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오솔길’·‘신들의 고향 코카서스 세 나라’ 발간한 수필가 박태수

일흔 다섯의 나이에 세계 곳곳을 누비며 또 다른 세상과 삶을 만나고 있는 박태수 수필가가 수필 제3집 ‘저물녘 오솔길’과 여행에세이 2집 ‘신들의 고향 코카서스 세 나라’를 출간했다. ‘저물녘 오솔길’(문비 刊)은 느림의 모놀로그(2020) 새벽의 고요(2022)에 이은 세 번째 수필집으로 삶을 대하는 진지함과 차분함 잃지 않은 작가의 태도가 한 글자 한글자 묻어난다. 총 4부에 걸쳐 인생을 살아오며 느낀 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삶의 여정과 여행길에서 건져올린 세계의 문화·역사, 고전을 통해 세상과 삶을 통찰하며 옮긴 삶의 지표, 현 시대를 통찰력 있게 들여다 보며 써내려간 직설 등이 옮겨졌다. 삶과 죽음, 인간과 신의 종교부터 건강, 의료대란, 갈등 사회 등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깊이 있고 풍부한 해석이 특히 돋보인다. 보건학 박사이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영전략본부장과 경기인천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보건학 분야로 대학 강단에 30년 넘게 서온 저자의 보건 전문 지식과 수필가로서 쌓아올린 문학적 세계, 다양한 공간과 세계를 여행하며 건져올린 그만의 이야깃거리가 문장마다 풍부함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신들의 고향 코카서스 세 나라’(문비 刊)는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아르메니아순으로 한 달 동안 둘러본 여행기다. 그의 두 번째 여행에세이로 곳곳마다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수도원, 교회가 즐비한 코카서스에서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코카서스 세 나라는 19세기 초 러시아 제국의 땅이었다가 독립 후 다시 편입과 독립의 역사를 지녔다. 저자는 이 곳의 같은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문화와 역사, 민족적 성향 등을 그가 옮긴 발걸음을 따라 풀어내며 여행의 세계에 독자를 초대한다. 저자의 발걸음과 친절한 해설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하지도, 널리 알려진 명소도 없는 이 곳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어릴 적부터 꿈이 세계일주였다”는 저자는 환갑 때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경희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면서 여행을 글로 옮겼고 현재까지 그가 여행을 다닌 나라만 70여곳이다. 그는 프롤로그를 통해 “스스로 가능성을 믿고 인생을 대하는 것이 성공을 향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지금도 새로운 여행 꿈꾸고, 여행길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길 기대한다.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향하여 마지막 촛불을 태운다”고 밝혔다. 책의 끝 무렵 코카서스 여행기를 마치며 풀어내는 저자의 글에서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여정의 시작과 설렘이 느껴지는 이유다.

47년차 교육자의 인생관이 담긴 책…‘대답 없는 날의 인사’ [신간소개]

47년차 교육자가 삶의 기억과 진심을 담아 시집 ‘대답 없는 날의 인사’를 펴냈다. 저자 백기명은 수많은 계절과 사람들 사이를 지나온 나날들의 회상과 마음 한 편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시로 풀어냈다. 이 시집에는 부모에 대한 애틋함은 물론, 한 인간으로서 느끼고 살아낸 순간들이 잔잔하게 담겼다. 이 시집은 화려한 말보다는 담담한 진심에 집중한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아직도 눈가에 아른거리는 지난날의 풍경에 대한 기억이 한 편 한 편의 시로 다듬었다. 저자는 “삶의 태생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인사들은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시집을 통해 인연을 기억하고, 아직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조심스레 꺼내 보인다. 특히 부모님을 향한 시편에서는 진심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설팍이 닳도록 오가며 자식 돌보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고백과, “잔잔한 미소를 지닌 얼굴에 남은 주름이 부모님의 훈장”이라는 문장은, 그가 전하지 못했던 사랑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대답 없는 날의 인사’는 삶을 돌아보며 전하는 진심의 기록이다. 모든 이별이 말로 마무리되지 않듯, 이 시집은 말 대신 시로 전하는 ‘늦은 인사’다. 백기명 저자는 “살면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참 많다”며 “지나고 나서야 소중했던 순간들이 보여 그 시간들을 시로 붙잡아 봤다. 시집을 통해 지금 이 순간 피어나는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5년차 편집기자의 노하우가 담긴 책…‘AI를 이기는 힘, 편집을 배워라’

25년차 편집기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극대화되는 ‘편집’의 가치를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다. 저자 김형진은 AI가 뉴스와 정보를 분석해서 이용자에게 제시하는 방식이 편집기자가 뉴스 가치를 평가하고 제목을 뽑을 때 활용하는 방식과 같다고 주장한다. 편집의 기술을 익히게 되면 복잡할 것 같은 AI의 작동방식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편집이 우리 삶의 모든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정리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2개 이상으로 나눠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것과 저것이 연결될 수 있다면, 뭔가 더해서 의미와 재미를 높일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반전의 여지가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런 곳에서 편집은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편집’을 ‘무엇인가를 업그레이드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편집은 흐름상 어색한 대목을 ‘잘라 달라’는 뜻 외에도 ‘내가 좀 더 잘, 멋지게 나오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있다. 이에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게 없는 수준까지 빼는 ‘사고의 다이어트’라는 것. 몸을 가볍게 한 뒤 모방과 연상, 연결로 의외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이 편집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편집이 특권이 아니라 배우기만 하면 누구든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을 통해 현직 편집기자의 편집 기술과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

노간주나무·지방자치 시대 지속 가능한 정책 [신간소개]

■ 노간주나무(글 김해솔·북다 刊)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영화, 드라마, 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해솔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집과 가족을 주제로 반전의 이야기를 펼친다. 소설엔 나의 엄마, 나의 아들, 그리고 나가 등장한다. 나인 영주는 20여년 전 계단에서 굴러 죽을뻔했는데 영주를 민 건 다름 아닌 엄마였다. 이후 어린 시절 겪었던 이 끔찍한 일을 반복적으로 꿈꾸며 고통에 시달린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영주는 아들 선호가 커갈수록 점점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자 엄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3대가 함께 있으면서 영주는 이제 엄마가 자신이 아닌 아들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영주 일가의 이야기와 형사 윤성이 의문의 사망 사건들을 추적하는 과정이 서로 독립적으로 펼쳐지다가 두 이야기의 연결점이 차츰 드러난다. 작가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공포의 대상이 될 때 느끼는 서늘한 공포를 그려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집이고 가장 맏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흡입력있는 문장과 촘촘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족과 가정에 대한 오래된 환상과 믿음을 서스펜스 요소로 활용한 작가의 치밀함도 돋보인다. 심사위원에게 “압도적이며 저돌적인 이야기”, “비틀린 애정과 집착, 두려움을 탁월한 심리 묘사로 풀었다” 등의 평을 받았다. ■ 지방자치 시대 지속 가능한 정책(글 박진우·모아북스刊) 지방자치 30년, 지역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까.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 주민들과 지역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행정은 실현되고 있을까. 책은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에서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전국의 17개 광역의회와 226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수많은 정책 속에서 모범 사례를 찾아 실제 정책이 어떻게 실행되고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저자가 직접 전국을 뛰며 조사하고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눈에 띄는 것은 지방자치 정책의 이론과 실천이 연결되는 배경과 과정, 결과까지 살펴봤다는 점이다. 1부에선 기후위기라는 세계적인 고민거리에 대처하는 지방자체단체들의 정책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지역사회의 돌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탐색하고 3부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를 살펴본다. 4부에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5부에서는 지역사회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정책으로 승화한 사례가 제시된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문제에 함께 머리 맞대고 문제를 해결한 23개의 정책을 통해 지역에 나타난 작은 변화들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여러 각도로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식민지배 출판검열, ‘불령(不逞) 도서’ 불씨를 당기다”…‘불량한 책들의 문화사’ [신간소개]

잡지나 책, 신문 등 출판은 어떤 분야보다도 시대 변화에 민감하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 제목 하나에도 뜯어볼수록 무엇하나 허투루 쓰인 것은 없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출판물을 읽으면 그 시대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어떤 출판물은 시대를 앞서나가는 정신을 제시한다. 또 어떤 출판물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꽃을 피워내기도 한다. 억압과 검열은 반대급부로 불령(不逞)의 도서에 관한 열정을 불태우게 만든다. 지난 15일 출간한 ‘불량한 책들의 문화사’(푸른역사)의 저자 고영란 교수는 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출판문화만큼 훌륭한 재료는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근현대 문학을 강의하는 인물로 2010년부터 출판물들의 생존 방식에 주목해 왔다. 일본제국의 근대사 다시 쓰기를 주장해 온 저자는 ‘전후라는 이데올로기’, ‘검열의 제국’ 등 책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작품에는 19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출판사가 신문사의 경영인, 편집인의 회고록, 일지, 경영자료 등을 닥치는 대로 조사한 지은이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의 제국 연구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 ■ 제국의 근현대사, 출판문화로 맥을 짚다 저자는 문학사, 문화사, 사상사, 사회 운동사 등을 아우르며 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출판문화라는 재료를 마음껏 활용한다. 일본제국이 전쟁 프로파간다를 위해 하야시 후미코 등 순문학 소설가들을 전장에 보내 종군기를 쓰게 하고 고단샤나 아사히 신문사 사장을 대외 선전을 위한 전쟁 담당 부서에 동원하는 이유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불량한 책들의 문화사’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강력한 검열도 출판문화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일본제국은 내무성 산하에 출판 경찰을 두고 있었고 사상 검사로 활약했다. 저자는 이러한 판매 금지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감시망을 피해 수레를 동원한 ‘전도 행상’ 등을 통해 유통하고 수익을 내는 출판 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에 시선을 둔다. 이와 함께 일본제국의 합법·불(비)합법 출판 자본이 식민지 조선의 출판시장과 어떻게 만나는지 파고든다. ■ 권력이 탄압이 만들어낸 부가가치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프롤레타리아’에서는 러일전쟁 후 간행된 최초의 ‘공산당 선언’의 일본어 번역에서 ‘proletariat’의 번역어로서 ‘평민’이 선택된 과정과 조선의 식민지화 과정을 논의한다. 2장 ‘도서관’에서는 제국의 아카이브로써 조선의 도서관에 주목하고 그것이 어떠한 말과 사람을 포섭하고 배제했는가를 논증한다. 3장 ‘불령선인’과 4장 ‘검열’에서는 조선인 사회주의자들이 일본 본토에서 출판한 후 내무성 도서관에서 검열을 받은 후 한반도에 반입하는 전술을 전개했음을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8장 ‘전쟁’에서는 일본 미디어의 한국전쟁 보도가 구 일본제국의 지적 체계와 경제력의 부활이라는 현실을 은폐하며 폭력에 가담하지 않는 ‘중립적인 평화 국가, 일본’의 자화상 그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분석한다. 책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자 식민지를 전면에 내세운 단행본임에도 이례적으로 일본 미디어의 많은 주목을 받으며 “식민지 조선의 출판 유통을 조망하면서 ‘내지’와 식민지의 복잡한 교섭과 갈등을 예리하게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노작홍사용문학관, 문학·재즈·손편지 어우러진 ‘문학음악회-여름이라는 답장’ 개최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이 오는 27일 문학관 1층 산유화극장에서 ‘문학음악회-여름이라는 답장’을 개최한다. 문학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이번 공연은 노작홍사용문학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한 시민들의 손편지 낭독으로 따뜻한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행사는 조은영 시인의 사회로 ‘이주미 재즈팔레트’의 공연으로 문을 연 후 박준 시인의 ‘문학 강연’, 박준·조은영 시인이 함께하는 ‘문학토크’, 시민이 참여하는 ‘손편지 낭독’ 등으로 이어진다. 초청 작가인 박준 시인은 2008년 ‘실천문학’ 등단 후,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64쇄를 돌파하며 ‘문단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최근엔 세 번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를 발간했다.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이주미 재즈팔레트는 재즈 스탠더드부터 블루스, 팝, 자작곡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유롭고 즉흥적인 연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올해 제31회 대한민국 연예 예술상 재즈아티스트상을 수상했으며 공연마다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간다. 이번 공연에서는 강덕호 색소포니스트, 이미영 피아니스트, 임경진 베이시스트, 이성구 드러머가 함께 한다. 손택수 관장은 “올해 문학음악회는 문학관 개관 15주년 특집으로 마련돼 의미가 깊다”며 “시민분들이 그간 문학관과 함께했던 추억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삶·자연 어루만진 88편…변순옥 시인 첫 시집 ‘딸아, 고마워 사랑해’

시인 변순옥이 첫 시집 ‘딸아, 고마워 사랑해’(문화짱刊)를 펴냈다. 오랜 시간 삶을 가슴에 품고 언어로 직조해낸 이번 시집은 총 88편의 시를 통해 가족, 사랑, 자연,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시집에는 ‘꼬꼬지 앨범’, ‘가보지 못한 길’, ‘불청객’, ‘군고구마’, ‘봄비’, ‘김장’ 등 일상의 풍경을 시인의 섬세한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수록됐다.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어렴풋이 경험한 일들의 시어다. 독자들은 그의 시에서 추억을 떠올리고, 가슴 깊은 곳에 울림을 발견할 수 있다. 변순옥 시인은 “쓰다 만 시를 다시 쓰는 것이 산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지난 시간들이 흘러가버린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구름처럼 다시 모이고 피어나는 경험을 이 시집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시집은 화려한 문학적 기교보다 담백하고 진솔한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사랑, 상실, 기다림, 계절, 기억 등 보편적 테마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진 시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잊고 지낸 감정, 또 추억과 마주하게 된다. 문단 관계자들은 “변순옥 시인은 첫 시집이지만 놀라운 감각과 따뜻한 언어를 가진 시인”이라며 “삶의 단면들을 섬세하게 길어 올려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하다”고 평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딸아, 고마워 사랑해’는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듯한 따뜻함이 있다”며 “현대인의 지친 마음에 작은 쉼표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진솔하게 녹아드는 제주의 매력으로 떠나볼까…‘바당, 길을 걷다’ 外 [신간소개]

여름 휴가철이 되면 제주의 싱그러운 초록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오름, 다양한 동식물과 돌담길, 바다가 어우러진 제주는 사시사철 그만의 매력이 있는 곳이다. 제주의 세세한 모습을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로 담은 책들이 있다. 익숙한 풍경부터 미처 알지 못했던 제주의 다채로운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을 모아봤다. ■ 바당, 길을 걷다 제주에 작은 책방을 열고 강아지 대운이와 살고 있는 이보경 작가가 제주 바다의 매력을 담은 그림 에세이를 펴냈다. 제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제주에서 산 지 10여년이 된 이 작가는 앞서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 ‘모드락숲의 선물’ 등 제주에 대한 애정을 담은 그림책을 출간해왔다. 이번 신간 ‘바당, 길을 걷다’는 겨울이 끝난 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붉은 태왁이 떠 있는 제주의 4월을 거쳐 미역이 밀려온 갯바위와 해녀들의 모습, 밤바다에 떠 있는 한치잡이 불빛, 태풍이 지나간 ‘제주 바다’의 사계절을 조명했다. 책에서 바다와 함께 중심이 되는 소재는 ‘바람’이다. 겨우내 불어오던 바람이 바뀐 것을 묘사하며 시작한 이야기는 봄바람이 잦은 날의 풍경과 태풍이 지나간 이후의 풍경, 한 겨울의 칼바람을 차례로 표현한다. 이어 그 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꽃과 보라색 열매를 맺은 선인장의 모습을 대비해 진정한 제주의 모습을 표현했다. 책은 현무암 돌담 사이에 핀 수선화부터 돌 사이에 핀 선인장의 노란 꽃이나 보라색 열매, 눈보라 바다 위를 나는 가마우지 등 작가가 보고 느낀 것들을 사실적이면서 담백하게 그렸다. 한 땀 한 땀 그려낸 수채화에 제주 사람이 돼가는 작가의 애정이 듬뿍 들어갔다. ■ 우리의 여름 4년 전 바람신 영등할망 이야기로 제주의 봄을 그렸던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를 펴낸 이승원 작가가 신간 그림책 ‘우리의 여름’으로 제주의 여름을 담았다. ‘우리의 여름’은 제주 여름의 자연에서 서툴지만 단단하게 자라나는 ‘우리’와 ‘여름이’의 성장기를 풀어낸 그림책이다. 책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네 마을에 ‘여름이’가 잠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여름이에게 제주의 봄은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세상을 처음 접할 때처럼 신기한것 투성이다. 수국 아래에서 잠을 자다 깨어나 밖으로 나온 뱀, 낯선 존재를 보고 도망가기 바쁜 꺼벙이, 거센 바람과 갑작스럽게 퍼붓는 비 등 제주의 여름은 요란스럽다. 여름이는 자연과 대화를 하는 친구 ‘우리’를 보면서 자연과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내 여름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두 주인공은 만남과 성장, 이별의 시기를 겪는다. 책은 이 같은 내용을 제주의 어린 생명들에 빗대 아름답게 보여준다. 책 속 가득한 제주의 초록은 장면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기 귤과 영근 귤의 초록이 다르고, 비 맞은 나뭇잎과 바람에 뒤집어진 나뭇잎의 초록이 다르다. 제주 자연의 같은 듯 다른 매력은 책에 나오는 다양한 동식물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섬휘파람새, 직박구리, 꿩, 긴꼬리딱새 등의 새부터 귤꽃과 초록 귤, 비파나무와 열매, 수국, 산딸기, 황근, 백년초 등의 식물,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과 바다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섬세하게 묘사한 그림으로 제주의 자연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경기일보 강화 주재 조향래 기자... 대중가요의 인문학 출간

‘희망가’와 ‘황성옛터’에서 ‘칠갑산’과 ‘회룡포’까지.... 경기일보 강화 주재 조향래 기자가 192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상황과 대중의 감성을 가장 잘 대변한 노래 100여곡을 선정해 칼럼 형식으로 해설한 ‘대중가요의 인문학’을 출간했다. 도서출판 북랜드에서 펴낸 ‘대중가요의 인문학’은 6·25전쟁기 낙동강 전선 최후의 보루였던 대구에서 제작한 가요 비화(祕話)와 함께 문인예술가들의 피란생활을 담은 공적으로 2025년 대구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책은 노래의 제목마다 축약된 수식어를 붙여 가요의 내용과 의미를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했으며, 노래가 나온 시대적 배경을 곡진하게 그리며 대중가요가 구구절절한 역사의 현장이자 애틋한 시절의 풍속화임을 입증한다. 옛노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트로트가 대세를 이루지만, 신민요(오동동 타령)와 포크송(사랑해·모닥불), 저항가요(아침이슬), 록 음악(미인), 대학가요제(나 어떡해), 음유시가(떠나가는 배) 등 다양한 장르를 언급한다. 한 시절을 풍미한 유행가의 안팎을 들여다보는 것은 당대의 낭만적 메모이자 정서적 통찰임을 웅변한다.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과 민족의 설움,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아픔 그리고 1950년대 전쟁의 비애와 이별의 정서, 1960년대 경제개발 시대 도시민과 농어촌 사람들의 빛과 그림자, 청년문화가 출렁이던 1970년대 포크송의 순수성과 트로트의 통속성 그리고 저항가요와 록밴드의 출현, 조용필이 석권했던 1980년대의 발라드와 록의 대중화 및 트로트의 새로운 경향,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BTS’(방탄소년단)에 이르는 1990,2000년대의 한류 열풍 속에 부활을 선포한 트로트... ‘대중가요의 인문학’은 10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대중가요사를 시대별 명곡(名曲) 위주로 통찰하며 서구음악만으로 채울 수 없었던 우리 한국인의 고유한 정한(情恨)까지 재발견한다. 나아가 대중가요는 곧 우리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의 또 다른 변주이며 오늘날 한류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저자인 조향래 기자는 “상처와 유린으로 얼룩진 우리 근현대사의 피폐한 현실을 견뎌내게 한 대중가요의 저력을 결코 폄훼할 수 없다”며 “일정한 칼럼 형식의 인문학적 소견이 우리 근현대사의 풍정(風情)을 들여다보는 망원경과 현미경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이버 공간은 범죄 생태계를 어떻게 바꿨나”… 도서 ‘사이버 범죄’ [신간소개]

‘범죄’라는 개념은 더 이상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경과 시간을 초월하는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는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범죄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데이비드 월(영국 리즈대 법과대학 교수)은 ‘사이버 범죄’의 국제 전문가로 강력한 설명과 통찰을 통해 사이버 범죄가 개별 국가 및 국제 수준에서 형·민사 사법 절차에 미치는 규제 과제를 들여다본다. 이 책은 디지털 사회의 권력, 신뢰, 통제, 윤리와 책임의 문제를 고찰하며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행위와 정의를 판단할 수 있을지 묻는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복잡한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월은 “개별 해커나 범죄자의 문제가 아닌 정보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신뢰의 해체 등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며 “해킹, 피싱, 신원 도용, 사이버 스토킹, 온라인 사기 등 사례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라고 말한다. 사이버 범죄의 삼분법에 주목할 만하다. 월은 사이버 범죄를 ‘컴퓨터를 대상으로 한 범죄’, ‘컴퓨터를 도구로 한 범죄’, ‘컴퓨터가 환경이 되는 범죄’로 구분한다. 범죄는 행위자의 의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데 이러한 분류는 사이버 범죄의 복합성과 기술적 맥락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보이지 않는 범죄’가 현실 세계의 감시와 통제, 불안을 어떻게 증폭하는지를 살펴본다. 사이버 범죄는 공공의 신뢰와 법적 규범의 재편을 요구하는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월은 대중과 언론이 사이버 범죄에 반응하는 방식을 분석하며 기술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새로운 감시 체계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책은 정태진 평택대 국가안보대학원 교수 겸 한국 사이버 범죄학회장이 옮겼다. 지난 달 말 출간된 개정서의 번역을 맡은 정 교수는 국가사이버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나 국제테러조직이 배후에 있는 사이버범죄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는 전문가다. 정 교수는 영미권에서의 석·박사 과정을 통해 국제 형사범죄에 대한 깊은 이해로 국가정보원 등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정 교수는 “도서 ‘사이버 범죄’는 범죄학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철학, 사회학, 법철학적 논의를 아우른다. 월은 우리가 점점 더 연결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만큼, 기술을 통해 구축되는 권력 구조가 인간의 자유와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숙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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