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 맘 때면 경기도내 사찰 곳곳을 수놓는 인파 행렬을 목격할 수 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사찰을 저마다의 이유로 찾는 이들이 많다.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사찰에 깃든 부처의 가르침을 음미해보면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자연스레 생겨난다. 초파일을 맞는 도내 사찰 곳곳에선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 마음의 안식 선사할 힐링 스팟…남양주 봉선사 초파일을 9일 앞둔 지난 18일 오후 남양주 봉선사. 저마다의 명분과 이유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 단순 신앙 생활을 위해 온 사람들보다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방문한 이들이 많이 보였다. “신앙심이 깊은 분일수록 초하루나 일요 법회가 열리는 오전 등 특정 시기에 맞춰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면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절을 들렸다가 조용히 사색에 잠기는 분들도 많다”고 운을 뗀 봉선사 보륜 스님의 말처럼 봉선사에 잠시나마 더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고요한 평화가 맴도는 연꽃 군락지에서 찾을 수 있다. 연인, 친구, 부부,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산책하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느리게 흘러가는 이곳만의 시간. 연꽃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있던 이순자씨(79·남양주시 진접읍)는 “연못 주위를 감싸는 둘레길을 돌고, 벤치에 앉아 연못을 보다가 인근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 한 달에 두번가량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는 게 삶의 낙”이라며 “녹음이 우거진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힐링 루틴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나쳐 사찰 내부로 들어가다 보면 오색 연등이 바람에 잔잔하게 흔들리면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렇게 도착한 큰법당 앞마당을 가득 채운 연등 물결을 보고 있으면 각각의 연등을 매단 사람들이 어떤 염원과 소망을 품고 있을지 상상해 보게 된다. 금액이 큰 1년 등은 법당 안에 달려 있고, 바깥에 걸려 있는 연등엔 초파일을 맞아 각자의 염원과 소망을 담은 내용이 담겼다. 딸과 함께 이곳을 3개월만에 찾은 김창실씨(83·여·남양주시 도농동)는 봉선사를 3년째 다니고 있다. 김씨는 “부처님의 뜻을 받들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는 것 같아서 되게 고맙다”면서 “초파일에 오면 사람들이 너무 몰릴 거 같아서 미리 방문했다. 이곳을 오고가는 이들과의 모든 만남이 너무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오고 가는 불자들을 인자한 미소로 맞이하던 보륜 스님은 “단순히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현재 바라는 걸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며 “오래 전 성인들께서 과연 어떤 가르침을 주셨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아서 위안을 받고 가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 봄이 지나 꽃도 지고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이 성큼 다가온 만큼,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라고 덧붙였다. ■ 숨막히는 도심에서 만나는 ‘여유’의 힘…용인 화운사 수도권 도심에서 멀지 않은 용인시 삼가동 멱조산 자락으로 발을 옮긴다. 이곳엔 도시를 감싸는 급박한 리듬과 다른 여유로움을 간직한 사찰인 화운사가 있다. ‘화운’, 부처님이 설법하는 자리에서 꽃빛구름(화운)이 피어난 데서 유래한 이름처럼 사찰에 깃든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화운사는 자연 경관이 수려한 곳에 자리한 사찰은 아니지만,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에서 오고가는 이들과 폭넓은 교류의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린이 법회, 어린이 캠프뿐 아니라 템플스테이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사찰을 찾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선사한다. 지난달 말 화운사까지 3시간 걸리는 거리에서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던 방문객 A씨는 “호기심에 절을 찾아서 별 기대가 없었지만 자연의 소리를 듣고,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게 돼서 너무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화운사 서보 스님은 “우리는 굉장히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목소리를 많이 놓치고 산다”면서 “템플스테이를 찾는 모든 분들께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다. 채워가려고 하지 말고 마음을 쉬고 내려놓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드린다”고 설명했다.
동서고금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구전부터, 퇴적·풍화를 거쳐 기록된 문헌까지 다양한 역사가 사시사철 숨을 쉰다. 지금 경기도엔 어떤 이야기가 남고, 또 사라졌을까. 경기일보 이연우 기자와 민경찬 PD가 시나브로 잊히는 우리네 이야기를 찾아 글과 영상으로 전한다. G스토리팀은 2021년도에 이어 2년여 만에 다시 한 번 경기도의 ‘소규모 마을’을 찾았다. “인구 문제는 극복의 대상이기보다 적응해야 할 삶의 조건이다”. 지난해 10월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이 연구보고서 ‘인구감소 농촌 지역의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방안’을 통해 남긴 말이다. 당시 연구원은 전국 총 1천404개 읍·면 중 절반가량에서 인구가 줄고 있으며, 특히 인구 수가 3천명 이하인 곳에선 지역 내 보건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봤다. 이어 인구가 2천명 이하로 떨어지면 의(衣)·식(食)과 관련된 업종이 폐업한다고 분석했다. 경기도라고 다르지 않게 적용되는 얘기다. 1천400만여명의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지만 3천명이 채 살지 않는 소규모 동네가 여럿 존재하고, 대부분 병원·약국은커녕 편의시설이나 이·미용시설 등도 없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경기도의 행정읍·면·동은 총 570개. 이 중 23곳이 3천명 미만의 주민을 두고 있다. 단, 인구가 가장 적은 곳으로 집계된 광명시의 광명1동(57명)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2020년부터 거주 인구가 빠졌음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인구가 3천명도 안되는 소규모 읍·면·동 중 6곳(▲중면 172명·도내 하위 2위 ▲장남면 720명·3위 ▲왕징면 1천16명·5위 ▲미산면 1천710명·7위 ▲백학면 2천517명·13위 ▲신서면 2천557명·14위)이 연천군 내에 있다. 군 안의 전체 읍·면이 10개인데 절반 이상이 인구 3천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뒤이어 포천시 안에서도 창수면(2천58명·11위), 관인면(2천594명·15위), 화현면(2천622명·18위) 등의 인구 수가 적은 축에 속했다. 이유는 하나다. 저출생·고령화와 군부대 이탈로 인한 인구 감소. 인구 감소로 인한 제반 시설 붕괴. 이대로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마을과 주민’이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 G스토리팀은 민통선 북방에 위치하고 19㎞의 휴전선에 인접한 접적 지역, 경기도에서 실질적인 거주 인구가 가장 적은 동네, 연천군 중면으로 향했다. G-Story팀 ※ 경기일보 G-Story를 검색하시면 ‘마을편’, ‘놀이편’, ‘선거편’, ‘납량특집편’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3년 여름의 시작점, 북쪽을 향했다. 사실 이 문장을 2년 전에도 비슷하게 썼다. 당시엔 여름의 끝자락에 맞춰 포천시 관인면(경기일보 2021년 9월14일자 1·3면)을 갔다. 그때나 지금이나 목적은 같았다. 경기도의 대도시, 신도시가 아닌 관심 밖 소규모 마을을 둘러보겠다는 것. 그뿐이었다. ■ ‘댑싸리 명소’ 중면, 인구 최하위…年 10명씩 감소 첫 번째 도착지는 총 주민 수가 172명에 불과한 연천군 중면. 남자가 98명, 여자가 74명으로 평균 연령은 60~70대다. 거주자보다 군인이 많이 보이는 마을, 사람보다 두루미가 유명한 마을이다. 재개발로 철거 중인 광명시 광명1동을 빼면 경기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동네다. 1년에 약 10명씩 인구가 줄어든다. 정처 없이 도착한 이곳에서 다짜고짜 검색을 시작했다. ‘음식점, 대형마트, 영화관, 편의점, 사진관, 미용실’ 없음. 그나마 ‘농원, 목장, 정미소, 상회, 약수터’는 있음. 유일한 의료기관은 연천보건지소인데 자가용으로 30분은 가야 하는 상황. 혹여 부인과라도 가려면 강원도 철원까지 먼 여정을 떠나야 하는 곳. 그런 시골 동네였다. 명물은 ‘댑싸리’라고 한다. 푹푹 찌는 한 여름에는 청명한 초록색이었다가,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면서부터 화려한 분홍색으로 변하는 한해살이풀. 임진강 상류를 통해 북한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장 먼저 마시게 되는 화초. 그 댑싸리가 오늘날 중면을 먹여살리는 효자 품목이다. “올해 댑싸리는 아직 심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오셨어요. 이번달 말부터 씨 뿌리기 시작하는데… 그때 오시지, 볼 게 정말 많거든요”. 김유미 중면 면장이 시원스레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중면 삼곶리에 있는 임진강 댑싸리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지난 한 해에만 8만명에 달할 정도다. 이어 김 면장은 설명했다. “우리나라 민통선 내에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이 딱 2곳 있어요. 파주시 대성동과 여기 중면. 특히 우리 동네는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2만5천평 규모의 ‘댑싸리 장관’이 펼쳐지기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외지인들이 구경하러 많이 찾아오세요. SNS에 입소문이 났는지 댑싸리공원이 알려져 아름다운 연천의 모습들을 많이 즐기고 가시죠. 관광객들이 오시면 재래식 두부나 옥수수 등 지역 먹거리를 드시기 때문에 주민들 입장에선 소득이 증대되는 효과도 있어요.” ‘관광객들이 와서 잘 곳은 있나요?’ 묻자 김 면장은 아쉬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동네엔 없죠. 코옆이 북한인 안보 지역이라 교통 시설도 부족하고요. 결국 대부분이 당일치기라 ‘반짝 소득’이에요. 연천은 관광자원이 정말 많지만 숙박시설이나 편의시설 같은 게 부족해요”라던 그는 “인구가 워낙 적어 여러 인프라를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저는 주민분들이 여기에 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에요”라고 전했다. ■ 경원선 중단으로 걸어잠군 대광리역 굽이굽이 흙길을 지나 비탈길을 넘어 드라이브를 떠났다. 차창 너머로 군인이 참 많이 보였다. 군장점도 그만큼 자주 만났다. 두 번째 도착지를 어디로 정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신서면 팻말이 보였다. 5월 기준 총 주민 수는 2천557명, 만 99세의 할머님(1명·최고령자)이 계시는 곳이다. 여긴 중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번화가였다. 커피숍도 더러 있고, 음식점 체인점도 꽤 많았다. 청년층을 겨냥한 분식점도 있었으나 가게 문은 닫은 지 오래 된 모습이었다. 이곳 신서면은 전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인 탓에 추가 개발은 쉽지 않다고 한다. 휴전선 11㎞와 접합한 연천군 최북단지역이기도 하다. 과거 경원선이 운행했을 땐 한동안 북방 경제의 활력소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철도가 중단(2019년)되고 대체운송버스가 돌면서 외지인이 선뜻 찾아오긴 어려운 편이다. 1912년 개통됐던 신서면 ‘대광리역’은 알록달록한 벽화 뒤로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어 있었다. 자물쇠로 잠긴 역사 앞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는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어르신이 있었고, 주변 그늘진 정자에는 햇빛을 피해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어, 이제 장 보고 들어가고 있어. 막걸리 두 통이랑 족발 포장했지. 지금 대광리역 지난다니까”…검은 봉지를 들고 길을 지나던 김진회 어르신(68)이 통화를 하고 있었다. “면회 갔더니 애가 까맣게 탔더만. 아니 근데 어디라고? 일단 끊어봐”하던 김 어르신은 뚜벅뚜벅 다가오더니 “뭘 그렇게 찍어요?”라고 질문을 건넸다. 대광리역 사진을 담고 있다고 하자 “왜?”라던 그는 “나도 여기 사람은 아니야. 날씨도 좋고 해서 술이나 한 잔 하러 왔는데 재미있는 구경하네”라며 “볼 것도 없는데 뭣하러 여기까지 왔어. 나랑 친구가 이제 곧 칠십인데 여기선 막내라니까. 아무튼 더운데 고생해요” 하고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무성하게 자란 잔디, 군데군데 깨진 철로. 노후하고 낡은 대광리역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한 대화였다. ■ “풍족한 관광 자원이 우리 동네 살 길” 대표적인 인구 감소 지역으로 분류되는 연천. 낯선 이가 터를 잡고 머물기엔 아직 여건이 마땅치 않을 수 있지만, 생기를 잃고 죽어가는 도시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도 ‘연강 큰물터 사업’을 통해 중면 삼곶리 일원에 댑싸리공원 관련 기반시설(댑싸리원, 묵억새원, 휴게쉼터 등) 설치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돌무지 무덤’과 ‘옥류봉 그리팅맨’, ‘재인폭포’ 등의 관광 자원이 넘쳐난다. 11월 이후 월동기에는 ‘율무 먹는 두루미 떼’를 마주할 수도 있는 독특한 생태 지역이다. 이날 연천에서 만난 한 주민은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입을 뗐다. “전형적인 힐링 장소에요. 빙애여울도 얼마나 예쁜데요.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에겐 관광 자원이 살 길이죠. 인구 소멸은 시대적 흐름이고 갑자기 이 동네에만 늘어나기도 힘든 구조니까요. 주민들도 그걸 아니까 자발적으로 논·밭에 두루미 먹이 주고, 댑싸리 씨 뿌리고 하는 거에요. 그렇게 관광 길이 뚫리고, 전용 버스도 운행하고, 한옥마을 같은 특화 시설도 조성된다면 ‘연천이 이런 곳이었어?’ 하는 사람들이 늘겠죠. 그렇게 점점 마을이 활성화 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앞으로 연천에 그런 기대가 있어요.” G-Story팀 ※ 경기일보 G-Story를 검색하시면 ‘마을편’, ‘놀이편’, ‘선거편’, ‘납량특집편’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는 최근 과천 서울랜드에서 ‘2023년도 한마음 단합대회’ 행사를 진행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21일 열린 행사엔 당일 이른 아침부터 경기도 전역에서 모인 100여명의 경기도회 물리치료사 회원과 가족들이 함께 했다. 이번 행사는 평소 직장 생활로 쌓인 업무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고 회원들과 가족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고자 마련됐다. 특히 다양한 경품이 걸린 보물찾기와 간단한 기념품 증정 이벤트 등 회원들과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행사 후 참석자들은 “상품 받아서 기분도 좋고 덕분에 아이와도 좋은 시간 보냈다”, “경기도회 덕분에 서울랜드 구경도 오고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는 이번 한마음 단합대회 등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일선에서 애쓰는 물리치료사 회원들을 위한 회원 복지 사업을 매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행사 담당인 송노국 경기도물리치료사회 사업이사는 “주말임에도 많은 회원들께서 참여해주셔서 성황리에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면서 “매년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주시는데, 앞으로도 더 즐겁고 알찬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구식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장은 “회원들께서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충전의 기회를 가지시길 바란다. 회원들의 복지를 위해 힘쓰는 도회와 임원들의 많은 노고만큼,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봄꽃이 다 함께 피어나 당혹스러웠던 지난 봄날의 어느 저녁, 연희동에서 저녁 모임이 있었다. 밥은 편하게 먹고 살자는 신념으로 낯선 식사 모임에는 나가지 않는 내가 15명의 처음 보는 사람들과 저녁을 먹게 된 자리였다. 제법 오래 인연을 이어온 신발끈 여행사 장영복 대표의 초대와 더불어 그날의 주인공이 토니 휠러였기 때문이었다. 휠러가 누군가 고개를 갸웃거릴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배낭을 메고 혼자 세상을 떠돌아본 적이 있는 이라면 한 번쯤은 그가 쓴 가이드북에 기댔을지도 모른다. 론니플래닛 시리즈로 ‘배낭여행자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책이다. 나는 첫 여행을 했던 20대 초반부터 30년이 넘는 지금까지 가이드북이라면 영문판 론니플래닛을 고집해 왔다(영어는 더듬거리는 수준이지만 한글 번역판이 거의 없기에 어쩔 수 없다.) 내 여행 준비는 언제나 론니플래닛을 구입하는 일로 시작된다. 요즘은 집에서 볼 종이책과 여행지에서 볼 전자책을 동시에 구매하기도 한다. 그 론니플래닛 시리즈를 만든 사람이 휠러와 그의 아내 모린 휠러. 그들이 첫 장기 여행을 마친 1973년, 주변 사람들이 계속 숙소며 교통편 같은 질문을 해대는 통에 부엌 식탁에 앉아 쓰기 시작한 책이 론니플래닛이었다. 조 코커의 노래 중에 나오는 ‘러블리 플래닛’이라는 가사를 토니가 ‘론니플래닛’으로 잘못 기억해 책 제목이 됐다. 지구는 물론 사랑스러운 행성이지만 나는 외로운 행성이 더 근사하다고 여긴다. 답을 주지 않는 우주를 향해 끝없는 신호를 쏘아 보내는 고독한 행성의 거주민으로서. 사실 나는 장르 불문하고 어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저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저자와는 책으로 만나면 충분하다고 믿고, 좋은 책일수록 내가 쌓은 이미지의 성을 부수고 싶지 않기도 하니까. 하지만 지난 30년간 내 여행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였던 가이드북의 저자를 만나 한 번쯤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기도 했다. 배낭여행 1세대 여행사인 신발끈 여행사가 오랫동안 론니플래닛 독점 수입판매를 해왔던 인연에 더해 장영복 대표 본인이 열렬한 론니플래닛 키즈여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직접 만나본 휠러는 일흔여섯의 나이가 무색하도록 젊고 건강해 보였다. 무엇보다 그 나이쯤 살아온 사람의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인 삶의 궤적이 만든 표정이 좋았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선하게 살아온 사람의 얼굴이랄까. 실제로 말하는 태도도 소탈하고 수줍었고, 이야기의 내용에도 과장이나 허세가 없었다. 그는 몇 년 전에 론니플래닛을 BBC 월드와이드에 넘긴 이후 플래닛 휠러 재단을 만들어 저소득 국가의 기후위기, 인권, 교육 활동을 돕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 중 인상적인 대목은 이렇다.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좋았던 곳을 물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장 이상했던 나라를 물으면 이곳을 꼽는다.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나는 좋은 이스라엘 친구들도 있지만 그 나라는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나 또한 거의 30년 전에 팔레스타인 땅을 여행하고 이 땅에 평화가 돌아오지 않는 한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곳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의 상황을 봐서는 다시 돌아갈 날은 쉽게 올 것 같지 않다. 예루살렘을 비롯해 그 땅 전체가 비할 데 없는 유적지(여러 종교의 성지이기도 하고)이지만 나는 자신들만이 신에게 선택 받은 종족이라 믿는 이들의 자비 없는 신앙에 질렸다. 무엇보다 그 땅에서 일어나는 가장 슬픈 일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거주지를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방형 감옥’으로 만들고 있는 장벽의 건설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2022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땅을 가로막으며 쌓고 있는 분리장벽의 길이는 713㎞에 달하고 65% 이상이 완공됐다(이미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이 분리장벽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철거 권고 의견을 발표했다). 내가 운이 나빠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땅에서 내게 호의를 베푼 이들은 모두 핍박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었다. 오랫동안 탄압 받았던 민족이 다른 민족을 탄압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주는 슬픔이 버거웠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안 가봤지만 여성 인권이 세계 최악이라는 점에서 별로 여행하고 싶지 않은 나라다. 북한은 굳이 말을 보탤 것도 없다. 세 나라 모두 인권과 평등을 비롯한 보편적 정의의 실현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는 나라다. 여행이란 결국 자신만의 역사 교과서를 새로 쓰는 과정이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목소리로 기록된 일방적인 이야기일 수 있기에. 나 역시 팔레스타인 땅과 중동지역 곳곳을 여행하며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패배한 자의 목소리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시간이 없었다면 나만의 세계사 교과서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휠러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여행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인간은 타인을 만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서로 만나야만 하는 존재다. 여행은 그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나 또한 비행기를 탈 때마다 부끄러워진다. 환경을 위해 내가 하는 다른 모든 노력(배달음식을 먹지 않고, 고기 섭취를 최소화하고, 환경단체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여행 중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일 등)이 허무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럼에도 여행을 멈추지는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자신은 없다. 여행은 나의 좁은 장벽을 넘어 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자 내가 살아가는 이 행성과 사람들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내가 론니플래닛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떤 나라의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견지하는 진보적인 관점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론니플래닛은 늘 신중하게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왔다. 굳이 정치적 프레임으로 구분하자면 중도좌파의 시선이랄까. 정치적 역사적 사건을 기술할 때 가이드라인 같은 게 있었냐는 내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간명했다. “아마도 그건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후에도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꼰대’는 이미 됐지만 ‘구제불능의 꼰대’까지는 되지 않기를 꿈꾼다. 언제나 더 많은 인권과 더 많은 평등과 더 많은 정의를 갈망하는 할머니가 되기를.
국제적인 평화 NGO인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대표 이만희)이 세계평화선언문의 발표 10주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며 ‘평화의 정착’을 다짐하는 행사가 2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다. HWPL, 국제청년평화그룹(IPYG),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이 행사는 영어와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10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 각국에 생중계 됐다. 특히 서울 뿐 아니라 부산, 광주 등 국내 주요 도시를 포함한 59개국 89개소에서 이달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 ‘전쟁 없는 평화 세계를… 영원한 유산으로’ 10년 전 설립된 국제평화 NGO HWPL은 ‘전쟁 없는 평화 세계를 이뤄 후대에 영원한 유산으로 물려주자’는 신조로 2013년 5월 25일 설립됐다. 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 글로벌 소통국(구 공보국, DGC) 및 대한민국 외교부 소관 비영리 법인 규칙에 따라 서울시에 소재한 국제평화 NGO다.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행사에는 국가유공자와 보훈단체, 전직 국회의원과 종교 단체장 등을 포함해 5천여 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행사 마무리까지 총 참석 규모를 6만 6천명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행사는 ‘HWPL 세계평화선언문’ 10주년을 맞아 열린 만큼 ‘새로운 10년, 평화 제도의 정착’이 핵심 키워드다. 2013년 5월 25일 대한민국 서울 평화의 문 앞에서 공표된 ‘세계평화선언문’의 주요 정신과 ‘평화 걷기’를 포함해 시민사회가 다방면으로 주도한 국제적 평화 운동의 의의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 “한반도 평화, 전쟁 종식…HWPL 출범 목표”, 지구촌 전쟁 종식 위해 국제법 제정에 나서 이만희 HWPL 대표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HWPL 창립 및 세계평화선언문 공표 10주년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10년 간 HWPL의 주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이 대표 자신이 6.25 한국전쟁에 참전해 최전방에서 직접 겪은 참혹한 전쟁의 비극, 전쟁 후 폐허가 된 과거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기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쟁 종식과 평화, 나아가 통일을 HWPL이 앞장서서 이뤄 나가야 한다. 이것이 HWPL이 출범한 목표다. 나라에 어린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어떤 나라를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겠느냐”고 물으며 “문명이 밝아진 이 때에 부딪치고 싸우지 말자. 오늘을 잊지 말자. 우리는 다 평화의 가족이다. 여러분의 뜻을 모아 평화와 통일을 이뤄야 한다. 이 일에 동참해주기를 부탁한다. 보다 나은 세상이 오도록 한 해 동안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축사를 맡은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류재식 서울특별시지부장은 “나는 6.25참전용사인 이 대표와 같이 한국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전쟁은 비극이며 한반도는 여전히 온전한 평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면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에 수많은 청년이 참석한 모습을 보니 마음에 감동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HWPL에서는 지구촌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국제법을 제정하고 있다. 이 일이 꼭 성공해 우리들이 겪은 일을 후대에는 다시 겪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HWPL과 전세계의 협력 기관을 대표해 낭독자로 나선 IPYG 정영민 부장이 세계평화선언문 10주년 기념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국가 간 또는 국가 내 분쟁이 점증하는 지구촌의 현실 속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오직 평화임을 분명히 하고 지구촌의 구성원에게 평화 제도의 정착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평화 제도화 정착의 필요성 강조 ▲세계 각국 시민에게 LP(Legislate Peace, 평화의 법제화) 프로젝트 동참 요청 등이 주요 내용이다. ■ ‘새로운 10년, 평화 제도의 정착’…시민사회 주도한 평화 운동 지속돼야 이번 성명을 통해 이들은 HWPL과 참여 기관이 유엔(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제16번 ‘평화, 정의, 강력한 제도’에 따라 국제협력을 통해 평화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또한 전쟁 중재 노력에 참여하고 인식을 제고하며, 분쟁 지역에서 교육을 제공하고 청소년과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시민 사회 참여를 위한 모범 사례를 장려할 것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국가 간 또는 국가 내 분쟁이 점증하는 지구촌의 현실 속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오직 평화임을 분명히 하고, 지구촌의 구성원에게 평화 제도의 정착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현숙 IWPG 대표는 기념사를 통해 “지난 2014년, HWPL 이 대표 주재로 필리핀 민다나오에 평화 협정이 체결되며 가톨릭과 이슬람 간 40년 유혈 분쟁이 멈췄다. 이후 2016년 3월, HWPL 이 만든 DPCW가 발표되며 평화 제도 정착의 기반이 됐다. IWPG도 여성평화교육, 국제대회, 세계여성평화네트워크 정기모임 등 DPCW의 이행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며 “우리 모두 평화의 사자로서 평화 제도의 정착을 위해 다시 뛰자. 우리의 걸음이 모여 강력한 행진이 될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어 호국 보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피스 레터’ 낭독 이후 참석자들은 ‘앞으로 10년, 평화를 위한 나의 할 일’을 주제로 한 ‘평화 다짐서’를 작성했다. 이후에는 IPYG 회원을 포함한 시민 1천여 명이 지속 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레지슬레이트 피스(Legislate Peace, LP, 평화의 법제화)’를 외치며 평화 걷기의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새로운 10년, 평화 제도의 정착’이다. 2013년 5월 25일 대한민국 서울 평화의 문 앞에서 공표된 ‘세계평화선언문’의 주요 정신과 ‘평화 걷기’를 포함해 시민사회가 다방면으로 주도한 국제적 평화 운동의 의의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HWPL은 평화 걷기를 시작으로 DPCW 지지서명 1천만 건 달성 캠페인을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를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 부른다.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결 좋은 날 들판이 온통 노랗다. 홍채원 사진작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집과 터전을 잃었거나 홀로 남겨진 우주 떠돌이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 지난 3일 세 번째 챕터가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지탱하는 힘은 가족 서사에서 출발한다. 공교롭게도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가정의 달 5월에 관객과 만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우주의 부랑자들이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게 된 과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던 1편, 가족 내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가족 구성원 사이의 유대감을 들여다봤던 2편에 이어 찾아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는 시리즈의 마무리에 걸맞게 피할 수 없는 가족의 해체와 종말을 담아낸다. 피터 퀼(스타로드), 드랙스, 가모라와 맨티스 등 시리즈를 함께해온 이들은 각자 꾸려나갈 삶의 남은 페이지를 위해 홀로서기를 택한다. 떠날 이는 떠나고, 남은 이는 또 다른 이들과 연대한다. ‘가오갤’은 분명 가족의 끝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들에게 끝은 없다. 종착지가 없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하다. 마음을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한 존재들은 서로 의지하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지만, 집단이 해체된 이후엔 어디로 향할 수 있을까. 과연 무엇을 가족이라고 부르고, 누구를 가족 구성원으로 여겨야 하며, 가족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 가족이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피기보다 가족이 없을 때를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영화 속에서 피터가 목숨을 걸고 회수해온 마이크로소프트의 MP3플레이어 준(Zune)에 담긴 음악을 떠올려 본다. 로켓은 피터가 지구에서 가져온 음악을 듣는다. 관객도 그 음악을 함께 듣는다. 피터는 지구에서 자신을 길러준 할아버지를 만나러 로켓의 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이 남았다. 보이지 않아도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환기할 수만 있다면,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곁에 있지 않을 때 오히려 선명해지는 게 가족이다. 가족은 구구절절 표현을 더해가며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각자 온몸으로 느껴야만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가오갤 시리즈가 3부작으로 빚어낸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 이 서사가 오히려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관객과 호흡하는 친숙한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경기아트센터는 다음달 9일 대표 클래식 공연 시리즈인 ‘고전적 음악’의 올해 첫 무대를 선보인다. 고전적 음악은 경기아트센터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을 테마로 기획한 클래식 공연 시리즈다. 다음달에는 ‘고전적 음악, 저녁’이라는 타이틀로, 금요일 저녁과 어울리는 편안한 클래식 무대가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선 대중들에게 친숙한 두 클래식 아티스트, 베이스바리톤 권서경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함께한다. 권서경은 JTBC ‘팬텀싱어’에서 ‘흉스프레소’ 멤버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실력파 성악가다. 클래식 뿐만 아니라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개성있는 스타일로 소화해 관객들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역시 JTBC ‘슈퍼밴드’ 시즌 2와 MBC ‘TV 예술무대’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하며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장르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특히 이날 공연에선 경기필하모닉의 수준 높은 연주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무대가 열릴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수록곡, 모차르트와 바르톡의 대표적인 작품, 영화 OST, 한국 가곡 등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시간 속에 매몰된 ‘고전’을 현재에 맞춰 각색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을 ‘고전적 음악’ 시리즈의 최우선 가치로 설정했다”며 “다양한 악기를 소개하고 곡 해설을 덧붙여 관객에게 친근한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액션 영화 대전이 예고됐다. 지난 17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의 열 번째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이하 ‘분노의 질주 10’)에 이어 오는 31일엔 확장과 변주를 거듭하는 마동석 유니버스의 최신작 ‘범죄도시 3’가 극장가를 찾는다. 먼저 개봉 이후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분노의 질주 10’이 액션의 스케일과 무게감을 강조하면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2001년 길거리 레이서들의 우정과 사랑, 낭만 가득한 자동차 경주를 담아내면서 시작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4편을 기점으로 액션이 강조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러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됐다. 갈수록 시리즈를 대변하게 된 또 하나의 테마는 ‘가족’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도미닉 토레토의 아들뿐 아니라 그간 아홉 편의 영화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쳤거나 스쳤던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마동석의 매력을 물씬 품은 ‘범죄도시’ 시리즈도 어느덧 세 번째 챕터로 찾아온다. 지난해 개봉했던 2편의 베트남 사건 이후 7년 뒤,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서울 광수대로 보직을 옮겨 여러 배후가 얽힌 신종 마약 사건을 담당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담겼다. 배우의 신체적인 특성을 한껏 살린 마동석표 액션으로 호평 받았던 지난 작품들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점차 견고하게 확장을 거듭하는 마석도 유니버스의 매력 또한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