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주 섬유기업 위기, 결국은 재정 지원/市, 예산·형평 어렵지만 그래도 해주자

양주 검준산단의 섬유기업들이 휘청인다. 섬유산업은 양주의 주력 경제다. 2003년에 문을 열었다. 산단 조성 비용만 581억원이 들었다. 14만5천여㎡ 크기에 섬유기업 전용이다. 날염 17곳, 염색 34곳, 도금 12곳, 기타 4곳 등 67곳이 입주해 있다.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해온 섬유 산단이다. 이곳이 지금 위험하다. 5월 현재 16곳이 폐업 또는 휴업했다.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직격탄이다.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나는 상태다. 경기일보 기자가 현장 소리를 들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얘기됐다. 역시 핵심은 경제적인 고통이다. 원가 부담이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보자. 하나는 공업용수 공급 가격이다. ‘너무 비싸다’는 얘기를 한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 검준산단에 공급되는 공업용수 가격은 ℓ당 1천27원이다. 인근 포천과 연천의 400~500원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섬유기업은 특성상 공정에서 공업용수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두 번째는 폐수처리장 비용이다. 이 역시 섬유 관련 공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산단에 대형 폐수처리장이 가동되고 있다. 처리 용량은 하루 2만3천500㎥다. 그런데 실제 처리되는 폐수는 6천259㎥다. 과한 가동으로 인한 기본운영비 부담이 크다. 세 번째는 근본적인 문제다. 산단의 성격상 진입하는 기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부분은 폐업을 전제로 할 때 고민이다. 떠나려고 해도 들어오는 섬유기업이 없어 매각 임대 등을 할 수 없다는 고민이다. 공단 유치 업종 변경을 언급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양주시의 대표 산업 자체에 대한 토론도 필요하다. 또 산단 업종 변경은 시가 아니라 도에서 처리할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공업용수 가격 인하와 폐수처리장 운영비 지원 문제만 우선 살피려 한다. 시의 어려운 입장은 있다. 공업용수가 비싼 것은 수년간 현실화해 왔기 때문이다. 정상적이고 건전한 행정이다. 뭐라 할 수 없다. 운영비 지원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예산 투입과 산출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경우 흔히 쓰는 표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 방안을 검토해 주면 좋겠다. 모두가 아니면 일부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 양주시가 섬유산업 특성화의 목표를 버린 것은 아니잖나.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전쟁 후유증이 해결 안 될 항구적 조건은 아니잖은가. 현재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소망스러울 것 같다. 통상의 행정 기준에 안 맞을 수 있다. 정책적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그래서 강수현 양주시장의 결단을 기다려 본다.

[사설] 경기도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 타당성 충분하다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가 설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설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경기도민청원이 1만명 동의를 넘겼다. 지난 12일 올라온 청원은 8일 만인 20일 청원 성립 기준인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제 김동연 도지사가 여기에 답할 차례다. ‘경기도민청원’은 경기도가 주요 현안 또는 정책 등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의견수렴 기간 30일 동안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정책 반영 등을 적극 검토한 후 도지사가 직접 답변을 하게 된다.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설치해 달라는 청원은 경기도한의사회가 주도했다. 해당 청원은 (서)양의학 중심의 보건의료행정으로 한의약이 건강보험 적용 범위, 국가 의료지원 사업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경기도 한의약 육성계획을 수립해 달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근거해 5년마다 ‘한의약육성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초로 매년 세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한의약 관련 정책을 전담해 추진하는 한의약정책관실이 있고, 그 아래 한의약정책과와 한의약산업과를 두고 있다. 중앙정부에는 한의약 전담부서가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도 전담부서가 있어야 정책과 사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에선 2019년 5월에 ‘경기도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에는 한의약 육성계획 수립·시행을 위해 보건건강국 소속으로 한의약정책 전담부서를 두며 그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도지사가 따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조례 제정 4년이 지났는데도 한의약정책 전담부서가 설치되지 않았다. 경기도 한의약계에선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균등한 발전을 위해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보건건강국에 한의약정책과를 만들고 산하에 한의약정책팀, 한의약건강증진팀, 한의약산업팀 등 3개 팀을 신설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타당성이 충분하다. 한의약육성법이 이미 제정됐고, 경기도에 관련 조례도 있다. 중앙정부에 전담부서가 있으니 그에 따라 경기도에도 전담부서가 있어야 제대로 된 한의약 정책 및 의료사업을 펼치고 한의약 육성계획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는 이런 내용을 인지하고,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삶과 종교] 연꽃이 된 소녀의 이야기

옛날 옛적에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사는 게 너무나 괴로웠다. 소녀는 괴로움을 피해 속세를 떠났다. 수도승이 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서 한 스승을 만났다. 스승이 소녀에게 물었다. “여기에는 왜 왔니?” 소녀는 스승에게 대답했다. “괴로움을 피해 여기에 왔습니다.” 스승은 소녀를 지그시 쳐다봤다. 그리고 물었다. “이곳이 괴로우면 다른 곳으로 또 피하겠네.”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소녀는 수도승이 됐다. 괴로움을 피해 이곳에 왔지만 이곳조차도 소녀가 상상한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결국 소녀는 환속을 결심했다. 떠나려는 소녀를 향해 스승이 물었다. “여기에서 왜 떠나려고 하니?” 소녀는 스승에게 대답했다. “제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달라요.” 소녀는 다시 세상에 내려왔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기쁨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다. 수많은 일들을 겪었고, 소녀는 지쳤고, 소녀는 괴로웠다.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산에 올라 스승을 찾아갔다. 소녀는 여인이 됐고, 스승은 노인이 됐다. 여인은 그저 스승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울면서 외쳤다. “왜 저는 이렇게 괴로울까요.” 울음을 그치고 조용해진 여인을 데리고 스승은 연못으로 향했다. 넓은 못가에 꽉 차 있는 화려한 연꽃을 보며 스승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여기 와서 저 연꽃을 보며 모두가 감탄을 한다. 그런데 다들 연꽃에만 정신이 팔려 있단다. 너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니?” “내 눈에는 연꽃의 뿌리가 심어져 있는 저 바닥이 보이는구나. 이 연못은 꽃이 피기 전에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시궁창이었지. 그리고 때가 돼 꽃이 피면 사람들은 원래 여기가 시궁창이었음을 다들 잊어버리는구나.” 눈동자가 일렁이는 제자에게 스승은 말했다. “연꽃은 시궁창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저 시궁창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오르는구나. 자신의 주변과 환경이 시궁창 같을 때 결국 연꽃을 피우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 과거에 소녀였고 지금은 여인이 된 그녀는 굳게 결심했다. “나는 이제 저 연꽃같이 되리라.” 그녀는 다시 산을 내려갔고 삶이라는 길을 걸었다. 웃는 날도 있었고, 웃지 않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울지는 않았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울지 않았다. 다만 이와 같이 되뇌었다. “이 모든 것은 연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입니다. 연꽃은 시궁창을 탓하지 않습니다. 나는 꽃을 피울 것입니다.” 훗날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기억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밝았던 사람, 슬픔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사람, 괴로운 사람 앞에서 따스한 위로와 미소를 지어 주던 소중한 사람. 그녀를 알던 사람들은 그녀를 이렇게 기억한다. “이 세상에 연꽃과 같은 사람이었다.”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곳곳에 환한 연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이 세상이 더욱 밝아지기를. 우리 모두 연꽃 같은 사람이 돼 보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지지대] 녹슨 총

특정한 형태의 무기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녹슨 총이다. 그래서 총은 마땅히 녹슬어야만 한다고 주창한다. 모순의 대반전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 대중가요가 있다. 프랑스 샹송 ‘녹슨 총’의 노랫말이 그렇다. 애수에 젖은 듯 부드럽고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가슴을 저민다. 알제리 출신 앙리코 마시아스가 불렀다. 그를 가수로 키운 건 ‘팔할(八割)’이 전쟁이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그렇다는 얘기다. 열여섯 살 때부터 조국은 포화에 휩싸였다.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투쟁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청년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했던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 와중에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다.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고 조국을 등졌다. 늦은 밤 프랑스로 향하는 연락선에 홀연히 몸을 실었다. 바다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고향을 눈물로 바라보면서 노래를 만들었다. 데뷔작인 ‘안녕, 내 나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 마흔이 훌쩍 넘어 발표한 곡이 ‘녹슨 총’이다. 1984년이었다. 당시는 영국 존 레넌의 ‘이매진’과 미국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등 강대국 출신 가수들의 반전가요가 우세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제3세계 국가 출신 가수의 절규가 돋보였다. 주제는 명쾌했다. 인종과 종교,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사랑과 평화였다. 유엔은 1977년 그를 평화대사로 임명했다. 1980년에는 평화의 가수라는 호칭도 수여됐다. 노래의 울림은 묵직하다. “녹슨 총보다 아름다운 건 아무것도 없어요/한 병사가 집이 있는 마을로 달려가기 위해 어두운 수풀 속 어디엔가 버리고 온 녹슨 총보다 말이에요/누가 사랑보다 전쟁을 더 좋아할까요/녹슨 총보다, 더는 쓸모 없는 녹슨 총보다 멋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의 읊조림은 그래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천자춘추] 경기도 기회소득 활성화 정책 제안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 민선 8기! 경기도정의 슬로건이다. 필자는 민의를 대변하는 도의원으로서 민선 8기 경기도의 시그니처 정책인 ‘기회소득’의 실질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이야기할 것은 기회소득의 정의, 개념의 명확한 정립에 대해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사회적 가치 창출자’를 ‘경기기회소득’의 대상자로 선정한다고 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자란 누구인가? 먼저 이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자는 경기도민의 생활 편익 확대와 직결되는, 즉 공익을 위한 활동을 하는 직종과 계층이다. 이 같은 정의는 기회소득이 특정 직업 분야 및 개인의 경제활동을 지원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 경기도의 기회소득을 통해 경기도민의 생활 편익이 강화된다면 사회·경제적 가치의 동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소득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경기도의회와 사전 협의하면 좋겠다. 발전적인 의견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의회 내 공감대 형성은 향후 원활한 정책 추진에도 도움이 돼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두 번째, 업무 효율성 및 전문성에 관한 제안이다. 현재 기회소득은 지급 대상 관련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담당 부서의 혼재, 상위법 근거, 필요 조례의 제·개정 등 추진 중에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 정보와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필자는 큰 틀에서 확장된 기회소득 정책의 추진을 위해 효율적, 유기적, 전문성을 담보하는 전담조직의 신설을 제안한다. 세 번째,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인 베이비붐 세대에게도 재도전의 기회가 필요하다. 중·장년층은 부모 부양과 자녀 뒷바라지 등 3대(代)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실직과 퇴직 이후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이들의 경력과 전문성을 살리는 경기 기회소득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경기도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장애인, 문화예술인, 배달노동자, 청년, 베이비부머, 경력 보유 여성 등 보다 많은 도민들이 기회소득 정책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민선 8기 모두가 힘써 주기를 당부한다.

[사설] 지자체 재정위기, 예산 구조조정 등 대응전략 마련해야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23일 지역 국회의원 4명과 만났다. 이 시장은 “재정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수원시와 관련된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장은 재정 위기 이유로 반도체 경기 악화를 꼽았다. 수원시의 법인 지방소득세 중 삼성전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95% 줄면서 내년도 법인 지방소득세가 큰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위기는 수원시뿐만이 아니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국세·지방세 모두 크게 감소하면서 경기도와 시·군의 재정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각종 사업이 차질을 빚게 생겼다. 올해 국가 세입과 경기도 세입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87조1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같은 기간(111조1천억원) 대비 24조원 줄었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세수 부족분이 30조원에서 최대 50조원 정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도의 1분기 세수도 줄었다. 전년 대비 8.6%(3천405억원) 감소한 3조6천287억원 규모다. 여기에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개월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한국은행도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기존의 1.6%에서 1.5% 이하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회복 전망이 어두운 데다 경기를 살릴 세수도 부진해 정부나 지자체 모두 걱정이 많다. 국가 세입과 경기도 세입이 줄면, 시·군이 받는 국고보조금, 지방교부세, 광역단체 특별교부금도 줄게 된다. 지방 세입에서 정부 재원은 국고보조금 31.1%, 지방교부세 12.7% 등 비중이 높다. 국세가 감소하면서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교부단체로 분류된 도내 29개 시·군의 교부금도 줄어들게 됐다. 전국적으로 올해 지방교부세는 4조3천억~4조6천억원 정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세수 감소 충격은 정부보다는 지자체, 그중에서도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다. 경기도도 당장 SOC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경기지역 SOC 국비 확보액은 3조8천93억원으로 지난해 4조4천73억원 대비 6천억여원 감소했다. 여기에 경기도의 자체 재원도 한계에 달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도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취득세가 크게 줄어든 것이 주된 이유다. 쪼그라든 재정 상황을 극복하려면, 세입 결손을 반영한 선제적 재정 전략과 세입·세출 예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사업별 시급성을 판단, 구체적인 자원 조달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예산 집행에서 최대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 경제계 등은 머리를 맞대고 경기 회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세수도 늘어난다.

[사설] 생계비 대출 상담에만 1주일... 인천 지자체도 힘 보태라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창구가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긴급 대출이다. 한도가 100만원에 지나지 않고 대출 이율도 낮지 않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길게 줄을 선다고 한다. 대출 상담을 받는 데만도 1주일씩이나 기다리는 실정이다. 신용불량으로 단돈 몇 십만원도 어디 기댈 곳 없는 이들이다. 최대 100만원이라고는 하지만 긴급 의료비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처음에는 대개 50만원 대출에 그친다고 한다. 우리 사회 저변에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이렇듯 많은 것이다. 인천에는 2곳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있다. 지난 22일 이 센터들의 상담 창구 풍경을 들여다보자.(경기일보 23일자 1면) 인천 계양구 계산동 계양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0여명이 상담을 받았다. 사전 예약을 통해 상담을 받지만 하루 치 예약을 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3월 말부터 시행했지만 여전히 예약 홈페이지가 느려질 만큼 몰린다. 같은 날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인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도 같은 모습이다. 창구마다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가득 기다린다. 예약을 하고서도 1주일씩이나 기다린 끝에 그나마 상담 창구에 앉은 사람들이다. 상담 창구를 찾은 이들의 사연은 애절하다. 70대의 한 어르신은 밀린 임대주택 임차료와 끊긴 전기·가스요금을 정리하려 센터를 찾았다. 한때 기초수급대상자 지원을 받았지만 최근에 하던 일이 있어 이마저 끊겼다.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겨 당장 손 벌릴 곳이 없다. “100만원도 지금의 나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돈”이라 했단다.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은 지난 3월27일 출시했다. 이후 인천에서는 지난 4일까지 2천152명이 이 긴급대출을 받았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영업일만 따지면 29일 동안이다. 금액은 13억2천680만원이다. 평균 61만원 정도씩 받아간 셈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당장 생계비가 부족한 저신용,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다. 연체 이력에 따른 신용불량으로 자칫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소액대출이다. 대출 한도가 100만원이고 이율도 15.9%로, 은행과 비교하면 4배나 비싸다. 이런데도 몰리는 것은 그나마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고금리 고물가 등 최근의 경제 상황에 이들 금융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 같은 정책금융상품의 공급량을 크게 늘려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나아가 인천시나 군·구 지자체들도 한계 상황의 주민들을 위한 긴급생계비대출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바로 인천시민들이 소액생계비대출에 목을 매는데도 정부에만 떠넘길 일은 아니지 않은가.

[김종구 칼럼] 무늬만 경기도 국회의원들

만일, 취직에 제약이 있다면.... 근데 그 이유가 수도권이라면.... 경기일보가 그런 보도를 했다. ‘수도권 대학 졸업생 취업 역차별’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장벽이 지적됐다. 공공기관 입사를 막아 선 차별이다. 의무 고용 비율이라는 거다. 공공기관 소재 지역 졸업생에게 주는 취업 우선권이다. 혁신도시법이 2017년 개정될 때 들어갔다. 첫해 비율은 18%였다. 그 후 매년 3%씩 늘었다. 지난해는 30%까지 높아졌다. 더 높일 것 같단다. 웬만한 공공기관’ 소재지는 전부 지방이다. 한국전력공사 등 16개, 전남·광주에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12개, 전북에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13개, 부산에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1개, 경남에 있다. 한국도로공사 등 11개, 경북에 있다. 한국가스공사 등 10개, 대구에 있다. 한국관광공사 등 12개, 강원에 있다. 한국소비자원 등 11개, 충북에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등 6개, 제주에 있다. 수도권 졸업생에겐 어디나 ‘외지’다. 이나마 더 나빠진다. 곧 시작될 공공기관 2차 이전이다. 총선에 박 터질 조짐이다. 360개 기관이 간다고 한다. 직원 몇 명짜리 기관까지 탈탈 턴 모양이다. 수도권 졸업생 숨통이 더 조여질 판이다. 인기 있는 공공기관 취업은 앞서 다 막았다. 이제 ‘기타 기관들’까지 틀어막자는 거다. 조만간 공공기관 입사 기준이 이렇게 통일될 듯하다. ‘지방대 졸업생 우대·수도권대 졸업생 홀대’. 수도권 취준생이 무슨 죄인가. 이들의 하루도 힘들다. -취업 준비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좁은 방이 어지럽다. 컴퓨터 바탕 화면에 자소서들이 빼곡했다. 양복 차림의 증명사진이 있다. 사진 속 양복이 벽에 걸려 있다. ‘엄마 미안해’라고 적은 종이가 책상에 있다-. 모두를 울렸던 인터넷 글이다. 이 비극에 수도권·비수도권이 있나. 교육부가 낸 2021년 대졸 취업률이 있다. 수도권 69.8%이고 비수도권 66.7%다. 경기도 69.2%이고 세종·대전시 69.2%다. 수도권을 홀대할 근거는 없다. 법이 이렇게 만든 거다. 그때 경기도 국회의원들은 뭐했나. 59석이다. 2017년 개정안 다 봤을 거다. 수도권 학생 역차별을 알았을 거다. 못 막았나. 안 막았나. 혁신도시법 제정이 2007년이다. 그 후 개정안이 43건이었다. 경기·인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가열차게 반대했다는 기억도 없다. 못 막은 건가. 안 막은 건가. 그렇게 경기도 이익은 침해됐다. 그리고 그 ‘직무유기’ 결과가 이거다. 수도권 졸업생 고통. 경기도민 대변자들 맞나. 답답해서 출신지별로 나눠 봤다. 본인들이 밝힌 공개 자료다. 현재 경기도 국회의원은 58명이다. 경기지역 출신 의원 20명이다. 34.5%다. 경기도 외 지역 출신 의원 38명이다. 65.5%다. 외지(外地) 출신이 경기 출신의 두 배다. 그 외지를 다시 지역별로 쪼개 봤다. 전라도 출신 18명으로 가장 많다. 경상도 출신 10명으로 그 다음이다. 이어 충청도 5명, 서울 4명, 강원도 1명이다. 청소년기도 궁금하다. 고교(高校)를 보자. 고향 다음으로 치는 연(緣)이다. 경기도 고교 출신 16명이다. 27.5%다. 비경기도 고교 출신 40명이다. 68.9%다. 외지 고교를 다시 쪼개 보면 이랬다. 서울 고교 15명, 경상도 고교 11명, 전라도 고교 10명, 충청도 고교 2명, 강원도 고교 1명, 인천 고교 1명이다. 검정고시 출신 2명이다. ‘서울 유학’의 영향이 커 보인다. 그리 보더라도 경기도 고교 출신은 많지 않다. 이 통계 의미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존중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정조(正祖)가 8도 상인을 모셔왔다. 130만 수원이다. 방방곡곡 국민이 모여 터 잡았다. 1천400만 경기도다. 정치 분포가 다양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논리로 작금의 정치 태만을 덮으려 들면 안 된다. 수원 순댓국집 전라도 사장님 있다. 고향 사랑하지만 손님 떼어 전라도 주는 건 반대다. 용인 막창집 경상도 사장님 있다. 고향 사랑하지만 손님 떼어 경상도 주는 건 반대다. 이게 경기도 이익이고 정치다. 이 당연한 책임을 외면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경기도 이익 될 법안에 침묵하고.... 경기도 손해 될 법안에 찬성하고.... 그래서 경기도 힘든 오늘날 초래하고.... 이런 ‘무늬만 경기도 국회의원’을 추려낼 필요가 있다. 지나간 표결·발의·발언이 모두 판단의 증빙이다.

[천자춘추] 언어에도 새로 고침이 필요한 이유

언어는 상대를 전제한 행위다. 우리가 말을 하는 이유는 상대에게 들리기 위해서다. 결국 언어는 나를 향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를 향하는 일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을 형성하고 문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언어는 사용을 통해 습관화되면서 감수성이 무뎌지는 특성이 있다.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언어 표현은 없는지 감수성을 가지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예민하게 구는 것은 어려운 것이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언어에 숨어 있는 불평등과 차별의 요소를 걷어낼 때다. 차별적 언어에 대한 문제의식은 일상의 차별 감수성을 높여줄 것이고, 더 행복하고 평등한 문화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매일매일의 언어 표현이 인권을 존중하고 평등의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차별적인 기존의 단어를 보다 평등한 단어로 대체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어의 ‘미즈(Ms.)’다. 영어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성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미스터(Mr.)’로 불리는 반면 여성의 경우 기혼 여성은 ‘미시즈(Mrs.)’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미스(Miss)’로 구분됐다. 이 같은 차별적인 관행에 대응하고자 생긴 언어가 바로 ‘미즈(Ms.)’로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여성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한국의 경우 반대로 성 중립적인 명칭에 남성에게는 사용하지 않지만 ‘여배우’, ‘여감독’, ‘여기자’, ‘여검사’ 등 ‘여’라는 성별을 붙임으로써 차별을 낳기도 한다. 언어는 지속적으로 새로 고침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 표현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으며 상대의 감수성에 어떻게 들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너무나 일상적인 차별이라 차별인 줄도 모르고 이뤄지는 우리 일상에 숨은 차별의 언어 문제에 감수성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희망적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별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지지대] 더 빛날 인천의 미래를 위해

브라질 축구의 강점은 모든 선수의 탁월한 개인 능력이다. 기본기에 충실한 볼 트래핑은 물론 화려한 개인기까지. 여기에 훌륭한 전략가가 감독으로 앉는다면 더 말할 것도 없는 최고의 강팀으로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것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조직원 모두가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서 조직의 바닥을 가득 채워주고, 그 개인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것을 막고 모든 능력치를 하나로 모아줄 ‘보스’가 있는 것. 가장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 중 하나다. 대다수 사람들은 보스에 집중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보스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는 것은 조직원의 개인 능력이다. 아무리 보스의 역량이 좋아도 개인의 능력이 떨어진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아무리 감독이 우수해도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낮아 전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즉, 개인의 능력은 필수 전제 조건인 셈이다. 인천은 최근 재외동포청 유치에 성공했다. 이 재외동포청 유치에 유정복 인천시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 사실 유 시장의 개인 능력으로 유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유 시장의 위치는 조직원이 아니라 보스다. 보스가 혼자 뛰어 재외동포청을 유치한 셈이다. 이제 인천시는 300만 시민에 750만 재외동포를 품에 안은 1천만 도시다. 이 큰 도시의 정책을 마련하는 인천시라는 조직이 잘 돌아가려면 조직원, 즉 공무원 모두가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 조직원들의 개인 능력은 실·국장 등을 거쳐 부시장, 그리고 보스인 시장의 전략을 통해 빛나야 한다. 지금이라도 모든 공무원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방법이 필요하다.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마인드 개선부터 실무 능력을 높일 체계적 논의를 해야 한다. 더 빛날 인천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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