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소 업무는 백화점과 유사하다.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판결전조사 등 분야가 다양하다. 또한 여러가지 사회자원을 활용하여 범법자들의 재범방지와 사회복귀를 돕는다.
보호관찰대상자 중 사회보호법상 가출소자는 다른 대상자에 비해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은 재범의 위험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교육 및 치료가 필요한 자로서 삶의 많은 기간을 수용시설에서 보냈다.
최근 출소한 보호관찰대상자 김모씨는 지속적으로 보호관찰소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물질적 지원을 요청했다. 막노동이라도 해서 자립기반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돌아 갈 곳도, 기술도 없다며 스스로 거부했다.
김씨는 50대 후반이며 10대 중반부터 시작된 범법행위로 소년원, 교도소를 거쳐 보호감호소까지 30년 이상을 수용시설에서 보냈다. 이미 부모는 세상을 떠났고 형제들과 친구들은 그의 출현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에게 가족과 친구는 그의 유입을 막는 차단막이었고 그는 이제 세상에 홀로 남은 섬이 되었다. 김씨의 이러한 의존적 태도와 습관은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의 부적응, 관계의 방법에서 일탈한 요인들의 산물이다. 그는 세상속에서 관계의 미숙, 범죄의 습벽, 장기간의 수용생활로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놓았다.
김씨의 경우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들도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 그를 반갑게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씨의 상습적인 범죄가 점점 관계에 금을 가게 만들었다.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양자간의 커다란 차단막이 형성되었다.
그럼 이 두터운 차단막을 제거할 방법은 없을까? 김씨 본인도 분발해야 하지만 먼저 가족과 친구들이 마음의 문, 즉 관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김씨와 같은 사람이 돌아갈 곳은 바로 김씨 가족이요 친구이다. 마지막 남은 가족과 친구마저 김씨를 외면해 버린다면 평생 외로운 섬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것은 다시 김씨로 하여금 재범의 굴레에 밀어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성숙된 사회, 분명 올바른 사회가 아니다. 정말 성숙된 사회라면 정화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범법자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보듬으면서 함께 이끌고 가야한다.
필자는 보호관찰소의 역할은 이런 관계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업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주어진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리라. 언제쯤 김씨의 삶의 뜨락에도 관계의 벽이 허물어져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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