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피자와 햄버거로 읽는 세상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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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에 피자 주문이 평소보다 폭증했다. 미군의 비상대기 심야활동이 자연스럽게 피자로 이어지는 현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누리꾼이 간파한 미국의 이란 공습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빨랐다고 외신이 전했다.

 

우리는 야근할 때 치킨을 시키지만 미국인들은 피자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펜타곤 피자지수’의 역설이다. 패스트푸드 주문 패턴을 통해 위기 상황을 감지한다.

 

펜타곤 피자지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3년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 전날 밤에도 나왔다. 이후 1989년 파나마 침공과 1990년 걸프전을 앞두고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특히 걸프전을 앞두고는 CIA가 하룻밤에 피자 21박스를 주문한 직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발발했다.

 

영국에선 햄버거가 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특정 햄버거 브랜드인 빅맥지수가 그렇다. 지구촌 맥도널드 햄버거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비교, 실질 구매력과 환율의 과대·과소 평가 여부를 파악한다. 이 지수는 ‘어느 나라 화폐가 실제보다 싸거나 비싼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1월31일 기준 한국의 빅맥 지수는 3.99달러로 미국(5.79달러)보다 29.8% 낮아 원화가 달러 대비 저평가 상태임을 보여줬다. 한국은 이 지수를 통해 수십년간 저평가된 통화국으로 분류돼 왔다.

 

피자와 햄버거라는 패스트푸드를 활용한 분석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한다. ‘피자 주문이 많다’는 말은 긴장도의 은유적 표현이고 ‘햄버거가 싸다’는 말은 화폐 가치의 문제다. 이 같은 상징화를 통해 복잡한 정치·경제 현상을 직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 빅맥지수로 본 원화의 만성적 저평가는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제 위축이다. 정부청사 인근 배달음식 주문량이나 24시간 편의점 매출 등은 우리만의 사회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에 숨겨진 신호를 해석하는 건 복잡한 현대 사회를 읽는 또다른 방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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