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출근할 때, 밤샘 작업을 마치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세면을 하러 나오는 개발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에 예술가나 발명가와 같이 고도의 창의력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에 따라 컴퓨터가 3시간동안 처리해야 하던 일을 30분 만에 마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창의적인 발상, 알고리즘의 개발은 결코 상식적인 방법이나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에 골몰한 프로그래머들이 불규칙한 생활을 하거나 사소한 일상적인 측면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새로운 발상을 하는 것만으로 개발되지 않는다. 오히려 프로그램 상의 오류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래머의 사소한 오타(誤打), 착각으로 생기는 오류에서부터 사용자의 오작동까지를 예상해 바로잡는 이 과정은 지겨울 만큼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이다.
새로운 발상에 골몰하는 타입의 프로그래머들은 대개 이런 과정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이런 일에는 아이디어가 참신한 타입보다는 사려 깊고 참을성 있는 타입의 프로그래머들이 적합하다.
흔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들을 중시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것을 현실에서 가능하도록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하는 프로그래머들도 그 못지않게 소중하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항상 이 두 타입의 개발자들이 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조직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일에는 여러 요소가 있고 각각 그에 능한 사람들이 따로 있는 법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떤 면에서는 무능한 사람이 다른 면에는 매우 능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예전부터 어른들은 모든 일에 구색(具色)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요소가 조화로워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요 그를 위한 사람의 구성도 그러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표신중 경기문화재단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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