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반다아체 지역을 다녀와서

지난해 12월 26일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은 수백억 재산피해와 28만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현재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지역의 사망자수는 17만명으로 집계되는 등 하루에도 1천구 이상의 시신이 발굴되고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뉴스를 통해 지진해일 피해 소식을 접하고 몇몇 동료의원들과 함께 지난 1월5일 인천을 출발, 반다아체 지역을 직접 돌아보고 실의에 잠긴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미 반다아체지역에서 선행하고 있는 자원봉사단을 격려코자, 여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으로 강행하였다.

지진해일의 뒷모습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길거리와 하천등지에 방치되어 있었고, 그로 인한 악취는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현지 의료진과 경찰관들이 대부분 사망하여 피해 상황은 복구되기 어려워보였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전염병이 퍼질 우려가 높아졌으며, 현지 주민들도 위생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자카르타에 직접 방문하여 지원의사를 밝혔지만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하였고, 가장 큰 피해지역인 반다아체지역을 방문하지 않아서 현지 언론에 한국이 조명되지 않았다. 반다아체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언론과 주민의 주목을 받은 미국, 중국, 일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 일본 그리고 호주는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현지의 수송기와 헬기의 지원을 받았고, 그것을 이용하여 구조물품을 신속하게 피해지역에 전달하고 자국민을 도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인도네시아와의 협조체제를 구축하지 못해 대량 구호물자가 운송수단이 없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때 전달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국제자원봉사단체, 국제기구관련단체 등의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함께 모아 ‘국제재난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피해지역의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서 군부대나 중장비를 적극적으로 투입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였다.

우리의 노력으로 정부차원의 지원이 늦게나마 이루어졌으나 앞으로 국제재난발생에 신속하게 국가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겠다. 향후 정부의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간 긴밀한 협조체제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정 병 국 국회의원(양평·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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