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첨단-복지’ 아름다운 동행

내가 일하는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여성인적자원개발의 성공적인 모델로 전국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에 모자자립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 IT산업이 본격 발달하기 전인 97년부터 여성IT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고 여성 CEO를 양성하는 창업지원실은 국내 최고 성공률로 유명하기 때문에 소위 ‘최첨단’ 내용으로 가득한 센터에 갑자기 웬 복지 시설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분도 있다.

이곳은 10가구의 모자가정이 자립을 준비하며 생활하는 곳이다. 작년 말 신규 입주가정을 모집했을 때 150명도 넘게 지원해 꼬박 하루를 인터뷰하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30대 초·중반 여성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혼하거나 사별하여 아이 한 둘을 키우며 자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고 있으나, 대부분 어려운 집안사정에 변변한 직장도, 도와줄 친인척도 없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여성의 지위가 ‘지나치게’ 상승되었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요즘, 남편의 알코올중독이나 폭력과 도박 중독 등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혼한 이후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혀 힘겨운 삶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많은 여성이 사회·경제적 자원의 빈곤으로 주변인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엄연한 사회현실을 보게 되었다.

자녀를 버리는 부모가 넘치는 시대에 우리 사회가 할 일은 이들의 모성과 책임감을 존경하고 격려하며, 자립의지를 더욱 북돋고 지원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여성인력 활용은 국가적 생존 문제이며 고급인력 양성은 이 시대의 필수적 일이지만, 고통 중에 있는 여성과 아이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것도 반드시 동시에 행해져야 할 정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여성능력개발센터의 전문인력양성을 위한 첨단시설과 모자시설의 공존은 어찌보면 이런 여성정책의 현실과 미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동행’이 아닌가 싶다.

경기도 역시 가족지원정책을 올해의 도정 주요목표로 정하고 한창 추진 중인 것은 참으로 시기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중앙에서도 여성가족부가 신설되고 가족정책이 새로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부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원하는 좋은 정책이 수립되어 올 한해는 보다 따뜻한 경기도, 그래서 모두 행복한 경기도 가족이 되길 소망한다.

/조 정 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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