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개막한 제5회 광주비엔날레는 올해로 10년의 연륜을 가졌다. 그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될 때만 해도 아시아에서는 처음 시작되는 비엔날레였고, 이후 1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광주를 어둡고 폭력적인 역사적 상처를 가진 도시에서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로 부각시켰다.
8일 프레 오픈(Pre-open), 9일 내외신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 오픈(Press-open), 그리고 10일 오전 본격 오픈했다. 8, 9일부터 그야말로 광주는 외부에서 온 사람들로 생기와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비엔날레관의 본 전시장뿐만 아니라 인근의 교육홍보관, 각 창작스튜디오에서도 크고 작은 전시들이 함께 열려 광주는 온 도시가 미술축제를 하는 중이었다.
나는 광주라는 도시를 갈 때마다 늘 기대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음식에 대한 흥분이다. 평소 식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광주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이곤 한다. 오래 전 대학생때 친구들과의 여행중 광주역 앞 허름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1천원 정도의 백반 이후로 광주는 음식에 관한 환상의 장소로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른 느낌을 가졌다. 음식은 분명 훌륭했으나 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는 분 초대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그 훌륭한 상차림에 눈과 혀가 감탄을 하며 맛있게 먹었지만 뭔가 빠진 듯 아쉽고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메인 요리까지 다 나오고 난 뒤, 우리 일행중 한 분이 ‘묵은 지’는 없냐고 주문하자 조금 후에 김치가 나왔다. 담근지 3년 정도 된 그야말로 ‘묵은 김치’이다. 거기에 고추 콩잎 등 각종 장아찌와 젓갈류, 민물 간장 게장이 조금씩 나왔다. 이미 배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불러왔지만 묵은 김치와 푹 삭은 토속적인 반찬은 절대 포기가 안됐다. 온 몸이 요구하는 그 음식을 먹으며 다시 생각했다. 아까 먹은 화려하고 기름진 요리들은 뭐였지? 외지인인 나와 광주인 식당 주인의 조그만 생각의 차이가 이 맛있는 음식을 못 먹을 뻔하게 한 것은 아닐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앞서 간다. 비엔날레에서 본 작품들도 이틀에 걸쳐 이미 다 눈으로 먹고 난 뒤이지만 아직 더 먹고 싶은 것이 있는데 못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보고 싶은, 만나고 싶은, 마주치고 싶은 가슴을 울리는 ‘묵은 지’ 같은 작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승미 과천제비울미술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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