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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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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새로운 깃발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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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다양한 의미가 있었다. 깃발 이야기다.

 

특히 병영에서 그랬다. 부대의 존재를 과시했다. 장군의 지휘권도 상징했다. 전투 중에는 위치도 알렸다. 그래서 기수는 적이 최우선으로 노리는 타깃인데도 늠름하게 위치를 특정했다. 이 때문에 담대하고 용맹한 병사들이 맡는 명예로운 직책이었다.

 

영토나 영역의 표시이기도 했다. 적군이 점유하던 곳을 점령한 후에는 아군의 깃발로 바꿔 달았다. 이때 노획한 적군의 깃발은 아군의 빛나는 전공을 상징하는 증거 중 하나로 보관됐다. 전후 적군과의 화친이 성립돼도 반환을 꺼렸다.

 

19세기 말 신미양요 당시 미군에 빼앗긴 장수를 뜻하는 수(帥)자가 적힌 깃발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파병 당시 노획한 금성홍기가 전쟁기념관에 전시 중이다. 해병대 제2사단(청룡부대)이 노획한 베트콩기도 보관하고 있다. 동티모르 파병 당시 상록수부대가 인도네시아 국기를 노획한 사례도 그렇다.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프랑스 ‘삼색기’는 혁명의 불꽃 상징으로 세계 곳곳의 계급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영제국의 상징인 ‘유니언 잭’은 제국주의의 확장을 촉발했다. 공산권 국가의 상징인 ‘오각별’은 거대한 이념집합체를 의미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광화문과 여의도 등지에서도 다양한 깃발이 나부꼈다. 평화를 사랑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몸짓이었다.

 

청마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 떠올랐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아아! 누구던가?/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며칠 후면 우리 마음에 새로운 깃발이 걸린다. 어떤 형태와 내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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