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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수원FC 진정한 시민구단이 되려면

최순호 수원FC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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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프로축구는 K리그1 12개팀(기업구단 6개팀, 시민구단 5개팀, 군팀 1개팀)과 K리그2 14개팀(기업구단 4개팀, 시민구단 9개팀, 사회적협동조합 1개팀)이 1부와 2부로 나눠 시즌을 치른다. 시즌 막판에 승강제를 통해 최다 3개팀까지 승격과 강등이 가능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구단은 기업 이미지 또는 자사 제품의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고 시도민구단은 지자체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시민들에게 최상위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통해 광의의 사회적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K리그에는 이들 외에 2개의 특별한 구단이 존재한다. 군팀인 상무는 분단국가의 병역의무 특수성 때문에 우수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입대해 지속적으로 빼어난 경기력 유지가 가능하다. 충북 청주FC는 유일하게 사회적 협동조합의 형식을 갖고 있다. 현재 이 구단의 운영 예산은 조합이 40%를 부담하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각각 30%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60%의 지원을 감당해주니 시도민구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일반 시민이나 조합원을 더 참여시켜 예산 지분을 높이고 직접 구단 운영에도 참여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독일과 튀르키예 축구클럽의 형태와 거버넌스 체계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이른바 ‘50+1 룰’을 적용해 시민(팬)들이 이사회의 51% 지분을 보유하며 외부 개인이나 기업의 참여율은 최대 49%로 제한된다. 구단 운영은 팬들의 대표인 이사회에서 모든 결정권을 갖고 진행된다. 이런 방식으로는 외부의 대규모 투자를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튀르키예의 경우 형태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일부 구단은 시장, 도지사 등 지자체장이 운영, 예산 지원, 시설, 개선 등 공공 자원을 통해 구단 운영에 직접 관여한다. 또 국영·민간 기업이 주요 스폰서로 참여한다. 국공립 은행도 대출이나 정부 보증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다. 이러니 구단 운영이 정치적 인물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경우에는 선거 결과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흔들리기도 한다.

 

필자는 2023년 1월 수원FC 단장으로 취임하면서 ‘미래’, ‘존중’, ‘정의’, ‘명예’ 등 네 가지 핵심 가치와 몇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후원회 조직의 결성이었다.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 월 소정의 회비를 내게 된다. 4년 기준의 필자 임기 중 초석을 놓아 1차 목표 회원은 1만명이다. 후원회는 월 1만원을 내는 시티즌클럽을 비롯해 월 5만~10만원을 내는 비즈니스클럽, 그리고 100만원 이상을 일시불로 내는 밀리언클럽으로 구분된다.

 

독일과 튀르키예 클럽 형태와 내용을 잘 연구한 뒤 수원FC도 향후 점진적, 단계적인 변화를 통한 합리적이고 독립된 한국형 스포츠클럽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수원FC를 포함한 많은 국내 팀들이 FC(풋볼클럽)와 SC(스포츠클럽)으로 이원화의 방향으로 발전해 스포츠 강국, 축구 강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시와 자매 도시인 독일의 프라이부르크SC는 인구 약 23만명이지만 스포츠클럽의 회원은 7만5천명이다. 현재의 K리그 시도민구단은 ‘지자체 구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수원FC의 후원회 회원이 3만명을 넘어선다면 문자 그대로 진정한 시민구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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