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걸림돌 빼내기

지난 2002년과 2003년 여름, 태풍 루사와 매미가 우리나라를 강타한 직후 신문이나 TV를 통해 농촌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아울러 농민을 위한 보험의 일종인 공제에 가입한 농민들의 경우 소, 돼지 등 가축에 대한 피해의 상당부분을 공제제도를 통해서 보전할 수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보험료 또한 농민을 위하여 계약자인 농민이 전체 보험료의 절반만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농축산발전기금인가 하는 재원을 통해 보조한다는 사실을 보고 들으면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아는 어느 분, 물론 장애아를 자녀로 두었던 분의 경우 자녀가 사고로 인해 병원에 입원을 해서 2년 동안 병원생활을 하다가 끝내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분이 계신다. 그렇지 않아도 장애아를 한 명 양육하기 위해서는 맞벌이는 엄두도 못내고, 조기교육이나 특수교육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남들 두, 세배가 넘는다. 그야말로 부모 사후 자녀의 장래를 위해 준비해야할 최소의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터에 중간에 병원비에 남은 재산 털어놓고 나면 남는 게 있을리가 없다. 현재 보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상법 하에서는 정신지체인장애인들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은 무효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 가족들이 원하는 보험은 장애인 당사자의 사망의 경우보다는 사회에 나와서 생활을 하다가 다쳤을 경우 치료비 등을 보전할 수 있는 보험, 즉 상해보험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회사에서는 위의 상법규정을 확대 해석하여 이들의 상해보험조차 보험대상에서 제외시켜 놓음으로써 부모들이 마음 놓고 자녀들을 이 세상 속에 들여보내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만일 위험도가 높아서 보험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보험회사입장에서는 높은 위험도에 따른 높아진 보험료를 받고, 대신 계약자와 정부의 장애인 관련 기금에서 절반을 부담하는 제도는 안되는걸까? 농민들이 키우는 소, 돼지와 내가 키우고 있는 소중한 아들이 자꾸 비교가 된다. /노석원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형벌의 꽃

나는 업무상 수녀님들을 자주 만난다. 세상에 그늘진 곳 노인, 장애아 시설은 거의 수녀님들이 있다. 나는 그곳에서 천사 수녀님을 보았다. 불우 노인들은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생활보호대상자로서 가족이 없는 노인은 무료 양로원에 입소되어 그곳에서 임종때까지 책임을 지어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가족이 있으나 가족이 돌보지 않아 버려진 노인들은 국가에서 법적으로 영세민을 만들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들은 돼지 움막 같은 집에서 쥐들과 함께 생활한다. 이웃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이 병이 걸렸는지 밥을 먹고 사는지 전혀 관심 없다. 그런 곳을 매일 60개의 도시락을 싸서 찾아가 그들에게 나눠주고, 일주일에 한번씩 목욕을 씻어주며 암이 걸려 3개월 밖에 남지않은 노인을 임종때까지 지극 정성으로 돌보시는 수녀님을 보고 있으면 이 분이 천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내 자식 잘되라고 매일 기도하고 내 사업 잘되라고 매일 기도한다. 이 수녀님은 자기를 돌볼 시간이 없다. 연약한 수녀님이 노인들을 목욕시키기 위하여 수녀원에 데려오려고 너무 많이 업어서 허리가 아프시다고 한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이 수녀님의 삶 전체이다. 수원보호관찰소는 이런 곳에 사회봉사명령대상자를 보낸다. 사회에 그늘진 곳, 남이 돌보지 않는 장애인시설, 노인시설에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일주일에 두 세 명씩 보낸다. 처음에는 적응을 못하다가 한 3일정도 지나면 익숙해진다. 나중에는 떠나는 것이 아쉬워 입맞추며 급기야는 그 시설의 후원자가 된다. 형벌을 집행하면서 이런 좋은 제도가 있을까? 만약 이들이 교도소에 갔다면 그 가족들의 고통과 혹시나 모를 교도소에서의 범죄오염 등 문제점이 너무 많다. 그러나 사회봉사명령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직장도 잃지 않고 그리고 벌을 받지 않았으면 평생 가보지도 않았을 장애인시설에 가서 장애인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회봉사명령을 종료한 거의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모습에서 “나는 무엇이 부족해서 죄를 지었나?” 후회를 하며 절대로 죄를 안 짓는다는 결심을 한다. ‘형벌의 꽃’인 보호관찰제도, 이 제도를 국민들이 적극 활용해주기를 소망한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박동조율기(Pacemaker)

사람 심장의 수축활동은 심장 속에 있는 자극전도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자극전도계가 활동하고 있는 한, 심장은 자율신경의 지배가 끊기더라도 자동적으로 규칙적인 수축운동을 계속한다. 이것이 박동조율기(pacemaker)의 역할이다. 심장병 중에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증상으로, 방실결절을 중심으로 한 전기 신호 발생 및 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인조 박동조율기를 몸에 넣어주어 너무 느리거나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지난 봄 제주도에서 개교 50 주년 기념 교수세미나가 있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등산이나 관광을 하였는데 나는 관광팀을 따라 ‘몽골 말몰이 쇼’를 관람하였다. 칭기즈칸의 후예라고 하는 몽골인의 말몰이 기술과 제주 조랑말의 강인함을 보이려는 제주도민의 합작 관광상품이었다. 지름이 30m는 되어 보이는 원형극장에서 여덟 명의 젊은 기수들이 갖가지 묘기를 부렸다. 말등에 눕기도 하고, 뒤를 보고 말에 앉아 달리기도 하고, 말을 탄 채로 활을 쏘아 과녁을 맞추기도 하였다. 극장 중앙에 지름이 3m 되는 초록색의 원이 있고 그 안에는 수염을 기른 나이든 사내가 채찍을 들고 있었는데, 말이 극장을 한 바퀴 돌 때마다 그도 날카로운 눈초리로 말을 지켜보며 작은 원을 한 바퀴씩 돌고 있었다. 그는 가끔 채찍을 돌려 바닥을 치기도 하였다. 기수가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지만 말의 눈은 그 사내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앉은 심장내과 교수에게 말했다. “저 친구가 박동조율기 이군요.” “그래요.”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이로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바라는 최고기록시간에 따라, 각 구간별(1Km, 5Km 단위)로 그 기록을 낼 수 있는 속도를 정해서 맞추어 달리고는 완주는 못한 채 기권하는 선수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영광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우승 후보 동료들의 기록경신을 위하여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교직에 몸담아 후학들을 가르친 지 13년째 되었다. 젊음의 패기로 늘 앞장서서 달려가며 화려한 조명을 받아왔다. 그러나 나의 그러한 영광 뒤에는 채찍을 들고 말을 주시하는 박동조율기 같은 원로교수님의 노고가 있었음을 잊고 있었다. 몇 년 후 원로교수님이 은퇴하시면 내가 채찍을 잡고 그 원안에 들어가야 한다. 그 전에 나는 말의 눈을 주시하는 그 매서운 눈매를 배워야만 한다. 나는 제자들을 키우며 늙어갈 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엔 그 채찍을 제자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황건 인하대병원 성형외과교수

천자춘추/행정수도 이전의 허와 실

①강남 집값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 할 때, 누가 이런 제안을 했다. 강남 한복판에 세계 최대의 분뇨처리장을 만들자. 강남 집값이 뚝 떨어질텐데…. ②수학여행을 가던 초등학생들이 철도 건널목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철도사고를 근절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교육부 장관이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앞으로 초등학생은 수학여행을 절대 안 보내겠습니다. ③ 수도권은 너무 크고 지방은 너무 작아서 온 나라가 골머리를 썩고 있을 때, 누군가 이런 생각을 했다. 수도권에서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확 뽑아서 지방에다 뿌리면 될 텐데…. 이들 이야기가 뭔가 우습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세 이야기 모두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의 과밀문제와 지방의 과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단한 정책인 양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정권을 걸고서라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정권을 걸고 추진할 만한 일인가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보자. 우선 수도권 과밀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신행정수도에 50만명의 인구가 빠져나간다고 한다. 50만명이면 수도권 인구가 지금 2천300만명이니 얼추 50명중 1명 꼴이다. 승객 50명의 버스에서 한 명의 승객이 내린다고 버스 안이 넉넉해 질 수 있을까? 공공기관까지 이전해서 또 다른 한 명이 빠져 나가면 좀 넉넉해 질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글쎄 올시다’이다. 더구나 그 빈자리를 행정수도 대신에 경제수도를 만든다는 이유로 민간회사나 들어올 셈 치면 수도권이 더 복잡해 질까 걱정이다. 그래도 지방에는 도움이 될 것 아닌가? 물론 지방 발전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이다. 답: 기껏해야 수도권이 잃는 것 만큼, 지방에 도움이 된다. 이런 걸 보고 제로-섬 게임이라 한다. 각 지역에 흩어져서 제대로 유기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중앙부처나 공공기관의 질적 기능저하까지 따진다면 이는 마이너스-섬 게임이 분명하다. 수도권의 희생이 국가 전체적으로 득이 된다면, 즉 수도권에서 잃는 것 보다 지방에서 얻는 것이 더 많다면, 지역의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수도권 주민들도 정부정책에 협력할 수 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수도권 주민의 희생은 헛된 희생이다.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천자춘추/뮤지컬로 만난 정조대왕

얼마 전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성벽과 화서문을 배경삼아 야외에서 창작뮤지컬 한 편이 공연되었다. 20년 가까이 지역을 지켜온 ‘극단 성(城)’이 연극 ‘정조대왕’을 고쳐 만들었는데 지역극단으로서는 시도하기 힘든 대형 뮤지컬이었다. 정조대왕의 분신과 같은 화성 그 자체를 무대삼아 펼쳐지는 개혁군주로서의 꿈과 비전, 또 효심 깊은 아들로서의 인간적 면모는 색다른 감흥을 갖게 해주었다. 성벽과 성문, 주변의 계단은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훌륭한 무대요 세트였다. 그러나 초 저예산으로 대형뮤지컬을 제작해야 하는 열악한 조건은 좋은 배경, 수준급의 작곡과 연주, 뮤지컬배우가 아니면서도 기대 이상의 연기와 노래를 들려준 배우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빈약한 음향과 반주, 코러스, 부족한 조명과 효과 등 뮤지컬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너무나 부족했던 것이다. 하루 앞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공연된 외국 작품 ‘지킬 앤 하이드’는 대조적이었다. 외국에서 공수해 온 의상과 무대, 화려한 조명과 효과, 뮤지컬 스타들의 열연이 객석을 압도했고 관객은 그들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14억원이 투자된 이 작품은 서울에서만 19억원을 벌어 5억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적게’ 투자된 뮤지컬에 속한다. 최근에는 100억 원 이상이 투자된 공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이 불투명해 투자를 받지 못하는 창작뮤지컬은 가시밭길 뿐이다. ‘정조대왕’의 공연을 보면서 내내 수에즈 운하 준공 기념으로 작곡된 오페라 ‘아이다’가 생각났다. 이집트는 베르디에게 10만 프랑이라는 당시로서는 거금을 투자했고 결국 오페라 중의 오페라라고 불리는 ‘아이다’가 탄생되었다. 당시의 오페라보다 더 파급력이 큰 것이 오늘의 뮤지컬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기념하고 화성에 담긴 실학사상과 정조대왕의 개혁사상을 호소력 있게 보여주는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 있다면 그 값어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보다 더 훌륭한 문화상품, 관광상품이 또 있겠는가. 열악한 조건 속에서 그 첫발을 내디딘 예술인들에게 갈채를, 소중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후원과 격려를 보내야 할 시점이다. /표신중 기전문화대학 미디어팀장

천자춘추/가을 추수의 기쁨

1년중 가장 풍성한 결실의 달 10월. 황금물결 춤추는 들판을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은혜로운 달이다. 빛 고운 계절, 요즈음 농촌 풍경은 가을걷이와 묵나물을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한다. 고추 따기, 고구마캐기 등 허리 펼날 없는 일상이지만 육신은 고단해도 수확의 기쁨에 열심히 일을 한다. 필자도 아이들이 고구마 캐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밭에 나가 줄기를 거두니 고추를 잔뜩 쌓아놓고 이빨로 갉아먹은 것이 보였다. 분명 서생원의 짓이리라. 10여년 농사를 해보지만 쥐가 고추를 먹는 일은 처음 본다. 아마도 입덧 심한 암컷 쥐의 소행인 듯싶다. 고추모 800주를 심었는데 고추가 열릴 무렵 역병이 침투해 겨우 100주 정도 남았다. 그 중 일부를 쥐에 도둑맞은 것이다. 그래도 무공해이기에 고추를 분류해 잎은 살짝 데쳐 말리고 굵은 고추는 식초 소금물에 절였다. 어린 고추는 데쳐 멸치와 조림해 식탁에 올리면 칼슘과 비타민C가 풍부해 성장기와 노인들에게 좋은 부식이 된다. 다행인 것은 작년에 풍년을 이뤄 항아리 2개 가득 고추장을 담갔다. 올해도 200여명의 식구가 김치를 담가 먹을 고춧가루는 건져서 감사함을 느낀다. 약 한번 주지않아 벌레 구멍 투성이인 들깨는 송이송이 가득 결실을 맺고 수확하라 재촉해 낫으로 조심조심 베어 말리고, 큰잎새 달린 토란을 캐니 올망졸망 대가족이 뭉쳐있다. 분명히 한 알을 심었는데 많은 건 10개도 넘는 토란이 주렁주렁 매달려 주인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금년 추석에 토란을 캐 껍질 벗겨 쌀뜨물에 식초 약간을 넣고 삶아 다시마와 멸치다시물에 소고기·무를 볶다 국을 끓였더니 별미였다. 오랜만에 친정어머니 맛이 우러나 맛있게 먹었다. 토란은 위에도 좋고 소화도 돕고 해독작용을 해 우리 몸에 유익한 음식이다. 끓이는 절차가 다소 힘들어도 식구 건강을 위해 자주 식탁에 올리려 한다. 뒤뜰에 나가보니 대추가 내 머리를 툭 친다. 서리가 온다는 보도에 며칠을 밭작물 신경 쓰느라 소홀했더니 덩굴식물이 나무를 감고 올라가 양분을 탈취해 열매가 덜 달렸다. 내년부턴 열심히 관리하리라 다짐해 본다. 먹거리도 걱정을 해야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한 우리식탁. 해마다 이맘때면 가을걷이를 하면서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비옥한 터에 심은 밭작물을 잘 거둘 수 있도록 철따라 비를 내려주고 햇빛을 주시는 조물주께 큰 감사기도를 드린다. /지현숙 대한어머니회 경기지회장 수필가

천자춘추/중앙정부, 지방정부?

경기도의회 196회 임시회가 지난 10월 5일 개회, 6일은 본회의를 열어 양당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는 일정으로 경기도지사와 관계공무원 그리고 경기도교육감과 관계공무원이 출석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6일에 국회 교육위원회는 경기도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을 대상으로 2004년도 국정감사를 실시했고,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관계공무원들이 국정감사에 출석함으로써 경기도의회 본회의에는 출석하지 못하게 돼 본회의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회를 하여 교섭단체별 의원총회가 열리는 사태를 맞이하였다. 국정감사 일정도 중요하지만 경기도의회 회의일정은 연중계획에 의해 이미 연초에 계획된 일정으로 도의회 의장단과 양당대표가 사전에 국회에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러나 결국 국회일정에 맞추어 진행되어 경기도의회 회의 일정에 차질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방의회는 헌법 제8장 제117조에 의거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그 종류에 대하여 규정하고, 제118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기관으로서 의회를 두고 그 조직, 권한, 의원선거 등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상 보장된 지방의회는 법률로서 폐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에 의사기관으로서 지방의회를 둔 취지는 주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의기관인 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집행권한을 비판·감시함으로써 지방행정이 민주적·능률적으로 공정하게 집행 하려는데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국정감사 일정이 지방자치 일정과 중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일정을 조정했어야 하나, 이번 경우처럼 중앙정부기관인 국회는 일방적으로 국정감사 일정을 잡아 결국 경기도교육감의 증인출석으로 도의회 본회의 일정에 차질을 가져오게 되었다. 앞으로 14일 보건복지위원회의 경기도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중복된 경기도의회 의사일정을 어떻게 조정할지, 도지사의 국감과 도본회의 참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국감이나 지방의회가 역할분담이 잘 안돼 흐트러진 모습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지 염려스럽다. /이해문 경기도의회 의원

천자춘추/우리를 위한 노인복지

현대사회에서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중의 하나로 고령화에 따른 노인문제를 일컫는다.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국가는 노인이 안정된 생활과 능력에 따른 사회적 참여 및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동법에는 ‘국가와 국민이 함께 경로효친, 건전한 가족제도가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노인의 문제는 국가나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고 국가와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노인복지는 노인의 소득보장, 건강보장, 교육과 건전한 여가문화의 활성화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이와 함께 노인들의 부양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노인의 날을 맞아 경기도내 한 노인복지관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자녀들과 떨어져 살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가족이나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하겠다고 대답한 노인은 14.3%로 나타났다. 물론 지방의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다른 비율의 응답이 나올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노인부양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의 정책 또한 가족에게 노인들의 부양을 강조하기 보다는 스스로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여건이 마련될 수 있도록 경로연금의 내실화, 노인의 고용기회 확대, 직업훈련 강화, 건전한 여가공간 마련, 요양을 필요로 하는 치매 등 질병노인을 위한 의료시설 확충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예산을 볼 때 전체적인 사회복지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10% 증가되었으며 특히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은 20%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피부로 느끼는 예산확충이나 사회복지서비스는 정부의 정책발표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노인복지는 정부의 책임과 정책적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며 사회적으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하고 우리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내가 그 문제의 당사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우리 어르신들뿐 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한 노인복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그리고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의 생활과 삶 속에 사랑이 넘쳐나게 하고 은혜로운 사회로 만들어갈 것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노인을 위한 노인복지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노인복지가 실시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인이 지속적으로 생산적인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상구 월드비전 경기지부장

천자춘추/죽전지구 입주를 축하하며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무계획적으로 난립하던 종전의 죽전지역은 민간업체가 산발적으로 개발을 추진하던 대표적인 난개발지역이었다. 그러나 난개발 방지를 위한 약 100만평 규모의 택지개발지구가 지정됨으로써 1만8천여가구, 5만7천여명이 거주할 수 있는 분당신도시 이후 수도권남부지역의 최대 주거단지로 변모하게 되었다. 우리 공사는 죽전지구를 조성하면서 단지내 도로신설 및 전력, 상·하수도, 에너지공급 등 각종 기반시설의 확충과 공원 및 녹지공간의 확보 그리고 도서관 및 야외음악당 등 교육·문화시설의 설치는 물론 주변 접근도로 개설과 광역교통망 확보를 통하여 보다 살기좋은 주거단지의 형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대지산공원을 조성하면서는 시민설계방식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시민단체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한 주민참여형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아직은 교통문제 및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주변환경이 어수선하지만 가로환경이 정비되고 각종 시설들이 다 들어설 경우 기존의 신도시보다 더 첨단화되고 편리한 주거단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편 우리 공사는 죽전지구 주변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죽전사거리-분당오리역간 주도로를 8차선으로 확장하였고 동서방향의 구국도 43호선을 확장 개설했다. 앞으로도 분당~동백간, 신갈~수지간 도로개설과 양재~분당~수원으로 이어지는 신분당선 전철이 들어설 경우 죽전지구는 용인지역을 포함한 수도권남부지역의 새로운 교통요충지와 생활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어려운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공사추진 과정에서 분당 구미동 주민들과 구미~죽전동간 도로연결 문제로 심각한 갈등이 일어난데 대하여 모든 관계기관이 이의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조속한 시일내에 도로개통이 될 것으로 보이나 연결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당초 이 도로는 적정한 법절차와 협의를 거쳐 계획된 것이며 성남시와 용인시를 아우르는 중요한 광역교통망이므로 조속한 연결을 통하여 양지역의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이 종식되고 공동 발전과 화합의 통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 공사는 분당주민들의 불편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건교부와 경기도에서 제시한 중재안에 대하여 막대한 추가비용부담을 무릅쓰면서 문제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더 이상 지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오완석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천자춘추/수도이전, 풍수도 좋지 않다

우리 정국이 신행정수도 이전 찬반으로 국론이 분열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여기서 사전적 의미로 ‘천도(遷都)’란 도읍을 옮기는 일이다. ‘도읍(都邑)’은 한 나라의 수도, 즉 서울이다. 정부에서 천도라고 하지 않고 신행정수도 이전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행정의 총수, 곧 대통령이 집무하는 장소(청와대)를 옮긴다면 바로 천도이다. 신행정수도 이전 운운하는 것은 당치 않다. 더구나 천도는 예부터 ‘천도(天道)’라고 했다. 하늘이 ‘때(時)’를 일러 준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 시(時)를 논할 때가 아니다. 만일 국민이 찬성한다 하여도 정부계획대로라면 2007년에나 착공이 가능하다. 우선 때가 좋지 않다. 착공 원년인 2007년은 노무현 정권의 임기말이다. 그 때는 누가 정권을 잡을지 미지수다. 더구나 정부가 이전하는 2012년이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불가 상태다. 혹 남북통일이 될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수도가 한반도 남쪽에 있다는 것을 상상해보라. 풍수지리는 자연원리를 이용하여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에 무궁한 발전을 기여하는 자연과학 학문이다. 인륜대사, 특히 국가대사는 자연의 섭리를 역행해서는 안 된다. 풍수지리상 공동체(국가) 운명은 양기(陽氣·陽宅)의 영향을 중시한다. 한반도의 양기는 바로 서울에 있다. 우리나라 서울은 세계적인 대명당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조선초기에 흉지인 경복궁(현 청와대)터를 길지로 잘못 판단하여 임진왜란 등 온갖 불행을 거듭했다. 따라서 대다수의 한국풍수연구가들은 금번 신행정수도 이전지로 예정된 충남 연기·공주 지역을 풍수적으로 길지(吉地)라고 보지 않는다. 서울의 50분의 1 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느 장소에 청와대가 건립되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엇갈린다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풍수연구가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도는 반드시 국토 중심부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남산 등이 도심을 사시사철 푸르게 하고, 깊고 맑은 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서울을 한 국가의 도읍으로 외면한다는 것은 화(禍)를 자초하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서울 다른 곳이나 기전지역(畿甸地域)으로 청와대를 새로 건축해야 한다는 이른바 ‘청와대 신축 이전론’이다. 시운(時運)에도 풍수(風水)에도 적합하지 않은 신행정수도 이전은 백지화해야 한다. /박민찬 풍수지리연구가

천자춘추/산이 나에게 오지 않으면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자신이 산을 옮기겠다고 장담을 하고는 실제 산을 옮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산이 나에게 오지 않으면 내가 산으로 가겠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말이건 듣는 이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듯이 이 말 역시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장애라는 굴레를, 그것도 자기 자신의 장애가 아닌 자식의 장애를 짊어지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사회가 장애인에게 오지 않으면 장애인이 사회로 가겠노라고. 최근 장애인복지에 대한 접근방법이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장애인을 한 장소에 모아놓은 ‘시설’을 통한 지원으로부터, 대규모 시설운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인권유린의 가능성을 피하고 장애인에게 보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대규모시설을 탈피하고 가능한 지역사회 안에서 일반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부모입장에서 무척이나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적인 제도가 바뀌어도 그동안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던, 그래서 이 세상에서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할 존재로 생각되던 장애인들이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자 세상 속으로 나올 때 사회전반적인 그릇된 인식과 집밖으로 나오는데 걸림돌이 되는 물리적 여건은 커다란 장벽이 아닐 수 없다. 정신지체장애인이 길거리를 다닐 때 혹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받아야하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의 집안 문지방에 있는 단 5㎝의 문턱이 이들의 세상 진입을 가로막고 있듯이. 하지만 국민소득 일만불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주위의 많은 분들이 자신보다 조금은 약한 사람,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리라 믿어본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우리 자녀들이 이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와 장애인의 잦은 만남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사회가 장애인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능력의 한계로 인해 사회적 면역력이 약할 수 밖에 없는 내 자식일지라도 등을 떠밀어서라도 사회 속으로 들여보내야겠다. 비록 많은 위험부담이 따를지라도. /노석원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성매매와 보호관찰

요즘 집창촌(일명 사창가)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번 만큼은 정부가 불법 성매매사범에 강력한 철퇴를 가하기로 작심을 하였다. 지난달 23부터 ‘성매매알선행위등 처벌에관한법률’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기존에 윤락행위방지법이 있었지만 주로 성판매자인 윤락여성의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실제 성구매자인 남성의 처벌에는 관대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특별법은 성판매자인 여성과 성구매자인 남성의 동시처벌 뿐만 아니라 유사 성행위도 처벌하도록 했으며 집창촌 이외 퇴폐이발관, 휴게텔 등 신종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 범위가 확대되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성매매사범에 대하여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을 받도록 하였다. 이는 지금까지의 처벌위주의 관행에서 선도교육을 통한 건전한 성윤리 의식의 주입으로 잘못된 성문화 풍토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보호관찰소는 특별법 시행전부터 성매매사범에 대한 보호관찰 지도기법을 착실히 준비해 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성폭력사범, 풍속사범(원조교제) 등이 현재 보호관찰중에 있다. 성매매사범은 다른 사범보다 많은 죄의식과 수치심을 갖고 있으므로 1차적으로 개인 신상정보를 최대한 보호토록 할 계획이다. ‘성매매사범 전담보호관찰관제’를 두어 가급적 전담보호관찰관의 지도상담을 받게할 것이며 상담시에도 비공개 장소에서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2차적으로는 성매매의 인식전환을 통한 자기통제력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다. 교육에는 집단교육, 개별교육 등이 병행되며 수시로 전문상담가, 성매매피해자 등을 초빙하여 성매매의 반인권성을 체득케할 예정이다. 또한 성매매사범은 집중감독을 받게 된다. 혹자는 성매매사범에 대하여 선도교육이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사 사범인 성폭력사범의 재범률이 4.1%(2004년 법무부 보호관찰 통계연보)에 지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교육의 효과를 알 수 있다. 이 특별법을 집행하는 필자는 참으로 안타깝다. 이 특별법으로도 성매매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또다른 강력한 특별법이 만들어질 것이 아닌가. 그만큼 우리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벌써부터 변종 성매매행위가 유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강력한 법으로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인위적인 노력 보다 우리 스스로가 자제하는 자정 노력이 아쉽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지도자의 권위와 윤리

지도자에게는 권위(權威)가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독선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위주의(權威主義)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복종하며 존경을 표하는 권위를 지녀야 한다. 이 때 지도자의 권위는 힘이나 돈보다는 윤리·도덕적 삶에서 나온다. 윤리·도덕의 바탕에서 나오는 권위가 아니면 그것은 곧 폭력이나 권위주의에 이르기 쉽다. 지도자의 권위는 외형의 저울로 그 직무를 수행하고, 내형의 도덕적 자로 끊임없는 자기확인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스스로 윤리와 도덕의 모범을 보이고, 또한 사회에서 정의를 구현해 나갈 때 자연스럽게 권위가 서게 된다. 권위는 원칙·언어·행동·투명·순리·운용 등이 주제어로 인용된다. 첫째, 원칙·언어·행동을 들 수 있다. 지도자 자신에게는 도덕이, 사회에는 윤리가, 국민과 일반에는 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지도자의 언행은 엄청난 영향력과 파괴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언어와 행동을 선택함에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한다. 지도자의 일거수 일투족은 사회 일반의 주시 속에 있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둘째, 투명함에 있다. 지도자는 사적·공적인 것 어느 한 가지도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에서 유리 속의 전라(全裸)와 같이 투명하게 공개하여 한 점의 의구심도 없도록 해야 한다. 시작부터 과정 그리고 결과에 이르기까지 국민 앞에 완전히 공개하는 투명함이 요구된다. 셋째, 일관성이다. 지도자의 또 다른 덕목은 일관성에 있다. 좌충우돌하는 식의 일관성 없는 지도자의 행태는 국민으로부터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마침내는 권위까지도 상실하게 된다. 넷째, 모든 일에 무리함이 없어야 한다. 지도자가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 내린 결정에 자기논리와 변명으로 급급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와 민주정치는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시한다. 모든 일에는 선후와 완급이 있으므로 선택과 속도조절에 합리적 사고를 해야 한다. 다섯째,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현대사회는 민주시민사회이다. 민주사회의 시민은 지도자의 전횡과 독단 그리고 밀어 붙이기를 용납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존·공생·공영의 통합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윤리·도덕의 기초 위에 영역별 운용체계의 묘를 갖추어 최종 조정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권위가 선다. 권위를 잃은 지도자에게는 미래가 없다. /조휘각 한국국민윤리학회 회장 인천대교수

천자춘추/대부도의 석양을 바라보며

얼마전 공장방문을 마치고 지나던 길에 대부도에 간 적이 있다. 모처럼의 바닷가 길이기에 회 한접시를 시키고 바다를 바라보니 낙조가 참 멋있게 펼쳐지고 있었다. 요사이 은행의 만기연장불허 등으로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허덕인다는 소식을 자주 듣는다. 그런가운데 이날 방문한 공장은 제조공장을 신축하고 3년 후에는 1천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우고 기술혁신에 매진하는 기업이다. 다들 해외이전을 서두르고 있는 터에 이 공장 사장은 국내에 시설투자를 하고 공장을 새로이 준공하였다는 점이 오히려 이색적이다. 이 회사는 특수한 틈새 분야에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노력한 만큼 매출이 신장하고 새로운 공장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방문 공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였다. 이 공장은 섬유업종이다. 섬유업종하면 사양산업이라고 해서 경영여건이 나빠 자금난에 허덕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앞선다. 그러나 이 회사는 작년 흑자 30억원에 금년 60억원의 흑자를 목표로 매진중이다. 그 비결 역시 시장 수요를 정밀 분석하여 필요한 상품을 발굴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이 회사는 해외시장개척에 열중하며 유럽·미국 등을 파고들어 수백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상념에 젖어 보았다. 왜 어떤 기업은 요새같은 시절에 은행 돈을 거의 쓰지않고 좋은 경영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또 어떤 기업은 정부의 끊임없는 지원 속에서도 자금난 등에 시달려 어렵다고들 하는지? 지는 해가 구름에 가리워 주위가 어느새 약간 어두운가 싶더니 구름 주위가 새빨간 빛으로 또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먼 섬 바위 위에 걸친 반쪽 해가 연출해 내는 서해안의 석양빛 노을은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창업가이다. 널따란 쪽빛 하늘에 수놓는 대부도의 노을은 새로이 기업을 일구고 세워가는 벤처의 도전정신과도 흡사하다. 불굴의 기술혁신정신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경제라 할지라도 반드시 열매를 맺고 만다. 불타는 기업가정신은 붉은 빛을 토해내는 석양의 불과 같다.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대부도의 석양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우리 중소기업가들의 열정과도 같다. 우리 중소기업이 경제를 이끌고 세계시장을 뒤덮는 그날까지 석양은 오늘처럼 아름답게 비출 것이다. /정영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천자춘추/폐지로 만든 차(茶)

대전·충남지방 병무청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직원들이 조직에 대한 귀속감과 일체감을 갖고 스스로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중, 노인들이 아침 일찍 병적증명서 등을 발급 받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전 직원들이 동참하는 폐지수집을 통해 생긴 판매금을 가지고 차를 대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폐지수집일로 정하고 필자가 솔선수범했다.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헌 종이 한 장이라도 아끼고 각자 집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폐지 수집은 멀리서 들려오는 새벽종소리 같이 은은하게 직장에 대한 애착심을 유발하였고 상사동료간 신뢰와 이해가 쌓이며 건전한 직장분위기를 만드는 토양이 되었다. 또한 노인들에게 대접한 차 한 잔은 병무청에 대한 친절한 이미지로 되돌아 왔다. 초등학교 시절 누구나 지능지수(IQ)검사를 받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능지수가 높으면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것으로 인식되곤 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감성지수(EQ)가 지능지수 못지않게 중요한 척도로 등장하고 있다. 감성지수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의 차원에서도 똑같이 중요하다. 조직의 감성지수란 조직원들 상호간에, 조직과 관련된 외부인들과, 상대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부드럽게 관계를 유지해가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의 감성지수가 떨어지면 조직원들이 불안감에 빠지고 일에 몰두하지 못하며 부서간 협조나 의사소통은 더욱 어렵다. 또한 고객들에게 불친절해지기 쉽고 고객의 사소한 불만이나 느낌을 무시하게 될 것이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 조직의 감성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동생활 속에서 생기는 감정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만남이 부드러워야하지만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조직원들이 함께하는 단체활동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이성적 판단에 따라 행동하지만 때로는 감정의 지배를 받아 그릇된 행동을 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수 없이 많은 개인과 조직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산업사회에서 조직원 스스로 감정을 잘 다스리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의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것이다. /임낙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비엔날레와 ‘묵은 지’

지난 10일 개막한 제5회 광주비엔날레는 올해로 10년의 연륜을 가졌다. 그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될 때만 해도 아시아에서는 처음 시작되는 비엔날레였고, 이후 1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광주를 어둡고 폭력적인 역사적 상처를 가진 도시에서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로 부각시켰다. 8일 프레 오픈(Pre-open), 9일 내외신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 오픈(Press-open), 그리고 10일 오전 본격 오픈했다. 8, 9일부터 그야말로 광주는 외부에서 온 사람들로 생기와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비엔날레관의 본 전시장뿐만 아니라 인근의 교육홍보관, 각 창작스튜디오에서도 크고 작은 전시들이 함께 열려 광주는 온 도시가 미술축제를 하는 중이었다. 나는 광주라는 도시를 갈 때마다 늘 기대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음식에 대한 흥분이다. 평소 식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광주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이곤 한다. 오래 전 대학생때 친구들과의 여행중 광주역 앞 허름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1천원 정도의 백반 이후로 광주는 음식에 관한 환상의 장소로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른 느낌을 가졌다. 음식은 분명 훌륭했으나 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는 분 초대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그 훌륭한 상차림에 눈과 혀가 감탄을 하며 맛있게 먹었지만 뭔가 빠진 듯 아쉽고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메인 요리까지 다 나오고 난 뒤, 우리 일행중 한 분이 ‘묵은 지’는 없냐고 주문하자 조금 후에 김치가 나왔다. 담근지 3년 정도 된 그야말로 ‘묵은 김치’이다. 거기에 고추 콩잎 등 각종 장아찌와 젓갈류, 민물 간장 게장이 조금씩 나왔다. 이미 배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불러왔지만 묵은 김치와 푹 삭은 토속적인 반찬은 절대 포기가 안됐다. 온 몸이 요구하는 그 음식을 먹으며 다시 생각했다. 아까 먹은 화려하고 기름진 요리들은 뭐였지? 외지인인 나와 광주인 식당 주인의 조그만 생각의 차이가 이 맛있는 음식을 못 먹을 뻔하게 한 것은 아닐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앞서 간다. 비엔날레에서 본 작품들도 이틀에 걸쳐 이미 다 눈으로 먹고 난 뒤이지만 아직 더 먹고 싶은 것이 있는데 못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보고 싶은, 만나고 싶은, 마주치고 싶은 가슴을 울리는 ‘묵은 지’ 같은 작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승미 과천제비울미술관 실장

천자춘추/사람노릇

가을이다. 폭염과 모진 장마를 딛고 선 가녀린 벼이삭이 웃는다. 그러나 곧 겨울은 온다. 존재의 모든 껍데기를 벗어야 할 겨울이 온다. 모리 교수의 ‘살아있는 장례식’을 보면서 삶의 불꽃같은 열정과 정갈한 마무리에 숙연해진다. 역사속에서 사람노릇을 멋지게 해낸 율곡선생의 삶을 더듬어 보자. 퇴계와 더불어 성리학의 완성자라 칭송되는 율곡. 그는 과거의 예비시험인 생원과, 진사과 그리고 본 시험인 대과에서 치르는 각각 3번씩의 시험에서 모두 1등으로 장원급제한다. 이를 9장장원이라 하는데, 과거제도 역사상 단 2명뿐인 기록이다. 율곡과 따로 떼어낼 수 없는 이름 師任堂 申氏. 그녀는 율곡의 어머니, 작가, 화가이며 현모양처의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율곡은 파주생이지만 어머니 고향인 강릉에서 성장했다. 뛰어난 재질을 구비한 사임당 신씨의 교육이 있었기에 율곡이 존재한다. 그는 어머니가 사망하자 크게 상심하여 19세에 금강산에 입산하여 중이 된다. 그러나 1년여 수행 후 환속, 성리학에 전념한다. 이때 퇴계 이황으로부터 ‘후배가 두렵다(後生可畏)’는 평가를 받는다. 성리학의 대가 율곡. 그가 지극한 나이에 어머니 생신날에 때때옷을 입고 춤을 추어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대상은 당연히 신사임당이며 신씨라면 의당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때때옷의 효도춤을 받은 이는 신사임당이 아닌 새엄마였다. 새엄마는 술도 잘 마시고 성격도 드세 주변에서 악평을 들었다. 그럼에도 율곡은 새엄마를 친어머니처럼 모셨다. 부친이 별세한 후에도 끝까지 자식도리를 다했다. 율곡이 돌아가셨을때 새엄마는 ‘이런 자식을 만난 덕에 내가 사람이 되었다’며 3년동안 상복을 입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 정도면 제대로 된 사람노릇 아닌가! 공자의 ‘춘추(春秋)’는 혼란을 평정하여 질서를 바로잡는 책이다. 방법은 君君 臣臣, 父父 子子다. 각자의 존재는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노릇은 상대방의 자격됨이 아니라, 내 자신의 인격됨의 문제다. 하늘에는 구름의 흩어짐과 모아짐이 너그럽다. 大地에는 천둥과 비바람을 이겨낸 곡식이 풍요롭다. 율곡선생이 저만치서 웃는다. /송기출 수원청소년문화센터관장

천자춘추/하와이 한국 독립문화원 설립

“민족 교육은 제2의 독립운동이다”라고 외치면서 평생동안 후세교육에 헌신해온 홍우준(洪禹俊) 경민대학 학장이 해외독립운동 단체의 하나인 하와이의 국민회(國民會)회관이 타민족에게 넘어가 폐관될 위기라는 소식을 듣고 우리가 매입하여 후손에게 독립운동 정신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소로 삼기를 결심했다. 2001년 6월 재단법인 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으로 주 정부등록과 2001년 9월 사단법인 대한독립운동 사적보존진흥회를 설립하여 국가보훈처 승인을 득하였다. 새롭게 단장한 ‘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에는 이승만 박사, 안창호 선생, 박용만 장군 등과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독립운동 하던 모습을 사진에 담아 2003년 1월 14일 10시에 대한민국 국회의장, 하와이이민백주년기념사업회장, 하와이총영사, 독립기념관장, 보훈처담당관 등 많은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무명애국지사 추모비 제막식과 더불어 개원식을 거행하였다. 미주의 독립운동은 지금부터 백여년전인 1903년 1월 13일 우리 선조 102명이 호놀룰루에 도착하여 하와이 농장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민선조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일당 69센트중 20센트씩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헌납하였다. 1909년에는 다양하게 난립해 있던 미주내 한인 단체들을 통합하여 국민회를 창립하고 조국 광복운동을 본격적으로 수행하였다. 이 건물을 국민회가 독립운동의 본부로 사용하기 위하여 1947년 매입하여 현재까지 사용해온 역사적인 현장이며 독립투사들의 얼이 살아 숨쉬는 곳이었다. 다행히도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홍우준 박사의 헌신적 노력으로 ‘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으로 그 명맥을 잊게 된 것은 실로 역사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와이를 찾는 모든 동포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우리 선조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본받고 ‘나는 지금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자문하면서 옷깃을 여미고 조국의 통일과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기원하고 애국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는 장소로서 사랑받는 유적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일성 경민대학 효실천본부장

천자춘추/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라

불교의 가르침에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다 마음의 짓는 바이다 하는 말인데 그 깊은 뜻을 일일이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쉽게 생각하면 우리가 현실 누리고 있는 모든 행과 불행이 다 그 근원을 살펴보면 다 마음의 짓는 바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우리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를 들어갈 때 어떤 전공을 택하고 어느 학교를 들어 가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 선택을 누가 하느냐 하면 결국 각자의 마음이 들어서 최종 결정하고 마음의 결정에 따라 행동이 뒤따르게 되는데 그 선택에 다른 결과는 훗날 각자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과 같다. 또 쉽게는 어떠한 일을 당해서 그 일을 잘 처리하고 잘못 처리하고는 다 내 마음의 작용이 들어서 되는 것인데 그 처리의 결과에 따라 각자의 인생에 그 영향이 미치는 것도 같은 논리이다. 고등학교 동기 한 명은 당시 주목하지 않던 한의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요즈음은 대단히 유망한 직종이 되어 성공한 인생으로 잘 지내고 있다. 이것도 그 때의 선택이 가져다 준 결과이다.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당하게 되는 수많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 뒷날 나의 인생의 행과 불행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 때문에 당하는 그 일 그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은 미래의 행복을 담보하는 확실한 길이 된다. 또한 개인의 일 뿐만 아니라 사회나 국가의 일도 구성원 한 사람 한사람의 선택, 또는 지도자의 선택 등이 그 사회 그 국가의 흥망과 국민 모두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우리는 역사에서나 현실에서 너무나 많이 경험하고 또 직접 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참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피나는 단련이 꼭 필요하지 않겠는가? 원불교에서는 그 단련법으로 모든 일에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매사에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진행하여 개인과 사회에 닥칠 미래의 불행을 막고 오직 행복만을 가져오기를 염원해본다. /김주원 원불교 경인교구장

천자춘추/과일상자

“아빠, 식탁위에 과일상자 좀 열어 봐. 혹시…” 열두시를 넘겨 집에 들어간 아빠에게 남긴 중학생짜리 딸아이의 쪽지 내용이다. 아이의 말대로 상자는 식탁위에 놓여 있었고 여기저기 뜯으려한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제법 큼직한 상자는 테이프 등으로 꽁꽁 묶여 있었고 과일상자의 모습이었으나 무게는 꽤 나갔다. 아마도 집사람과 아이는 상자의 모양과 무게에서 수상한 느낌을 받았나보다. 일반 사과상자보다는 작고 복숭아 상자보다는 키가 컸다. 무게는 여느 과일이 주는 무게감과는 사뭇 달랐다. 또한 배달 직후에 없어진 것인지 보낸이의 인적사항이 찢겨져 있었다. 대충 이 정도니 우리 식구들은 어느 날 갑자기 배달된 낯선 상자로부터 뿜어 나오는 미스테리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빨리 아빠가 들어와 그 상자를 개봉을 해서 미스테리를 풀어 줬으면 했지만 기다리는 아빠는 그날따라 무척 늦은 것이다. 또한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모 광역시장 집으로 배달된 굴비상자가 생각났던 게다. 지난 설 명절때 만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우리집에서 벌어진 것이다. 방송인에서 정치인으로 바뀐 상황이 나 자신뿐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환경의 변화를 가져왔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이쯤에서 상자의 비밀을 말하자면 내용물은 달덩이만한 멜런 세 덩이였고 친한 선배의원께서 후배 초선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씀과 함께 보내준 추석 선물이었다. 우린 그저 웃을 수 밖에…. 글쎄 그저 웃어 넘기기에도 뭔가 무거운 느낌이 남는다. 요즘 여의도는 경기가 말이 아니다. 쉬운 얘기로 밥 한 번 제대로 사는 선배의원이 별로 없다. 어느 대선배 의원은 나와의 첫 만남에서 “한 의원, 와 이제 왔노? 재미 되게 없을 때 왔네.” 여러 가지로 옛날이 좋았다는 뜻 일게다. 국회의원 당선되고 나에게 들어온 후원금은 지역의 이름모를 주민으로부터 입금된 5만원이 전부다. 물론 선거기간에 후원금이 얼마간 들어 왔으나 이미 바닥난 상태. 소위 방송할 때 벌어 놓은 돈 까먹고 있다. 선배들에게 손 내밀기도 면구스럽다. 그들도 사업 안돼 죽을 맛일테니. 9월초에는 지역 사무실도 폐쇄했다. 선배의원들은 무척이나 걱정을 해준다. 하지만 비록 내가 새내기이지만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저비용 정치에 대한 실험인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 만나 얘기할 때 밥값정도는 필요하긴 하다. 그래도 내용 바뀐 과일상자는 사양이다. “딸아, 걱정 말아라.” /한선교 국회의원(용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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