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사자’가 있었다. 둘은 죽도록 사랑하여 마침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둘은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소가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풀을 날마다 사자에 대접했고, 사자는 싫었지만 참았다.
사자도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살코기를 날마다 소에 대접했고, 소도 괴로웠지만 참았다. 그러나 참을성은 한계가 있었다. 소와 사자는 다투기 시작하였고 끝내 헤어지고 말았다.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한 말, “난 최선을 다했어”였다.
세상에는 소와 사자처럼 사는 부부들이 많다.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하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급기야는 심한 폭언과 폭력행위까지 하게 되고, 결국 법의 처벌을 받아 가정폭력사범으로 수강명령을 받고서 보호관찰소에 오게 되는 이들이 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사범들이 수강명령 프로그램 집행 초기에는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배우자(피해자)를 원망하고, 자신은 잘못이 결코 없는데 억울하게 처벌받고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강한 저항감을 갖고서 출발한다. 그러나 교육 중반기로 접어들게 되면서 자신들의 폭력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특히 사이코드라마를 통하여 자신들의 폭력행동에 대하여 깊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흘리는 눈물과 독백 속에는 배우자를 향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진심어린 반성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자신에게서 가장 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술’이라고 하면서, 만취상태에서 배우자에게 거친 폭력을 행사하였고 그로 인하여 가정이 병들고 깨지게 되었노라고 이후 어떤 상황에서도 단주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또 아내의 임종을 5분 앞둔 가상의 상황에서 아내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는 연출자의 말에 “여보, 정말 죽을 죄를 졌어. 용서해 줘”라고 목놓아 우는 대상자를 보면서 아직 늦지 않았음을, 이제라도 이들의 부부관계가 새로 시작될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소’가 ‘소’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사자’가 ‘사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 그들의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니라 혼자 사는 무인도가 될 것이다. 즉 소의 세상, 사자의 세상일 뿐이다. 나 위주로 생각하는 최선, 상대를 못 보는 최선, 그 최선은 최선일수록 최악을 낳고 말 것이다. 조금이라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최선이 진정한 ‘最善’이 아닐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점점 삭막해져 가는 세상속에서도 우리가정을 지키는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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