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배 출판검열, ‘불령(不逞) 도서’ 불씨를 당기다”…‘불량한 책들의 문화사’ [신간소개]

잡지나 책, 신문 등 출판은 어떤 분야보다도 시대 변화에 민감하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 제목 하나에도 뜯어볼수록 무엇하나 허투루 쓰인 것은 없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출판물을 읽으면 그 시대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어떤 출판물은 시대를 앞서나가는 정신을 제시한다. 또 어떤 출판물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꽃을 피워내기도 한다. 억압과 검열은 반대급부로 불령(不逞)의 도서에 관한 열정을 불태우게 만든다. 지난 15일 출간한 ‘불량한 책들의 문화사’(푸른역사)의 저자 고영란 교수는 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출판문화만큼 훌륭한 재료는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근현대 문학을 강의하는 인물로 2010년부터 출판물들의 생존 방식에 주목해 왔다. 일본제국의 근대사 다시 쓰기를 주장해 온 저자는 ‘전후라는 이데올로기’, ‘검열의 제국’ 등 책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작품에는 19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출판사가 신문사의 경영인, 편집인의 회고록, 일지, 경영자료 등을 닥치는 대로 조사한 지은이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의 제국 연구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 ■ 제국의 근현대사, 출판문화로 맥을 짚다 저자는 문학사, 문화사, 사상사, 사회 운동사 등을 아우르며 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출판문화라는 재료를 마음껏 활용한다. 일본제국이 전쟁 프로파간다를 위해 하야시 후미코 등 순문학 소설가들을 전장에 보내 종군기를 쓰게 하고 고단샤나 아사히 신문사 사장을 대외 선전을 위한 전쟁 담당 부서에 동원하는 이유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불량한 책들의 문화사’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강력한 검열도 출판문화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일본제국은 내무성 산하에 출판 경찰을 두고 있었고 사상 검사로 활약했다. 저자는 이러한 판매 금지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감시망을 피해 수레를 동원한 ‘전도 행상’ 등을 통해 유통하고 수익을 내는 출판 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에 시선을 둔다. 이와 함께 일본제국의 합법·불(비)합법 출판 자본이 식민지 조선의 출판시장과 어떻게 만나는지 파고든다. ■ 권력이 탄압이 만들어낸 부가가치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프롤레타리아’에서는 러일전쟁 후 간행된 최초의 ‘공산당 선언’의 일본어 번역에서 ‘proletariat’의 번역어로서 ‘평민’이 선택된 과정과 조선의 식민지화 과정을 논의한다. 2장 ‘도서관’에서는 제국의 아카이브로써 조선의 도서관에 주목하고 그것이 어떠한 말과 사람을 포섭하고 배제했는가를 논증한다. 3장 ‘불령선인’과 4장 ‘검열’에서는 조선인 사회주의자들이 일본 본토에서 출판한 후 내무성 도서관에서 검열을 받은 후 한반도에 반입하는 전술을 전개했음을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8장 ‘전쟁’에서는 일본 미디어의 한국전쟁 보도가 구 일본제국의 지적 체계와 경제력의 부활이라는 현실을 은폐하며 폭력에 가담하지 않는 ‘중립적인 평화 국가, 일본’의 자화상 그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분석한다. 책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자 식민지를 전면에 내세운 단행본임에도 이례적으로 일본 미디어의 많은 주목을 받으며 “식민지 조선의 출판 유통을 조망하면서 ‘내지’와 식민지의 복잡한 교섭과 갈등을 예리하게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노작홍사용문학관, 문학·재즈·손편지 어우러진 ‘문학음악회-여름이라는 답장’ 개최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이 오는 27일 문학관 1층 산유화극장에서 ‘문학음악회-여름이라는 답장’을 개최한다. 문학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이번 공연은 노작홍사용문학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한 시민들의 손편지 낭독으로 따뜻한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행사는 조은영 시인의 사회로 ‘이주미 재즈팔레트’의 공연으로 문을 연 후 박준 시인의 ‘문학 강연’, 박준·조은영 시인이 함께하는 ‘문학토크’, 시민이 참여하는 ‘손편지 낭독’ 등으로 이어진다. 초청 작가인 박준 시인은 2008년 ‘실천문학’ 등단 후,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64쇄를 돌파하며 ‘문단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최근엔 세 번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를 발간했다.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이주미 재즈팔레트는 재즈 스탠더드부터 블루스, 팝, 자작곡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유롭고 즉흥적인 연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올해 제31회 대한민국 연예 예술상 재즈아티스트상을 수상했으며 공연마다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간다. 이번 공연에서는 강덕호 색소포니스트, 이미영 피아니스트, 임경진 베이시스트, 이성구 드러머가 함께 한다. 손택수 관장은 “올해 문학음악회는 문학관 개관 15주년 특집으로 마련돼 의미가 깊다”며 “시민분들이 그간 문학관과 함께했던 추억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부국원이 보이는 풍경-향교로

부국원은 종자와 종묘, 농기구, 비료 등을 판매했으나 조선총독부 산하 농사시험장 등과 연계돼 산미증식계획과 식민지 농업 수탈의 어두운 역사에 일조한 곳이기도 하다. 1950년대 수원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 수원교육청사와 민주공화당사, 수원예총회관 등으로 변모했으나 1980년대 이후 박 내과라는 병원이 있었다. 나이 많으신 원장님은 2015년경 이 건물을 매물로 내놨다. 필자는 이 근대적 향수가 있는 건물이 참 좋았다. 그러나 한 건설업자가 이 건물을 원룸으로 재건축할 계획으로 사들였다. 필자는 언론매체에 이 사실을 알리고 건물이 사라지지 않을까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시에서 이 사실을 알고 재매입해 위기를 넘겼다. 건축주는 애초의 계획을 변경해 부국원 옆에 보이는 원룸만 짓게 된 것이다. 필자의 화실에서 뒷문을 열면 팔달산의 사계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젠 이 원룸에 가로막혀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벚꽃 피는 봄도 단풍잎 고운 가을도 볼 수 없다. 한때는 이 거리가 수원의 중심 도로였지만 45년을 살아온 길 치곤 그다지 변한 게 없어 어쩌면 정감이 간다. 건너편 행궁동에 비해 유동 인구가 적어 소규모 가게들의 생업은 어렵지만 말이다. 저녁 눈처럼 그리움 묻어 오는 이 길을 오늘은 주간반 최승은님이 그렸다. 도화지 앞에만 서면 하안거의 스님처럼 정진하는 그의 과도한 몰입이 날로 깊어짐을 느낀다. 뜻깊은 꿈이 길을 이룬다는.

한·러·카자흐스탄 3개국 예술인 공동제작 연극 ‘파리의 두 여인’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나혜석은 굴곡진 삶의 대명사이기도, 시대를 앞서가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선구자로 조명되기도 한다. 그가 끝없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나혜석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고민이 지금의 시대에 남다른 의미를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극단 ‘피악’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오는 25~29일 서울 중구의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나혜석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을 선보인다. 작품은 극단이 3년간의 준비 끝에 한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3개국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실현한 것으로 ‘202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주체’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파리의 두 여인’은 일제강점기를 지나던 여인 나혜석이 러시아의 귀족사회 몰락을 상징하는 안톤 체호프의 고전 문학 ‘벚꽃동산’의 라넵스카야와 만난다는 실존과 허구의 상상을 발휘한다. 1930~40년대 격동의 시대를 지나는 두 여인과 주변의 이야기는 민족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 진정한 역사의 주체는 ‘권력자’가 아닌 평범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의 ‘연대’라고 이야기한다. 무대는 1940년대 어느 6월 파리의 한 정원에서 시작한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은 두 여인이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언어도, 역사도, 민족도 다르지만 이들의 과거는 묘하게 얽혀 있다. 두 여인의 자손은 하나의 가족이 됐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 잊혀진 역사와 이름들이 되살아난다. 파리, 러시아, 연해주, 카자흐스탄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엔 연해주 한인 공동체와 그들의 독립운동이 있다. 라넵스카야의 딸 ‘아냐’는 연해주 한인들과 함께 민족의 독립을 도왔고, 열렬한 혁명가였던 ‘트로피모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스탈린 치하의 숙청과 강제 이주라는 비극에 휘말린다. 트로피모프는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아냐는 카자흐스탄으로 추방된다. 고통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또 다른 여인 나혜석의 잃어버린 아들 ‘내하’는 아냐와 카자흐스찬에서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들은 또 다른 삶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연극은 강제이주와 이산(離散), 디아스포라의 역사, 억압과 고난의 시간 너머 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결국 분단과 추방, 고통과 연대를 넘어 유라시아를 하나로 잇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두 여인은 침묵 속에 일몰을 바라보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예감한다. 연극은 윤동주와 이육사의 시(詩)를 한국인의 정체성을 문학적으로 도스토옙스킨·푸쉬킨·아우예조프·아바이 등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문학의 언어를 빌려 광복의 의미를 확장한다. 작품은 국제 공동제작 프로젝트로 광복의 의미를 인류 보편적인 가치 속에서 새롭게 고찰하는 기회를 전한다. 우리의 독립사는 연해주의 ‘디아스포라 한국인’과 이들을 도운 카자흐스탄 사람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한 유라시아 세 국가는 21세기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110년 세계적 명성을 가진 세계적인 국립극장 ‘스타니슬랍스키 엘렉트로 극장’과 100년 전통의 중앙아시아 허브인 ‘카자흐스탄 국립 뮤지컬 드라마 극장’의 배우 및 스탭, 오케스트라, 전통음악단 등 3개 나라의 예술인이 펼칠 무대는 관객에게 깊은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작품은 서울 초연 이후, 다음 달부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투어 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생각하며 읽는 동시] 하느님의 회초리

하느님의 회초리 오순택 빗금으로 오는 비는 하느님의 회초리 회초리 맞고 풀잎은 푸른 멍이 들고 꽃잎은 얼굴이 붉어진다. 더 푸르게 더 아름답게 피어나라는 하느님의 매운 회초리 풀꽃이 아름다운 이유 필자는 이 동시를 읽고 나서 세 번 놀랐다. 한 번은 하느님은 말씀으로만 훈계를 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었고 또 한 번은 응징의 뜻으로 회초리를 드시는 게 아니라 격려의 차원에서도 회초리를 드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이 비밀을 오순택이란 시인은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이었다. 아무튼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온 세상의 풀잎과 꽃잎이 푸르고 아름답게 피는 것은 모두 하느님의 회초리 덕분이라는 사실이 놀랍고도 반갑다. 50, 60대 이상 된 이들은 회초리에 대한 추억을 한두 개쯤은 갖고 있으리라. 부모님한테서 받은 회초리 추억이거나 선생님한테서 받은 회초리 추억이거나. 그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잘못한 일에 대한 응징? 아니면 잘되라고 내린 격려? 같은 회초리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아픔의 차이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동시 속의 하느님은 ‘더 푸르게’ 그리고 ‘더 아름답게’ 피어나라는 뜻으로 풀잎과 꽃잎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이를 안 풀잎과 꽃잎은 웃으며 하느님의 회초리를 달게 받았다. 해서 말인데, 하느님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풀잎과 꽃잎에게만 회초리를 들지 마시고 제발 우리들한테도 따끔한(?) 회초리를 내리시옵소서. 윤수천 아동문학가

[2025 기아챌린지 ECO 프로젝트] 2. 축제가 끝난 뒤 캠퍼스엔 쓰레기 천지… “분리수거 실천 22.5%”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가 ‘2025 기아챌린지 ECO 서포터즈’와 함께 친환경 교육, 환경 이슈 캠페인 등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김민희(22), 박지호(25), 양예영(24), 이규리(25), 이혁주(25) 학생으로 구성된 ‘에코머니’ 팀은 대학생의 시선에서 캠퍼스 내 환경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 실천에 나섰다. ■ 분리수거 실천 대학생 22.5%에 그쳐…“‘인식’과 ‘시설’ 부족 때문” 대학 축제의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마주하게 되는 건 캠퍼스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다. 이는 단지 미관상의 문제가 아닌, 학생들의 생활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인 문제다. ‘에코머니’ 팀이 캠퍼스 내 쓰레기 문제 인식에 관해 20대 대학생 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73.2%가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제 기간의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는 91.5%가 문제의 악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천은 부족했다. 쓰레기 버리는 방법에 대해 응답자의 대부분이 ‘일반쓰레기로 통합해 버린다’(70.4%)고 답했고, ‘아무 데나 버린다’(7%)가 뒤를 이었다. ‘분리수거를 실천한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22.5%에 불과했다. 이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쓰레기 발생 원인으로는 ‘분리수거 인식 부족’(57.7%)과 ‘쓰레기통 및 시설 부족’(57.7%)이 가장 많았고, ‘심리적 부담’(29.6%)이 그 뒤를 이었다. ■ 축제의 뒷모습, “직접 정리해 보니…” ‘에코머니’ 팀은 문제 개선을 위해 수원시의 한 대학교 축제에 방문해 직접 제작한 포스터를 활용해 분리수거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이와 함께 이동형 분리수거함 운영 및 플로깅을 진행했다. 설문에서 많은 응답자들이 쓰레기 발생 원인으로 ‘분리수거 시설이 부족하다’(57.7%), ‘수거함 위치를 찾기 어렵다’(32.4%)고 지적한 점을 반영해, ‘에코머니’ 팀은 일명 ‘걷는 분리수거함’을 운영했다. 일부 학생은 주변에 분리수거함이 없어, 학생들이 쓰레기를 버려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자발적으로 분리수거를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학생들이 캠퍼스 내 분리수거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교 구성원들 모두가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분리수거를 실천한다면 깨끗한 캠퍼스로 향하는 변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글·사진=2025 기아챌린지 ECO서포터즈 ‘에코머니’ 팀 / 정리=이나경기자

[법률플러스]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이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뇌물죄는 공적 권력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얻는 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공무원 범죄의 하나다. 형법 제129조 제1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에 따라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다. 즉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은 뇌물죄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일부 특별법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두어 뇌물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구한다. 최근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례가 선고됐으므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법’) 제4조 제1항은 ‘시장 정비사업과 관련해 이 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중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시장정비사업이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사업과 그 실질이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해 전통시장법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도시정비법의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을 시장정비사업의 관련 사항에 원칙적·포괄적으로 준용하도록 정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도시정비법 제134조가 ‘조합 임원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라고 규정해 조합의 임원을 형법상 뇌물죄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합의 임원은 본래 공무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범죄인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다. 반면 전통시장법은 시장정비사업과 관련해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한다는 내용의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의 공무원 의제 조항은 재개발사업을 비롯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 임원의 법적 지위를 정한 것으로써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에 대해 도시정비법의 공무원 의제 조항을 준용하는 것이 그 성질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의 핵심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2025년 4월24일 선고 2024도16766 판결)은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을 전통시장법 제4조 제1항에 의해 준용되는 도시정비법 제134조의 규정에 따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안처럼 단체의 설립 근거가 법률인 경우 그 단체의 임원들을 공무원으로 의제해 뇌물죄로 처벌하는 규정이 우리나라의 다수 법률에 산재해 있다. 관련 사무를 처리하는 분들은 혹여 공무원 범죄로 형사처벌 받는 일이 없도록 법률 조언을 받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폭넓은 레퍼토리, 교수들의 팀 플레이가 보여준 환상의 4일”…‘2025 평택 실내악 축제’ [공연리뷰]

우리는 대개 현대 예술에 관해 난해하고 심오하다는 편견을 갖는다. 미술관에 방문해 ‘점’ 하나 찍어 놓은 듯한 작품을 바라보며 “역시 현대미술은 난해해”하고 뒷걸음을 하기도 하고, 처음 들어보는 낯선 현대음악엔 오묘하고 기괴하다는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낯섦’이란 무조건 부정적이기만 감정은 아닐 테다. 예측할 수 없는 혹은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예술은 일상에 신선한 긴장감을 주고 시야를 한 단계 넓게 만든다. 4일간 평택 남부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 ‘2025 평택 실내악 축제(PCMF)’는 클래식계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어쩌면 가장 고전적인 음악 장르로 꼽히는 클래식 악기가 트렌디한 현대의 작곡가들과 만나고, 18세기 베토벤부터 우리와 동시대 살아 숨 쉬는 21세기 작곡가들까지 다채롭게 아울렀다. 이를 내로라하는 정상급 연주자 4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지휘자 없이 음악의 대화로만 이뤄지는 실내악의 매력을 한껏 드러낸 이번 연주회는 한 마디로 ‘축제’였다. 공연은 지난 13~14일, 20~21일 총 4일간 펼쳐졌다. ‘열정의 서곡’이란 주제로 막을 올린 첫째 날은 ‘열정’이란 단어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우리에겐 피아노 견습생의 교과서로 유명한 체르니(1791-1857)의 ‘협주곡 론도, 작품 149번’은 고전이 왜 고전인지를 알려줬다. 체르니는 피아노 연습곡 작곡가로 익숙하지만, 사실 그는 베토벤의 제자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1천 곡에 육박하는 작품을 남긴 다작의 작곡가다. 오윤주(성신여대 음악대학 학장·코리아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단원)가 펼치는 피아노 연주는 건반의 연주가 시작되자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못 떼게 했다. 마치 시냇물이 흘러가듯, 옥구슬이 쏟아지듯 유영하는 연주는 객석을 빠져들게 했다. 고전의 매력이, 클래식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 무대였다. 채재일(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이 선보인 클라리넷 연주는 ‘충격’이란 단어가 어울렸다. 이날 그는 피아노의 오윤주와 함께 바씨(1833-1871)의 ‘베르디 리골레토 주제에 의한 협주 환상곡’을 연주했는데 화려한 클라리넷 기술을 뽐낸 그의 애티튜드는 ‘피리 부는 사나이’와 같았다. 무대에 완전히 몰두하며 악기와 한 몸이 된 듯 온 열정을 다해 연주하는 채재일의 퍼포먼스는 과연 연주가가 지녀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그의 열정은 객석에 전해지며 관객은 한동안 브라보를 외쳤다. ‘풍요의 여정’이란 주제로 관객을 사로잡은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국내 초연의 머스토넨의 곡이었다. ‘2025 평택 실내악 축제(PCMF)’ 예술감독을 맡은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공연에 앞서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클래식 레퍼토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번 축제에서 매력적인 인물들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4일간의 공연에선 로시니, 베토벤, 모차르트 등 고전 작곡가뿐만 아니라 머스토넨(1967~), 페르트(1935~), 셰드린(1932~) 등 현시대의 작곡가와 피아졸라 등 현대의 작곡가들까지 아울렀다. 이 가운데 핀란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머스토넨은 김현미 교수가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의지가 드러난 인물이다. 이날 국내 초연된 머스토넨의 ‘9중주 제2번’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작품으로 18세기 대위법과 현대의 리듬이 어우러지며 치밀한 구조에서 각 악기가 에너지를 발산하는 곡이다. 특히 머스토넨이 이날 객석을 찾은 관객에게 영상을 통해 전한 인사는 깜짝선물과 같은 즐거움을 전했다. 머스토넨은 영상에서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거대한 숲속을 산책하는 것처럼 들을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했다”며 자신의 작품에선 “더블 베이스가 ‘한 끗’의 묘미를 더해 매혹적인 앙상블의 오케스트라를 완성해 줬다”고 설명했다. 4일간의 대축제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피날레 무대 구성 역시 유머가 묻어났다.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는 무수한 클래식 공연에서 마지막 무대의 레퍼토리로 자리할 정도로 음악사에서 제일 유명한 8중주 작품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 작품으로 스벤센(1840-1911)의 ‘현악 8중주 가장조 작품 3’을 선보였다. 1840년생 노르웨이 오슬로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스벤센은 멘델스존이 설립한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그의 절친인 페르디난드 다비드에게 바이올린을, 라이네케에게 작곡을 배웠다. 해당 곡은 멘델스존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은 작품으로 연주 직후 학생으로는 유례없이 유럽 최고의 출판사에서 계약을 제안받기도 했다. 바이올린의 김현미 교수를 필두로 김덕우(중앙대 예술대학 교수) 등과 김상진(연세대 음대 교수) 등의 비올라, 첼로 등은 북유럽 최고 지휘자로 활약하기 전 ‘떡잎부터 남달랐던’ 스벤센의 밝고 생동감 넘치는 감성을 뿜어냈다. 이어진 앙코르 무대에선 멘델스존의 작품이 연주돼 축제의 기승전결을 장식하며 객석의 환호와 함께 의미 있던 장정을 마무리했다. ● 관련기사 : 최정상 음대교수들 모여 ‘틀’을 깨다… 김현미 ‘2025 평택 실내악 축제’ 예술감독 [문화인]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08580188

윌스기념병원, '오암 내비게이션' 활용 양방향 척추 내시경 재수술 임상 발표

윌스기념병원(이사장 겸 병원장·박춘근) 척추센터 연구팀이 3차원 영상 유도 시스템인 오암(O-arm)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재수술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23일 윌스기념병원에 따르면 양방향 척추 내시경수술은 고배율 시야로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지만, 시야가 좁고, 확대돼 있어 해부학적 구조의 방향을 잃기 쉽다. 이에 실시간으로 3차원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 오암(O-arm) 내비게이션을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에 적용한 결과 해부학적 구조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안정적이고 정밀한 수술을 가능하게 했다. 이상협 척추센터 척추연구소장은 “오암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시행한 재수술은 이전 수술로 인해 변형된 구조물의 위치 파악이 정확했고, 수술 후 6개월의 추적 관찰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양방향 내시경을 이용한 재수술에 대한 문헌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사례가 임상 현장에서 이 수술을 고려하는 의료진들에게 중요한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오암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재발성 요추 디스크에 대한 양방향 내시경 수술’이라는 제목으로 국제 저명 학술지 ‘오퍼레이티브 뉴로서저리(Operative Neurosurgery)’에 게재됐다.

동네에서 떠나는 문화여행,.. 과천 문원동 박물관 탐방

과천시 문원동 주민센터는 지난 22일, 문원동 소재 ‘넬슨신 애니메이션·아트 박물관’에서 지역의 숨은 문화자원을 체험하는 ‘지역 문화자원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신계용 과천시장을 비롯해 문원동 부녀회, 체육회, 통장단, 주민자치위원회 대표 등 주민 30여 명이 함께했다. 탐방단은 이날 박물관 관장인 신능균 작가의 안내로 전시 공간을 차례로 둘러보며, 국내외 애니메이션 콘텐츠와 시사만평, 영상장비 등 문화예술 자산을 생생하게 접했다. 참가자들은 직접 체험을 통해 콘텐츠 제작의 역사와 기술 변화를 이해하고, 지역 안에 자리한 문화 공간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총 3개로 구성된 전시실 중, 제1전시실은 신능균 관장이 직접 제작한 시사만평,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수제 인형 등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제2전시실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의 애니메이션 포스터, 잡지, 소책자 등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제3전시실에서는 1960~90년대 영상기기와 필름카메라, 프로젝터 등이 전시되어 영상기술의 발전사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탐방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신계용 과천시장은 “지역의 문화자원이 단순한 관광 대상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교육·소통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시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원동 주민센터는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지역 문화자원과 연계한 체험·학습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문화센터 운영과 주민참여형 기획을 통해 ‘문화로 소통하는 마을 공동체’ 조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박재윤 문원동장은 “문원동은 이번 프로그램을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넬슨신 박물관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문화자산을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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