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성벽과 화서문을 배경삼아 야외에서 창작뮤지컬 한 편이 공연되었다. 20년 가까이 지역을 지켜온 ‘극단 성(城)’이 연극 ‘정조대왕’을 고쳐 만들었는데 지역극단으로서는 시도하기 힘든 대형 뮤지컬이었다. 정조대왕의 분신과 같은 화성 그 자체를 무대삼아 펼쳐지는 개혁군주로서의 꿈과 비전, 또 효심 깊은 아들로서의 인간적 면모는 색다른 감흥을 갖게 해주었다. 성벽과 성문, 주변의 계단은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훌륭한 무대요 세트였다.
그러나 초 저예산으로 대형뮤지컬을 제작해야 하는 열악한 조건은 좋은 배경, 수준급의 작곡과 연주, 뮤지컬배우가 아니면서도 기대 이상의 연기와 노래를 들려준 배우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빈약한 음향과 반주, 코러스, 부족한 조명과 효과 등 뮤지컬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너무나 부족했던 것이다.
하루 앞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공연된 외국 작품 ‘지킬 앤 하이드’는 대조적이었다. 외국에서 공수해 온 의상과 무대, 화려한 조명과 효과, 뮤지컬 스타들의 열연이 객석을 압도했고 관객은 그들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14억원이 투자된 이 작품은 서울에서만 19억원을 벌어 5억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적게’ 투자된 뮤지컬에 속한다. 최근에는 100억 원 이상이 투자된 공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이 불투명해 투자를 받지 못하는 창작뮤지컬은 가시밭길 뿐이다. ‘정조대왕’의 공연을 보면서 내내 수에즈 운하 준공 기념으로 작곡된 오페라 ‘아이다’가 생각났다. 이집트는 베르디에게 10만 프랑이라는 당시로서는 거금을 투자했고 결국 오페라 중의 오페라라고 불리는 ‘아이다’가 탄생되었다.
당시의 오페라보다 더 파급력이 큰 것이 오늘의 뮤지컬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기념하고 화성에 담긴 실학사상과 정조대왕의 개혁사상을 호소력 있게 보여주는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 있다면 그 값어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보다 더 훌륭한 문화상품, 관광상품이 또 있겠는가.
열악한 조건 속에서 그 첫발을 내디딘 예술인들에게 갈채를, 소중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후원과 격려를 보내야 할 시점이다.
/표신중 기전문화대학 미디어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