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하거나 머리가 아프면 약국을 찾는다. 항생제를 사기 위해서다. 항생제는 다세포 생물의 생체조직 내에서 박테리아 등 특정 세균의 증식이나 생존 등을 중점적으로 방해하는 약물의 총칭이다. 이 약품이 의학에 도입되기 전에는 많은 인류가 사소한 감염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폐렴이나 결핵, 종기, 패혈증 등이 대표적이다. 등에 난 종기 때문에 임금조차 여럿 죽어 나간 기록도 있다. 작은 상처로 환부 절단, 심지어 사망 직행이었던 시절이 불과 1세기 전이다. 항생제로 치유할 수 없는 질병도 있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감염증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은 장내세균목 균종에 의해 감염된다. 주로 의료기관서 감염된 환자나 병원체 보유자와의 직간접적 접촉이나 오염된 기구 등을 통해 전파된다. 대부분의 항생제가 듣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 그래서 의학계에선 슈퍼세균이라 부른다. 최근 슈퍼세균에 감염된 사례가 국내에서 지난해 4만건을 훌쩍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 감염증 신고 건수는 모두 4만2천827건(잠정)으로 나타났다. 2023년 3만8천405건에서 11.5% 늘었다.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60대 이상이 전체 감염자의 80%가 넘었다. 2017년 6월부터 전수 감시 대상에 포함돼 그해 5천717건이 신고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1만1천954건, 2019년 1만5천369건, 2020년 1만8천113건, 2021년 2만3천311건, 2022년 3만548건 등 해마다 신고 건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사망자도 빠르게 증가했다. 2017년 37명, 2018년 143명, 2019년 203명, 2020년 226명, 2021년 277명, 2022년 539명, 2023년 661명 등이다. 우리 사회에서 위험한 분야가 어디 슈퍼세균뿐일까.
오피니언
허행윤 기자
2025-05-1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