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능기행

가을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조용한 곳을 거닐며 사색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주변에 큰 소나무가 둘러져 있고, 넓게 잔디가 펼쳐져 있는 역사의 세계 능(陵)을 찾아 자녀들과 함께 거닐어보는 것도 이 가을 괜찮은 여가선용의 한 방법이다. 경기도내에는 현재 신라때 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 까지 모두 15곳에 34기의 능이 자리하고 있다. 임금 또는 왕후의 묘인 능은 대체로 경사가 완만한고 높지 않은곳에 자리하고 있어 다리힘이 약한 노인이나 부녀자들에게도 부담스럽지가 않다. 또 역사속의 이야기까지 곁들일수 있으니 지적 탐구욕이 왕성해지는 가을 나들이터로는 제격이다. 신라시대 능으로는 도내에 유일한 경순왕릉은 연천군 백학면에 있다. 경순왕은 신라 마지막 비련의 임금으로 그 아들이 마의태자이다.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은 고양시 원당의 고릉,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은 남양주시 금곡리 유릉에 묻혀있다. 신라와 고려, 조선시대의 마지막 왕들의 무덤에서 흥망성쇠의 쓸쓸함을 짚어보는 것도 이 가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구리시 동구동의 동구릉은 9기의 묘를 쓸 정도로 산세가 좋은 곳으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선조와 의인왕후의 목릉, 인조와 장렬왕후의 휘릉, 영조와 정순왕후의 원릉 등 그대로 조선의 역사를 개괄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고양시 신도동의 서오릉에는 덕종과 소혜왕후의 경릉과 숙종과 인형왕후의 명릉 등 5기의 묘가 있고 원당의 서삼릉도 철종과 철인왕후의 예릉 등 3기의 묘를 품고 있다. 남양주시 진건면의 사릉은 영월의 단종릉을 보기를 소원하던 단종비 정순왕후의 능이고 진접면의 광릉에는 그 단종을 몰아내고 대권을 장악한 세조와 정희왕후가 잠들어 있다. 양주군 장흥면에는 중종의 원비 단경왕후의 능인 온릉이 있고, 파주시 조리면에는 4만여평의 땅에 공·순·영릉이 자리한다.

세계각국의 법의 한자리에

역대 고승의 가사(袈裟)와 세계 각국의 법의(法依)가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시회가 조계사 경내 문화교육관에서 다음달 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가사란 범어(梵語)인 ‘카사야(Kasaya)’를 음역한 말로 누더기옷을 뜻하는데 흔히 장삼 위에 두르는 천조각을 일컫지만 승려가 입는 옷을 통칭하기도 한다. 가사는 청정(淸淨)과 무욕(無慾)을 상징하는 출가인의 옷인 만큼 검소한 재질과 빛깔의 천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위엄을 보이기 위해 화려한 모양의 수를 놓거나 작은 천조각을 많이 꿰메어 법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법맥을 전수하면서 제자에게 의발(依鉢:가사와 바리때)을 물려주는 것도 가사가 승가와 불법(佛法)의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현재 순천 선암사에 보관중인 대각국사 의천의 가사를 본따 복원한 것을 비롯해 성철, 경허, 용성, 한암, 경봉, 효봉 등 근·현대 고승들의 가사가 전시될 예정이다. 북한, 중국, 일본, 태국, 미얀마, 대만, 스리랑카 등 불교국가 7개국의 가사와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총지종 등 국내 불교 종단의 가사도 모두 망라되며 보조국사 지눌의 가사 등 일부 희귀본은 사진으로 선보인다. 조계사는 전시기간 중에 김경숙 광주대 교수, 임영자 세종대 교수 등 의류학자들을 초청해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는 한편 무상 스님의 가사 제작광경을 담은 비디오도 상영할 계획이다. /박인숙기자

헌당 1주년맞는 수원명인교회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를 옆으로 동네 안으로 들어서면 시원스레 펼쳐진 푸른 논 가운데 웅장하고 아름다운 교회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9월 3천여평의 대지 위해 건축해 모든 성도들과 하나님 앞에 헌당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과 하나된 대한예수교 장로회 명인교회(담임목사 박용우)는 오는 3일로 헌당 1주년을 맞는다. 명인교회가 다른 교회와는 달리 남다르게 노력하고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과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는 점. 교회 내 교우들의 복지 향상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장애로 불편과 고통속에 살아가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여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루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본당까지 연결하고 장애인 전용 화장실, 지하 1층과 식당으로 연결되는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점자로 안내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신도들이 교회시설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수화교실을 운영해 수화로 예배를 통역, 그들에게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여전도회에선 봉사활동으로 중증장애아동들에게 물리치료를 목적으로 실시하는 수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사회 선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원시 거주 영세장애인 자녀나 장애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어려운 이웃과 장애인 교회 신도를 대상으로 한방무료진료와 각종 질병 상담을 실시해 그들에게 적절한 치료와 약품도 전달하고 있다. 박용우 목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사랑으로 실천하고 건전한 기독교 문화를 제시하고 지역사회와 공유함으로써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인숙기자

'운학' 이동안선생 추모공연

구한말 화성 재인청의 도대방(都大房)을 지낸 운학(雲鶴) 이동안선생 작고 4주년을 맞아 이를 추모하는 공연 ‘운학 이동안 선생류 춤판’이 2일 오후7시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동안선생(1906∼1996)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보유자로 우리 춤의 큰 기둥이었고 90평생 전통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운학선생의 성장의 터이면서 마지막 은거지이기도 했던 화성 재인청(지금의 화령전·수원시 신풍동 소재)은 현재 그의 제자인 정경파씨(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살풀이 보유자)등이 그의 유지를 받들며 맥을 이으면서 재인청 복원을 추진중에 있다. 이번 공연은 운학선생을 추모하고 예술혼을 기리며 뒤늦게나마 묘비를 세우기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개최하는 의미있는 공연이다. 운학 이동안선생 전통무용보존회(회장 심우성·민속학자)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운학의 문하생인 정경파, 이광수, 정주미 등과 우리춤연구회 회원들이 함께 꾸민다. 공연의 첫판은 가신 님을 그리며 축원과 덕담을 쏟아내는 소리꾼 이광수의 ‘비나리’로 시작해 우리춤연구회의 ‘기본무’가 이어지고 전덕수의 ‘신칼대신무’, 정주미의 ‘태평무’가 무대에 선보여진다. 둘째판에서는 이광수의 민족음악원 예술단의 ‘사물놀이’와 ‘판굿’, 정경파 등의 ‘살풀이’, 하용부의 ‘밀양북춤’, ‘소고춤’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연섭기자

경기연극제 막 올랐다

제20회 경기종합예술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99경기연극제가 3일 오후 4시·7시 용인문예회관에서 열린다. 올해 연극제에선 의정부연극협회 극단 무연시의 ‘헛소동 아라리’와 포천연극협회 극단 한네의 ‘밤손님’이 무대에 오른다. ‘헛소동 아라리’(세익스피어 원작, 김도후 번안·각색·연출)는 생명력을 상실한 의미없는 기계언어와 욕에 가까운 언어들이 판치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세익스피어의 산문시와 정선아리랑의 유창한 노래를 통해 진정한 말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일깨우고자 한 작품. 언어의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간들의 의사소통 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는 가운데 오랜세월 사랑받아온 세익스피어나 정선아리랑의 주옥같은 언어들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사랑의 의미와 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포천연극협회의 ‘밤손님’(성준기 작, 황행일 연출)은 허허롭고 조그만 일상에도 상처받기 쉬운 현 사회에서 극을 통해 웃음과 권선징악을 일깨워 주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작품. 골동품상을 하는 고씨와 부인, 그의 딸이 도둑 패거리와 벌이는 이야기로 강도짓을 일삼는 도둑들이 딸을 쫓아다니는 한 대학생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일당이 일망타진 하게된다는 코믹극이다. /이연섭기자

세계조각가 한자리에 모였다

새로운 개념의 조형예술운동을 펼치는 국내외 10명의 조각가들이 모여 1일부터 한달간 안성공설운동장에서 ‘제1회 국제 로드사이드 조각심포지엄-안성99’를 연다. 국제로드사이드 조각심포지엄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작가들이 노천에서 작품을 제작한 뒤 현장에 설치하는 것으로, 문화 창출과 활성화를 위해 기획된 새로운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참가자는 성동훈·양태근·구본주·변숙경씨 등 국내 조각가와 팀 커티스(미국)·라바트(인도)·아네카 솔라르트·아이리스 혼더도스(이상 네덜란드)·라이치만(대만)·알무트 히어(독일) 등의 외국 작가이다. 이들은 1일 현장을 답사한 뒤 2일부터 안성공설운동장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각기 제작에 들어가며 23일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두 차례의 세미나도 가질 계획이다. 성동훈은 소를 탄 돈키호테상을 제작하며 커티스는 영혼의 소중함을 강철 소재로 표현할 계획. 라바트는 강철을 이용해 꽃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하고, 솔라르트 역시 금속 소재로 자연과 합일된 작품을 탄생시키게 된다. 완성된 10점의 작품은 안성시의 주요 간선도로인 38번 국도변에 설치돼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작품은 심포지엄 경비 1억원을 후원한 안성시에 영구 기증되며 안성시는 이를 현장에 그대로 전시해 도로를 예술이 숨쉬는 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엄준길·박인숙기자

실학과 정조사상 시민대토론회

‘수원정신’ 확립을 위한 ‘실학과 정조사상’ 시민 대토론회가 제36회 수원 화성문화제의 일환으로 1일 오후2시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시민 대토론회는 21세기 수원만들기협의회 주관하에 시민단체 및 전문연구가들이 참여해 수원의 정신적 뿌리를 모색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는 행사로 참가자들은 “실사구시(實事求是)와 경세치용(經世致用)·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정신과 정조대왕의 효사상이야말로 수원정신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로도 매우 중요한 국난극복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도록 해야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토론회는 ‘실학과 정조사상의 현재적 의미와 사회개혁’을 주제로 한 1부에서 조성을교수(아주대 인문학부)의 ‘실학과 정조사상의 특징과 현재적 의미’와 조성산씨(민족문화연구원 연구원)의 ‘실학과 정조사상을 통한 사회개혁’이란 주제발표가 마련됐다. 1부 토론자로는 박완기(수원경실련 정책실장), 한옥자(수원여성회장), 이기우(경기도의회 의원), 김준혁(지역사 연구가)씨 등이 참석, 토론을 펼쳤다. 2부의 주제는 ‘실학과 정조사상을 계승한 수원정신의 확립’을 주제로 김영기씨(민예총 수원지부 부지부장)의 ‘실학과 정조사상을 통한 수원 문화발전’, 이상명씨(수원YMCA 부장)의 ‘실학과 정조사상의 올바른 계승과 시민정신 배양’, 김석규씨(수원 팔달사 청년회 법사)의 ‘정조 효사상의 계승과 발전’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2부 토론자로는 이달호(수원시 학예연구사), 양종천(수원시의회 의원), 이석기(수원사랑 편집주간), 배봉균(한국상업사박물관 학예실장)씨 등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연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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