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선 사회부 부장
참외는 과일이 아니다. 오이처럼 시원하고 멜론처럼 달콤한 맛이 조화로운 데다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수박과 함께 여름 대표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채소로 분류된다.
참외는 5~6월에 50% 이상 소비되는 품목으로 연간 20만t이 생산된다. 경북 성주에서 전체의 79%를 생산하지만 여주 금사면에서 생산되는 ‘금싸라기 참외’는 당도가 높고 향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당도가 궁금하다면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은 후 참외를 띄워 보면 안다. 둥둥 뜨는 것은 달고 가라앉는다면 물을 많이 먹어 당도가 떨어진다. 참외는 굵고 노란 바탕에 흰색 줄이 특징이다. 수확 시기가 오래될수록 흰 부분은 줄어들고 노란색은 넓고 짙어진다. 물론 개구리참외처럼 녹색을 띨 수도 있으니 모두 같은 기준을 들이댈 순 없다.
어린 시절 집 뒤 밭에는 참외가 자랐다. 밭농사에서 작은 수확이라도 거둬 보려는 아버지는 밤낮없이 서리꾼들을 경계했다.
그런 아버지의 속도 모르고 낮에는 작고 귀여운 배꼽참외를 골라 먹고 밤에는 장독대 옆 참외밭을 들락거렸다. 그렇게 단맛을 끊지 못하고 줄기가 말라 마지막 열매를 힘겨워할 때까지 식탐은 계속됐다.
냉장고가 없던 어려운 시골살이였다. 아버지는 잘 익은 참외를 따다 펌프질을 해서 끌어올린 시원한 지하수에 담가놨다가 주시곤 했다.
오래전 농사를 접으면서 아버지와의 추억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지만 참외를 보면 아버지와의 일들이 드문드문 떠오르곤 한다. 어느새 아버지가 작고하신 지 30여년이 흘렀다. 곁을 떠난 가족이 더욱 그리워지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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