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이 도시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촉촉한 대지에서 갈대들이 바람에 따라 눕고 일어선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 시화호 인근에 위치한 안산갈대습지 얘기다.
2005년 말 완공됐다. 당시 관할 주체는 한국수자원공사였고 ‘시화호 습지공원’으로 불렸다. 당초 명칭에 시화호가 들어간 연유는 인근에 시화호가 있어서였다. 이후 2014년 관할 주체가 안산시와 화성시 등으로 나뉘었고 안산 쪽 이름은 안산갈대습지가 됐다.
이 대목을 좀 더 들여다보자. 1994년 1월 시흥 오이도와 안산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시화호라는 인공호수가 형성됐다. 그런데 물이 가둬지자 공장 오폐수 등으로 수질이 악화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습지 조성에 나섰다. 안산갈대습지가 탄생된 배경이다.
이후 이곳에는 야생동물들이 쉴 수 있는 인공섬과 수중식물 및 야생동물 활동공간 등이 마련됐다. 전시장과 전망대를 갖춘 환경생태관도 들어섰다. 습지에서 정화된 물이 빠져나가는 생태 연못도 있다. 2014년부터는 람사르 습지 등재도 추진 중이다.
이곳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붉은발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가 국내 최초로 발견(본보 23일자 8면)됐다. 녀석은 잡식성으로 진딧물, 지렁이, 죽은 물고기, 식물 잎 등을 먹는다. 그동안 주로 서해 일부 지역과 제주도 등지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안산갈대습지에는 500여개체가 분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산환경재단은 안산갈대습지 입구부터 장전보까지 약 600m 구간에 걸쳐 이 녀석들의 집단 서식을 확인했다. 내시경 조사기를 활용한 현장 관찰과 서울대 연구팀과의 공동 조사 등을 통해서다. 시화호 최상류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염분 농도가 낮은 진흙 지형과 넓은 갈대 군락이 형성됐다. 그래서 먹이활동과 은신에 적합한 최적의 서식환경을 갖췄다.
후손들에게 빌린 자연은 온전하게 물려줘야 한다. 환경 보전을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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