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그곳에 가면 삶의 방향이 보인다

인생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영향을 받게 되고 지속적으로 시련을 겪게 된다. 한번 뿐인 인생이기에 누구나 잘 살고 싶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다보면 현실에 안주하여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기 십상이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이러한 일상의 나태함을 반성하고 삶에 활력소를 불어 넣는데 있어서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되는 몇 군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중 하나가 대형도서관이다. 책장에 진열된 엄청난 양의 도서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미미한 것인가를 느끼고, 열람실에서 지식과 정보의 습득을 위해 열중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겸손을 배우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또 하나는 재래시장이다. 그곳에 가면 삶의 치열한 현장을 접하게 되어 좋다. 물건을 팔려고 하루 종일 목청껏 소리치는 상인들을 보면서 그동안 사회제도에 안주하면서 나태한 삶을 살지 않았는 지 되돌아본다. 또한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갖가지 야채, 곡류들을 오밀조밀하게 쌓아놓고 거스름돈을 교환하는 모습에서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진지함에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다음은 교도소 등 형사사법 구금시설이다. 필자도 형사사법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위압감을 느끼는 담장과 삼엄한 경계 속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통제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이유든지 간에 최소한 타인이나 사회에 피해를 주는 범법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병원 중환자실이나 영안실이다. 각종사고나 질병으로 병원을 찾게 되면, 평상시 소홀 했거나 방치했던 건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로 살아 있는 자에게 다가오는지를 절감한다. 우리는 백년도 채 못 사는 인생임에도 욕심과 아집으로 주위사람들과 싸우고 마음에 상처를 주곤 한다. 그곳에 가면 건강할 때 살아 있을 때 최선을 다하여 후회 없는 삶을 살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시대에 따라 사람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며 모든 것이 변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존재하는 현재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천 종 범 의정부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신재생에너지가 뜬다

풍력, 태양광 그리고 연료전지…. 아직도 우리에게 낯선 신재생 에너지이다. 그 낯선 이유는 대중화, 생활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신재생 에너지 보급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고유가대책으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을 위해 올해를 ‘신재생 에너지 원년’으로 삼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신재생 에너지는 석유, 가스 등 고갈 가능성과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환경 규제 강화에 대비한 환경친화적인 핵심에너지원인 셈이다. 지난해 지자체 에너지담당 공무원들과 제주도 신재생 에너지 시설을 견학했다. 제주도는 그야말로 국내 풍력발전의 메카라 할 수 있는 곳. 북제주군 구좌읍 행원리에 있는 풍력발전단지를 찾았는데 이 곳은 제주도 테마관광지로 지정되어 한해의 방문객이 1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45m에 달하는 타워높이의 풍력발전기 15기에 대한 시설설명에 여념이 없는 제주도청 K계장의 자못 진지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얼마전 KBS 1 TV ‘환경스페셜 - 태양의 도시’에서는 미국, 독일,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시설을 방영하였는데 매우 관심있게 시청하였다. 19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 안산시 육도는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후 불편없이 전기를 이용하게 되었다. 또 대구의 신천 하수처리장의 태양광 모듈판은 연간 70여t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였다. 해외의 경우 일본은 이미 지난해 10만가구에 대한 태양광 보급계획을 성공시켜 세계 태양광시장의 50% 이상을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태양광을 이용하여 도시 전체가 친환경도시인 솔라시티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이 상 순 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사장

천자춘추/IT 839

정부가 국민소득 2만불 시대로 가기 위한 이정표로 제시한 것이 정보통신부의 IT 839 전략이다. 이는 휴대인터넷 서비스 등 8대 신규서비스와 광대역 통합망 등 3대 인프라 차세대 이동 통신 등 9대 신성장 동력 등을 연계하여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Digital Life를 본격화 하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그간 불모지와 다름 없었던 IT 산업을 20년 만에 지금의 위치로 발전시켰는데 현재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등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이동전화 단말기, 디지털 TV, 인터넷 게임 등은 명실공히 세계 1등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IT 산업의 리더로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려면 위험 부담도 감수하면서 새로운 길을 가야만 하고 세계 최고의 서비스 도입과 기술개발이 가능한 전략을 추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국전자 통신연구원(ETRI)이 발표한 IT 839 전략의 검토의견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의 IT 839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2005년 IT 생산액이 정부 예측치인 248조원보다 41조원이 더 많은 289조에 달할 것이며 국내총생산 성장에 기여하는 비율도 47%에 이르는 등 국가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IT 839 전략의 성공이 국가경쟁력의 강화는 물론 침체된 우리 경제를 살리는 생명수의 역할이 될 것으로 확신하게 된다. 이중 IT 839 전략의 핵심 서비스로 부각되고 있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서비스는 산업연관 효과와 더불어 활발한 외국진출 등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주목된다. 2006년 상반기 우리손에 놓여질 휴대인터넷은 통신서비스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유무선통합, 통신과 방송의 융합, 통신과 차량의 만남인 텔레메틱스, 통신이 가전으로 확대되는 홈네트워킹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기반 네트워크로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한편 지난 1월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정책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동중에도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와이브로 서비스 사업자로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3개사를 선정했다. 3개 사업자는 각각 내년 4월(KT)과 6월(SK텔레콤·하나로)을 목표로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제는 이 서비스가 속도, 공간성, 이동성, 경제성이 확보되는 새로운 인터넷서비스가 되어야 하고 반드시 음성과 데이터의 결합이어야 하며 통신과 방송융합 전개를 가속화 하는 열쇠가 되어야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서광주 kt수도권강남본부장

천자춘추/매수한 토지에 폐기물이 있는데?

바야흐로 환경의 시대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는 폐기물이 발생하면 그냥 땅속에 묻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뒤늦게 폐기물이 발견되면 많이 당황하곤 했다. 예를 들어 폐기물을 매립한 자가 이를 숨기고 매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또는 요즈음 공익사업에 강제로 수용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특히 공익사업에 포함되어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그 토지를 협의취득한 것인지, 아니면 수용에 의해 취득한 것인지에 따라 사업시행자의 대응방법이 다르게 된다. 즉 공익사업을 위해 협의취득을 한 경우에는 사법상의 매매와 그 성질이 같으므로(사인끼리 매매계약을 했을 경우도 같다) 일반 민법의 이론에 따라 첫째, 하자담보책임을 물으면 된다. 쉽게 말하여 내가 산 토지에 폐기물이 있는 것은 하자이니 이를 제거하거나 그 비용을 달라는 것이다. 이 경우 안 날로부터 6개월간인 제척기간이 경과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나아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하자담보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둘째,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고, 셋째, 경우에 따라서는 불법행위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다. 따라서 일반 사인이나 사업시행자로서는 대규모의 토지를 매수하는 경우 의심이 들면 필히 이제는 표본적으로 사업시행 토지 또는 매수대상 토지를 굴착하여 폐기물의 매립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발견된 폐기물의 처리 비용이 손실보상금보다 훨씬 많을 경우에는 더 더욱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필자는 모 공사로부터 토지의 매매대금은 100억원이 안되나 폐기물의 제거비용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소송을 의뢰받은 적도 있다. 나아가 현행 폐기물관리법 제7조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토지소유자 또는 토지점유자에게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기까지 하므로 필히 표본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토지를 수용에 의하여 취득했을 경우에는 그 취득은 원시취득이므로 위에서 본 계약상의 권리는 행사가 전혀 불가능 하게된다. 즉 수용에 의해 토지를 취득한 경우에는 수용재결에 대하여 폐기물이 있는 점을 들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만 폐기물제거 비용을 받아낼 수 있는 것이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표본조사를 반드시 실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수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상책이고, 매수한 땅에 폐기물이 발견되면 즉시 전문가와 상의를 해야할 것이다. /김 은 유 변호사

천자춘추/2005년은 스포츠와 체육의 해

올해도 웰빙(Well-being)바람은 계속되는가 보다. 올해의 웰빙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불황으로 인하여 소비가 둔화되면서 이 참에 건강한 삶을 위하여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조깅, 등산, 자전거타기, 걷기 등 금전소비형 보다 시간 소비형 스포츠가 성행하고 있다. 스포츠는 건강 및 체력증진과 여가선용을 위하여 행하는 신체활동이다. 따라서 스포츠 선진국은 건강과 체력증진을 위하여 생활 스포츠(Sports for all) 또는 평생 스포츠(Sports for lifetimes)라는 캠페인으로 스포츠의 범국민적 확산을 국민복지차원에서 장려하고 있다. 15세 이상을 기준으로 주 2~3회 이상의 스포츠 참여율이 ’85년 21%에서 ’89년 27%, 그리고 ’91년 35%로 급격히 팽창하였으나 미국67%, 독일69%, 일본60%의 참여율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동욕구를 고려하여 볼 때 2005년도의 스포츠참여율은 50%로 추계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스포츠활동의 참여가 생존에 필요한 적정량의 신체활동의 장(場)을 제공함으로써 건강유지뿐만 아니라 튼튼한 체력을 육성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5년은 유엔과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스포츠와 체육의 해’로 정한 뜻 깊은 해이다. 이는 모든 사람이 운동할 기회와 혜택을 균등하게 갖고자 하는 권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스포츠활동의 중요성과 참여의식이 높아진 결과라 하겠다. 더구나 산업 및 정보의 발달이 노동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신체활동의 기회가 줄어들어 국민의 건강 및 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을 지키고 삶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운동에 대한 관심 이 높아지고, 단순한 스포츠 신문, TV시청, 경기장관람이 아닌 스포츠 활동에 대한 직접 참여욕구가 높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높은 소득 계층에서는 상업 스포츠 시설을 통한 스포츠 활동의 참여가 증가하는 반면, 저소득층과 중간 소득층에서는 생활 스포츠 교실과 같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스포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형태로 생활 속에서 쉽게 운동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시설이 유엔과 IOC가 정한 ‘스포츠와 체육의 해’에 더욱 많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운동으로 건강과 행복을 찾자. /김 영 준 경기대 교수

천자춘추/시민의견 반영한 업무평가 돼야

지난 1월 27일, 인천경실련은 ‘2004년도 인천시 각 실·국별 주요업무에 대한 시민·전문가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그 동안 지방정부의 장이 선거당시 내놓은 공약사항에 대해 시민사회가 평가한 바는 있지만 지방정부의 각종 업무를 실질적으로 끌고 나가는 해당 부서에 대한 업무평가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에 부족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금번 평가는 10개 실·국·청을 7개 분야로 나누어 각 분야별로 30명의 시민·전문가들이 설문에 참여하는 방법을 선택했으며, 최종적으로는 각 분야별로 평균 23명 총 161명이 참여하였다. 각 분야별로 해당 부서 업무에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 집단을 우선적으로 섭외하였다. 평가결과(10점 만점기준)에 따르면, 항만공항물류국(7.01), 건설교통국(6.52), 경제통상국(6.11), 여성보건복지국(5.95), 환경녹지국(5.59), 경제자유구역청(5.31), 자치행정국(5.27), 문화관광체육국(4.89), 기획관리·공보관·감사관실(4.70)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반영하듯 잘한 업무와 못한 업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잘한 업무로는 지난 5년간 해양수산부 및 기획예산처를 대상으로 시와 시민사회가 요구하였던 ‘인천항만공사의 올 7월 설립 확정’과 대중교통이용 활성화를 위한 환승무료(할인)제 시행으로 시민사회의 호응을 받았던 ‘시내버스 이용객 증가’ 등의 업무가 있다. 반면 못한 업무는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있었던 ‘시민과의 한마음 대화’와 인천대표 축제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대표(해양)축제 육성’, 그리고 ‘공직 비위 및 부조리 척결 감찰활동 추진’ 등이며, 4점을 못 넘기는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의 결과들은 시민사회의 현 정서를 반영했다고 본다. 그러나 인천시 각 실·국별 자체평가결과와 우리들의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를 극복할 대안이 필요하다. 일단 금번 평가는 시 정부에서 주요업무의 정책적 타당성,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 여부, 시민사회의 시정에 대한 욕구 등이 무엇인지 반추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김 송 원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천자춘추/화장실 문화

화장실 하면 웬지 감추고 싶고 공개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경제수준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 섰으면서도 문화수준을 보면 아직 개발도상국에 머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문화 수준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화장실 문화는 그나라 국민 문화 수준을 대변한다고나 할까.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 공중 화장실이 우리 집 보다 좋다? 반딧불이 화장실을 설계 완공 후 여론을 듣고자 택시 기사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시장이 미쳤나보다. 시민들의 세금을 걷어 그 많은 돈을 들여 호화 화장실을 짓다니….” 선뜻 “내가 설계한 겁니다”라고 말하기가 거북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그들의 공공 시설물은 자기 집보다 훨씬 좋다. 나 자신보다 국민 전체를 생각하는 그런 사고로 인해 여러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모두 호화시설이다. 내 생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데 시설이 공중 화장실에 웬말이냐고 하지만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에 함께 공유하는 문화. 그것이 아주 작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화장실 문화라는 말이 나온지는 얼마 안된다. 88올림픽 당시 취약하던 화장실 시설개선 등이 이루어졌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화장실 문화는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수원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광교산 입구에 있는 반딧불이 화장실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에서 대상을 안으면서 TV를 비롯한 세계 유수한 언론에 소개되고, 이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짐으로써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투어 화장실 개선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 이후 수원시에서는 계속 수준 높은 화장실들을 많이 건설하여 이제 수원시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뿐 아니라 화장실 또한 국제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한 단체장의 의지와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화장실 문화라는 어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였고 수원시는 또 하나의 문화유산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도 쾌적한 환경의 화장실을 볼 수 있다. 얼마전 훈련병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잘못하였다 하여 오물을 입에 넣게한 엽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세상은 발 빠르게 변화하는데 군부대 화장실 문화는 여전히 후진을 면치 못하는것 같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달려가 젊은 장병들의 화장실을 설계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는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어 가는것도 중요 하지만 꾸준한 관리 문제가 남아 있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과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들은 모두 버리고 문화국민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갖자. /김 동 훈 건축가협회 경기지회장

천자춘추/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성들

며칠 전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씩씩한 여자들을 스물세 명이나 만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의 창업지원실은 43%라는 전국 최고의 창업 성공률과 지자체 최고의 역사를 자랑한다. 벤처 성공률이 매우 낮은 현실에서 유망한 여성CEO들은 한국사회에서 보물 같은 존재이다. 스물세명의 여성들은 차근차근 창업준비를 해 온 입주 신청자들이었다. 쟁쟁한 사람들이 많은 자금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시작해도 어려운 창업을 어떻게 ‘전업 주부 출신’의 여성들이 이처럼 높은 성공률을 거둘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매우 궁금해 한다. 여성기업에 일 대 일로 비즈니스와 개인 문제까지 상담하는 등 철저히 여성의 삶과 눈높이에 맞춘 여성친화적 창업지원시스템이 좋은 이유도 있지만, 여성창업자들의 특성도 주목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부부 창업의 증가 추세를 반영하듯, 40대 중반의 여성이 신규개발 제품을 가지고 입주 신청을 했다. 과거 대기업 제품개발실에 근무했으나 결혼 후 자녀 양육에 전념한 여성이었다. 창업도 남편이 개발자이고 자기는 자금과 영업을 담당한다고 하니, 우리 센터의 기존 업체와 성격도 사뭇 틀리고 이 정도 제품이라면 얼마든지 규모가 상당한 타기관 보육센터 입주가 가능할 것 같아 굳이 이곳에 들어오려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그녀는 ‘나는 입주해 일하면서, 이곳에서 하는 비즈니스 전문교육을 모두 배워 명실상부한 여성 CEO가 되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였다. 무늬만 사장이고 실제 경영권은 남편에게 있는 게 아닐까 일말의 의구심을 갖고 있던 나는 내 섣부른 지레짐작을 반성했다. 곳곳에 숨어있는 잠재력 있는 여성들을 제대로 지원만 한다면 그 여성과 가정을 살릴뿐더러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여성인적자원개발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매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투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비록 그 중 일부는 실패할 수도 있고, 혹은 가시적인 성과가 더디 나타난다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여성창업지원의 새로운 역사쓰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조 정 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

천자춘추/반다아체 지역을 다녀와서

지난해 12월 26일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은 수백억 재산피해와 28만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현재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지역의 사망자수는 17만명으로 집계되는 등 하루에도 1천구 이상의 시신이 발굴되고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뉴스를 통해 지진해일 피해 소식을 접하고 몇몇 동료의원들과 함께 지난 1월5일 인천을 출발, 반다아체 지역을 직접 돌아보고 실의에 잠긴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미 반다아체지역에서 선행하고 있는 자원봉사단을 격려코자, 여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으로 강행하였다. 지진해일의 뒷모습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길거리와 하천등지에 방치되어 있었고, 그로 인한 악취는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현지 의료진과 경찰관들이 대부분 사망하여 피해 상황은 복구되기 어려워보였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전염병이 퍼질 우려가 높아졌으며, 현지 주민들도 위생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자카르타에 직접 방문하여 지원의사를 밝혔지만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하였고, 가장 큰 피해지역인 반다아체지역을 방문하지 않아서 현지 언론에 한국이 조명되지 않았다. 반다아체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언론과 주민의 주목을 받은 미국, 중국, 일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 일본 그리고 호주는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현지의 수송기와 헬기의 지원을 받았고, 그것을 이용하여 구조물품을 신속하게 피해지역에 전달하고 자국민을 도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인도네시아와의 협조체제를 구축하지 못해 대량 구호물자가 운송수단이 없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때 전달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국제자원봉사단체, 국제기구관련단체 등의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함께 모아 ‘국제재난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피해지역의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서 군부대나 중장비를 적극적으로 투입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였다. 우리의 노력으로 정부차원의 지원이 늦게나마 이루어졌으나 앞으로 국제재난발생에 신속하게 국가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겠다. 향후 정부의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간 긴밀한 협조체제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정 병 국 국회의원(양평·가평)

천자춘추/그들도 우리의 미래다

요즈음 보호관찰소에는 17·18세 청소년들이 평소 보다 훨씬 많이 붐빈다.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준법의식의 함양과 심성순화를 위한 소년 수강명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대상자들의 복학 추진과 직업훈련기관들의 모집기간에 맞춰 직업훈련설명회 등 연초를 맞아 진로상담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면면을 보면 각양각색이다. 머리에 브릿지 염색을 심하게 한 아이, 파마를 하여 머리 크기를 두 배가 넘게 부풀려 다니는 아이, 귀고리에 코와 입술장식까지 한 아이가 있는 가 하면 무엇이 고민인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입도 열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청소년비행 하면 대부분 폭력, 절도, 본드 등을 연상했지만, 이제는 그 양상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사회적 여건과 문화의 변화에 따라 본드 등 환각제 사용은 거의 사라진 반면, 인터넷과 교통 관련 비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행청소년을 지도하는 기법도 다양하게 변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상담과 훈계식 지도를 위주로 하였지만, 이제는 그들의 문화와 고민을 이해하고 함께 하지 않고는 서로의 감정을 알지 못하고 대화도 되지 않는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지고 사고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고민하고 방황하는 이른바 사춘기를 겪게 되고 이때 일시적 일탈행위나 비행, 나아가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도 역시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미래가 공부를 잘하고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잘 따랐던 아이들만 사는 것은 아니다. 한 때 잘못된 경험을 하고 사회의 무관심과 따가운 시선에 주눅들었던 아이들도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사회의 중심세대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 주위에는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한 두 번의 잘못된 경험을 하고도 훌륭하게 성장하여 사회각층에서 모범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잘못된 경험이 아니라 그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 보호관찰소에서 청소년대상자의 인성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복학과 학위취득을 위한 검정고시, 직업훈련과정에 입교시키기 위해 진력하는 것은 당장의 비행을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지만 장래에 이들에 거는 우리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천 종 범 의정부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빛과 따뜻함 나누기

햇수로 26년을 공단에서 근무하며 내 스스로에게 항상 자문하는 것중 하나가 ‘지역주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다. 우리 공단을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의 최우선적 사명은 ‘대민봉사’이다. 작년 말부터 우리 지사에 에너지복지지원사업이라는 신규사업이 도입돼 시범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도내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 보호시설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이 거주하는 시설에 대해 기존의 재래식 조명시설을 최신식 고효율 조명기기로 교체해 주는 사업이다. 사업착수에 앞서 나는 담당직원을 따로 불러 이 일은 단순한 ‘업무’가 아닌 ‘빛과 따뜻함 나누기’ 운동임을 강조하며 한치의 오차없이 또한 시설에 계신 분들께 불쾌감 없이 공사를 잘 마무리 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어느덧 두 달이 흘러 이 달 초 최종 점검을 나가야겠다는 담당직원의 보고를 받고 나 역시 시범사업 공사현장 중 한 군데인 하남시의 모 양로원을 방문했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양로원에 도착해 보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르신들께서 사회복지사 분들과 함께 나와 계셨다. 그리고 우리 일행을 보자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부모님 같으신 어르신들의 감사 인사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조명시설 하나 바꿔드렸을 뿐인데…?’ 내 생각에는 우리가 한 일이 크게 환대를 받을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고마움의 표시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런 과분한 고마움이 표현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한 사회복지사의 말로부터 알 수 있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이 곳 시설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의 독거노인이라고 하셨다. 기본적으로 외로움이 사무칠 수 밖에 없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의 크기는 우리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더욱이 고령인데다 바깥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에, 침침한 재래식 형광등 불빛 아래서 느끼는 외로움은 더욱 크셨으리라…. 이런 분들께 밝디 밝은 고효율 형광등의 불빛은 어느 노인분의 말씀처럼 봉사가 눈을 뜬 것과 같은 기분일 것이다. 사회의 저 편에는 작은 선조차 몹시 기다리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생명과도 직결이 될 수 있는 힘든 손짓도 있다. 공직생활 26년에 비로소 공직이란 대민봉사의 차원을 넘어서 소명이요 천명임을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이 상 순 에너지관리공단 경기도지사장

천자춘추/사랑의 가족

TV방송 중에 ‘사랑의 가족’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가족이라는 단어 자체만 해도 따뜻하고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지만 가족간에도 불화가 생기고 갈등이 많은 세상이다 보니 ‘사랑의’ 라는 관용구를 붙인 듯 하다. 인기 있는 오락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무려 10년이 넘는 장수프로그램으로 늘 진솔하고도 가슴 뭉클한 사연들과 가족간·이웃간의 잔잔한 이야기로 감동과 여운을 준다. 장애인 전문 프로그램으로서 등장 인물이 신체상의 어려움과 경제적인 난관을 이겨내며 깨끗한 영혼과 맑은 가난을 가졌기에 진정 풍요로운 부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KT수도권강남본부에서 매년 주최하는 무료합동 결혼식에 참여했던 뇌성마비 남편과 척추장애 아내의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도 이 프로그램에 소개된 바 있다. 이들 부부는 그야말로 서로의 장애까지 사랑하면서 남편은 봄부터 가을까지 야채장사,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팔면서 생활하는데 얼굴에는 부족함 없는 환한 미소와 정겨움이 넘쳐나 우리들의 삶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한다. 지난 연말 자매결연 농촌마을에서 구입한 쌀을 전달하러 이들 부부를 방문했을 때 그간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어렵사리 복권방을 개업해 행복하게 살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꼭 1등 당첨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라는 수줍은 여주인의 말에서 이들이 운영하는 복권방 만큼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곳이 아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랑의 공간으로서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지구촌 가족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즈음 지진해일 피해에 세계 각지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구호와 지원을 통해 희망을 보면서 각국이 기부순위를 놓고 다투는 기부경쟁과 세계적인 기업인, 스포츠스타, 연예인 등의 자선은 새로운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또 모두들 어려운 시기에 국내에서도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흐뭇한 소식을 접하고는 아직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KT도 지난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공헌활동을 펼쳐 소외된 우리 이웃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이번 남아시아 대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발 빠르게 구호키트 2천세트를 전달하였으며, 강남본부도 지난해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기금 1억여원으로 도움이 필요한 200여곳을 찾아 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친 바 있다. 을유년 올해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덜 가진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며, 가족간의 갈등은 이해하고 감싸면서 우리 주변에 사랑의 가족이 많이 생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서 광 주 KT수도권강남본부장

천자춘추/왜 BRICs인가?

지난해 우리경제는 내수위축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수출은 2천542억2천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에 처음으로 수출 1천억 달러를 달성한 후 캐나다, 중국, 벨기에, 홍콩 등에 이어 세계에서 12번째로 수출 2천500억달러대에 진입한 국가가 되었다. 이와 같이 사상 유례없는 수출실적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2003년에 이어 2004년에도 對 브릭스(BRICs) 수출증가율이 40%를 상회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BRICs 국가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거대한 영토와 인구, 풍부한 지하자원 등을 통해 향후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의 도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인구 및 영토가 남미에서 최대이고,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나라이며, 중국과 인도는 세계 1위, 2위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자원빈국이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이들 국가들과의 긴밀한 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BRICs 국가들 가운데 브라질, 러시아, 인도에 대한 수출은 증가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중국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수출비중이 미미한 상황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수출의 지역편중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중국 이외의 BRICs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시장개척 노력이 요구된다. 피터 드러커는 지난해 1월 포춘(Fortune)誌에서 인도의 경우 교육수준이 높고 영어 구사 인구가 많은 데다, 농촌인구가 감소하는 과정에서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앞으로 인도가 중국보다 더욱 주목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BRICs 국가 내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유·무상 지원을 통해 친한국적 분위기를 높이는 것은 물론 BRICs 국가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출전략을 다각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러시아의 경우 에너지 수입대국인 우리나라의 구매력을 이용한 전략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대국이고 IT 강국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컴퓨터 등 확산이 빠른 고급제품에 주력해야 할 것이며, 브라질의 경우에는 올해 4월 IDB 연차총회시 정식회원으로 가입추진을 예정하고 있는 미주개발은행(IDB) 가입을 차질없이 수행함으로써 향후 효과적인 경제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진 표 국회의원(수원 영통)

천자춘추/정부도 법을 지켜야

법은 무엇인가. 왜 있는 것인가. 법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힘없는 자만 지켜야 하는 것인가. 왜 이런 넋두리를 하는가. 그야 간단하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를 널리 알려 당장 시정을 하기 위함이다. 요즈음 경기도 지역에서는 자고나면 신도시, 국민임대주택단지, 택지개발지구 등의 공익사업이 발표된다. 바야흐로 공익사업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필자는 약 10년 전부터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았는바, 요즈음처럼 많은 공익사업이 발표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특히 경기도 지역에는 더 많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게 제발 법 좀 지키라고 말하고 싶다.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제78조제3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주대책의 실시에 따른 주택지의 조성 및 건설에 대하여는 주택법에 의한 주택기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으로 훌륭한 규정이다.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그동안 살고 있던 주택을 떠나게 되는 사람에게는 그나마 위 법조항이 있는 것이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보상금으로 받은 돈을 가지고는 집 한 채 짓기도 어려운데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집을 짓는 돈을 저리로 융자하여 준다면 받은 보상금으로는 하다못해 분식집이라도 차려 생활하는 데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필자가 직접 건설교통부에 문의하였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너무도 걸작(?)인 것이다. 그 답변에 의하면 장기적 검토대상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법은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선적으로’ 말이다. 필자는 많은 주민대책위원회를 자문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그들이 위 법 조항을 지적하면서 언제 얼마의 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올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장기적인 검토대상이라고 정부가 답변한다고 알려주면 정부도 법을 어기는데 왜 우리만 법을 지켜야 하느냐는 말을 듣는다. 법조인으로서 이럴 때는 정말로 비참하다. 위 법 조항이 장기적인 검토대상이라면 정부가 수십년동안 국민을 상대로 일반 상인처럼 과장광고를 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정부는 차라리 위 규정을삭제 하던지 아니면 법 규정에 맞게 당장 시행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은 유 변호사

천자춘추/스포츠와 일자리 창출

새해 벽두부터 온 국민의 관심은 대통령의 신년회견을 시작으로 온통 경제에 집중 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경제 불황의 주요 요인인 일자리 창출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IT, BT, CT, ET, NT 등을 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산업의 특징을 지닌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정보화 사회의 전개는 이를 인력과 고용면에서 뒷받침하지 못하는 취업구조를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청년 실업이 39만명(8%)을 상회하고 사오정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 없는 성장이 계속 되는 악순환을 가져 올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가 죽을 쑤고 실업이 증가하는 판에 지난해 골프를 치기위해 23만명이 해외로 나가 5천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이대로 놔두면 정말 골프망국론이 나올 법하다. 작년 8월 ‘골프장 450개 까지 늘어난다’는 신문기사와 함께 현직 경제 부총리의 건설경기 진작을 위해 골프장 규제의 대폭 완화를 시사했고, 정부도 후속 조치로 현재 접수된 200여 건의 골프장 건립 신청 건을 일괄 심사해 조기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하였다. 이때 시민 단체는 환경파괴를 주장하였지만 대한상의는 250개 골프장이 건설되면 27조 2천억원의 경기진작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5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재경부는 분석하였다. 특히,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두 배 이상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보다 양질의 스키, 해양스포츠, 골프, 관광레저스포츠를 포함한 스포츠 서비스를 통하여 애써 수출로 번 돈의 해외유출을 막고, 경기회복을 위한 국내 스포츠소비를 촉진하도록 하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 살리기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만하였기 때문에 스포츠는 특수한 계층만이 향유하는 특권으로 알고 살아 왔다. 그러나 경제·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점차 대중도 여가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더욱이 보다 높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에서는 체육, 체육교육, 생활체육, 사회체육, 스포츠 과학, 관광레저스포츠, 스포츠경영, 스포츠산업, 운동건강 관리과 등에서 훈련된 유자격 졸업생들을 배출하고 있고, 이들은 스포츠산업사회에서의 새로운 직업군으로 활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스포츠 산업은 고부가 가치를 지닌 ‘굴뚝 없는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고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새로운 4, 5차 산업으로 인식하게 되어 스포츠산업이 국가의 전략적 육성산업으로 각광받기를 고대한다. /김 영 준 경기대학교 교수

천자춘추/이제는 고용이다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서민생활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3월 말까지 신불자 해소책 마련, 빈곤 소외계층 선보호제 시행, 3만개 기술혁신형 중기 육성 등 추진과제들을 내놓았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적인 민생대책으로 꼽고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도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에 따른 도시개발 사업 등 각종 인프라 사업의 조기 착공 등을 통해 침체된 내수경기를 활성화하여 실업문제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이다. 건설시장 형성 및 지역기업 참여,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물류기업 유치 등 그 동안 거론되었던 방식과 사업명이 제시되었다. 그 동안 정부 및 인천시가 고용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소홀히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서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이들 언급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며, 특히 인천의 경우 굵직한 각종 개발사업들이 언론 등을 통해 발표됨에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 및 성과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GM대우자동차가 추진하려는 KD(Knock Down·부품수출포장) 센터의 입지 선정 문제를 두고 발생한 인천시와 해양수산부간의 갈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GM대우자동차는 인천 내항 4부두가 금번 사업의 성격에 맞는 적지임을 제시하였으나 해양수산부는 정부가 관리하는 부두이기 때문에 4부두 외 지역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인천시는 회사측의 입장을 고려하여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KD 센터 유치시 직접 고용인원 1천여 명, 연간 물동량 10만TEU 발생이란 분석결과를 두고 정부와 인천시의 슬기로운 합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해양수산부는 현 법률에 근거하여 행정행위를 하고, 인천시도 상위 기관의 판단이 그러하다고 속단한다면, 기업의 제안은 점차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 및 고용확대를 위한 큰 그림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사업이 제시되었을 때, 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합리적 조정 및 판단으로 큰 그림을 현실화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구호보다 실질적 결과를 시민사회는 원하고 있다. /김 송 원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천자춘추/우리나라의 장례 문화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화장은 대체로 불행한 경우에 한했다. 몹쓸 병에 걸려 죽었거나 연고자가 없는 경우, 아주 가난해서 매장할 여건이 안 될 경우에 화장을 한 것이다. 당시 화장장이라는 곳을 가보면 아주 을씨년스럽고 불결하기까지 했다고 기억된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3일 내지 5일 후에 매장을 한 게 우리의 장례 문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산소가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씩 국토를 잠식한다는 말과 더불어 이제는 화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급기야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화장 서약서 쓰기운동(?)까지 벌이게 됐다. 단순히 매장과 화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필자도 당연히 화장을 선호한다. 그러나 너무 현실적 측면만을 생각한 가운데 화장에 대한 장점만을 부각시키다 보면 인간의 존엄성과 더불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가벼워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돌아 가셨다”는 말을 쓴다. 이는 이승 외에 저승 세계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케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자(死者)에 대한 예의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사자에 대한 예를 장사라는 이름으로 엄숙하게 의식을 진행하여 그가 왔던 자연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 방법을 보면 사자를 땅에 묻는 매장(埋葬), 불에 태우는 화장(火葬), 시신을 땅위에 놔둔 후 일정시간이 흐르면 뼈만 처리하는 풍장(風葬), 그리고 물속에 지내는 수장(水葬)등이 있다. 이 모두가 결국은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다양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장례 문화는 매장에 따른 단독묘지에서 합장, 그리고 화장을 통한 납골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시 소규모 납골당에서 대규모 납골당으로 또 야외 납골묘로 변모해 간다. 이는 이승 세계에서의 주거 문화와 저승 세계에서의 주거 문화가 아주 유사한 경우라 하겠다. 우리는 명절이나 중요한 날이 되면 집안 어른들을 찾아뵙는다. 그 동안 사자들에게도 똑같은 마음가짐과 예를 갖추어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예는 장례 문화와 함께 잘 지켜갔으면 한다. /김 동 훈 한국건축가협회 경기지회장

천자춘추/‘첨단-복지’ 아름다운 동행

내가 일하는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여성인적자원개발의 성공적인 모델로 전국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에 모자자립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 IT산업이 본격 발달하기 전인 97년부터 여성IT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고 여성 CEO를 양성하는 창업지원실은 국내 최고 성공률로 유명하기 때문에 소위 ‘최첨단’ 내용으로 가득한 센터에 갑자기 웬 복지 시설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분도 있다. 이곳은 10가구의 모자가정이 자립을 준비하며 생활하는 곳이다. 작년 말 신규 입주가정을 모집했을 때 150명도 넘게 지원해 꼬박 하루를 인터뷰하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30대 초·중반 여성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혼하거나 사별하여 아이 한 둘을 키우며 자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고 있으나, 대부분 어려운 집안사정에 변변한 직장도, 도와줄 친인척도 없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여성의 지위가 ‘지나치게’ 상승되었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요즘, 남편의 알코올중독이나 폭력과 도박 중독 등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혼한 이후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혀 힘겨운 삶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많은 여성이 사회·경제적 자원의 빈곤으로 주변인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엄연한 사회현실을 보게 되었다. 자녀를 버리는 부모가 넘치는 시대에 우리 사회가 할 일은 이들의 모성과 책임감을 존경하고 격려하며, 자립의지를 더욱 북돋고 지원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여성인력 활용은 국가적 생존 문제이며 고급인력 양성은 이 시대의 필수적 일이지만, 고통 중에 있는 여성과 아이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것도 반드시 동시에 행해져야 할 정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여성능력개발센터의 전문인력양성을 위한 첨단시설과 모자시설의 공존은 어찌보면 이런 여성정책의 현실과 미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동행’이 아닌가 싶다. 경기도 역시 가족지원정책을 올해의 도정 주요목표로 정하고 한창 추진 중인 것은 참으로 시기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중앙에서도 여성가족부가 신설되고 가족정책이 새로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부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원하는 좋은 정책이 수립되어 올 한해는 보다 따뜻한 경기도, 그래서 모두 행복한 경기도 가족이 되길 소망한다. /조 정 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

천자춘추/통합과 조정의 민주적 리더십

지난 해 4월 15일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서, 17대 국회를 위한 총선이 이루어졌다. 60%가 넘는 초선 의원이 선출되었고, 국민들의 기대는 그만큼 컸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한 17대 국회 첫 해는,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와 함께 국민에게 큰 실망을 남긴 한 해가 되고 말았다. 다수의 초선 의원들은 튀어야 산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 잡혀 제 각각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튀는 사람만이 언론의 주시를 받다 보니, 초선들의 책임지지 않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무엇보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일구어 낸 어려운 협상안을 당으로 가져오면, 의원총회에서 뒤집히는 것이 다반사였다. 결국 각 당 지도부의 지도력은 약화되었고, 방향성도 상실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써 우리 정치는 우선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고, 국민 또한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장롱 속에서 4살 된 어린아이가 굶주려 죽어가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80대 할머니가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촛불을 켜고 자다, 이불에 불이 붙어 화마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은 국민의 민생고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는 단지 4대 입법에만 정치권이 매달려 낡은 이념 대립만 계속 해옴으로써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것이다. 이념 문제, 과거사 문제, 언론 문제 등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역사적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민생이 극도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과연 지금 이 시점에서 최우선 과제가 될 수 있는가. 이제는 정상적 이념에 기초한 합리적 상생 정치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빠른 시일 내 새로운 정치가 정립될 때만이 비로소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민생 정치는 가능해질 것이다. 2004년의 많은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우리는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내 정치력 뿐 아니라 여야간 정치력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즉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 가운데 공약수를 찾는 새로운 정치 문화가 정착되어야만 한다. 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 알맞은 정치 리더십은 ‘통합과 조정의 민주적 리더십’이다. 2005년은 이러한 민주적 리더십이 우리 정치에 뿌리내리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한 몸으로 노력해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정 병 국 국회의원(가평·양평)

천자춘추/그에 대한 비난과 책임

2004년 여름은 희대의 엽기적 연쇄살인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였다. 상상하기에도 끔찍한 살인이 서울 도심에서 20여차례 반복되면서 인간이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유영철의 살인행각이 드러났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범행의 방법·과정 등 범행의 결과적 상황에 주로 관심을 가졌으며, 범행의 원인과 동기도 지극히 개인의 과거 불우한 환경에서만 찾으려 하였다. 그러나 충격과 분노, 비난 속에서 우리가 간과했던 것이 있었다. 하나는 유영철이 고교 2학년 이후 소년원과 교도소를 오가며 십수년 동안 국가 형벌제도의 통제를 받았음에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사회성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이 사건이 우발적으로 터진 것이 아니라, 범죄전력이 많은 사람에 의해 몇개월에 걸쳐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었음에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년원과 교도소를 나온 뒤에도 범법자에 대한 국가적 관리시스템인 보호관찰제도에 의해 관리되었더라면 사회 안에서 사회 적응력을 함양하면서 반사회성을 줄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일정 기간의 지도·감독을 통해 그의 일상적 행동을 점검함으로써 이상기류를 조기에 감지해 연쇄살인을 방지할 수도 있었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아쉬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한해였다. 2004년 12월, 1심재판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으므로(현재 항소중) 그에 대한 비난은 법적 절차에 의해 매듭지어 질 것이지만 제2, 제3의 유영철을 만들지 않을 책임 또한 우리에게 남겨진 2005년도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소년원·교도소 등 시설내 처우와 함께 사회 적응력 향상과 사회 내에서의 재범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보호관찰 등 사회내 처우 제도하에 비행청소년과 범법자가 더욱더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즉 유씨가 흉악범에 이르기 전에 또는 구금시설 석방 뒤 주거지의 수시 방문점검과 정기 면담 등을 통해 생활을 파악하고, 성폭력 치료·정신심리치료 프로그램의 참여로 폭력성을 완화시키고,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장애인·독거노인 등을 위한 사회봉사 기회를 가졌더라면, 이처럼 흉포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으며, 이제는 그에 대한 비난보다는 그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 태 원 의정부 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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