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그린리더클럽 멤버십 데이’ 첫 개최… 리더 후원자들과 나눔 확산 다짐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회장 황영기)은 13일 수원시 장안구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중·고액 후원자 모임인 ‘그린리더클럽’을 위한 ‘제1회 초록우산 그린리더클럽 멤버십 데이’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중·고액 후원을 하는 기존 및 신규 후원자와 가족 등 약 8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참석자들은 이날 그린리더클럽 회원으로 공식 위촉됐다. ‘그린리더클럽’은 국내외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돕기 위해 초록우산과 함께 정기적인 나눔을 실천하는 후원자 모임이다. 이날 행사는 초록우산 체험 부스와 그린리더클럽 위촉식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초록우산의 중점사업인 인재양성 지원사업(아이리더)을 소개하고, 미술 분야 아이리더 청소년이 직접 후원자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부스, 안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을 위한 아동옹호 서명 캠페인 부스, 경기권역 후원회와 그린노블클럽 활동을 소개하는 다양한 활동이 마련됐다. 이와 함께 위기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마음모아키트’를 제작하는 체험이 진행됐으며, 완성된 키트는 경기도 내 위기영유아 가정에 전달될 예정이다. 여인미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장은 “아이들을 향한 꾸준한 관심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계신 후원자분들이 정말 소중하다”며 “이번 자리를 통해 나눔의 가치가 더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연기와 노래, 무예에 퀴즈까지…수원시립공연단 ‘알고나니 수원하다’

“역도의 반역 음모야 새삼 놀랄 것도 없지만, 왕궁의 호위가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가장 실력이 뛰어난 무사들을 뽑아 국왕의 호위 부대를 재편하라!” 통탄함과 분노가 서린 정조의 모습은 보는 이를 한껏 몰입하게 만들었다. ‘역적의 자식’이란 오명 속에 지존의 자리에 올랐지만, 한 번도 편히 잠자리에 들 날이 없었을 조선의 왕은 왕권을, 나라를, 백성을 위한 개혁을 거듭했다. “자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조선 후기 1793년(정조 17)에 왕권 강화를 위해 설치한 군영으로 도성을 중심으로 한 내영과, 이곳 수원 화성을 중심으로 한 외영으로 이뤄진 이 부대, 조선 최강의 부대. 이 군영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지난 10일 수원 제1야외음악당 연습실에서 펼쳐진 수원시립공연단의 여민동락(與民同樂) 퀴즈쇼 ‘알고 나니 수원~하다’의 리허설 현장은 신나는 노래와 연기, 웃음을 자아내는 퀴즈에 무예까지 곁들어진 ‘종합 선물 세트’와 같았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무예24기 시범단이 눈앞에서 펼치는 무예들은 그 옛날 조선의 서적에서 튀어나온 듯 감동을 더했다. 40분 남짓의 공연에 정신없이 빠져들고 나면 머릿속엔 어느새 수원화성을 근원으로 부국강병을 꿈꾸며 조선의 개혁을 이끌었던 정조대왕의 유산이 남게 된다. 13일부터 정조테마공연장 어울무대에 오르는 수원문화재단·수원시립공연단 공동주관의 이번 공연은 수원시의 문화관광 활성화 전략의 하나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연 콘텐츠로 재구성했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대왕이 품었던 공정한 나라, 부국강병의 꿈을 주제로 관객들은 무대를 통해 역사 퀴즈를 함께 풀어간다. 시원한 야외에서 야간에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수원화성을 방문한 관람객과 시민들이 오가며 편안하게 무대를 즐기고 퀴즈쇼를 풀며 선물까지 챙길 수 있는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선물한다. “안녕들 하셔요, 안녕들 하시지라. ‘여민동락’은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다’라는 뜻인 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거고요. ‘알고 나니 수원~하다’라는 말은 모든 뜻과 이유를 알고 나니 참으로 속 시원하다는 말입니다.” 공연은 소리꾼의 유쾌한 인사로 문을 연다. 정조에게 수원이란 단순한 장소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의 꿈이 아로새겨지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이 벌어졌으며 조선 최강의 군대 장용영(壯勇營)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1790년 정조의 명으로 규장각 검서관인 실학자 이덕무, 박제가와 장용영 소속 장교인 백동수 등이 군사의 무예 훈련을 위해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했다. 국내 최초로 무예24기 시범단과 극단이 함께 창단한 수원시립공연단의 무예24기 단원들은 지상무예, 마상무예로 유명한데 이번 공연에선 이들이 펼치는 무예도보통지 속 무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외세에 흔들림 없는 조선, 백성을 위한 조선을 이 땅에 세우려고 했던 임금의 꿈과 그의 곁을 지킨 장용영의 군사들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전했다. 공연을 기획한 수원시립공연단의 권호성 예술감독은 ‘재미’와 ‘유익’ 두 가지를 전하고자 했음을 강조했다. 권 감독은 “수원화성에 놀러 온 많은 분이 과거 이곳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면 도시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며 “정답을 몰라도 충분히 맞출 수 있도록 문제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퀴즈를 풀다 보면 정조는 왜 신해통공 정책을 펼쳤고 장용영을 설치했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무료이며 6월 13~14일, 27~28일, 8월 8~9일과 22~23일, 9월 12~13일, 10월 10~11일 오후 7시에 만나볼 수 있다.

경기도치과의사회, ‘제80회 구강보건의 날 기념식’ 성료

경기도치과의사회가 ‘제80회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기념식을 열고 건강한 구강관리문화를 확산했다. 도치과의사회는 12일 오전 10시 코트야드메리어트 수원에서 ‘제80회 구강보건의 날 기념식 및 구강보건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구강보건에 대한 경기도민의 관심을 높이고 구강질환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전성원 도치과의사회장 등 도치과의사회 임원진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수원을)·김승원 국회의원(수원갑), 박옥분 경기도의원(수원2), 정연표 경기도 건강증진과장 등 11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전 회장은 구강보건 유공자로 선정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김준수 치무이사, 송진원 보험이사가 도민 구강보건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상했다. 또 경기도간호조무사회, 부천시보건소 등 관계기관에 속한 14명이 경기도의장 표창, 경기도치과의사회 표창을 받았다. 이어 구강건강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구강보건작품 공모전 시상식에서 김하이 동탄중앙초등학교 학생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14명이 금·은·동·장려상을 수상했다. 치아사랑 UCC 공모전에선 수원여대 치카고팀이 대상을 수상했으며 3개팀 9명이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또 구강보건 3·4행시 공모전에 26명이 선정됐다. 도치과의사회가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진행한 2025년 구강보건작품 및 치아사랑 UCC 공모전엔 역대 최대인 2천200편의 작품이 접수돼 구강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도민, 국민들의 구강 건강지킴이로서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4천200명 경기도 치과의사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경기도는 도치과의사회와 함께 도민의 구강 건강 100세 시대를 든든하게 지키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고령화로 인한 폭발적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고갈 등의 문제들이 생겼지만 교육을 통한 올바른 칫솔질과 생활습관 개선,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통해 예방적 구강관리를 할 수 있다”며 “도치과의사회가 도민 전신건강의 초석이 되는 구강보건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1. 안산 성호박물관

성호는 무엇이라 말씀하실까. 안산 성호박물관을 찾으며 생각에 잠긴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7세부터 학원에 다니는 우리의 참담한 현실을 선생은 어떻게 진단하실까. 그 목적이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면 선생은 과연 무엇이라 대답하실까. 3천7편의 글이 실려 있는 ‘성호사설’을 펼쳐보면 성호의 대답을 짐작할 수 있다. 여섯 마리의 좀벌레를 뜻하는 ‘육두’라는 글에서 ‘노비제도’와 ‘과거제도’를 먼저 지적했던 사실을 떠올린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은 성호를 이렇게 노래한다. “학식이 넓고 깊은 성호 선생을 백대의 스승으로 나는 모시네.” ■ 청년 성호를 만나는 성호문화제 위대한 실학자 성호 이익(星湖 李瀷·1681~1763)을 기리는 성호박물관은 2002년 5월 안산시가 건립한 1종 전문 박물관이다. 성호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좋다. 김홍도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성호공원에 있는 안산식물원이나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점성공원도 성호와 관련이 깊다. 성호박물관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과 소통하고 있다. 예컨대 봄이면 입춘첩을 선물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꽃씨를 나눠준다. 매년 안산 성호공원에서 열리는 성호문화제 역시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시민을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제28회 성호문화제’가 열렸다. 행사 프로그램 가운데 ‘성호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음악회’와 ‘청년 성호 지식 콘서트’가 있다. 할아버지 성호와 청년 성호를 함께 다루는 것이 흥미롭다. “그렇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할아버지 성호 선생님이 아니라 고민하고 방황하며 여행을 떠나던 젊은 성호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이수빈 학예연구사는 성호를 알리기 위해 궁리가 많다. 박물관 벽에 걸린 펼침막에 새긴 ‘고난, 유람, 유산기’와 ‘일상, 거인, 청년성호’라는 글귀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삼두회 체험’은 어떤 내용일까. 성호는 20대 청년 시절에 안산군 첨성리(안산시 일동)에 들어와 살면서 평생을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학문 연구에 몰두했다. 손수 닭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나라가 부강해지고 백성의 생활이 넉넉해지는 개선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실천적 지식인이다. 특히 그의 사민평등의 인간관은 크게 앞선 생각으로 평가된다. ■ 위대한 실학자 성호의 부드러운 숨결 2층 상설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성호의 일대기가 새겨져 있다. 성호의 한평생을 살펴보면서 그의 삶도 고난에 찬 삶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상설전시실 입구에 성호의 ‘수결’과 성호 선생의 흉상이 놓여 있다. ‘여주 이씨 성호 이익의 가계도’를 살펴본다. 역사책에서 만난 익숙한 이름이 여럿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 정조대 명성을 떨친 이가환은 성호에게 직접 배운 제자들이기도 하다. 국가유산인 ‘천금물전(千金勿傳)’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 풀잎처럼 곡선으로 이어지는 글씨체 초서(草書)는 마치 추상화 같다. 과연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흥미롭게도 성호 이익의 집안은 17세기를 대표하는 서예의 명문가다. 부친 매산 이하진(1628~1682)과 셋째 형 옥동 이서는 특히 유명하다. 이하진의 글씨 ‘청풍(淸風)’을 비롯해 선조들의 소중한 글씨를 책으로 만들어 보존한 후손들의 정성이 가득 느껴진다. 이하진이 남긴 서첩 천금물전은 ‘천금을 줘도 그 사람이 아니면 전하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성호의 셋째 형 옥동 이서(1662~1723)의 다양한 서체를 수록한 서첩도 주목해야 할 유물이다. 포천에 살았던 이서가 안산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아우 이익에게 보내는 편지도 눈길을 끈다. 중요민속문화재인 다섯 줄의 거문고는 아주 특별한 명품 유물이다. “마음의 번뇌를 씻어주는 데 거문고보다 나은 것이 없더라.” 옥동금을 비롯해 무려 일곱 개나 되는 이름을 가진 거문고의 뒷면에 새겨진 사연은 무엇일까. 금강산 만폭동에서 벼락을 맞아 고사한 오동나무를 거문고 장인 문현립에게 맡겨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사연과 감리금, 천지금, 벽력금, 군자금, 봉래금, 풍계금이란 이름을 가졌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준다. 거문고 위에 전시한 반주 악보 ‘우조초삭대엽’도 소중한 유물이다. 한글로 가사와 악보를 새긴 사실이 무척 반갑다. ■ 모두가 안녕하길 성호 이익이 여러 조카에게 부친 편지에는 집안의 혼사에 관련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있다. 성호가 이사문에게 1743년 9월6일에 보낸 편지에는 아들 이맹휴가 다시 관직에 나아간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조용한 곳을 택해 쉼 없이 독서하고 있느냐. 오직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 독서를 열심히 하라는 아버지 성호의 당부가 절절하게 전달된다. 12각 소반에 음식이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콩나물이 담긴 그릇도 보인다. “내가 근래에 삼두회(三豆會)를 마련했으니, 콩으로 죽을 쑤고 콩나물과 된장을 먹으며 친척들을 모아 환담하는 것이다. 우리같이 띠집에 살면서 생계를 이어나갈 전답이 없는 자를 위해 글을 지어 자손에게 경계한다.” 그 옆에 놓인 책이 ‘백언해(百諺解)’인데 성호를 비롯해 박지원, 정약용 등 여러 실학자의 글들을 뽑아 필사한 책이다. 이익이 우리나라 속담을 정리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동행한 문화관광해설사가 편지 내용을 풀이해 준다. “성호 선생님은 편지로 자신의 안위를 전하고 지인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눈빛이 빛나고 얼굴이 맑은 초상 앞에 선다. 그러나 아쉽게도 성호 이익의 영정은 진본이 아니다. 1780년(정조 4년)에 처음 제작해 소중히 전해오던 영정은 1950년 6·25전쟁 때 불에 타 버렸다. “이 초상화는 성호의 후손인 이돈형이 주도해 성호 유상을 관리했던 사람의 기억과 종손 이삼환의 초상화를 참조해 1989년 다시 그린 작품입니다.” 성호의 초상을 그리면서 참고했다는 종손 이삼환(1729~1813)의 초상을 다시 살펴본다. ■ 아이와 어른이 어울리며 꿈을 펼치는 공간 성호박물관은 옛날 성호 이익의 ‘성호장(星湖莊)’이 있었던 자리, ‘점섬(占剡)’이라고도 불린 곳에 세웠다. 이익의 호 ‘성호(星湖)’는 근처에 있던 호수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형 이잠의 호 ‘섬계(剡溪)’와 손자 이구환의 호 ‘섬촌(剡村)’도 마찬가지다. 박물관에서 만난 한 권의 책에서 성호 이익 선생의 뜨거운 숨결을 느낀다. 가난한 이웃을 향한 선생의 갸륵한 마음을 편지에서 찾아낸다. 성호가 존경하고 사숙했던 이수광의 ‘지봉유설’과 유형원의 ‘반계수록’ 같은 문집과 성호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정약용의 ‘여유당전서’를 통해 성호의 사상사적 위치를 가늠해 본다. “소중한 유물을 안산시에 기증한 후손들이 있었기에 박물관을 설립할 수 있었지요. 고 이돈형 선생의 성호 이익의 유물 기증과 기탁은 박물관 설립의 바탕이었습니다.” 안산시는 이러한 박물관의 소장 자료를 바탕으로 성호학 연구 지원사업을 꾸준하게 펼쳐 성호학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성호를 꾸준하게 공부하는 안산시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대중적으로 전달하려는 박물관의 노력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지하 공간은 어린이 체험과 시민들의 학습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체험하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무척 다양하다. 성호사설 서문에 실린 저자의 바람이 뜻밖에도 너무나 소박하다. “지극히 천한 퇴비와 지푸라기라도 밭에서 곡식을 기르고 부엌에서 반찬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 글을 잘 보면 어찌 백에 하나라도 쓸 만한 것이 없겠는가.” 그렇다. 위대한 고전도 자세히 읽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옛사람의 낡은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새겨 읽으면 영혼을 살찌우는 거름이 될 것이다. 박물관 너머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며 선생의 맑고 깊은 눈빛을 떠올린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경기일보 강화 주재 조향래 기자... 대중가요의 인문학 출간

‘희망가’와 ‘황성옛터’에서 ‘칠갑산’과 ‘회룡포’까지.... 경기일보 강화 주재 조향래 기자가 192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상황과 대중의 감성을 가장 잘 대변한 노래 100여곡을 선정해 칼럼 형식으로 해설한 ‘대중가요의 인문학’을 출간했다. 도서출판 북랜드에서 펴낸 ‘대중가요의 인문학’은 6·25전쟁기 낙동강 전선 최후의 보루였던 대구에서 제작한 가요 비화(祕話)와 함께 문인예술가들의 피란생활을 담은 공적으로 2025년 대구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책은 노래의 제목마다 축약된 수식어를 붙여 가요의 내용과 의미를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했으며, 노래가 나온 시대적 배경을 곡진하게 그리며 대중가요가 구구절절한 역사의 현장이자 애틋한 시절의 풍속화임을 입증한다. 옛노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트로트가 대세를 이루지만, 신민요(오동동 타령)와 포크송(사랑해·모닥불), 저항가요(아침이슬), 록 음악(미인), 대학가요제(나 어떡해), 음유시가(떠나가는 배) 등 다양한 장르를 언급한다. 한 시절을 풍미한 유행가의 안팎을 들여다보는 것은 당대의 낭만적 메모이자 정서적 통찰임을 웅변한다.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과 민족의 설움,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아픔 그리고 1950년대 전쟁의 비애와 이별의 정서, 1960년대 경제개발 시대 도시민과 농어촌 사람들의 빛과 그림자, 청년문화가 출렁이던 1970년대 포크송의 순수성과 트로트의 통속성 그리고 저항가요와 록밴드의 출현, 조용필이 석권했던 1980년대의 발라드와 록의 대중화 및 트로트의 새로운 경향,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BTS’(방탄소년단)에 이르는 1990,2000년대의 한류 열풍 속에 부활을 선포한 트로트... ‘대중가요의 인문학’은 10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대중가요사를 시대별 명곡(名曲) 위주로 통찰하며 서구음악만으로 채울 수 없었던 우리 한국인의 고유한 정한(情恨)까지 재발견한다. 나아가 대중가요는 곧 우리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의 또 다른 변주이며 오늘날 한류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저자인 조향래 기자는 “상처와 유린으로 얼룩진 우리 근현대사의 피폐한 현실을 견뎌내게 한 대중가요의 저력을 결코 폄훼할 수 없다”며 “일정한 칼럼 형식의 인문학적 소견이 우리 근현대사의 풍정(風情)을 들여다보는 망원경과 현미경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법률플러스] 시효중단의 상대적 효력의 예외

민법 제169조는 “시효의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 간에만 효력이 있다.”라고 정해 시효중단의 상대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여기에서 당사자란 시효의 대상인 권리 내지 청구권의 당사자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판례는 이 규정에서 당사자란 중단 행위에 관여한 당사자를 가리키고 시효의 대상인 권리 또는 청구권의 당사자가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있다. 따라서 시효의 대상인 권리 또는 의무가 수인에게 귀속되는 경우 그 1인이 한 중단행위의 효과는 원칙적으로 중단 행위에 관여하지 아니하는 다른 자에 대해서는 미치지 아니한다. 이런 이유로 공동불법행위자의 일부의 자에 대한 권리행사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의 관계에서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고, 손해배상청구권을 공동 상속한 상속인 중 1인이 자기의 상속분을 행사해 승소 판결을 얻은 경우 다른 상속인에게까지 시효중단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합유관계에 있어서는 다른 법리가 전개된다. 예컨대, 공동광업권자는 조합계약을 한 것으로 보게 되고, 광업권 및 광업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준합유한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광업권자 중 1인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 전부에 대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한편,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채권자가 대신해 행사하는 것으로서, 권리행사의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대위자인 채권자이므로 피대위자인 채무자는 같은 조에서 말하는 당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지만, 채권자대위의 성질상 당연히 그 권리행사의 효과가 채무자에게 미친다고 보고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지역권의 경우는 민법 제295조 제1항에서 “공유자의 1인이 지역권을 취득한 때에는 다른 공유자도 이를 취득한다.”라고 불가분성을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서 “점유로 인한 지역권취득기간의 중단은 지역권을 행사하는 모든 공유자에 대한 사유가 아니면 그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상대적 효력에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법 제440조는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해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채무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인 차원에서 상대적 효력의 예외를 설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법 제416조는 연대채무에 있어서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청구는 다른 연대채무자에도 효력이 있다고 절대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연대채무에 관한 중단 사유 중 이행의 청구에 국한해 상대적 효력의 예외가 인정되는 셈이 된다.

박은선 용인시의원, 청년 국악인 목소리 경청

박은선 용인시의원(국민의힘, 보정동·죽전1·3동·상현2동)이 지역 청년 국악인들과 만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11일 의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용인시문화예술원 국제회의실에서 ‘청년 국악인의 미래를 말하다-전통과 지역이 함께하는 길’ 간담회가 성료했다. 이번 간담회는 청년 국악인들이 겪는 현실적 고민을 공유하고, 국악계의 제도적 지원과 활성화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용인대학교 국악과 학생들의 식전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청년 국악인들의 열정과 실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무대가 이어졌고, 이어 참석자 전원이 단체사진 및 피켓 촬영에 참여하며 간담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함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은선 의원을 비롯해 한진 용인대 국악과 학과장, 최윤진·정소희 교수, 이건석 단국대 주임교수, 최관용 하모예 대표를 비롯해 용인대·단국대 국악과 학생, 용인시 문화예술과 및 청년정책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박은선 의원은 인사말에서 “국악이라는 전통을 청년들이 어떻게 계승·발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역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단순 보존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과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현장과 정책, 교육을 아우르는 다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먼저 청년 국악인 최관용 하모예 대표는 ‘국악이 젊은 예술가들에게 길이 되는가’를 주제로 국악계 현장의 어려움과 개선 필요성을 짚었으며, 최윤진 교수는 ‘국악과의 현재와 교육의 미래’를 통해 실질적인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용인대 국악과 폐과 논란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박은선 의원은 ‘국악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제안’을 통해 현재 추진 중인 국악 활성화 조례와 제도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이한나 용인대 국악과 학생회장이 청년 국악인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용인대 국악과 학생들의 바람을 전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행사 전 학생들이 사전 제출한 포스트잇 질문을 중심으로 발제자들이 질의응답을 진행, 청년 국악인들의 구체적 현장 고민과 정책적 기대를 반영하는 계기가 됐다. 박은선 의원은 “국악진흥법 제정과 국악의 날 지정 등 제도적 기반은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청년 국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지원은 부족하다”며 “용인시도 현재 제정 중인 조례를 바탕으로 국악 전공 청년들의 창작과 활동을 지원할 다양한 사업을 하나씩 만들어갈 계획이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간담회는 청년 국악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과 행정, 교육과 현장이 함께 실질적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은 범죄 생태계를 어떻게 바꿨나”… 도서 ‘사이버 범죄’ [신간소개]

‘범죄’라는 개념은 더 이상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경과 시간을 초월하는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는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범죄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데이비드 월(영국 리즈대 법과대학 교수)은 ‘사이버 범죄’의 국제 전문가로 강력한 설명과 통찰을 통해 사이버 범죄가 개별 국가 및 국제 수준에서 형·민사 사법 절차에 미치는 규제 과제를 들여다본다. 이 책은 디지털 사회의 권력, 신뢰, 통제, 윤리와 책임의 문제를 고찰하며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행위와 정의를 판단할 수 있을지 묻는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복잡한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월은 “개별 해커나 범죄자의 문제가 아닌 정보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신뢰의 해체 등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며 “해킹, 피싱, 신원 도용, 사이버 스토킹, 온라인 사기 등 사례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라고 말한다. 사이버 범죄의 삼분법에 주목할 만하다. 월은 사이버 범죄를 ‘컴퓨터를 대상으로 한 범죄’, ‘컴퓨터를 도구로 한 범죄’, ‘컴퓨터가 환경이 되는 범죄’로 구분한다. 범죄는 행위자의 의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데 이러한 분류는 사이버 범죄의 복합성과 기술적 맥락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보이지 않는 범죄’가 현실 세계의 감시와 통제, 불안을 어떻게 증폭하는지를 살펴본다. 사이버 범죄는 공공의 신뢰와 법적 규범의 재편을 요구하는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월은 대중과 언론이 사이버 범죄에 반응하는 방식을 분석하며 기술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새로운 감시 체계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책은 정태진 평택대 국가안보대학원 교수 겸 한국 사이버 범죄학회장이 옮겼다. 지난 달 말 출간된 개정서의 번역을 맡은 정 교수는 국가사이버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나 국제테러조직이 배후에 있는 사이버범죄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는 전문가다. 정 교수는 영미권에서의 석·박사 과정을 통해 국제 형사범죄에 대한 깊은 이해로 국가정보원 등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정 교수는 “도서 ‘사이버 범죄’는 범죄학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철학, 사회학, 법철학적 논의를 아우른다. 월은 우리가 점점 더 연결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만큼, 기술을 통해 구축되는 권력 구조가 인간의 자유와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숙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광복 80주년 기념, 독립운동가 ‘임면수’ 삶의 여정 밝힌다…‘필동 임면수 평전’

광복 80주년과 멕시코 한인이주 120주년을 맞아 수원 출신의 독립운동가 ‘임면수’의 삶을 조명하는 책이 발간됐다. 고려학술문화재단 이사장인 박환 수원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필동 임면수 평전’을 출간해 그동안 연구가 활발하지 않아 잊혀졌던 임면수의 민족운동을 조망했다. 임면수는 구한말 수원지역에서 계몽운동을 하고, 1910년대에는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던 인물이다. 수원출신의 만주지역 독립운동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임면수의 민족운동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임면수는 일본어에 능해 당시 편안하고 부유한 삶을 보장받았음에도 국내외에서 활발한 독립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독립운동 기지 건설을 위해 만주로 망명할 때 자신의 전재산을 삼일학교에 기부해 지금의 삼일중, 삼일고, 삼일공고, 매향여자정보고 설립에 도움을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1873년 수원시 성안 보시동(북수동)에서 태어난 임면수는 실용적인 학문에 관심을 갖고 수원 양잠학교에 입학한 뒤 구한말 수원지역의 대표적인 근대학교인 삼일학교의 설립에 기여하고 교감·교장을 역임했다. 1904년부터는 수원에서 멕시코 이민 모집 대리점을 운영하며 한인들의 멕시코 이주를 도왔고, 일제강점기에는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의 전신인 양성중학교의 교장을 맡아 독립군을 양성하기도 했다. 이후 무장 독립운동 단체인 부민단의 결사대 소속으로도 활동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다. ▲제 1장.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필동 임면수의 삶과 꿈 ▲제 2장. 잊혀진 신흥무관학교의 중심인물 임면수 ▲제 3장. 임면수의 만주지역 독립운동과 객주업 ▲제 4장. 임면수의 모집으로 멕시코와 쿠바로 간 수원 사람들이다. 책은 ‘황성신문’·‘신한민보’·해외의한국독립운동사료·쿠바 아바나지방회의 대한인국민회 회원 증명권 명부 등 철저한 자료를 기반으로 임면수의 생애를 정리했으며, 다양한 사진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책의 3장에는 임면수의 부인인 ‘전현석’의 독립운동에 대해 자세하게 실었다. 당시 북수원의 대표적인 부잣집 딸이었던 전현석은 임면수를 따라 만주에 가 여관 ‘의성잔’을 열어 독립군의 연락을 도우며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저자는 독립운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전현석의 삶을 주목해 임면수의 아내이자 여성 독립운동가로서 그의 활동을 조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있다”며 “앞으로도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새롭게 부활시키는 작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그들의 생애와 활동이 복원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고화로

공고/오늘 강사진/음악부문/모리스라벨/미술부문/폴 세잔느/시 부문/에즈라 파운드/모두 결강/김관식, 쌍놈의 새끼들이라고 소리 지름, 지참한 막걸리를 먹음./교실 내에 쌓인 두꺼운 먼지가 다정스러움./김소월/김수영 휴학계/...브란덴브로그 협주곡 제3번을 기다리고 있음.... 명동 백작의 주인공들은 궁색해도 기품이 있다. 이봉구나 김수영은 더욱 백작다운 품위를 지켰다. 김종삼의 시인학교 멤버도 부문별 거장의 멋이 있다. 공초 오상순이 종일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모습, 대한민국 김관식은 술 마시며 놀다가 일찍 갔다. 그는 최소한 쩨쩨하지 않고 예술가로서의 끼와 주당의 자존심을 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의 예술이었던 고뇌와 헌신 그 이상의 까닭이었을 것이다. 고등동과 화서로를 잇는 고등동성당 근처 고화로에서 오래된 골목을 발견했다. 돌담길 추녀에서 햇빛을 가린 채 그림을 그리다 문득 버려진 벽시계와 온도계를 누군가가 옹벽에 걸어놓은 걸 발견했다. 초침은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분침과 시침은 멈춰 있다. 어떤 벽 아래엔 초록의 박하가 자라고 있는데 그 위에 호소문을 매달아 놓았다. ‘나도 살고 싶소! 자르지 마시오, 내 이름은 박하라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겸손한 척 힘이 세다. 한 시대를 바꾸고, 뒤집고, 지고 나는 힘이 있다. 고약하지만 그것은 과거까지 남겨둔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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