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경기도의 ‘문화 정체성’

얼마 전 경기 민예총에서 주최한 ‘경기도 문화정책의 전망과 경기지역 문화예술단체의 역할’이라는 긴 제목의 토론회에 참석했다. 참여정부가 본격적으로 지방분권을 표방한 이래 문화예술분야에서도 지역문화정책이 본격적인 관심이 되었고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화예술정책 분야에서 앞서간다고 평가되는 경기도에서는 정책토론이 활발하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날의 토론이 그런 아쉬움을 씻어주었다.

자주 모일 수 없는 각지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인지라 오후 1시에 시작해 3개 분과로 나뉘어 진행된 이 날 토론회는 8시까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발언시간이 모자라 아쉬움을 남길 정도로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공통의 이슈나 딱 부러지는 현안을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지역마다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이한 조건, 특수한 문제들을 안고 있어서 그럴 수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우리 도의 문제를 새삼 반추해 보고 나름의 개선안을 그려볼 수 있었던 것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었던 자리였다.

문화정책적인 측면에서 경기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지자체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금지원이나 문화재단을 통한 안정적인 지원, 의욕적인 인프라 구축 등은 충분히 다른 시도 예술인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시도와 비교하여 아쉬움을 숨길 수 없는 것은 아직도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경기도의 문화적 정체성이다.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는 물론 충청도의 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 노력하고 있는데 반해 경기도는 그런 노력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경기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그 정체성을 찾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것이 꼭 역사적인 근거를 가져야만 형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금 경기도민의 삶 그 자체의 특질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그런 작업은 더더욱 학자나 관(官) 보다는 예술인들에게 더 어울리는 일이다. 덧붙여 작품 속에서 그런 것을 발견해 낼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 모쪼록 새해에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활발해지기를 기원한다.

/표신중 경기문화재단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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