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통합과 조정의 민주적 리더십

지난 해 4월 15일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서, 17대 국회를 위한 총선이 이루어졌다. 60%가 넘는 초선 의원이 선출되었고, 국민들의 기대는 그만큼 컸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한 17대 국회 첫 해는,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와 함께 국민에게 큰 실망을 남긴 한 해가 되고 말았다.

다수의 초선 의원들은 튀어야 산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 잡혀 제 각각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튀는 사람만이 언론의 주시를 받다 보니, 초선들의 책임지지 않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무엇보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일구어 낸 어려운 협상안을 당으로 가져오면, 의원총회에서 뒤집히는 것이 다반사였다. 결국 각 당 지도부의 지도력은 약화되었고, 방향성도 상실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써 우리 정치는 우선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고, 국민 또한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장롱 속에서 4살 된 어린아이가 굶주려 죽어가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80대 할머니가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촛불을 켜고 자다, 이불에 불이 붙어 화마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은 국민의 민생고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는 단지 4대 입법에만 정치권이 매달려 낡은 이념 대립만 계속 해옴으로써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것이다. 이념 문제, 과거사 문제, 언론 문제 등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역사적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민생이 극도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과연 지금 이 시점에서 최우선 과제가 될 수 있는가.

이제는 정상적 이념에 기초한 합리적 상생 정치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빠른 시일 내 새로운 정치가 정립될 때만이 비로소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민생 정치는 가능해질 것이다.

2004년의 많은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우리는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내 정치력 뿐 아니라 여야간 정치력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즉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 가운데 공약수를 찾는 새로운 정치 문화가 정착되어야만 한다.

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 알맞은 정치 리더십은 ‘통합과 조정의 민주적 리더십’이다. 2005년은 이러한 민주적 리더십이 우리 정치에 뿌리내리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한 몸으로 노력해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정 병 국 국회의원(가평·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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