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일렉트로닉 카페가 문을 열었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다. 대표적 게임공간인 PC방은 이렇게 탄생했다. 1990년대 전반기였다.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PC 확산 정책과 인터넷 인프라 확충 등이 맞물리면서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수십대 설치된 컴퓨터를 요금을 내고 일정 시간 이용할 수 있었다. 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과 커피 등도 제공됐다. 그래서 PC카페라고도 불렸다. 24시간 영업이 일반적이었다. 본래의 목적 이외에도 야간이나 심야에 잠시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늦은 밤 버스 및 전철 등 대중교통이 끊기거나 숙박업소를 찾기 힘들어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수차례 크고 작은 변혁을 통해 소비자 중 10~20대가 이용하는 비율이 절대 다수인 독보적인 문화공간이 됐다. 한때는 노래방이나 만화방, 콜라텍 등을 제치고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내 PC방이 매년 100여곳씩 문을 닫는 등 폐업이 속출(경기일보 12일자 8면)하고 있다. 주된 이용자인 청소년들이 다른 여가 공간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어서다. 인건비 및 공공요금 부담 등의 영향도 더해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PC방 수는 2023년 1천972곳에서 지난해 1천883곳으로 89곳 감소했다. 올해 3월 기준 1천789곳으로 이미 전년보다 94곳 줄었다. 연말까지 감안하면 올 한 해 100곳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PC방 쇠락에는 중요한 원인이 있다. 과거에는 고사양 PC와 초고속 인터넷 등이 집에 없었다. 그래서 PC방을 이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도 충분한 게임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PC방은 ‘저렴한 공간’이라는 인식 속에 가격 인상도 어렵다. 인건비와 고정비 부담 등은 계속 커진다. 일각에선 단순한 게임 공간을 넘어 체류형·복합형 공간으로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쇠락하는 게 어디 PC방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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