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자연 어루만진 88편…변순옥 시인 첫 시집 ‘딸아, 고마워 사랑해’

시인 변순옥이 첫 시집 ‘딸아, 고마워 사랑해’(문화짱刊)를 펴냈다. 오랜 시간 삶을 가슴에 품고 언어로 직조해낸 이번 시집은 총 88편의 시를 통해 가족, 사랑, 자연,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시집에는 ‘꼬꼬지 앨범’, ‘가보지 못한 길’, ‘불청객’, ‘군고구마’, ‘봄비’, ‘김장’ 등 일상의 풍경을 시인의 섬세한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수록됐다.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어렴풋이 경험한 일들의 시어다. 독자들은 그의 시에서 추억을 떠올리고, 가슴 깊은 곳에 울림을 발견할 수 있다. 변순옥 시인은 “쓰다 만 시를 다시 쓰는 것이 산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지난 시간들이 흘러가버린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구름처럼 다시 모이고 피어나는 경험을 이 시집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시집은 화려한 문학적 기교보다 담백하고 진솔한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사랑, 상실, 기다림, 계절, 기억 등 보편적 테마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진 시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잊고 지낸 감정, 또 추억과 마주하게 된다. 문단 관계자들은 “변순옥 시인은 첫 시집이지만 놀라운 감각과 따뜻한 언어를 가진 시인”이라며 “삶의 단면들을 섬세하게 길어 올려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하다”고 평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딸아, 고마워 사랑해’는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듯한 따뜻함이 있다”며 “현대인의 지친 마음에 작은 쉼표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진솔하게 녹아드는 제주의 매력으로 떠나볼까…‘바당, 길을 걷다’ 外 [신간소개]

여름 휴가철이 되면 제주의 싱그러운 초록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오름, 다양한 동식물과 돌담길, 바다가 어우러진 제주는 사시사철 그만의 매력이 있는 곳이다. 제주의 세세한 모습을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로 담은 책들이 있다. 익숙한 풍경부터 미처 알지 못했던 제주의 다채로운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을 모아봤다. ■ 바당, 길을 걷다 제주에 작은 책방을 열고 강아지 대운이와 살고 있는 이보경 작가가 제주 바다의 매력을 담은 그림 에세이를 펴냈다. 제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제주에서 산 지 10여년이 된 이 작가는 앞서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 ‘모드락숲의 선물’ 등 제주에 대한 애정을 담은 그림책을 출간해왔다. 이번 신간 ‘바당, 길을 걷다’는 겨울이 끝난 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붉은 태왁이 떠 있는 제주의 4월을 거쳐 미역이 밀려온 갯바위와 해녀들의 모습, 밤바다에 떠 있는 한치잡이 불빛, 태풍이 지나간 ‘제주 바다’의 사계절을 조명했다. 책에서 바다와 함께 중심이 되는 소재는 ‘바람’이다. 겨우내 불어오던 바람이 바뀐 것을 묘사하며 시작한 이야기는 봄바람이 잦은 날의 풍경과 태풍이 지나간 이후의 풍경, 한 겨울의 칼바람을 차례로 표현한다. 이어 그 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꽃과 보라색 열매를 맺은 선인장의 모습을 대비해 진정한 제주의 모습을 표현했다. 책은 현무암 돌담 사이에 핀 수선화부터 돌 사이에 핀 선인장의 노란 꽃이나 보라색 열매, 눈보라 바다 위를 나는 가마우지 등 작가가 보고 느낀 것들을 사실적이면서 담백하게 그렸다. 한 땀 한 땀 그려낸 수채화에 제주 사람이 돼가는 작가의 애정이 듬뿍 들어갔다. ■ 우리의 여름 4년 전 바람신 영등할망 이야기로 제주의 봄을 그렸던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를 펴낸 이승원 작가가 신간 그림책 ‘우리의 여름’으로 제주의 여름을 담았다. ‘우리의 여름’은 제주 여름의 자연에서 서툴지만 단단하게 자라나는 ‘우리’와 ‘여름이’의 성장기를 풀어낸 그림책이다. 책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네 마을에 ‘여름이’가 잠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여름이에게 제주의 봄은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세상을 처음 접할 때처럼 신기한것 투성이다. 수국 아래에서 잠을 자다 깨어나 밖으로 나온 뱀, 낯선 존재를 보고 도망가기 바쁜 꺼벙이, 거센 바람과 갑작스럽게 퍼붓는 비 등 제주의 여름은 요란스럽다. 여름이는 자연과 대화를 하는 친구 ‘우리’를 보면서 자연과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내 여름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두 주인공은 만남과 성장, 이별의 시기를 겪는다. 책은 이 같은 내용을 제주의 어린 생명들에 빗대 아름답게 보여준다. 책 속 가득한 제주의 초록은 장면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기 귤과 영근 귤의 초록이 다르고, 비 맞은 나뭇잎과 바람에 뒤집어진 나뭇잎의 초록이 다르다. 제주 자연의 같은 듯 다른 매력은 책에 나오는 다양한 동식물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섬휘파람새, 직박구리, 꿩, 긴꼬리딱새 등의 새부터 귤꽃과 초록 귤, 비파나무와 열매, 수국, 산딸기, 황근, 백년초 등의 식물,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과 바다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섬세하게 묘사한 그림으로 제주의 자연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법률플러스] 주택임차인이 이사 후 임차권등기를 하면

A가 B 소유의 주택을 임차하면서, 그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으며, 확정일자까지 부여받았다. 그리고, 보증보험회사 C와 임차보증금 반환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B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위 주택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임대 기간이 끝났음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A가 보증보험회사 C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C에게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의 적법절차를 거쳐 양도했다. C가 A를 대위해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내고 A에게 임차보증금 상당의 보험금을 전부 지급하자, A는 이 사건 주택에서 바로 이사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위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의 촉탁과 함께 임차권등기가 마쳐졌다. 이후 위 주택에 대해 강제경매 절차가 진행돼 D가 낙찰받았다. 보험회사 C는 낙찰인 D가 위 주택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했고 C가 A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했으니, D에게 미지급된 임차보증금을 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임차인에게 등기된 물권에 버금가는 강력한 대항력을 부여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달리 공시방법이 없는 주택임대차에서 주택의 인도 및 주민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은 대항력 취득 시에만 갖추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계속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주택 소재지로 전입신고를 마치고 주택을 인도받아 일단 임차권의 대항력을 취득했으나 그 후 주택의 점유를 상실했다면 그 대항력은 점유 상실 시에 소멸한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중략) 대항력과 (중략)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때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경매 목적 부동산이 매각된 경우에는 경매로 인해 소멸하는 저당권보다 뒤에 등기됐거나 대항력을 갖춘 임차권은 선순위 저당권과 함께 소멸하므로, 임차인은 경매목적물 매수인에 대해 임차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위 사안을 판단해 보자. A가 임차권등기 전에 주택에 관한 점유를 상실했다면 임차권의 대항력도 그때 소멸한다. 그 후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더라도 그 이전에 소멸했던 대항력이 당초에 소급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때부터 그와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위 사례의 근저당권이 그 이후에 마쳐진 임차권등기보다 선순위 권리에 해당하므로 경매 절차에서 근저당권이 소멸하면 임차권도 함께 소멸하게 돼 경매목적물 매수인 D에게는 임차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25년 4월15일 선고 2024다326398 판결). 요컨대 임차인은 대항력만 믿고 있는 것으로 부족하다. 이사 시점과 임차권등기 시점 잘 비교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무속 신앙

역마살이 끼었다고 H는 속으로 말했다. 특별한 이상향도 없지만 계절풍처럼 내 안이 요동칠 때면 배낭을 멨다. 다시 그런 미래가 온다면 거친 길보다 편하고 뻔한 여행을 하고 싶다. 아름다움 뒤에 누추하고 불편했던 것들은 젊음을 무기로 각박하고 빈약한 삶을 헤쳐 나갔던 것과 양립했다. 빌딩 숲속에 과학과 화려한 실존이 존재한다면 변두리 빈민가엔 늘 근심과 걱정과 실체 없는 허구가 난립한다. 매교동 변두리는 무속 신앙이 널브러졌다. 2년 전에 그린 그림을 살펴보니 지금도 바뀐 게 없다. 보이지 않는 담벼락 안에 빨간 지붕이 덮여 있다. 연등이 빨랫줄처럼 걸렸고 장대에 나치 기를 뒤집어 놓은 무당의 깃발이 매달렸다. 징 소리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허약한 곳에 여린 삶이 신을 의탁해 살아가고 있다. 액운을 덜어내려고, 가로막힌 앞을 뚫어내고 가뭄에 봇물 터지듯 생이 윤택하게 자라길 빈다. 꽃 대신, 계룡 할아버지, 백년암, 천상암, 태을연사, 천신보살, 설악산 박보살, 한국역리연구소, 신가림, 사주, 작명, 병굿 등 무속인과 동종의 집들이 산재해 있다. 미신의 삭정이 같은 영혼은 항상 호두알처럼 엉켜 정상적인 삶을 왜곡하고 있다. 떠날 때 무겁지 않게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야지. 마음의 깊이를 채우되 헛된 욕망을 비우고 살자. 생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도구만으로 빛나는 계절과 예지를 본다. 훈자의 살구처럼, 우물가의 앵두처럼, 미켈란젤로의 눈동자처럼.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국가적 정책 마련 필요” 제언 눈길

학교 안 스마트폰 사용 문제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마찰과 교권 붕괴 우려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통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재학 중인 안지은, 조진희씨 등은 최근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실태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은 기기를 넘어 일상이 됐다. 이로 인해 수업 몰입이 방해되고 교사의 지도권이 약화되며 교육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보고서는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이 미치는 영향을 ▲학습 방해 ▲교육현장 위기로 구분했다.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 학습 성취 저하, 개인화되는 교실, 교사의 소외감 등을 불러일으키고 교실 내 권력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심각한 교권침해 문제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사를 범죄의 피해자로 만드는 상황까지 초래한다. 2015년 전북 고창에선 고교생이 교사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고, 2022년 충남의 중학교에선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 장면이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고스란히 유포돼 교사의 명예가 훼손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 4월 양천구의 고등학교에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학생에게 경고를 주자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들은 “수업 중 비교육적 스마트폰 사용률이 70%를 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고 학교마다 대응방식이 모두 달라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라며 “프랑스는 2018년부터 초중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전면 금지하고 영국도 각 학교에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강력히 권고하며 호주 일부 지역은 학생 소지 자체를 불허하기도 한다. 국가 차원의 법적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든 후 학교에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안지은씨는 “해당 내용을 조사하며 두 곳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마트폰 규제와 관련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글을 게재한 결과 조회수는 2천건, 댓글 총 25개가 달리면서 관심을 끌었다”며 “내용이 다양했지만 다수가 교실 안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무조건적인 스마트폰 사용 금지나 무조건적인 허용이 아닌, 균형 잡힌 기준과 자율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갈등을 줄이고 교실에서 효과적인 스마트폰 활용을 위한 세 가지 실천전략도 제시했는데 ▲학교 현장의 실천전략은 ‘스마트존(지정 장소에서만 스마트폰 사용 허용) 지정’, ‘사물함 보관 의무화’, ‘프로젝트 학습 시 한시적 허용’, ‘학습자치회 중심의 규율 수립’ 등이다. 또 ▲학생 자기조절 중심 디지털 교육을 통한 ‘디지털시대 자기관리 능력 향상’ 도모 ▲교사 보호시스템 구축을 위한 ‘갈등 대응 매뉴얼 및 법률 지원’, ‘심리상담 및 치료 지원 체계’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원활히 구축될 때 학생들의 집중력은 물론 교권과 사회성도 회복되고 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도 예방할 수 있다”며 “자유를 위한 통제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트페어 입문자, 대환영”…더 크고 화려해진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 미리보기

오는 26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9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이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서울에 집중된 미술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경기지역의 예술문화 성장을 도모한다는 의미를 내세웠다. 지난 16일 (사)한국화랑협회와 (재)수원컨벤션센터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협회 측은 “한국 현대미술의 트렌드는 무엇인지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특히 입문자들도 광교에서 열리는 화랑미술제를 통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아트페어의 세계에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전국 각지의 정상급 갤러리 104곳과 특별전을 포함한 6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관람객은 중진 작가부터 떠오르는 신진 블루칩 작가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작가로는 조형 언어를 통해 자연을 탐구하는 갤러리 플래닛의 허보리, 색연필을 매개로 파동을 시각화하는 학고재의 지근욱, 선과 면을 통해 형상을 재구성하는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손지형부터 국내 대표 단색화가인 박서보(샘터화랑), 김구림(유엠갤러리), 화려한 색채의 안두진(이화익갤러리) 등이 있다. 또한 마츠모토 타카히로(일본), 무라카미 다카시(일본), 르네 리트마이어(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도 소개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인만큼 지역 작가 발굴도 지난해 보다 신경을 썼다. 미술제 현장에선 문화도시 수원 특별전 ‘수문장: 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이 진행되는데 수원의 청년예술가 20인 외에, 수원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예술단체 소속 예술가 21인의 작품도 함께 선보여 지역의 작가들의 물꼬를 열어주는 기반을 다진다. 지난해 17명의 지역작가를 소개했는데 올해 로컬 스펙트럼존을 21명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성훈 화랑협회장은 “화랑의 역할이 신진작가 발굴과 육성 역시 있기에 지역에 묻혀있는 작가들을 발굴해 중앙의 프로 화랑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를 담았다”며 “이런 부분을 앞으로 점차 더 늘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어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아트살롱’ 역시 인기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끈다. ‘달항아리가 머문 책장’이란 주제로 조선시대 탄생한 전통 도자기 ‘달항아리’를 오마주한 작품을 직접 빚어보고 이를 나만의 미니 책가도에 완성할 수 있다. 27일부터 3일에 걸쳐 전문가들이 미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와 주제를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도 열린다. ‘초보 콜렉터가 알야할 상식’, ‘한국 동시대 미술의 이해’ 등 미술 전문기자부터 세무사,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연사가 관람객의 궁금증을 해소할 예정이다. ‘도슨트 프로그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올해엔 두 가지 테마로 구성되는데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예술’은 작품 속 가족, 추억, 희로애락이 깃든 장면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예술을 조명하며, 두 번째 테마 ‘컬러, 감정을 담다’는 색이 전하는 메시지에 주목하며 컬러 테라피를 경험하게 만든다. 이외 광교 호수공원을 무대로 한 무료 야외 재즈공연 ‘레이크 바이브’, 와인 페스티벌 ‘독일 미(味)술’, 반려견을 위한 펫모차 운영 등도 마련돼 있다.

[청소년 Q&A] 등교 거부하며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으려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Q.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학교생활을 잘하고 모범적이던 아이가 또래 관계 및 학업 스트레스로 저와 몇 번의 다툼이 있은 후 어느 날부터 방에서 나오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학교를 3개월 가까이 안 갔고 방문도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A. 자녀가 보이는 모습은 은둔 청소년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은둔 청소년’은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거부한 채 폐쇄된 공간에서 자신을 은폐하며 살아가는 경우, 친구가 한 명밖에 없거나 한 명도 없는 등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 3개월 이상 사회 참여를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은둔의 이유는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사회환경, 여러 계기, 기질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어머님이 보셨던 자녀의 또래 관계, 학업 스트레스 이외에 다른 부분에서 기인했을 수 있습니다. 또는 별문제 아닐 거라 여겼던 또래 관계, 학업 스트레스가 자녀에겐 너무나 버겁고 다루기 힘든 어려움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 섬세하고 생각이 많은 기질의 사람은 상처받기 쉽고 갈등 상황에 맞서지 못하기에 견디고 견디다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했을 수 있습니다. 먼저 자녀의 힘들었을 마음을 알아차려 주세요. 어머님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방문 앞에 두거나 문자를 보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녀에게 답을 요구하거나 비난하는 글은 쓰지 않길 바랍니다. 나아가 어머님이 자녀의 특성 및 기질을 잘 이해하고 ‘자신다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의 말에 담긴 마음과 욕구를 들어보기 바랍니다. ‘그 정도 가지고 힘들어해’, ‘유별나게 굴고 있어’, ‘한심하다’ 같은 의미를 담은 눈빛, 행동, 언어적 표현은 자녀가 말하려다 멈추게 될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밖청소년지원팀(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사업) 혹은 1388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를 이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서효영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프로와 아마추어, 함께 지역 미술 기록”…수원미술협회 ‘2025 수원시 미술단체 아카이브展’ [전시리뷰]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데 모여 지역 예술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현직에서 활동하는 프로 미술작가부터, 각자의 영역에서 분주히 생활하면서도 일상에서 창작 활동을 놓지 않는 아마추어까지. 나이도, 성별도, 사연도 각양각색이지만 미술을 사랑하는 만큼은 하나인 이들이 모여 지역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더했다. 지난 15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수원미술협회 주관의 ‘2025 수원시 미술 단체 아카이브 展’은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문 미술 단체와 아마추어가 함께 어우러지는 교류전이었다. 수원미술협회는 지난 20여 년간 ‘수원시 미술 단체 연합전-따뜻한 동행 展’이란 이름으로 교류전을 이어왔는데, 올해 21회를 맞이한 전시는 ‘2025 수원시 미술 단체 아카이브 展’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지역 미술의 흐름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공공의 의미로 확대 발전했다. 전시에는 총 24개 단체, 3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관(官)의 주도가 아닌 예술인 스스로가 기획하고 실행한 자발적인 성과다. 현장에는 목공예부터 수채화, 서예, 민화, 서양화 등 다양한 장르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아리 회원들의 작품을 통한 교류가 이뤄졌다. “‘따뜻한 동행’이란 이름의 연합전으로 오랜 세월 이어진 이번 아카이브 전시는 수많은 수원의 미술 단체들에 꿈과 희망의 존재였습니다.” 권청자 화백의 지도를 받는 ‘소망가득’(혜정전통민화작가회) 회원들은 전시의 참여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2006년 결성된 이들은 민화를 통해 서민의 삶과 정서와 소망을 되새기고, 전통문화를 이어가고자 노력하는 데 이번 전시를 통해 공동체 정신과 소박한 철학을 선보였다. 2021년에 결성된 ‘모닝어스’는 14명의 회원이 매주 목요일 모여 일상과 예술을 나누는 공동체다. 주로 직장인들로 구성된 이들은 코로나 시기에도 새벽 6시에 나와 그림을 그리고 출근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애정을 뿜어냈다. 그런가 하면 천원기 작가를 지도 강사로 하는 ‘광교2동 수채화클래스’ 회원들은 수채화를 통해 일상에서 예술의 감수성을 기르고 창작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1990년부터 활동을 이어온 단체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원문화원의 서양화 실기 강좌에 참여한 생활 미술인들로 구성된 ‘문미회’는 전문 작가를 배출하는 등 성과를 이루며 현재는 매주 목요일마다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순수미술 동아리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대준 수원미술협회장은 “미술인과 미술의 변화를 기록하는 것이 협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식으로 집계된 적 없는 지역의 미술 단체를 톺아보고, 그림을 전시하고, 도록으로 남기는 의미뿐만 아니라 수원에 어떤 장르의 단체와 생활예술인들이 분포돼 있는지를 파악해 다양한 정책 마련 등에도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밝혔다.

인천시 도시역사관, 광복 80주년 기념 ‘되찾은 조국에서 Smile again’ 작가전

인천시 인천도시역사관은 17일부터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작가전 ‘되찾은 조국에서 Smile again’을 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미술인들이 참여해 도시의 이미지를 예술로 담아내는 ‘도시를 보는 작가전’의 하나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인천 출신 그래피티(graffiti) 작가 레오다브(LEODAV)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감각으로 광복의 환희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했다. 1945년 8월15일은 일제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날로, 우리 민족이 역사의 주인으로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문이 열린 순간이다. 당시에 울려 퍼진 만세소리는 산천을 뒤덮었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 환희의 이면에는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존재했다. ‘되찾은 조국에서 Smile again’ 전시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희생된 인물들을 통해 그날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한다. 전시는 인천도시역사관 2층에 마련한 두 전시실에서 열린다. 1전시실인 아암홀에서는 일제감시카드 인물 가운데 인천 출신 11명을 축구선수로 재탄생시켜 광복의 기쁨과 환희를 축구장의 함성으로 표현했다. 2전시실인 소암홀에서는 레오다브 작가의 대표 작품을 전시한다. 웃음조차 마음 놓고 지을 수 없었던 암흑기를 지나 광복의 순간을 맞은 독립운동가들의 환한 미소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영상으로 재현했다. 박진영 인천도시역사관장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인천 출신 독립운동 관련 인물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기 위해 레오다브 작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영상을 통해 웃음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독립운동가들의 밝은 미소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휘자 최재혁, 하차투리안 국제 콩쿠르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지휘자 최재혁이 제21회 하차투리안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16일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에 따르면 하차투리안 국제 콩쿠르는 아르메니아의 위대한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1903~1978)을 기리기 위해 2004년 창설됐다. 매년 그의 생일인 6월6일을 기점으로 약 일주일간 펼쳐진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지휘 부문이 해마다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올해는 지휘 부문 경연이 치러졌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지원한 만 18세 이상 35세 미만의 젊은 지휘자 중 12개국 18명이 본선에 진출했으며, 이 중 6명이 최종 라운드에 올랐다. 대한민국의 최재혁(30)을 비롯해 오티스 킨타 에노키드-라인함(영국·29), 레오나르드 레이몬드 윌리암 와이스(호주·32) 등 총 여섯 명이 파이널 라운드에서 아르메니안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콩쿠르 규정에 따라 여섯 명의 지휘자는 무작위 추첨으로 정해진 두개의 곡을 공연하게 되는데, 그 중 한 곡은 아람 하차투리안 교향곡 2번 ‘Symphony with Bells’의 한 악장이다. 최재혁은 아람 하차투리안 교향곡 E minor ‘Symphony with Bells’ 4악장, 루드비히 반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운명’ 1악장을 지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지난 12일 오후 7시(현지 시각)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의 아람 하차투리안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최재혁의 수상은 대한민국 지휘자의 역량과 예술성을 국제 무대에서 다시 한번 입증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아르메니안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파이널 무대에서 그의 지휘는 작품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해석과 에너지 넘치는 전달력으로 현지 음악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지난 2021년 이 콩쿠르의 지휘 부문에서는 일본의 다이치 데구치(Daihi Deguchi)가 우승한 바 있다. 최재혁이 거머쥔 심사위원 특별상은 이번 대회에서 특히 주목받은 수상 중 하나로,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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