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붕어빵 속에는 붕어가 없더라

지난 여름 한 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사회복지가 잘되어 있다는 캐나다를 방문하여 보름동안 사회복지관련 기관, 시설 등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연수출발에 앞서 서너 차례에 걸친 국내 사전연수를 통하여 캐나다에서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에 대해서 미리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을 통하여 복지선진국이라는 곳에 갈 경우 그 곳에서 규모가 크고 잘 꾸며진 시설을 기대하지 말라는 사전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 특히 그중 장애인복지 부문 같은 경우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시설을 별도로 하는 대신 지역사회 거의 모든 시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고,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한 시설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오히려 훨씬 잘되어 있다는 이야기였고 이러한 현상은 복지 후진국으로 갈수록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마다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복지관, 노인을 위한 노인복지관등이 별도로 설치되어 해당 지역 장애인이나 노인 등이 활용케 하고 있으며, 이러한 복지관설치 유무가 그 지역의 사회복지수준을 결정하는 척도로 까지 쓰여 지고 있다.

하지만 도시에 하나 내지 두개 있는, 그나마도 한정된 예산으로 여러 가지 욕구를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의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없이 땅값이 싼, 지역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복지관을 과연 그 지역의 얼마나 많은 장애인, 노인이 활용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는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 하겠다.

현재 수원지역에서는 장애인복지관이 아닌 청소년문화센터에 장애아동, 청소년을 위한 체육프로그램이나 수영강좌가 개설되어 많은 장애아동,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있고, 센터에서 운영하는 다른 프로그램에도 본인이 원할 경우 비용을 감면해주면서까지 이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해 주고 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이해하고 하나가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비장애인은 비장애인대로 각각의 장소가 아닌 각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우리 동네의 공동의 시설에서 각자 여건에 맞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로가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가 원하는 복지선진국의 모습이리라.

복지선진국이라는 캐나다에서 커다랗고 화려한 복지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었다.

/노석원 (사)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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