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연 문화체육부 부장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새벽시간대 라디오에서 모처럼 동요가 들렸다. 가정의 달과 어린이날을 맞아 특별 편성한 방송이다. 봄이면 불렀던 ‘숲속을 걸어요’, 여름이면 흥얼거렸던 ‘여름 냇가’, 가을의 어느 날 황혼이 깃들 때 불렀던 ‘노을’, 겨울이면 절로 나왔던 ‘겨울나무’까지. 엄마가 불러준 노래, 어릴 적 귓가에 익어 따라 불렀던 노래, 동네 언니 오빠들에게 배웠던 노래들이다.
노래들은 다정했다. 산과 들, 해와 달, 구름과 비, 숲과 나무, 심지어 물고기와 시냇가, 계곡, 별에게까지 말을 걸고 함께하자 손 내밀었다. 푸른 새벽, 동요에 괜스레 마음이 뛰고 싱그러움이 깃들었던 것은 익숙함 때문만이 아니었다. 사소한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감사함을 전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덕분이었다.
흔히 동요가 사라진 시대라고 말한다. 동요보다는 트로트와 아이돌의 노래를 부르는 어린이가 훨씬 더 눈에 많이 띈다. 들여다보면 동요는 여전히 살아있다. 시대에 맞춰 보급 경로를 바꾸고 변화하고 있을 뿐이다. 방송사의 창작동요제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자 각 지역에선 각종 동요제와 보급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갔다. 더핑크퐁컴퍼니의 ‘상어 가족’이 실린 유튜브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 영상은 2020년 전 세계 조회수 1위에 오른 이후 현재 158억뷰로 압도적인 조회 수 1위를 지키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동요 작곡가들은 학교를 찾아다니며 동요를 가르치고 동요의 맥을 잇기 위한 단체들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좋은 동요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그 시절을 지난 어른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살아 숨 쉰다. 삭막한 현실 속에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다시 꿈과 희망을 불끈 쥐게 하기도 한다. 동요는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다. 좋은 동요가 아이들의 귓가에 더 많이 닿도록, 더 많이 불리도록 어른들의 관심이 노력이 더욱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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