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또 사라지는 반딧불이 서식지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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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비가 과거 준비에 매진했다. 중국 진나라시대 이야기다. 한 명은 빛을 내는 곤충에 의존해 책을 읽었다. 다른 친구는 동구 밖에 쌓인 눈을 불빛으로 삼아 공부했다. 두 선비는 큰 벼슬에 올랐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에피소드다. 두 선비의 이름은 차윤과 손강이다.

 

차윤을 도와줬던 곤충은 반딧불이다. 개똥벌레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개똥참외처럼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 빛깔은 검은색이다. 앞가슴 등판은 오렌지 빛이 섞인 붉은색이다. 한가운데 선은 검은색이다. 녀석의 신상 명세서다. 매년 6월이면 스스로 빛을 내며 밤에 활동한다. 이들이 연출하는 불빛 향연이 근사하다.

 

국내에선 녀석들이 서식하는 공간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경기도에선 성남 율동공원이 대표적이다. 성남시 주최로 율동공원에서 반딧불이 서식처 탐사 체험도 하고 있다. 반딧불이축제, 반딧불이 체험교실 등도 매년 열린다.

 

경기도내에서 또 다른 대규모 반딧불이 서식지가 사라질 위기(경기일보 16일자 10면)에 처했다. 남양주 수동면 내방3리가 그렇다. 인근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면서다. 해당 골프장은 지난해 12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반딧불이 서식지가 포함된 보전관리지역 150만㎡가 개발이 가능한 생산관리지역으로 변경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반딧불이 서식이 확인됐고 골프장 건설공사가 시작되면 서식지와 개체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평가받았다.

 

환경당국은 “해당 골프정 관련 전략환경평가는 용도지역 변경에 대해 조건부로 합의된 것”이라며 “인근에서 반딧불이가 관찰됐고 반딧불이를 비롯한 법정보호종에 대한 보전대책 등은 차후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세부적인 이행 사항을 다시 평가하며 충족되지 못하면 반려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골프장 건설은 기정사실이다. 막을 순 없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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