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지방 병무청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직원들이 조직에 대한 귀속감과 일체감을 갖고 스스로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중, 노인들이 아침 일찍 병적증명서 등을 발급 받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전 직원들이 동참하는 폐지수집을 통해 생긴 판매금을 가지고 차를 대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폐지수집일로 정하고 필자가 솔선수범했다.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헌 종이 한 장이라도 아끼고 각자 집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폐지 수집은 멀리서 들려오는 새벽종소리 같이 은은하게 직장에 대한 애착심을 유발하였고 상사동료간 신뢰와 이해가 쌓이며 건전한 직장분위기를 만드는 토양이 되었다. 또한 노인들에게 대접한 차 한 잔은 병무청에 대한 친절한 이미지로 되돌아 왔다.
초등학교 시절 누구나 지능지수(IQ)검사를 받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능지수가 높으면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것으로 인식되곤 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감성지수(EQ)가 지능지수 못지않게 중요한 척도로 등장하고 있다.
감성지수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의 차원에서도 똑같이 중요하다. 조직의 감성지수란 조직원들 상호간에, 조직과 관련된 외부인들과, 상대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부드럽게 관계를 유지해가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의 감성지수가 떨어지면 조직원들이 불안감에 빠지고 일에 몰두하지 못하며 부서간 협조나 의사소통은 더욱 어렵다. 또한 고객들에게 불친절해지기 쉽고 고객의 사소한 불만이나 느낌을 무시하게 될 것이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
조직의 감성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동생활 속에서 생기는 감정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만남이 부드러워야하지만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조직원들이 함께하는 단체활동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이성적 판단에 따라 행동하지만 때로는 감정의 지배를 받아 그릇된 행동을 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수 없이 많은 개인과 조직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산업사회에서 조직원 스스로 감정을 잘 다스리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의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것이다.
/임낙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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