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정부도 법을 지켜야

법은 무엇인가. 왜 있는 것인가. 법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힘없는 자만 지켜야 하는 것인가. 왜 이런 넋두리를 하는가. 그야 간단하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를 널리 알려 당장 시정을 하기 위함이다. 요즈음 경기도 지역에서는 자고나면 신도시, 국민임대주택단지, 택지개발지구 등의 공익사업이 발표된다. 바야흐로 공익사업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필자는 약 10년 전부터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았는바, 요즈음처럼 많은 공익사업이 발표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특히 경기도 지역에는 더 많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게 제발 법 좀 지키라고 말하고 싶다.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제78조제3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주대책의 실시에 따른 주택지의 조성 및 건설에 대하여는 주택법에 의한 주택기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으로 훌륭한 규정이다.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그동안 살고 있던 주택을 떠나게 되는 사람에게는 그나마 위 법조항이 있는 것이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보상금으로 받은 돈을 가지고는 집 한 채 짓기도 어려운데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집을 짓는 돈을 저리로 융자하여 준다면 받은 보상금으로는 하다못해 분식집이라도 차려 생활하는 데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필자가 직접 건설교통부에 문의하였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너무도 걸작(?)인 것이다. 그 답변에 의하면 장기적 검토대상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법은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선적으로’ 말이다.

필자는 많은 주민대책위원회를 자문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그들이 위 법 조항을 지적하면서 언제 얼마의 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올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장기적인 검토대상이라고 정부가 답변한다고 알려주면 정부도 법을 어기는데 왜 우리만 법을 지켜야 하느냐는 말을 듣는다. 법조인으로서 이럴 때는 정말로 비참하다. 위 법 조항이 장기적인 검토대상이라면 정부가 수십년동안 국민을 상대로 일반 상인처럼 과장광고를 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정부는 차라리 위 규정을삭제 하던지 아니면 법 규정에 맞게 당장 시행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은 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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