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내복입은 사람이 아름답다

불경기에 한겨울 추위 그리고 고유가의여파로 마음마저 추워지는 느낌이다. 올겨울 에너지절약을 위하여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내복입기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필자도 아내가 챙겨주어 얼마전부터 내복을 입고 다닌다. 처음엔 좀 불편한듯 했지만 하루이틀 익숙해지니 그 따뜻함은 코끝이 시린 한겨울 추위도어느 정도 이길 수 있어 입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키 어렵다. 얼마전 수원역앞에서 직원들과 내복입기 가두캠페인을 하였다. 바지를 걷어올리고 내복입은 모습으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내복입기를 권장하였다. 때마침 몰려든 카메라기자들이 땅바닥에 엎드려 플래시를 터뜨려댄다. 그 다음날 신문엔 “내복입은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문구의 내복입은 사진이 게재되었다. 이 겨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내복을 입으라며 바지를 걷어올린 이유는 결국 에너지절약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추워질수록 난방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탄에서부터 기름, 가스 등 난방연료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사들여오는 현실을 비추어보면 이러한난방연료를 절약해서 사용해야 한다. 전국민이 내복을 입으면 그 보온효과가 3℃이상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실내온도를 3℃ 가량 낮출 수 있어 서해대교를 건설하고도 남는 8천400억원 정도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60, 70년대 당시 내복은 단순히 추위를 견디기 위해 보온성만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콩이나 우유, 녹차 등의 천연재료를 함유시킨 섬유를 사용해 기능성은 물론 웰빙시대를 반영하는 제품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내복을 입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옷맵시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거나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어 내복을 장롱 속에 처 박아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주장은 안전벨트를 불편하다고 착용하지 않는 운전자들과다를 바 없다. 자동차 사고시 안전벨트가 탁월한 안전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겨울철 내복을입으면 체온유지는 물론 난방비 절감 등에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 겨울그래서 내복입은 사람이 아름답다. /이 상 순 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사장

천자춘추/히트상품과 IT

대한상공회의소는 2005년 소비 키워드 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의 테마를 ‘3S’(Single, Safety, Satisfaction)로 압축하고, 올해 히트상품이 되려면 싱글족을 겨냥하고 안전의식이 강한 상품과 자아도취를 즐기는 20대 소비자를 적극 공략할 것을 제안했다. 즉 올해 1인 가구수가 270만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싱글족이 계속 증가 추세이며 사회 전체적으로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는 점을 들어 보안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증가와 더불어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20대 중심의 나르시스트에 주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히트상품을 접하면서 금방 떠오르는 것은 이 시대에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웰빙(well-being)과 맥을 함께하고 있는 IT산업이다. 구속받지 않는 나만의 호젓한 세상을 즐기는 싱글족이 애용하는 다기능 상품, 즉 카메라, 캠코더, 음악감상까지 가능한 ‘복합기능 휴대폰’이라든지 1천만 가입자를 이미 돌파한 자기노출 욕구의 분출구인 사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 불의의 대형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인터넷 안전사고 감시시스템 등 예상되는 히트상품이 ‘Well Being과 안전’을 추구하는 IT산업의 핵심개념과 일치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미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라는 시대의 대세에 맞춰 IT산업은 상호영역이 파괴되고 통합되면서 융합환경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번호이동성 제도 완전시행 등 시장환경변화로 소비자 위주의 다양한 서비스가 주종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거래 등 재테크관리, 체력측정 등 건강관리, 아동보호 등 안전관리에 적합한 서비스 출시로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시킬 것이며 2005년 ‘통신과 방송 융합의 원년’을 맞아 신규서비스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비자들로서는 취향에 맞는 상품을 어떻게 선택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며 어떤 서비스가 어느 정도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사회 트렌드 변화추이가 향후 상품의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IT산업은 지역간, 계층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특히 정보화의 고른 혜택을 통해 모두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것에 그 의미를 두고있다. 분명한 것은 IT발전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것이다. 2005년 닭의 힘찬 날갯짓처럼 IT산업이 활황을 거듭하여 지역간, 계층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젊은이들에게 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주어 경제를 회생시키며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상과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광주 KT수도권강남본부장

천자춘추/지난해를 뒤돌아보며

지난해 2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소임을 마지막으로 30여년의 정부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가 아닌,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하겠노라고 다짐하였다. 특히 내수위축으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열악하였고, 국민들은 무엇보다 정치권이 경제살리기에 앞장서줄 것을 갈망하였다. 이러한 국민들의 뜻을 잘 알기에 지난 4월 수원시민들의 분에 넘치는 성원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부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상임위활동과 국정감사, 수십차례의 외부강연, TV토론, 라디오인터뷰 등을 통해 당면한 경제현안의 해결과 경제회복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특히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활성화 대책을 강력히 주문하였다. 그 결과 지난해 정부가 경기활성화와 성장잠재력강화를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종합투자계획을 마련하는데도 일조하였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정치문화,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문화를 극복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다. 정부·여당이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제출한 경제관련 법안들과 정책들이 정쟁으로 제때에 처리되지 못하였으며, 확장적 예산편성이 필요 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도 예산은 정부원안보다 1조원정도 삭감되었다. 국민들은 경제살리기 보다 정쟁에 치우친 정치권에 실망하였다. 결과적으로 ‘경제우선의 생산성 있는 정치’를 실현하겠다던 초선의원으로서의 다짐을 실천해 내지 못하였으며, 이는 초선의원으로서의 역량부족도 있었겠지만 제 스스로도 정쟁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항상 자문하고 자성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지표 및 경제전망치를 보면 올해 경제 역시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이제 정치권이 앞장서서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며, 본인도 부족하지만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이다. 을유년 새해를 맞이하며 국민 여러분 모두에게 만복이 깃들기를 바라며, IMF사태를 극복했던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모든 경제주체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아야 하겠다. /김 진 표 국회의원(수원 영통)

천자춘추/법의 무지로 인한 결과

2004년은 무엇보다도 법의 해였다고 하여야 할 것 같다. 대통령 탄핵과 신행정수도건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있었다. 그동안 다소 법을 무시해 온 정치권이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는 점을 실감했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필자는 토지수용이 수반되는 공익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도 과연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지 의문이 든다. 연유는 간단하다. 관련자들이 너무도 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만 한다)은 사업시행자는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행정대집행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집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사업시행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인 경우에는 직접 대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익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였다(법89조). 그런데 문제는 토지, 물건의 인도의무와 같은 비대체적 작위의무가 대집행의 대상이 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매점에 대한 점유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그 점유이전을 받는 데 있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의무는 그것을 강제적으로 실현함에 있어 직접적인 실력행사가 필요한 것이지 대체적 작위의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어서 직접강제의 방법에 의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행정대집행법에 의한 대집행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고 있다(1998.10.23. 선고 97누 157). 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사람이 실력으로 점유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행정대집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법은 ‘의무’라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가지고 일반법인 행정대집행법에 의해 대집행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토지·건물의 인도의무’를 법이 규정하였다고 확대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사료된다. 현실은 어떠한가.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업시행자는 위 법을 근거로 사람이 실력으로 점유를 하고 있는데도 대집행을 시도하고 있고, 이에 대항하면 경찰이 나와 공무집행방해로 입건을 하니 이거야 원 법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것이다. 법의 대집행 허용조항은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뻔히 알면서도 사업시행자는 손쉬운(대집행은 용역이 가능하므로) 대집행을 고집하는 것이고, 법을 잘 모르는 수사기관은 이에 협조를 하는 것이다. 차제에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법을 명확히 개정하여야 할 것이고, 그때까지 사업시행자는 대집행보다는 민사소송으로 목적을 달성하여야 할 것이고, 수사기관은 위법한 대집행에 협조를 하지 않기를 부탁한다. /김 은 유 변호사

천자춘추/운동, 웰빙의 필수

꼬끼오! 원숭이가 가고 닭의 해가 밝았다. 원숭이의 재주만큼이나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볼거리도 많았고 걱정거리도 많았던 한해였다. 새해가 된다고 지난해가 남긴 많은 과제들을 말끔히 정리해 주지는 않는다. 이제부터 해결의 시작이고 어려웠던 만큼 그 달콤한 과실도 충분히 거두어 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챙겨야 할 것이 바로 건강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쓰러져 가는 태극호에 처방을 내린 것도 체력 향상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끝내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닭의 해이니 만큼 닭에게서 그 건강비법을 배워보고자 한다. 아침형 인간은 먼저 일찍 일어나야 한다. 물론 하는 일에 따라서는 늦게 일하고 오전에 수면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나 자고로 사람은 태양을 기준으로 생활하도록 되어있으며 이는 단순히 몸의 건강뿐이 아니라 머리를 맑게 하여 논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제공한다. 그리고 새벽닭의 울음처럼 기를 마음껏 발산해야 한다. 어렵다고 안 풀린다고 보기 싫다고 마음에 꿍하게 담아놓으면 화가 되고 병이 된다. 또한 시간 나면 걷고 허리 운동하고 기지개도 켜고 사지육신을 자주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혈액 순환에 좋고 근·골격계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쳐다보는 닭과 같이 많이 씹고 여유 있는 식생활 습관을 가진다면 위장병, 소화 장애 뿐이 아닌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며 턱 운동으로 인한 뇌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닭의 해라서가 아니더라도 닭을 우리의 식습관 스승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지난 한해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면서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근력강화 운동 필라테스(pilates), 슬로 라이프(slow life), 슬로 푸드(slow food), 아침형 인간, 마라톤 등 건강과 관련된 화두들이 우리 주위를 가득 메웠다. 이는 그만큼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내야 했던 고달픈 인생살이의 방증이리라. 또한 매년 되풀이 하는 금연·금주·운동생활화 등 새해에는 이렇게 화려한 상업적 포장과 거창한 구호 보다는 나도 모르게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건강 위험행동들을 하나 하나씩 건강행동으로 바꾸고 실천하여 2005년 을유년(乙酉年)에는 새벽 햇살의 건장한 장닭과 같은 나의 모습을 만들어 보자. /김영준 경기대학교 교수

천자춘추/2004년 평가 및 2005년의 과제

2004년 인천은 많은 지역현안과 사건들로 분주했던,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를 접했고 이어진 17대 총선에서 여대야소 정국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이야 모든 국민들이 접했던 것이고 인천시민의 힘을 보여주었던 그리고 인천시민의 힘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결해야 할 사건들이 출몰했던 한해였다. 인천시민의 힘을 보여주었던 사건으로는 우선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신도시를 잇는 인천 제2연륙교의 적정 주경간 폭에 대한 정부와 인천시민사회의 갈등을 꼽을 수 있다. 결국 8개월의 논쟁 끝에 타당성 없이 주경간 폭을 정한 경제장관 회의 등 정부결정을 시민의 힘으로 번복시켰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6·15 공동선언발표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를 민간의 힘으로 인천에 유치하였다. 그동안 접경지역으로만 인식되었던 인천이 평화·남북교류의 중심도시로 탈바꿈하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우리민족대회를 전후하여 개성공단 입주합의 및 인천지역 기업의 입주·제품생산이 이루어지고 인천시 및 의회는 ‘남북교류협력조례’ 제정, 교류협력 기구구성으로 이어졌다. 반면 인천시민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굵직한 사건들도 있었다. 먼저 안상수 시장 굴비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일단 안 시장의 거짓진술과 말바꾸기 등은 안 시장 스스로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남은 논란거리 또한 조속히 밝혀져야 한다. 출발부터 방송권역의 한계에 따른 시장의 한계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100% 자체제작 부담 등을 안고 있었던 iTV경인방송이 방송위원회로부터 재허가 추천 거부 되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1,300만 인천·경기민들의 시청권은 중단되었다. 중앙의 방송독점에서 벗어난 지역민을 대변하는 지역방송을 기대했던 인천·경기민들로서는 채널과 주파수를 사수해야 한다. 나열한 이들 사건들에 대한 충분한 평가를 바탕으로 인천은 올 한해 인천 제2연륙교 주경간 폭 확대와 우리민족대회 인천개최 등의 성과를 이어 받아 인천~개성간 교류협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관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나아가 인천·경기·서울과 개성을 포함한 황해도권역의 경제중심지화를 위한 국가적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 /김 송 원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천자춘추/을유년을 맞이하며

2005년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긴 고난의 통로를 빠져 나오듯이 을유년 새해에는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나무젓가락의 힘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예로부터 세상이 각박하고 힘이 들 때 가장 큰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준 것 중 하나가 문화예술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때 일수록 우리 문화 예술인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하여 심신이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재능을 통하여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머리를 식히러 간다는 말이 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쳐 있을 때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내일을 위하여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의 힘이다. 이러한 예술의 힘은 작가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과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의 적극적 지원 아래서 더욱 발전 할 수 있다. 한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알 수 있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작가들에 대한 지원 정책이다. 기본적으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본 방침을 가지고 작가들을 지원해 줄 때 비로소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이제는 지원 방법을 바꾸어 보기를 희망해 본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영수증 정리에 정신을 쏟기보다는 어떤 분야의 작품이 호평을 받았는지,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구상해야 하는지 고심하고 시행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전시나 공연을 하기 위한 공간의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거나 관람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재원을 다음 작품에 자연스럽게 투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작가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전시키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대중적 작품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새해에는 정말 모두들 바라는 바가 다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김 동 훈 한국건축가協 경기지회장

천자춘추/관계(關係)의 벽(壁)

보호관찰소 업무는 백화점과 유사하다.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판결전조사 등 분야가 다양하다. 또한 여러가지 사회자원을 활용하여 범법자들의 재범방지와 사회복귀를 돕는다. 보호관찰대상자 중 사회보호법상 가출소자는 다른 대상자에 비해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은 재범의 위험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교육 및 치료가 필요한 자로서 삶의 많은 기간을 수용시설에서 보냈다. 최근 출소한 보호관찰대상자 김모씨는 지속적으로 보호관찰소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물질적 지원을 요청했다. 막노동이라도 해서 자립기반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돌아 갈 곳도, 기술도 없다며 스스로 거부했다. 김씨는 50대 후반이며 10대 중반부터 시작된 범법행위로 소년원, 교도소를 거쳐 보호감호소까지 30년 이상을 수용시설에서 보냈다. 이미 부모는 세상을 떠났고 형제들과 친구들은 그의 출현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에게 가족과 친구는 그의 유입을 막는 차단막이었고 그는 이제 세상에 홀로 남은 섬이 되었다. 김씨의 이러한 의존적 태도와 습관은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의 부적응, 관계의 방법에서 일탈한 요인들의 산물이다. 그는 세상속에서 관계의 미숙, 범죄의 습벽, 장기간의 수용생활로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놓았다. 김씨의 경우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들도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 그를 반갑게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씨의 상습적인 범죄가 점점 관계에 금을 가게 만들었다.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양자간의 커다란 차단막이 형성되었다. 그럼 이 두터운 차단막을 제거할 방법은 없을까? 김씨 본인도 분발해야 하지만 먼저 가족과 친구들이 마음의 문, 즉 관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김씨와 같은 사람이 돌아갈 곳은 바로 김씨 가족이요 친구이다. 마지막 남은 가족과 친구마저 김씨를 외면해 버린다면 평생 외로운 섬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것은 다시 김씨로 하여금 재범의 굴레에 밀어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성숙된 사회, 분명 올바른 사회가 아니다. 정말 성숙된 사회라면 정화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범법자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보듬으면서 함께 이끌고 가야한다. 필자는 보호관찰소의 역할은 이런 관계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업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주어진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리라. 언제쯤 김씨의 삶의 뜨락에도 관계의 벽이 허물어져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다시 희망의 스타트라인에서…

가게 임대료는 내어야 하고 매출은 떨어지기만 하고, 조그마한 집 장만을 위하여 대출받은 이자는 갚아야 하는데 팔리지도 않은 집 때문에 부부싸움은 계속되고, 대학졸업한 멀쩡한 아들 녀석은 허구한 날 술에 취해 들어오기만 하고 …. 2004년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군상의 내면에서 읊조리는 이 한탄의 목소리를 묻으며 그래도 또 한해는 저물어 가고 있다. 겨울의 얼음살이 채 녹지도 않은 3월,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대한민국 국회는 폭력과 고성으로 시작하여, 급기야 지난 10월 신행정수도이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 이라는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된다는 사법적 판결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실종과 갈등의 폭증에 의존하는 불명예로 끝을 맺고 있다. 생존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하여 몸부림치며 침묵하는 일반대중들의 부르짖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고 ‘오직 민초들을 위한 경영’을 패러다임으로 삼은 조선조 초기 정치이념인 ‘민본정치(民本政治)’의 가르침을 조금이라도 새기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어쩌랴, 정치적 갈등의 심판대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일갈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갈릴레오’의 말처럼 자연의 법칙은 여전히 존재하고, 2005년의 새해는 다시 동트게 되는 것은 누구도 막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저 광활한 대지위에 다시 씨를 뿌리고 수확의 결실을 기대하는 대장정의 스타트라인에 서서 자연의 생명력을 다시 붙들고 키워야 하는 결연한 자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인간배아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배양’ 성공소식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한 황우석 교수의 생명공학분야, ‘한국영화 1천만명 관객시대’로 이끈 영상과학분야, ‘서울과 부산을 2시간30분에 잇는 고속철의 개통’으로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이 된 기반시설분야, ‘일본·중국·홍콩 등 동남에 등에 한류 신드롬’을 일으킨 문화산업분야 등 아직도 녹슬지 않은 한국인의 잠재력을 우리는 믿어야 한다. 산업화·근대화의 출발은 비록 늦었지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선배들의 역동성과 ‘탈경계적 무한경쟁의 지구촌사회’를 선도하는 초정보화사회를 일구어낸 동료·후배들의 열정이 함께 호흡한다면 아시아의 용으로 부각되었던 한국의 르네상스를 다시금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현 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천자춘추/닭띠 해를 맞으며

며칠 전 새해 달력을 받았는데 겉장을 보니 커다란 수탉이 그려있었다. “어, 내년이, 그러니까 며칠만 더 있으면 닭띠 해가 오는구나” 하며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 별로 되어있는 탁상달력을 한 장씩 넘겨보았더니 날짜마다 몇 시에 무슨 회의, 만난 사람들, 학회기간의 화살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나 정작 내가 지난 한 해 동안 이룬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며칠 후에는 태어나서 네 번째로 닭띠 해를 맞을 것이며, 그 다음에 맞을 닭띠 해는 회갑이 된다고 생각하니, 인생의 마라톤에서 반환점은 이미 돌고도 한참이 지난 지점에 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고 내가 어디 쯤 있을 지는 생각하지도 못하였던 것 같다. 고은 시인의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올 때 못 본 그 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보며 지나온 길 보다 짧은 갈 길을 옷깃 여며 살피며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1957년에 태어난 정유(丁酉)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보다 한 살 먼저 태어난 이들이다. 우리 바로 윗 학년부터 중학교는 무시험 추첨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고등학교를 시험치르고 들어간 세대이다. 나는 69년에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81년에는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었으며, 93년에는 조교수 발령을 받았다. 이 57년 닭띠들이 이제 사오정을 지나 오십을 한걸음 남겨놓고 있다. 닭의 해를 맞아 닭의 특징에 대하여 안동의 향토 서예가 권영한 선생에게서 들은 대로 적어본다. “닭은 수선스러운 동물이다. 여기저기 떠들고 돌아다녀 안정감이 없다. 그런데도 혼례 때는 살아있는 닭을 보자기에 싸서 꼭 혼례상에 놓는다. 그 이유는 닭이 가지고 있는 ‘나눔의 정신’ 때문이다. 닭은 모이를 발견하면 절대로 혼자 먹지 않는다. 꼭 권속을 불러 같이 나누어 먹는다.” 닭띠라서 그런지 나도 가솔을 이끌고 적은 모이일망정 나누면서 여태껏 지내왔으며 어리에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닭처럼 이웃, 가족과 기쁨뿐 아니라 어려움도 함께 나누는 ‘나눔의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황건 인하대병원 교수. 수필가

천자춘추/경기도의 ‘문화 정체성’

얼마 전 경기 민예총에서 주최한 ‘경기도 문화정책의 전망과 경기지역 문화예술단체의 역할’이라는 긴 제목의 토론회에 참석했다. 참여정부가 본격적으로 지방분권을 표방한 이래 문화예술분야에서도 지역문화정책이 본격적인 관심이 되었고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화예술정책 분야에서 앞서간다고 평가되는 경기도에서는 정책토론이 활발하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날의 토론이 그런 아쉬움을 씻어주었다. 자주 모일 수 없는 각지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인지라 오후 1시에 시작해 3개 분과로 나뉘어 진행된 이 날 토론회는 8시까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발언시간이 모자라 아쉬움을 남길 정도로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공통의 이슈나 딱 부러지는 현안을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지역마다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이한 조건, 특수한 문제들을 안고 있어서 그럴 수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우리 도의 문제를 새삼 반추해 보고 나름의 개선안을 그려볼 수 있었던 것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었던 자리였다. 문화정책적인 측면에서 경기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지자체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금지원이나 문화재단을 통한 안정적인 지원, 의욕적인 인프라 구축 등은 충분히 다른 시도 예술인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시도와 비교하여 아쉬움을 숨길 수 없는 것은 아직도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경기도의 문화적 정체성이다.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는 물론 충청도의 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 노력하고 있는데 반해 경기도는 그런 노력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경기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그 정체성을 찾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것이 꼭 역사적인 근거를 가져야만 형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금 경기도민의 삶 그 자체의 특질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그런 작업은 더더욱 학자나 관(官) 보다는 예술인들에게 더 어울리는 일이다. 덧붙여 작품 속에서 그런 것을 발견해 낼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 모쪼록 새해에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활발해지기를 기원한다. /표신중 경기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천자춘추/과학기술분야 SOC투자

21세기 첨단기술개발을 위해 과학기술분야 SOC사업에 적극적인 투자가 요망된다. IT, BT, NT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분야에 계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민간 기업이 첨단기술 R&D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도 과학기술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과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미래의 불확실한 투자에는 항상 기대성과(Return)와 위험(Risk)이 따르게 마련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간 기업이 하기 어려운 분야를 다소의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추진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분야 SOC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법이나 조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기본법, 나노기술개발촉진법, 생명공학육성법 등이 있으며, 경기도에서도 관련 조례로 제정된 것으로 경기도 과학기술진흥조례, 경기도 나노소자특화팹센터설립 및 지원조례, 경기도 바이오센터 설립 및 지원조례 등이 있다. 이밖에도 과학기술분야에 더 많은 연구와 투자지원을 위해 관련 근거가 될 수 있는 법과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이 요망된다. 중앙정부는 과학기술분야 활성화를 위해 과기부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한바 있으며, 관련 직제를 개편하고, 산하관련기관에 대하여 과학기술분야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 경기도에서도 과학기술분야의 육성발전을 위하여 중소기업지원과를 과학기술기업지원과로 명칭을 변경하고 담당인력을 충원하여 과학기술발전에 전심전력하고 있다. 그 동안 과학기술분야사업으로 지역협력연구센터(RRC) 육성지원, 경기도 지역협력연구센터(KRRC)육성지원, 경기도차세대 성장동력 기술개발지원, 지자체주도 연구개발지원, 지자체연구소 육성지원, 무선인터넷연구지원, 지능시스템 연구센터지원 등을 통하여 산학연이 합심하여 많은 연구성과가 있었다. 특히,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 추진 중인 과학기술 SOC투자사업으로는 나노소자 특화팹 센터건립, 경기바이오센터 건립, 바이오 장기생산·연구시설건립, 차세대 융합기술 연구원건립, 경기R&D 비즈니스 빌딩건립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SOC투자사업이 잘 이루어져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건물)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운영)의 연구개발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급변하는 IT, BT, NT분야 사업투자에 국비와 도비가 투자되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속히 도래되기를 기원한다. /이해문 경기도의회 의원

천자춘추/이웃을 생각하는 연말연시

이맘때 쯤이면 TV, 라디오, 신문 등 모든 대중매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연말연시(年末年始)가 아닐까 한다. 한해를 보내면서 새로운 해를 준비하고 맞이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다루는 내용들을 보면 너무나 대조적인 내용들이 많다. 지난주 초에는 많은 방송매체를 통해 장애를 가진 부부가 두명의 자녀에게 먹을 것을 주지 못해 큰아이는 굶어죽고 작은 아이는 생명이 위급한 상태라는 보도를 전했다. 또한 어느 노부부는 자신의 질병을 치료해준 의사가 너무나도 고마워 100억원대의 주식을 병원에 기증했다는 보도를 보았을 것이다. 연말연시를 맞이한 이때 우리는 이러한 상반되는 내용의 보도를 많이 접하며, 마음을 때로는 훈훈하게 또 때로는 안타깝게 만든다. 1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경기도는 인구수로 본다면 전국 1위다. 그러나 인구수보다는 인구수 비례만큼 우리의 이웃을 생각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 또한 1위가 되었으면 한다.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길거리를 지나치면서 자선냄비가 보이면 적은 금액이라도 넣고 싶고,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실시하는 가두모금을 보면서 잔돈을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각종 TV, 라디오, 신문에서 모금활동에 관련된 보도를 보면서 연말연시에 일시적으로 모금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연중 캠페인을 통해 지속적인 모금을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기업체는 연말연시를 맞아 내는 후원금과 함께 회사 이익의 사회로의 환원을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국민들은 이웃을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모금비용중 기업체의 비율이 80%를 차지한다. 반면 기부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는 반대로 개인의 비율이 75%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국민 개개인이 이웃을 생각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성숙된 나눔의 문화와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 전통문화도 아름다운 미풍양속으로 ‘두레’정신과 같이 한마을에 사는 이웃에게 애경조사 혹은 도움을 필요로 할때 대가없이 내일처럼 해결해 주고 함께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큰 전통중의 하나가 이런 이웃을 위한 나눔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아래 윗집과는 인사를 나누며 살고 있는지. 우리 동네에 어렵게 사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은 없는지.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한다. /이상구 월드비전 경기지부장

천자춘추/혁신경영과 윤리기업을 지향하며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도태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경영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긴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혁신이란 무엇을 그저 새롭게 바꾸는 활동으로서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아내는 가치창출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이 가치창출활동을 통해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자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공감대가 기업내부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GE의 경영혁신 방정식이라는 것이 있다. E(Effectiveness)=Q(Quality)×A(Acceptance)인데 경영혁신의 효과는 방법론에 의한 개선정도(Q)와 조직구성원의 수용도(A)의 곱이며, 어느 한쪽이 부족해도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즉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공통된 가치관 형성과 지속적 의사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편 우루과이라운드니 부패라운드니 최근 국제적 경영환경은 기업에 대하여 투명성을 요구한다.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한다 해도 사회통념이나 윤리기준에 벗어나 투명하지 못하다면 기업으로서 더 이상 존립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공기업은 공익성을 띤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고 있어 민간기업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으면서도 민간기업 못지않은 경쟁력과 효율성을 발휘해야하는 이중과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일부 공기업의 경우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성, 관료주의, 부정부패, 무사안일 등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나 대내외적으로 이를 타파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어쨌든 윤리경영은 선택이 아닌 지속가능한 경영과 발전을 결정하는 필수사항이며 세계 경영의 주류적 흐름이다. 우리공사는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제2도약을 시도하면서 ‘변화와 혁신, 그리고 제2의 도약’이라는 경영방향을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해 ‘앞선경영’ ‘소명경영’ ‘자주경영’ ‘윤리경영’ ‘화합경영’을 추진하지만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의지는 윤리경영에 있다. 반부패만을 말하는 소극적이고 제한적 의미의 윤리경영이 아닌 제품(토지)에 대한 고객만족을 포함한 적극적 의미의 윤리경영을 말하는 것이다. 국민의 윤리적 기대에 부응하고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진정한 국민기업을 이루고자하며 이에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와 전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및 높은 수용능력을 통한 혁신적 윤리기업을 지향하고자 한다. /오완석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천자춘추/세계 최고의 기적수

매서운 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영하의 계절엔 뜨거운 아랫목 생각이 간절해 온천을 즐겨 찾는다. 필자의 마을에는 온천이 많다. 온천욕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현대인에게 피로회복제로 특효약이다. 그동안 여러 온천물을 접해 봤지만 화성시 장안면 수촌리에 있는 발안식염탕을 선호한다. 이유는 청결하고 수질이 좋아서다. 식염온천수는 세계 최고의 기적수로 세계 최강의 SOD-water인데 이 물은 반도 심층수로, 즉 체내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무독화하는 효소를 말한다. 이 물은 중생대 1억8300만년간 이 땅에 서식했던 공룡들의 잔해가 지각변동에 의해 해수와 결합한 화석 해수로 신생대로부터 현재까지 약650만년간 한반도 지하에서 숙성되어 나타난 세계최고의 기적수라고, 평생 물과 질병 건강의학 연구에 몸 바친 임교수의 말이다. 이 물이 함유한 다종다량의 성분들은 어머니의 양수와 유사해 생명탄생 기원의 마더(mother)의 물이며 60조나 되는 우리 인체 세포에서 생성되는 만병의 근원인 활성산소를 제압하는 강력한 항산화수로 여기에 함유된 구리와 아연, 철, SOD의 삼총사를 형성해 세포내외와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산소를 일시에 10만분의 1로 제거시킨다 한다. 인체의 대사속도를 천만배 이상 높여 체내 에너지 생산과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는 경도 1만㎎ 1ℓ의 미네랄 물이다. 효능은 당뇨병 저혈압 뇌졸중 골다공증 노화방지 등 이루 열거할 수 없는 만병통치 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피부병에 탁월하다고 전국에 알려져 주말엔 대혼잡을 이룬다. 이 물은 1통에 4만원씩 수출하는데 단골들은 통으로 받아가도 아직은 눈감아 주는 것 같다. 신기한 것은 그 짠물에 머리를 감는데 부드럽게 윤기가 흐르면서 머리카락에 탄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피부도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하루 종일 당기지도 않고 매끈매끈하다. 탕 입구부터 안까지 거북이가 뿜어내는 물줄기를 먹으면 짭짤하지만 중간 중간 몇 번 먹으면 먹을만 해 필자는 7모금씩 7번 먹는 습관이 생겼다. 이곳 대표이사(오재경)는 지역주민들에게 4천원씩 받고 지역노인들에게 동네에서 10명만 모아 전화하면 실비만 받고 모셔오는 따뜻함을 베풀어 노인들의 칭송이 잦다. 오늘도 진입로 입구에 야산개발로 처치 곤란한 소나무를 인건비를 들여 구슬땀 흘리며 심는 모습에서 저런 열정이 있기에 이 거대한 사업체를 운영하겠지 하는 흐뭇함이 든다. 우리 관내에 건강증진의 역할을 하는 이 업소가 있음이 자랑스럽고 아직도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손색없는 쉼터임을 자부한다. /지현숙 대한어머니회 도연합회장

천자춘추/때문에? 아니 덕분에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자폐아인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동안 초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겪어왔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많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과연 초등학교를 제대로 졸업할 수 있었을까. 그동안 참 많은 도움을 받아 왔구나”라는 생각 끝에 그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면해보려는 생각에서 “과연 내 아이만 도움을 받아 왔을까. 내 아이로 인해서 다른 아이들이 도움을 받은 것은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름대로 장애학생과 같이 공부하면서 비 장애학생들도 자기보다 약하거나 어려운 이웃을 보면 도와야하고,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야할 사회는 잘생기고 못생긴 친구가, 공부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친구가, 얼굴이 흰 친구와 검은 친구가 모두 함께 어울려서 사는 사회라는 인생의 값진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부모인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인생에 대하여 자신 만만하던 총각 시절 하늘을 향해 머리를 치켜들고 다닐 만큼 자존심으로 꽉 찬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 작은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다니면서 처음에는 일단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서 고개 숙이고, 사과하고…. 그 때마다 속으로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면서 자식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도둑질도 자꾸 하면 버릇이 된다고 했던가. 한 번 두 번 머리를 숙이는 것이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총각 때 보다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좀 더 사람과 어울려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다면 이건 결국 장애를 가진 작은 아이가 아버지인 나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아이에게 운동을 시키기 위해서 따라 다니면서 배운 수영을 통해 내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도,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동산에 가서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롤러코스트를 내일 모레면 나이 오십인 이 나이에 같이 즐길 수 있는 것도 모두가 작은 아이덕분인 것 같다. 그리고 보니 불교 어느 경전에 나온다는 말씀이 기억난다. 모든 것이 마음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지금 현재 이곳이 천당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으리라. /노석원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거실의 코끼리

1999년 4월 20일 오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 외곽에 위치한 컬럼바인고등학교에서 갑작스런 총성이 울렸다. 기관총을 들고 탄띠를 몸에 두른 고교생 두 명이 학교친구들과 교사를 상대로 기관총을 난사하였다. 이날 13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그리고 이 두 학생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 짧은 삶을 마감하였다. 원만한 가정에서 성장해 온 조용한 두 명의 고교생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런 끔찍한 사건을 일으켰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사회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컬럼바인고등학교 총기사건이다. 이 사건은 ‘엘리펀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얼마전 국내에서 상영됐다. 사실 필자는 영화의 내용보다도 제목에서 주목할만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엘리펀트라는 영화의 제목은 ‘거실의 코끼리’라는 우화에서 인용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 거실에 코끼리 한 마리가 들어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되는 것은 물론 가족 모두가 공포와 무질서에 의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만약 코끼리가 매일 1㎝씩만 집안으로 들어온다고 하면 나중에 코끼리가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어도 누구도 코끼리의 존재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TV를 보고 저녁식사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피해학생들에 대한 조사와 교사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이들이 록음악을 좋아하고 사색적이었다는 것 외에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한가지 단서가 될만한 사항은 이들이 지역사회와 원만히 연결되지 못해왔다는 점이다. 봉사활동에 참가하여 스스로의 가치를 인식한다든지 각종 모임을 통해 자기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없이 독립적으로만 성장해 온 것이다. 보호관찰소에서는 매년 4만명에 가까운 범법자들에 대해 사회봉사명령을 집행하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과거 자신의 범법행위에 대하여 지역내 복지시설 등에서 갚진 땀을 흘리며 과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소중한 경험의 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봉사명령 이행자들의 재범률이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명령이행을 마친 대상자가 자원봉사자로서 봉사활동을 계속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필자도 흐뭇한 심정을 감출수가 없다. 고립되어있는 사회구성원에게 끊임없는 사회통합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 사회도 범죄와 폭력이 없는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다. 사회봉사명령이 그 같은 여정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솔직한 사회가 되자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적 가치관과 사회적 가치관이 다르다는데 있다. 개인적인 욕망과 사회적 욕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자기는 이미 오래전에 논 팔고 밭 팔고 온 가족 데려와 서울, 수도권에 올라와 살고 있다. 이렇게 올라온 수도권의 대부분 사람들도 수도권에 인구가 너무 많으니 인구분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수도권 정책의 모순). 자녀를 가진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모든 걸 투자한다.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키고 심지어 조기유학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 교육은 사유재가 아닌 만큼 경쟁이 없는 공교육을 부르짖는다(교육정책의 모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한 아들, 딸들이 대기업에 취직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큰 기업에 취직시키려 애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대기업은 비난과 규제의 대상이 된다(기업정책의 모순).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자기의 논밭이 주택지나 다른 용도로 전환되기를 원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농업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농업정책의 모순). 한평이라도 내 땅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땅을 개발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이 개발하는 모든 것은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라며 비난한다(환경정책의 모순). 누구나 길거리 가다가 멋진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면 나도 한 채쯤 분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러나 그런 사람마저도 다른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는 것을 보면 투기꾼이라고 비난한다(부동산 정책의 모순). 우리나라 사람만큼 돈버는 일에 열심인 사람이 없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하여 돈 버는 일에 전념한다. 그러면 서도 사회적으로 돈은 더러운 것이며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비도덕적인 양 취급 받는다(경제정책의 모순).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욕망이 서로 다르면 그 사회는 그만큼 갈등을 겪는다. 우리사회는 좀 더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남의 눈치 보지말고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솔직해 져야만 반듯한 사회가 이루어 진다.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천자춘추/시작

아내는 나에게 올 겨울에는 좀 가볍고 비옷을 겸할 수 있는 바바리코트를 한 벌 장만하라고 하였는데, 백화점 대신 청계천 세운상가에 가서 그 돈으로 검정색 박사 학위복을 맞추었다. 출신학교를 대니 꽃자주색 후드의 학위복을 보여주었다. 학위수여식 때 입는 학위복은 주로 차분한 검은색 바탕에 간단한 디자인으로 중세 수도사들의 예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2세기경 성당 학교로부터 비롯된 중세 대학에서는 성직자들의 외출복으로 쓰이던 카파 클라우사(Cappa clause)를 교복으로 입었는데 종교개혁 후 엄격했던 생활규범이 변화하여 공식적인 경우에만 입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지 22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은 지 13년 만에 새삼스럽게 검은색 가운을 장만한 데는 까닭이 있다. 며칠 전에 제자의 석사학위 심사가 끝났는데, 내가 지도한 다섯번째 석사학위이다. 제자들의 학위수여식에는 꼭 참석하여 사진을 찍었었는데, 오랜 노력 끝에 학위를 받는 날 지도교수가 ‘정장’을 하고 가서 축하해 준다면 더 기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내가 석사학위를 받을 때는 은사님이 갑자기 돌아가시어 지도교수가 바뀌었고,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교수님을 졸업식장으로 모실 생각도 못하였었다. 검은색 가운을 입어 볼 때 나는 제임스 힐튼의 소설 ‘굳바이 미스터칩스’의 칩핑선생이 검은 가운을 입은 모습이 보이는 것 같으며, 흰 가운을 입고 해부학 실습실에 서 계시던 성기준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대학의 학위수여식은 배를 항구에서 바다로 풀어놓는 걸세, 시작이라는 뜻이지…” 영어 ‘commencement’에는 ‘학위수여식’의 뜻 이외에 배의 ‘진수식’, ‘시작’이라는 뜻도 있다. 대학이라는 항구에서 완성된 배들을 바다로 풀어놓는 일, 이것이 학위수여식이며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이번에 학위를 받는 제자에게 일러줄 것이다. 나의 은사님께서 내게 일러주셨던 것처럼…. /황 건 인하의대 교수.수필가

천자춘추/문화예술교육, 상상력으로부터

한류열풍은 이제 미국이나 영국의 언론도 주목할만한 현상이 되었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류를 단순한 한국문화산업의 동남아 진출로 보지 않고 향후 세계와 사회를 변화시켜갈 문화이동(cultural shift)현상을 드러내는 한 징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미 사회는 경제사회에서 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는 문화가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한류열풍 덕분에 한국 상품의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하지만 이는 문화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힘의 아주 소박한 사례에 불과하다. 이미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 경제와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고 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 사회적 가치관이 변하면서 경제, 정치 등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가족 빼고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모 그룹회장의 말에 덧붙여 필자는 새로운 가치, 새로운 문화의 창조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변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한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대답은 간단하다. 창조적인 사람이 한다. 기존의 관습과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만이 그 변화를 만들어낸다. 절박한 생존의 조건 속에서도 걸작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과 풍족한 환경에서 창작력이 고갈되어버리는 예술가들의 대비를 보면 창조적 정신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면 참담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회적으로 상상력은 매장되고 학교는 오히려 싹들을 말리우고 나날이 부딪치는 삶의 모습은 천한 삶의 방식을 확장하기 위한 아귀다툼뿐이다. 문화사회로의 변화가 반갑기는 커녕 두려워질 정도이다. 정말로 절박하게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새로운 동력,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광부는 이미 지난 봄에 발표한 문화정책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했으며 또한 그와 관련된 제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우 시기 적절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문화예술교육을 협소한 예술적 기능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문화예술인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한 교육은 오히려 우리시대에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이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 살아가는 방식 전체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 사회와 인간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 가를 고민하는데서 생겨나는 문화적 상상력, 그러한 상상력을 원천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되어야 한다. /표신중 경기문화재단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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