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자체의 여러 관광지를 갈 때마다 느꼈던 것은 비슷한 시설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본 것과 똑같은 레일바이크가 있고 또 다른 지역에서 경험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출렁다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국내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을 것이다.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한 레일바이크,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집라인이 반복되는 현실 말이다. 마치 전국이 하나의 거대한 놀이공원 프랜차이즈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벤치마킹’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 있다. 성공한 다른 지역의 관광시설을 보고 “우리도 저런 것을 만들자”는 식의 접근이 전국을 하나의 복사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진정한 벤치마킹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의 어원을 살펴보면 측량할 때 기준점을 표시하는 ‘벤치마크(Benchmark)’에서 나온 말로 자신의 현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다른 곳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되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자원과 특성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관광의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사람’이다. 제주도 ‘해녀의 부엌’을 떠올려보자. 이곳의 특별함은 화려한 시설이나 최신 기술에 있지 않다. 1970•80년대 해녀 할머니들이 직접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해녀 할머니들의 삶과 지혜를 경험하게 된다. 방문해 해녀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최근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절로 생각난다. 이는 관광의 본질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관광객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인스타그램용 인증샷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과의 진솔한 만남과 교류에서 얻는 새로운 경험인 것이다. 경기도만 해도 수원 화성의 역사적 가치, DMZ의 생태적 특수성, 이천 도자기의 전통 기술, 가평의 청정 자연환경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유 자원을 바탕으로 그 지역만의 독특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면 관광객들은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다. 시설은 비슷할 수 있어도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은 절대 복사할 수 없다. 지역주민들의 삶과 문화, 그들만의 이야기를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차별화의 열쇠다. 다행히 최근 출범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국민이 주인이 돼 다양한 경험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관광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관광 목적지로서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몇 가지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먼저 지자체의 ‘복사·붙여넣기식’ 관광시설 개발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관광시설 개발 시 반드시 지역 고유성과 차별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지원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지역주민들의 관광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관광의 본질이 사람과의 만남이라면 그 지역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스토리텔링 교육, 서비스 마인드 교육, 외국어 교육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관광 발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지역 간 관광 콘텐츠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유사한 시설의 중복 개발을 방지하고 각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아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만나 문화를 교류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활동이다. 그러나 현재의 획일화된 관광 개발은 이러한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와 함께 이른바 복사·붙여넣기식 관광에서 벗어나 국민주권과 사람 중심의 관광 시대를 열어가길 희망한다. 이것이야말로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관광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공심채(空心菜)라는 식재료가 있다. ‘속이 빈 채소’란 이름처럼 여백을 품은 이 채소는 동남아시아 기후와 같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요즘은 국내에서 재배하는 곳이 많아 시금치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마트에서 보인다. 동남아 전역에 걸쳐 김치처럼 많이 사용되는 공심채는 ‘모닝글로리’라는 이름처럼 여름 아침과 같은 생기를 더해 준다. 최근 한국의 날씨는 동남아시아의 열기와 많이 닮아 있다. 푹푹 찌는 더위와 습도 속에서 마치 태국이나 베트남의 골목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고온다습한 기후는 몸을 지치고 늘어지게 만들지만 동시에 여름의 태양은 곡식과 채소 과일을 튼실하게 키워내는 엄청난 에너지의 계절이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멕시코, 브라질, 아프리카, 인도, 이탈리아 남부 등 아열대 기후를 지닌 지역의 음식문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뜨겁고 습한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칠리나 커리처럼 강한 향신료와 신선한 허브를 풍부하게 활용한다. 이들은 단순히 맛을 내기 위한 재료를 넘어 냉한 기운의 채소에 양기를 보완하고 더위에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특히 동남아의 음식은 매운맛, 신맛, 짠맛, 단맛의 네 가지 맛이 균형을 이루는 조화를 중시한다. 더위로 잃기 쉬운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 다른 지역보다 좀 더 자극적이고 생기 있는 맛을 담는다. 여름은 1년 중 양(陽)의 기운이 가장 강한 시기다. 뜨거운 태양, 상승하는 체온, 활발한 생명 활동은 모두 화(火)의 기운을 품고 있기 때문에 몸속 수분과 기운은 쉽게 소모되고 때로는 열독이나 갈증, 무기력으로 나타나 일상의 균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때 자연은 채소라는 지혜로운 해답을 내놓는다. 채소는 대부분 음(陰)의 기운을 지니고 있어 뜨거운 여름에 과도한 양기를 조절하고 체내 열을 내리며 수분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신진대사가 가장 활발해지는 여름에는 몸에 노폐물이 많이 쌓인다. 이를 배출하는 데는 섬유질이 많은 채소와 과일이 최고다. 오이, 가지, 감자, 풋고추, 열무, 수박, 참외, 자두 같은 제철 식재료는 무더위에 지친 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노폐물 배출을 원활하게 한다. 상추, 깻잎 같은 잎이 넓은 채소들도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된장과 고추장을 곁들여 쌈으로 즐기면 소화에 도움이 되고 입맛을 되살린다. 여름의 채소는 풍부한 수분으로 열을 내려주고 상열감을 가라앉혀 주며 몸의 균형을 조율하는 식탁 위의 처방전이다. 평소에는 쌈이 끌리지 않다가도 여름에는 우리 몸이 먹고 싶게 만드니 몸과 자연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몸과 마음이 쉽게 흐트러지는 계절, 신선하고 깨끗한 여름의 식재료는 우리 삶의 중심을 잡는 큰 힘이 된다. 싱그러운 쌈 한 입, 상큼한 오이냉국 한 그릇에서 여름을 건강하게 건너는 힘을 얻는다. 여름 식탁에서 채소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고 여름이 시원하게 지나가기를 기다리자.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이 심각하다. 국립국어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언어에서 소리 나는 대로 쓰기, 과도하게 줄여 쓰기, 은어 및 비속어 남용, 외래어나 외국어 오남용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몇 해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EBS와 함께 초·중·고교생의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나’ , ‘×새끼’ 같은 욕은 이제 일상이 돼 버렸고 청소년의 65.6%가 ‘매일 욕을 한다’고 응답했다니 걱정이다. ‘극혐’, ‘노잼’, ‘깜놀’ 등 나이 드신 분이 요즈음 청소년의 카톡 내용을 이해하려면 학원이라도 다녀야 할 판이다. 아예 자모(字母)만 써서 ‘ㅎㅎ’, ‘ㅋㅋ’, ‘ㅇㅋ’ 정도는 상용화한 지 오래다. 이 정도까지 악화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청소년의 언어생활이 점점 저속해지는 것과 학교폭력이 심각해지는 것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유튜브나 TV, 인터넷 등 방송매체의 언어 오염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예능 프로그램 사회자나 출연자의 비속한 언어 사용이나 자막에 등장하는 쌍소리, 맞춤법 무시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젊은이들에게 생각을 물으면 열이면 열 사람이 “같애요”를 남발한다. 우승 소감을 물으면 “우승해서 기쁜 것 같애요”, “속상한 것 같애요” 투다. 대체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가르치기는 한 걸까. 케이팝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글’로 노랫말을 흥얼거리고 한글을 배우려는 사람들로 한국어 학당이 북적인다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모국어’가 대접을 못 받고 있으니 기막힌 역설이다. 한글날이 언제인지 모르는 국민이 37%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1년에 한 번 한글날만이라도 온 국민이 1446년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한 그날을 되새겨 보고 우리의 말과 글을 아름답게 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K-컬처가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지금이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다. 언어생활은 한번 길들이면 단기간에 바꾸기 힘들다. 느리지만 서서히 아름다운 말, 이쁘게 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한글학회나 국어교육학회 같은 단체에서 우리말을 정화하기 위한 계몽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막상 지역사회에서는 이런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 등 모든 학교, 학원까지 동참하고 문화예술단체, 청소년보호단체가 나서 ‘아름다운 우리말 쓰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진정한 지역공동체의 완성은 자라나는 청소년과 어른들의 올바른 언어생활이 첫걸음일 수 있다.
이슬, 살포시 다녀간 부추밭 봄볕 햇살이 따듯해지면 밭두둑 가슴 열고 살짝 내민 초록 눈 통통한 쪽수는 속내를 들킬까 네 뿌리는 꿈틀거리고 키재기를 하는 것처럼 쏙쏙 부푼다 파릇파릇 올라오는 저 힘 바람이 흔들고 지나가면 봄을 베러 나온 칼날 앞에 움칫거리는 꽃술 싹둑, 잘려갈 때마다 폴딱폴딱 넘나드는 청개구리 무슨 궁리를 하는 걸까? 숨죽여 피는 이치는 알 수 없지만 아픈 숨결로 단단히 여문 꽃대 세상 모르는 저 작은 씨방 속으로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었을까? 내 안에 펴놓은 푸른 결들 사이로 하늘이 풀어놓은 봄 들판 초록 물 번진다 조병하 시인 ‘국보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복주머니난의 꽃말은 ‘튀는 아름다움’이다. 복주머니난은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지구상에 약 45종이 있는데 북반구 온대지역에 나며 중국과 우리나라 및 일본에 많이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복주머니난, 털복주머니난, 노랑복주머니난, 광릉요강꽃 등이 있으며 모두 멸종 또는 희귀식물들이다. 화단용으로 볕이 충분히 드는 반 그늘진 곳으로 여름에 시원한 곳에 심어두면 관상할 수 있다. 농촌진흥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딱 떨어지는 무고다.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용인서부경찰서가 수사한 ‘기표용지 발견 사건’이다. 발단은 5월30일 용인시 성복동 사전투표소였다. 수사 의뢰된 피의자는 30대 여성 A씨였다. 기표된 투표 용지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선관위가 A씨를 수사 의뢰했다. 수사 결과가 알려졌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표용지를 배포한 선관위 직원의 실수였다. A씨는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문제는 결과보다 수사 의뢰에 있다. 당일 모든 기사는 ‘중앙선관위’를 취재원으로 쓰고 있다. 그 속에 ‘자작극’이라는 명시적 표현이 등장한다. “중앙선관위는...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돼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앞서 A씨는 기표용지를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 선관위가 이런 행위를 자작극으로 단정한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를 총괄하는 국가기관이다. ‘중앙선관위’의 발표를 더 신뢰한 것은 당연하다. A씨는 졸지에 자작극 범죄자가 됐다. A씨는 자작극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투표소의 참관인의 증언도 있었다. 피켓 시위까지 벌이며 A씨의 무고함을 지지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자작극 범죄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경찰에 의해 나온 것이다. 앞서 투표한 B씨가 회송용 봉투 2장을 받았다. 투표 사무원의 실수였다. 1장을 반납했는데 이게 기표된 용지였다. 이어 A씨가 그 표기된 용지를 받은 것이다. 역시 확인 안 한 투표 사무원의 실수였다. B씨가 발송한 빈 봉투는 개표 때 확인됐다. 사건 실체가 대략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때까지도 ‘자작극 주장’을 유지했다. 관련 보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침묵했다. 이때라도 ‘자작극 명예훼손 상태’를 중단했어야 했다. 변명이 궁금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가 본보에 밝혔다. “전례가 없었고 실제 일어날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이었다.” 참 궁색하다. 전례 없기로 따지면 유권자의 투표소 자작극도 마찬가지 아닌가. 무고한 시민을 향한 명예훼손이다. 입이 몇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맞다. 선관위가 지금 내놔야 할 해명은 따로 있다. 첫째, 자작극이라고 의심한 근거를 대야 한다. 합당한 근거를 못 대면 책임은 더 커진다. 둘째, ‘자작극 의심’을 공언한 당사자를 밝혀야 한다. 기관이 아니라 행위자를 특정해야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셋째, 피해자 A씨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한다. 전국민 앞에 실추된 명예훼손이다.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다. 피해자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들린다. 어쩌면 당사자의 용서는 받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전 국민으로부터의 용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솔함과 무책임이 준 실망이 그만큼 크다. 통렬한 반성과 대국민 사과, 관련자 징계부터 하고 나서 용서를 기대해도 될까말까다.
똑버스 운영이 모두 잘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똑버스 운행에 문제점이 지적되는 곳이 있다. 빈 차로 다니는 똑버스가 목격된다고 한다. 한두 명의 승객을 태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민들이 부정적 의견을 내면서 걱정을 한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있고, 계속 운행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있다. 부천시 범박·옥길동(2대)과 고강본·고강1동(3대)을 운행하는 똑버스다. 지난 4월부터 정식 운행에 들어갔다. 운행 초기인데 시민 지적이 쌓인다. 윤병권 부천시의원이 의회 본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 “똑버스가 교통 불편 지역을 겨냥한 정책이지만 실이용 수요에 비해 공차 운행이 다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사업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부천시 집행부를 향해 관련 자료 공개도 요구했다. 차량 운행 거리, 실제 일일 이용객 수, 예산 투입 내역 등이다. 여기에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계획도 물었다. ‘공차 버스’, ‘1명 버스’에 대한 걱정이다. 경기도 똑버스는 성공한 교통 정책으로 꼽힌다. 적극 행정 우수 사례에서 대통령상도 받았다. 국제사회에서도 참신성과 효율성이 인정받았다. 현장에서도 시민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파주시 똑버스다. 운정지구와 교하지구를 운행하는 노선이다. 2021년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2023년 설문에서 90% 이상이 좋게 평가했다. 그해 누적 사용자가 8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늘려 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대중교통 노선이 불편한 도농 복합 지역에서도 평이 좋다. 이천시의 성공적인 정착이 그중에도 눈에 띈다. 1일 1대 당일 운영에서 선도 지역인 파주를 앞섰다. 이런 성공 뒤에는 공통적으로 해당 시의 적극적 노력이 있다. 파주시의 경우 시민 의견을 수시로 반영하고 있다. 사용자 집중 시간대나 지역 등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이천시도 민관이 함께 참여해 숙의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위한 연구용역 등도 실시하고 있다. 신개념인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다. 호출을 하면 버스가 사용자를 찾아온다. 대중교통망이 부족한 농촌지역에 필요하다. 교통인프라가 정착 안 된 신도시에도 절실하다. 꼭 필요한 제도다. 물론 시행착오 과정을 겪는 것은 필연적이다. 지금은 정착된 파주·이천시 등도 처음에는 그랬다. 부천에서 빚어지는 논란도 그런 절차로 보면 된다. 현장 상황, 시민 요구, 도로 여건 등을 계속 점검해 가면 된다. 결국은 정착될 것이라 본다.
두 선비가 과거 준비에 매진했다. 중국 진나라시대 이야기다. 한 명은 빛을 내는 곤충에 의존해 책을 읽었다. 다른 친구는 동구 밖에 쌓인 눈을 불빛으로 삼아 공부했다. 두 선비는 큰 벼슬에 올랐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에피소드다. 두 선비의 이름은 차윤과 손강이다. 차윤을 도와줬던 곤충은 반딧불이다. 개똥벌레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개똥참외처럼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 빛깔은 검은색이다. 앞가슴 등판은 오렌지 빛이 섞인 붉은색이다. 한가운데 선은 검은색이다. 녀석의 신상 명세서다. 매년 6월이면 스스로 빛을 내며 밤에 활동한다. 이들이 연출하는 불빛 향연이 근사하다. 국내에선 녀석들이 서식하는 공간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경기도에선 성남 율동공원이 대표적이다. 성남시 주최로 율동공원에서 반딧불이 서식처 탐사 체험도 하고 있다. 반딧불이축제, 반딧불이 체험교실 등도 매년 열린다. 경기도내에서 또 다른 대규모 반딧불이 서식지가 사라질 위기(경기일보 16일자 10면)에 처했다. 남양주 수동면 내방3리가 그렇다. 인근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면서다. 해당 골프장은 지난해 12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반딧불이 서식지가 포함된 보전관리지역 150만㎡가 개발이 가능한 생산관리지역으로 변경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반딧불이 서식이 확인됐고 골프장 건설공사가 시작되면 서식지와 개체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평가받았다. 환경당국은 “해당 골프정 관련 전략환경평가는 용도지역 변경에 대해 조건부로 합의된 것”이라며 “인근에서 반딧불이가 관찰됐고 반딧불이를 비롯한 법정보호종에 대한 보전대책 등은 차후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세부적인 이행 사항을 다시 평가하며 충족되지 못하면 반려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골프장 건설은 기정사실이다. 막을 순 없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다.
선진국을 재는 척도 중 하나는 문화와 예술이다. 높은 문화는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든다. 물화 중심의 세계를 좇다 보면 사회계약론자들이 지적한 자연 상태에 빠져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한다. 우리나라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있다. 이 기관을 아르코라 부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모토는 ‘문화예술과 국민을 잇고, 문화예술의 내일을 함께하는 아르코’다. 아르코지원기금은 모든 문화예술인이 받고 싶어 한다. 아르코기금을 받아 수준 높은 수많은 작품이 탄생했다. 하지만 아르코가 문화예술인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작가이므로 아르코 사업 중 문학 부문의 개혁만 논하겠다. 첫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 신청 작품 심사는 무기명 미발표작으로 해야 공정해진다. 필자가 처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은 것은 2018년도다. 필자는 1990년도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다. 그러나 등단한 문예지가 폐간되자 문단의 주변인으로 남게 됐다. 이렇게 투명 시인으로 존재하다 문학평론으로 다시 등단했다. 재등단 결과 문학평론뿐만 아니라 시 청탁도 받을 수 있었다. 필자는 아르코 지원 신청 부문을 문학평론이 아닌 시를 선택했다. 그 결과 미발표작 시 7편이 발간지원에 선정돼 첫 시집을 등단 30년 만에 낼 수 있었다. 필자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기명 미발표작으로 심사했기 때문이다. 둘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 자격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아르코창작기금은 선정되면 3년이 지나야 다시 지원할 수 있다. 3년이 지나니 지원 조건이 바뀌어 있었다. 출판사 계약서와 작품 한 권 분량을 제출해야 했다. 메이저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작가에게 유리할 것이 자명했다. 아르코가 기득권자들의 카르텔에 의해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발간 지원을 포기하고 무기명 미발표작으로 심사하는 발표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년에 평론으로 지원 신청을 하려고 보니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으로 또다시 바뀌어 있었다. 조건이 국내외 주요 문학상에 최근 10년 내 수상 이력이 있는 작가였다. 어쩔 수 없이 첫 평론집을 출간하기 위해 인천문화재단에 지원 신청을 했다. 이처럼 아르코는 지원 자격을 자주 바꾸면서 작가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했다. 셋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금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 국내 총예산 700조원이 되는 나라의 문학 지원 기금이 적어도 너무 적다. 2024년까지 문학 발간 지원과 발표 지원 총 지원액이 12억원이었다. 그런데 2025년부터 발간 발표 지원이 없어지면서 12억원의 지원 기금이 절반으로 줄어 6억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선 지원금을 개인당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오른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총지원금은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이라는 이름으로 6억원이다. 이것은 문학을 무시하고 작가를 기만하는 행위다. 국가 총예산 700조원에 대한 분배의 문제다. 2025년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의 경우 선정자는 30건이고 개인당 2천만원씩 총 6억원이 지원됐다. 이재명 정부는 아르코문학지원기금의 총액을 대폭 늘리고 무기명 미발표작으로 심사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정부와 지방정부는 제도적으로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의 부족한 고료를 보조해 주고 아르코나 지역 문화재단 기금으로 발간한 서적을 구입해 각 기관에 배포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문예지에 대한 지원금을 늘려 실질적 고료 상승을 돕는 것도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에 의해 없어진 문학나눔과 발표지원도 즉각 복원하기 바란다. 유럽 국가의 문화예술 정책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선진국의 척도를 문화예술로 보고 문화예술 정책을 재설계해 블랙리스트 작가들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