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외과의사와 곡예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가 된다. 전문의사가 되려면 인턴수련 후 전문 과목을 선택하여 4년간 전공의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이때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은 내과를 할 지, 외과를 할 지, 병리학 등 지원과목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선배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각과 의사의 한계를 나타낸 말이 있다. “내과의사는 아는 것은 좀 있는데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외과의사는 아는 것은 없는데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좀 있다. 병리의사는 모든 것을 알지만 이미 늦었다.” 외과의사가 외과를 선택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수술을 통하여 환자에게 무엇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선택하였을 것이며 나도 그러하다.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서커스의 인기가 매우 좋았다. 그 동안 인기가 시들하더니 남북교류의 일환으로 북한의 기예단이 방문하고는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다. 기억나는 여러 묘기 중에도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공중그네타기로 천장에 매달린 그네를 잡고 공중에서 몇 번 회전하여 반대쪽 그네에 있는 동료의 팔에 매달렸다가 다시 자신의 그네에 매달려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한치의 오차만 있어도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그런 아슬아슬함이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고, 성공하여 손을 흔드는 곡예사에게 힘찬 박수 갈채를 보내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화려한 의상과 조명과 박수갈채 뒤에는, 뼈를 깎는 연습이 있었으며, 공연중에 실수하는 경우에는 추락하여 밑의 그물에 매달려 관객의 조소와 야유를 받는 경우도 있으며, 그물 밖으로 떨어지는 경우 불구가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성형외과의사는 진료실에서 수술전에 환자와 가족을 만날 때에, 그들에게 자신이 기형 및 추형에서 구해줄 의사로서, 인간 이상의 존재로 비쳐지게 된다. 수술실에서는 마취되어 소독되어 있는 환자에게 다가갈 때 전공의, 소독간호사 모두 인사를 하고 수술등이 켜진다. 긴 수련의 기간을 거치고 준비를 아무리 완벽에 가깝도록 하여도, 모든 수술에서 만족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수술의 결과가 좋을 때에는 환자, 보호자에게서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네에서 떨어진 곡예사와 같이 비참한 심정이 되는 것이다.

내가 서커스 구경을 가게 되면 혹시 실수하여 그네에서 떨어진 곡예사에게 야유 대신 격려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가 다시 그네에 올라 마침내 성공하면 더 큰 환호와 박수를 보낼 것이다.

/황건 인하대병원 성형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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