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에 중국 산동성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경기도와 산동성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데 산동성 산하 사회과학원과 경기개발연구원도 자매결연을 맺어 공동과제를 연구하는 등 서로간의 협력관계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중국에 다녀 올 때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후진국으로 알았던 중국이었지만, 요즘은 양국간의 경제발전 게임에서 이미 우리가 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중국이 문화혁명을 뒤로하고 개혁개방에 나선지 불과 20년... 당시 흑묘백묘를 외치며 20년후 중국의 모습을 그린 경제발전계획의 내용을 보면서 나 역시 중국이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10년전 상해 푸동지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고층빌딩을 목격하고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후 광동성 심천을 보면서 북경의 왕푸징 거리를 보면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산동성 칭다오를 돌아보고는 이제 북경이나 상해뿐만 아니라 칭다오에도 졌구나 하는 좌절감을 안고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상해의 1인당 국민소득이 현재 5천불 수준, 북경이 3천500불 수준이란다. 딱 10년후인 2014년 상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금보다 다섯배가 늘어난 2만 5천불, 북경은 14년후인 2018년에 2만 5천불의 국민소득을 계획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10년후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얼마나 될까? 2만불을 넘을까 아니면 1만불에서 주저앉을까?
상해와 북경, 심천 등 중국의 주요도시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들 도시들과 유일하게 경쟁해 볼 수 있는 수도권은 무얼하고 있는 걸까. 국내적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며 행정수도를 이전하고 공공기관과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는 일에 몰두하며 수도권 규제는 지방이 발전하고 난 연후에 생각해 보자는 현 정부여당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진정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아는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칭다오에서 돌아오기 전 날, 피곤을 풀기위해 중국 사람들에게 발 마사지를 받았다. 이대로 가면 10년후엔 우리가 중국 사람들 발 마사지 해가며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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