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자 물꼬 튼 K-콘랜드... 인천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에 있어 최대 과제는 생산적 자족 기능이다. 자칫하면 고밀도 아파트촌으로 전락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다. 국제도시를 내걸었지만 그 이름값에는 못미쳤다. 다행히 송도국제도시는 바이오·반도체 산업이 뿌리 내렸다. 그러나 청라·영종지구는 아직 내세울 만한 생산적 그 무엇이 부족하다. 그래서 인천시가 내놓은 것이 K-콘랜드(CON LAND)다. 영종·청라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 산업을 집적화하는 사업이다. 동북아 허브 인천국제공항을 활용, K-콘텐츠 산업과 국제 콘텐츠가 교류하는 문화도시로 키우는 프로젝트다. 지난 6·3 대선 때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인천 공약에 담았다. 먼저 청라 K-콘랜드에 외국인 투자 물꼬가 트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유명 호텔 체인 케슬러 컬렉션의 리처드 케슬러 회장이 최근 인천을 찾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을 만나 청라 K-콘랜드 투자의향서(LOI)를 전달했다. K-콘랜드 프로젝트 사업지 청라투자6블록에 대한 투자다. 아시아 시장 확장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최초의 럭셔리 부티크 호텔과 영상문화 복합문화시설 개발 등의 내용이다. 인천국제공항의 높은 접근성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투자 환경을 평가한 투자 결정이다. 케슬러 회장은 “케슬러 컬렉션의 독창적인 콘셉트를 더해 인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여기에 ‘태양의 서커스’로 유명한 캐나다 기업 룬 루즈그룹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 그룹은 몰입형 경험과 멀티미디어 쇼 등 기술과 문화를 접목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사다. 인천경제청은 국제 콘텐츠와 한류 문화를 아우르는 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기대한다. 과거 미국 게일사의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처럼 세계적인 투자개발사가 주요 개발사(마스터 디벨로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케슬러 컬렉션뿐만 아니다. 올 들어 K-콘랜드 프로젝트 투자 제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MBS그룹도 K-콘랜드 투자의향서를 보내 왔다. 이 그룹은 북미와 유럽의 600여개 스튜디오에서 연간 1천편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아직은 투자의향서(LOI) 단계이긴 하다. 그러나 K-콘텐츠 집적화 사업은 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이 최적지다. 연간 1억명 규모의 인천국제공항을 끼고 있어서다. K-콘랜드의 종주국이면서도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는 한국이다. 케이팝 공연이 도쿄에서 더 많이 열리는 이유다. 그래서 K-콘랜드는 더 절실한 프로젝트다. 이런 투자 물꼬가 인천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지지대] 경기도 특례시, 창원을 지켜라

2022년 1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됐다. 행정 수요가 많은 지역에 행정·재정 특례를 부여해 균형발전과 지방시대 구현에 나서게 하자는 취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개 지역이 특례시로 지정돼 있다. 수원, 용인, 고양, 화성 등 네 곳이 경기도에 집중됐고 비수도권에서는 경남 창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창원시는 인구 감소로 특례시 유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내국인 100만명 선이 붕괴돼 지난달 인구는 등록 외국인을 합쳐 101만7천여명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내년 총 인구는 100만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특례시 지위 부여, 박탈 기준이 ‘인구 100만’에 한정돼 있다. 내·외국인 인구가 2년 연속 100만 이상이면 얻고, 미만이면 잃는다. 이에 창원시는 지난해부터 정부에 특례시 인구 기준 완화를 건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원·용인·고양·화성시는 이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어도 될까. 절대 아니다. 만에 하나 창원특례시 지위 상실 문제가 현실화하면 특례시는 경기도에만 있게 된다. 지금 특례시들이 정부에 외치는 ‘법적 지위 부여, 실질 행정·재정 권한 이양’도 ‘지방시대를 위한 과제’가 아닌, 경기도 특정 시·군의 요구로 축소된다. 지금도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난관으로 작용하는데 과연 특정 지역 요구를 정부나 비수도권, 심지어 같은 경기도 시·군조차 공감할 수 있을까. 경기도 특례시들이 창원특례시가 겪는 문제에 내 일처럼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특례시제도는 2020년 관련법 통과 직후부터 차별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경기도 4개 특례시는 스스로를 위해 정부에 특례시 진입 ‘허들’을 낮추고 다변화를 꾀할 것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 특례시가 ‘인구 100만 도시 별칭’으로 전락하기 전에 말이다.

[경기시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교육을 만나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교육부는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5~2029년)을 통해 심의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운영 제도 개선으로 심의 지연을 방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행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고시’를 개정, 지역별·위원회별 심의 결과의 편차를 감소시키겠다는 것인데 현재 동일한 비중의 다섯 가지 기본 판단 요소(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정도) 중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요소의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같은 사안을 두고도 지역별 소위원회별로 심의 결과가 다른 것인가. 애석하게도 사실이다. 지난 12일 에듀로 교육법률연구소와 유스메이트 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교육을 만나다’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와 심의위원들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나의 학교폭력 사례를 두고 본인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이라면 어떤 조치를 내릴지 투표하는 순서도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각자가 갖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따라 제1호 서면 사과 조치부터 제5호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까지 심의 결과의 편차가 무척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이지만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에 따라 가해 학생 조치가 다르게 나올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사안이고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가 동일함에도 어느 지역에서 발생했는지,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어느 소위원회에 배정됐는지에 따라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라 할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가해 학생 조치가 대학 입시에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보태 생각해 본다면 교육부가 제5차 기본계획에서 ‘심의 객관성 확보’를 주요한 추진 과제로 삼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번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네 명의 토커들(교원위원, 학부모위원, 변호사위원, 장학사)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기준과 관련해 많은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중 심의의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 소속 양형위원회에서 정하는 양형기준처럼 교육지원청별 사례를 취합, 가해 학생 조치의 양정 기준과 판단의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청중의 주의를 끌었다. 심의 자료 및 가해 학생 조치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가해 학생 조치의 구체적 기준을 정할 수 있다면 참으로 반가운 일이겠지만 형사재판보다는 소년보호재판에 훨씬 더 닮아 있는 현행 학교폭력 사안처리 시스템 아래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타당할지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숙의가 필요할 듯하다. 교육과 사법 사이에 놓여 있는 학교폭력이 교육적으로 해결되길 그 누구보다 바라는 필자다. 그러나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무조건 가해 학생에게 온정적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야 한다. 신고된 사항 중 어디까지를 사실로 인정할 것인지 명확하게 확인하고 인정된 행위 중 어디까지를 학생들 간 일상적인 갈등이나 다툼으로, 어디부터를 학교폭력으로 판단할지 분명하게 구별해야 하며 다섯 가지 기본판단 요소에 대해 형평성 있는 판정을 통해 가해 학생의 교육·선도 효과 및 피해 학생의 심리·정서 지원을 제고할 수 있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부가 제5차 기본계획을 통해 발표한 것처럼 가해 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고시에 따른 판단 요소별 판정 점수와 가중치 조정과 더불어 현행 깜깜이 심의에서 벗어나 보다 투명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 교육지원청별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교급별·유형별 대표적인 사례와 그에 따른 조치 결과를 심의위원별 맞춤형 교육을 하는 자료로 활용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인천시론] 강화고려박물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인천 강화도(江華島)의 가장 옛적 이름은 ‘갑비고차(甲比古次)’다. ‘갑비고차’는 우리말 ‘가비고지’, 곧 ‘갑곶’을 한자로 나타낸 말이다. 이 이름은 지금도 ‘갑곶리’에 남아 있다. 이 가비고지가 ‘혈구군(穴口郡)’과 ‘해구군(海口郡)’을 거쳐 고려 태조 때인 서기 940년에 ‘강화현(江華縣)’으로 바뀌었다. 지금 이름의 나이만 따져도 이처럼 1천살을 훌쩍 넘긴 강화도는 흔히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곳곳에 퍼져 있는 수많은 유적들 덕분에 생긴 별명이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사연을 안고 있는데, 단군 할아버지와 고인돌을 비롯한 선사시대의 내용을 빼면 단연 고려시대의 유적들이 눈에 띈다. 이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서기 1232년부터 1270년까지 강화도가 고려의 임시 수도(首都)였기 때문이다. 고려 고종 임금 당시 조정을 장악하고 있던 최씨 무인(武人) 정권은 1231년 몽골군이 침입하자 이듬해 수도 개경(개성)을 버리고 강화로 도읍을 옮겼다. 그 뒤 1270년 무인 정권이 무너지고 개경이 다시 수도가 되면서 강화 임시 수도 시대는 막을 내린다. 강화를 ‘강도(江都)’라 부르기도 하는데, ‘강화도(江) 수도(都)’라는 뜻이다. 이렇게 40여년 동안 수도 역할을 했으니 강화도에는 고려의 유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왕궁이 있었던 터와 외성(外城), 4기(基)의 왕릉을 비롯한 여러 무덤, 팔만대장경을 새겨 보관했던 절터... 개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 강화도 외에 이렇게 비중 있는 고려의 유적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달리 없을 것이다. 강화군이 이런 의미를 살리고 후대에 전하기 위한 ‘국립 강화 고려 박물관’ 건립 사업에 나섰다. 중앙정부의 박물관·미술관 진흥 계획에 이 사업을 반영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것을 요구하며 주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천시박물관협의회와 인천지역 10개 구·군의 단체장들도 이 같은 뜻의 공동 건의문을 냈다. 우리는 흔히 반만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곤 한다. 하지만 박물관이나 기념관·연구원처럼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여러 주제별로 집중해 연구하고, 보여주고, 교육하는 기반시설은 무척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면에서 아마 남한 땅에서는 고려와 가장 관계가 깊은 곳에, 고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곳에, 고려의 역사를 각별히 조명하는 국립박물관이 생긴다면 분명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무인 정권이 강화로 도읍을 옮긴 것에는 많은 비판이 있다. 겉으로는 몽골과의 타협 없는 투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편안함만을 위해 백성들을 육지에 내팽개치고 섬으로 달아난 사건이라는 역사가들의 평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이들이 강화도로 올 때뿐 아니라 도망쳐 와서도 새로 궁궐을 짓고 온갖 사치를 부리느라 백성들을 끝없이 괴롭힌 사실이 많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고려의 역사를 보여주되 권력자들의 이런 못된 행태도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시각의 균형을 이루는 ‘국립 강화고려박물관’이 꼭 생기기를 바란다.

[천자춘추] 수원FC 진정한 시민구단이 되려면

대한민국의 프로축구는 K리그1 12개팀(기업구단 6개팀, 시민구단 5개팀, 군팀 1개팀)과 K리그2 14개팀(기업구단 4개팀, 시민구단 9개팀, 사회적협동조합 1개팀)이 1부와 2부로 나눠 시즌을 치른다. 시즌 막판에 승강제를 통해 최다 3개팀까지 승격과 강등이 가능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구단은 기업 이미지 또는 자사 제품의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고 시도민구단은 지자체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시민들에게 최상위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통해 광의의 사회적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K리그에는 이들 외에 2개의 특별한 구단이 존재한다. 군팀인 상무는 분단국가의 병역의무 특수성 때문에 우수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입대해 지속적으로 빼어난 경기력 유지가 가능하다. 충북 청주FC는 유일하게 사회적 협동조합의 형식을 갖고 있다. 현재 이 구단의 운영 예산은 조합이 40%를 부담하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각각 30%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60%의 지원을 감당해주니 시도민구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일반 시민이나 조합원을 더 참여시켜 예산 지분을 높이고 직접 구단 운영에도 참여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독일과 튀르키예 축구클럽의 형태와 거버넌스 체계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이른바 ‘50+1 룰’을 적용해 시민(팬)들이 이사회의 51% 지분을 보유하며 외부 개인이나 기업의 참여율은 최대 49%로 제한된다. 구단 운영은 팬들의 대표인 이사회에서 모든 결정권을 갖고 진행된다. 이런 방식으로는 외부의 대규모 투자를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튀르키예의 경우 형태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일부 구단은 시장, 도지사 등 지자체장이 운영, 예산 지원, 시설, 개선 등 공공 자원을 통해 구단 운영에 직접 관여한다. 또 국영·민간 기업이 주요 스폰서로 참여한다. 국공립 은행도 대출이나 정부 보증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다. 이러니 구단 운영이 정치적 인물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경우에는 선거 결과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흔들리기도 한다. 필자는 2023년 1월 수원FC 단장으로 취임하면서 ‘미래’, ‘존중’, ‘정의’, ‘명예’ 등 네 가지 핵심 가치와 몇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후원회 조직의 결성이었다.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 월 소정의 회비를 내게 된다. 4년 기준의 필자 임기 중 초석을 놓아 1차 목표 회원은 1만명이다. 후원회는 월 1만원을 내는 시티즌클럽을 비롯해 월 5만~10만원을 내는 비즈니스클럽, 그리고 100만원 이상을 일시불로 내는 밀리언클럽으로 구분된다. 독일과 튀르키예 클럽 형태와 내용을 잘 연구한 뒤 수원FC도 향후 점진적, 단계적인 변화를 통한 합리적이고 독립된 한국형 스포츠클럽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수원FC를 포함한 많은 국내 팀들이 FC(풋볼클럽)와 SC(스포츠클럽)으로 이원화의 방향으로 발전해 스포츠 강국, 축구 강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시와 자매 도시인 독일의 프라이부르크SC는 인구 약 23만명이지만 스포츠클럽의 회원은 7만5천명이다. 현재의 K리그 시도민구단은 ‘지자체 구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수원FC의 후원회 회원이 3만명을 넘어선다면 문자 그대로 진정한 시민구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고] 기업 성장 위해 진화하는 '능력개발전담주치의'

오늘날의 경제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불안정한 국제정세, 대내외적 정치적 리스크 등 여러 불안요소들이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현시점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그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이러한 환경변화에 맞춰 필요한 직무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그리고 기업들도 중소기업 지원기피, 출생률 저하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신규 채용이 어려워짐에 따라 기존 재직자들의 직무능력향상을 통한 기업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통해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진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여러 가지 이유로 대응이 어렵다.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 문제, 인력 부족으로 인한 훈련시간 할애 문제, 기업에 맞는 교육훈련에 대한 정보의 부재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변화의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만든 제도가 ‘능력개발전담주치의’다. 기업의 현재 인적구성, 근무환경, 달성목표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해당 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찾고, 부족 부분 보충 및 문제점 파악을 통해 종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도출해낸다. 단순히 이런 제도가 있으니 참여하라는 일방적인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방문 컨설팅 등 밀착관리를 통해 기업이 정말 필요로 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찾아 제안하고 훈련실시 이후에도 피드백 제공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 이 제도는 2023년 국정과제로 선정돼 전국 한국산업인력공단 지부·지사에 188명의 전담자 배치를 시작으로 이제 3년 차에 접어드는 올해에는 전담자를 329명으로 늘려 보다 많은 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기초진단부터 각종 직업훈련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 수를 늘려가고 있다. 더불어 공단에서 진행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 뿐만 아니라 고용센터에서 진행하는 기업도약보장패키지, 일터혁신컨설팅 그리고 지자체 및 여러 협·단체에서 주도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등 다양한 정부지원사업을 능력개발전담주치의 제도와 연계해 컨설팅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공단에서는 매년 각 사업 별 참여기업 중 우수기업 및 우수사례를 선정해 시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경인지역본부는 단순히 선정에 그치지 않고 선정된 기업의 사후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우선 우수사례 선정기업을 ‘HRD클리닉’ 기업으로 재선정해 3년간 밀착관리를 통해 HR역량을 지원하고, 최종적으로는 자발적으로 능력개발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준다. 또한 정기 협의체인 ‘HRD클러스터’에 참여시켜 정부지원사업 기관들과 현안을 논의하고, 지원방안 등을 함께 고민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용센터 등과의 합동 설명회에 참여시켜 여러 기업들에게 같은 기업의 입장에서 우수사례를 전파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렇듯 공단은 직업능력개발과 근로환경 개선 등 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 산업화시대의 시스템과 프로그램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미래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다가올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서, 채용구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직업능력개발훈련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이러한 산업 환경에서 한 개의 기업이라도 더 능력개발전담주치의의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근로자의 직무능력향상을 보다 많은 기업이 이룰 수 있도록 경인지역본부가 기업들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겠다. 박동준 한국산업인력공단 경인지역본부장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설] 국회는 협치를 통해 국민 불안을 최소화해야

국회의 여야 원내대표가 오늘 오후에 완전히 구성된다. 169석의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서 새 원내사령탑에 3선 김병기 의원이 선출됐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12∼13일 이틀에 걸친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20%)와 13일 의원들의 현장 투표(8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107석의 야당인 국민의힘도 오늘 오후 2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해 앞으로 거대 여당과 이재명 정부를 견제할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한다. 14일 후보 등록 결과 4선 이헌승 의원, 3선 김성원 의원과 송언석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12월 선출된 권성동 원내대표가 물러나 6개월 만에 새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지난 6·3 대선으로 구성된 이재명 정부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문제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각종 국정 현안은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며, 국회가 입법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전임 윤석열 정부 때 국회같이 여야가 정쟁만 한다면 국정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취임 연설에서 “광장의 뜻을 이어받아 개혁을 완수하고 민생회복·경제성장·국민통합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첫 과제는 이재명 정부 초기 주요 입법 과제들을 신속히 처리하는 일이다. 특히 민생경제 회복과 내란 종식, 검찰·사법 개혁 등 민주당이 추진해 온 과제들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오늘 선출되는 야당 원내대표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홍역을 겪고 있는 당내 문제 수습과 더불어 거대 여당의 입법폭주를 견제할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싸늘하다. 최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지율은 불과 21%로 여당의 46%에 절반에도 미치고 못하고 있을 정도로 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최대 과제는 민생회복과 국민통합이다. 최근 국제정세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으며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폭탄으로 한국 경제는 최대 위기에 놓여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을 정도로 국민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으로서 국민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새롭게 구성된 여야 원내사령탑은 정쟁은 그만하고 합리적 국회 운영의 기틀을 마련해 대화와 타협의 협치정치를 통해 국민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설] 민생지원금 ‘취약계층 우선’에 동의한다

김영진 의원은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계다.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하는 유연성과 실용성이다. 야당 대표로서 30조원 추경을 요청할 때도 시급하게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도 당시 여당이 동의하면 진행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을까. 9일 비상경제대응TF 회의에서 있었다. “취약계층, 소상공인 등의 지원을 우선해야 한다.” 추경의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한 당부였다. 이번 추경은 많은 국민이 보고 있다. 25만원 지원금이 있어서다. 대통령의 발언은 이 지원금 방향으로도 해석된다. 당내 의견이 모두 대통령과 같지는 않다. ‘전 국민 일괄 지원’ 주장이 여전히 있다. 11일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보편 지원을 주장했다. 소비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선별 지원의 기술적 문제를 지적했다. 기준을 잡고 선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양쪽 주장이 서로 맞선다. 여기서 새 정부 앞에 닥친 경제 상황을 보자. 생각지 못한 집값 상승이 등장했다. 과천의 최근 3개월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4.6%다. 강남(3.83%), 서초(3.49%), 송파(3.45%)가 뒤를 잇는다. 조심스럽게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이 예상된다. 당장 경기 과천, 서울 성동·마포 14개 지역은 이미 규제의 범위에 들었다.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 경제 회복 정책을 약속했던 이재명 정부에게 요구되는 집값 정책이다. 한국은행발 경고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밝힌 집값 경계론이다. “경기 띄우려다 집값이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때마침 보고서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도 나왔다. “거시 건전성 정책을 강화해 주택 가격 상승 기대 심리를 꺾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금감원은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가계 부채 간담회까지 가졌다. 이런 때 생산성 없는 유동성 확대 정책이 맞는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올 2월 추산한 추경 규모가 있다. ‘전 국민 25만원, 취약계층 35만원 소비 쿠폰 지급’에 드는 예산이다. 모두 13조 1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시차를 두고 물가·집값으로 옮아 갈 수 있다. 공약의 비중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선별 작업에 따른 지체도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집값 폭등의 조기 차단이다. 자칫 5년 내내 치솟는 부동산에 끌려다닐 수 있다. ‘민생 지원금 선별 지원’은 이래서 나온 고민일 것이다. 우리는 현금성 복지·지원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래서 작금의 ‘토론’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지속가능한 정책을 만들어가는 순기능이 될 수 있다. 우선 이번 토론에서는 ‘취약계층 25만원 우선 지원’을 지지한다.

[지지대] 수원 상징목의 시름

수원에는 특이한 곳이 많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늘어섰다는 뜻의 ‘노송지대(老松地帶)’도 그렇다. 좀 더 들여다보자. 이곳은 안양에서 1번 국도를 따라 지지대를 넘으면 만날 수 있다. 길이는 5㎞ 남짓하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양옆으로 늘어선 모습이 마치 열병식을 하는 병사들처럼 늠름하다. 한 그루, 한 그루 들여다 보면 제법 가지런하다. 그리고 다소곳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선비처럼 올곧다.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에 따르면 노송지대는 조선 후기 개혁군주인 정조가 조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왕실 경비 1천냥으로 소나무 500여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250여년 전이다. 현재는 대부분 고사하고 38그루만 남아 있다. 이곳의 소나무는 껍질이 붉은 편이다. 흔히 적송이라 불리는데 내륙지방에서 많이 자란다. 낙락장송이 울창한 경관은 정조의 효성을 함축하면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수원에는 이처럼 노송지대는 물론이고 만석공원과 옛 경기도청이 있던 팔달산 등지를 비롯해 곳곳에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그래서일까. 경기도기념물과 수원시 상징목으로 지정됐다. 각각 1979년과 1999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원에서 소나무들이 때 아닌 시름(본보 6월13일자 5면)을 겪고 있다. 잎이 바짝 마르고 일부는 가지째 축 늘어져 있다. 상당수는 생장 기능을 멈춘 듯 줄기가 갈라져 있다. 죽은 가지 사이로 병든 잎도 드문드문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지난해 폭설로 추정하고 있다. 소나무는 공원녹지사업소와 각 구청이 예산을 편성해 관리 중이다. 소나무를 포함한 수목관리 예산만 140억원가량이지만 일부 소나무가 고사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더구나 정기적인 관리보다는 민원 접수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나무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조치하는 방식보다 사전에 점검하고 예방하는 관리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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