 기간에 또 어떤 줄임말이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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