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수도권이 사는 길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일단락되었다. 국가의 기본질서로서 헌법적 성격을 갖는 수도이전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에 공감을 한다. 사실 수도이전 문제를 경기도가 반대해 온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여당이 수도권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마치 중앙정부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면 수도권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도시권은 심각한 도시문제를 안고 있다. 중앙정부가 있는 동경권이나 중앙정부가 없는 뉴욕권이나 교통, 환경 등 도시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어떠한 도시정책을 펴면 도시문제가 완화될 수 있느냐이다.

외국의 경우도 공히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대도시권을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프랑스의 파리권, 영국의 런던권, 일본의 동경권도 우리에 못지 않는 대도시권 억제정책을 펴 왔다. 결과는 실패였다. 도시의 성장이나 인구의 유입은 억제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교통, 환경 등 도시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갔다.

특히 80년대 부터는 국제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억제정책을 펴 왔던 대도시권들의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쇠퇴해 갔다. 그래서 정책의 방향을 선회하였다. 종전의 성장 ‘억제’ 정책에서 성장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말이다. 거스를 수 없는 막강한 市場의 힘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 보다는 이것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도권은 어떠했는가? 지난 30년간 지속적인 ‘억제’정책을 펼쳐 왔지만 인구와 산업의 집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제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단순한 억제정책을 포기하고 적극적인 ‘관리’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통, 환경, 교육, 산업 등 제반 도시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다.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규제’로 이어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계획’으로 이어진다.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규제’보다 ‘계획’이 더욱 효과적이다.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를 드는 것 보다 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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