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외시(度外視)’라는 말은 후한의 시조 광무제가 천하를 평정함에 있어서 중원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지역을 차지하고 단지 두 곳만을 남겨 놓았을 때 중신들이 이 두 곳의 토벌에 대해 “이미 중원은 평정(平定)되었으니 이제 그들은 ‘문제시할 것 없소’(度外視)”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우리는 흔히 ‘그 일은 도외시 합시다’라는 말을 곧잘 한다.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을 처리하거나, 그 일의 대부분을 해결했을 경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가욋것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렀다. 꽤 많은 사람이 찾는 식당이라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려 안내를 받아 테이블을 배정받아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동석했던 분과 함께 눈에 띄는 메뉴를 주문하고 나서 한참 동안 대화가 오갔다. 어느 쯤엔가 우리보다 늦게 주문한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중 일부는 벌써 식사를 끝나가는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30분이 지났다. 혹시나 해서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주문이 누락되었다는 것. 처음 주문을 받았던 종업원이 바로 뛰어 나오더니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신속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에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식사를 하는 중에 주문 실수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주스를 서비스한다며 깍듯이 절하고 거듭 사과하는 것이었다. 이왕 사과하는 바에야 눈에 띈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몇가지 충고했다. 곧이어 정장을 한 관리자가 나오더니 책임자로서 사과하고 시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계속해 관심을 보였다. 그것을 보면서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종업원들이 잘못을 즉시 인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며 손님의 말을 귀담아 듣고 책임자가 나서서 이를 성의껏 응대하는 모습이 매우 진지했다. 이는 상당히 훈련된 영업수완이고 시스템이라고 여겨졌다. 비록 손님의 지적이 사소한 것일지 모르나 이를 도외시하게 된다면 이 음식점은 다시 찾지 않게 될 것이고 종업원의 태도가 누적되어 그 음식점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고객중심경영이 강조되는 현재 기업의 경영환경에서 이러한 고객의 지적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비록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음식점과 같은 곳에서도 경영자와 근로자의 소중한 가치라고 여겨졌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바로 문제시될 것을 도외시하다가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르는 경우이다. 비록 종업원의 실수가 있었지만 그 음식점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성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오 완 석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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