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 수려한 내장산 국립공원의 내장사를 문화유적답사차 다녀왔다. 어머니 치마폭 속 같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봉우리들이 탐스런 여인의 젖가슴처럼 역동감 넘치는데 감나무가 가지마다 감을 잔뜩 달고 윤기 흐르는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는 모습이 고향 뜰 유년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산 안에 감추어진 것이 무궁무진 하다해서 붙여진 내장산을 여러차례 방문했는데 이번엔 문화유적의 진수를 만끽했다.
고승들의 사리와 유해들을 모신 부도전은 16좌의 부도와 6기의 탑비가 세월의 상흔을 보듬은 채 침묵하고 있었다. 또한 임진왜란때 태조 영정과 왕조실록을 강화도에서 내장산에 있는 용굴암이란 곳에 피난시켜 보전해 기념비를 세운 곳이 이곳에 있었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때 영은대사가 50여동의 대가람을 세우고 영은사라 했다가 여러차례 불이나 주지 다천이 중건하고 내장사라 칭했으며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사찰을 복원했다.
속세를 잊고 깨달음의 일념으로 들어선다는 내장사 일주문을 지나니 경내에는 대웅전, 명부전, 극락전이 부처님 사리를 모신 3층탑의 조화로움에 어울려 순례자들의 합장예불을 받고 있었다. 절 주위엔 12폭 동양화 병풍이 펼쳐진 것처럼 산세가 무척이나 아름답고, 기암괴석들이 절을 내려다보며 중생들에게 겸손을 배우라고 침묵으로 얘기하는 듯 했다. 해우소라는 푯말을 따라 나와 보니 원적골 계곡 물소리가 길손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백팔번뇌 상징으로 심었다는 백팔그루의 단풍터널에 매료돼 추억을 담는 모습은 너무나 정겨웠고, 영상관에서 내장산의 사계를 보며 빼어난 절경에 가슴이 두근거리며 번뇌가 사라지는 듯 했다. 푸르른 신록과 여름 계곡 따라 명주실 풀어놓은 듯 아름다운 폭포수들, 초록에 지쳐 붉게 탄 산등성이 그리고 빼어난 설경 등 계절마다 절경을 자랑했다. 잘 정돈된 전시관의 민가는 조상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생동감 있게 재현돼 어린 자녀들에게 견학시키면 시청각 학습자료로 훌륭하겠다 생각했다.
내장산의 식물자원은 760종인데 15%가 비자나무로 1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구암사에 있는 은행나무는 높이 30m, 둘레 5m로 광복절과 6·25전후 1개월간 벌이 우는 소리로 울었다 한다. 구암사는 병화로 소실이 많았지만 신비의 은행나무는 지금까지 건재해 그 역사를 말해준다.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다녀온 내장산과 그 안의 문화유적답사는 가을날 자연에 대한 감사와 행복감을 맛보게 했다.
/지현숙 대한어머니회 경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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