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성별 지우기’ 대선

정자연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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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여성 후보가 0명인 제21대 대통령선거다. 18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17대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등 남성만 후보로 등록했다. 5년 후인 2012년 18대 대선은 여성의 진출이 가장 활발했다. 후보 등록 마감일 기준 총 7명 중 4명이 여성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김소연·김순자 무소속 후보 등이 출마했다. 선거일 직전 이정희 후보가 사퇴해 3 대 3으로 성비가 동등해졌다. 19대 대선에선 15명의 후보 중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유일했다. 이어 2022년 치러진 20대 대선에선 심상정 전 대표,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공약에서도 여성이 사라졌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제외하곤 10대 공약 등 정책의 전면에 ‘성평등’이나 ‘여성’의 키워드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 대선은 사실상 젠더 이슈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각 대선 후보 캠프는 부랴부랴 여성 공약을 펴냈다.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섰지만 구호에선 남성 표를 의식한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젠더 이슈가 봇물 터지 듯 나왔던 2022년 대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득표를 위해 성평등 의제를 ‘성별 갈라치기’ 전략으로 활용했던 당시 대선의 후유증 탓이다. 사회적 함의가 사라지고 ‘남’과 ‘여’만 남은 자리에 성평등은 정치권에서 다루기 불편한 담론으로 변질됐다. 여성 학자들은 이번 대선 후보들이 ‘성별 지우기 전략’을 세웠다고 비판한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성평등 정책이 다른 성별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선명성을 흐릴 만큼 젠더 갈등은 여전하다. 저출생, 돌봄 문제, 사회 갈등은 성평등을 갈등이 아닌 통합 영역으로 바라볼 때 해결할 수 있다. 이 문제들은 사회의 지속성과도 맞물려 있다. 몇 년 전 젊은 유권자들이 짊어진 아픔에 올라타 생존하려 했던 정치권이 이제 정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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