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분모와 분자

얼마 전 두 번 외식을 하였다. 한 곳은 성형외과 영호남지역학회에 연사로 초청받은 어느 지방 도시의 한정식 집이었고, 또 한 곳은 제자들이 은사님을 모시고 간 서울의 한 호텔에서였다. 두 군데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음식이었다. 들어간 재료들을 눈여겨 보았는데 한 쪽은 그 지방의 특산물을 몇 종 선보였을 뿐 재료 자체가 비싼 것은 아니었다. 다른 쪽은 고급 생선회 등 내가 보기에도 좋은 품질의 재료를 사용하였다.

만들어 낸 음식이 똑같이 맛있다면 위의 두 식당의 요리사중 누가 더 유능한 요리사인지 생각하여 보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의 재료를 가지고 훌륭한 음식을 만든 요리사에게 더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우는 분수에서 ‘몫’은 ‘분모’를 ‘분자’로 나눈 것이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1은 1분의 1이다. 분자가 커지면 몫은 커지고, 반대로 분모가 커지면 몫은 작아지게 된다.

갑이라는 사람이 10억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10억원을 벌어 20억원이 되었다면 100%의 성장률을 보여 몫은 2가 된다 (2/1 = 2). 을이라는 이가 1억원을 가지고 10억원을 벌어 11억원이 되었다면 그의 (11/1 = 11) 몫은 11이 된다. 1000%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갑과 을중에서 누가 더 유능한 경영자인가? 둘 다 10억원을 벌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을이 훨씬 더 유능하다고 할 수 있다.

병이라는 사람은 좋은 집안에 태어나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정이라는 이는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고, 공부도 제대로 못하였다. 만약 병과 정이 사회에서, 공동체에서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 둘 중 누가 더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이가 50에 가까워지니 지나온 길도 돌아보게 되고 앞길도 생각하게 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교수가 되어 진료실에 앉아 환자를 맞고, 강단에 서서 후학을 가르치게 된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나에게 그러한 역할을 부여한 것이며 나는 나를 이렇게 만들어준 사회에 대하여 역할을 충실하게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미 분모가 충분히 커져 있는 나는 어떻게 하여야 나의 점수를 올릴 수 있을까?

분모가 큰 사람일수록 분자를 크게 올려야 점수가 유지된다. 진료실에서, 수술실에서, 연구실에서 시간을 아껴 쓰며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분자를 분모에 비례하여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본다.

/황건 인하의대 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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