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아는 사람들로부터 컴퓨터 구입에 대한 문의를 받는 일이 많았다. 대부분은 컴퓨터를 싸게 사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는데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가격을 깎는 것 보다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컴퓨터를 더 싸게 사는 방법이라고 일러주곤 했다. 아무리 싸게 사도 컴퓨터로 게임만 한다면 비싼 게임기요, 글만 쓴다면 비싼 타자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한 작가가 덜컥 예산의 두 배에 가까운 컴퓨터를 구매하고 말았다. 공연히 부추겼다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컴퓨터 값을 다 뽑았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나 내가 오히려 놀랐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자료 수집에 품과 시간이 많이 들었었는데 씨디롬에서 찾은 자료를 대형화면에 여럿 열어놓고 집필을 하니 손쉬울 뿐 아니라 글도 훨씬 풍성해 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 덕분에 컴퓨터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책상 위의 비싼 컴퓨터가 제 값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왕 산 컴퓨터, 본전을 몇 배로 찾는 법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가 권하는 것은 공공도서관의 전자책서비스이다. 세계에서 제일 싼 편이라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책값도 꽤 부담스러워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또 일부러 도서관에 가는 일도 마음 같지 않다. 그런 분들에게 딱 맞는 게 전자책이다. 우리 경기도의 공공도서관들은 대부분 활발하게 전자책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종이책을 다 전자책으로 만들지도 않고 비디오처럼 출판된 후 조금은 지나야 전자책으로 만들기 때문에 최근 신문에 소개된 책을 전자책으로 보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종이책 중에서 엄선하기 때문에 전자책은 대부분 양서(良書)라고 할 수 있고 의외의 책도 많이 있다. 잠시 틈을 내 여러분의 시, 군 도서관 홈페이지를 찾아보시기 바란다. 아직 전자책 서비스를 하지 않는 도서관도 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경기도 사이버중앙도서관은 경기도 공공도서관의 회원이면 누구나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책에서 얻는 지식과 기쁨은 컴퓨터 값 정도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이번 주에는 전자책으로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흥미로운 체험을 해보시기 바란다.
/표신중 경기문화재단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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